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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아. 별아. 별아. 야. 문별이.


쟤 진짜 귀가 잘 안 들리나. 눈 씻고 들여다봐도 하얀 귀에 뭐 꽂힌 건 안 보이는데, 몇 번을 불러도 묵묵부답이다. 잠시 텀을 두고 숨을 들이킨 김용선이 작게 한숨 쉬며 턱을 괸다. 진짜 나한테 관심 x도 없구나. 습관처럼 한쪽 입꼬리를 올리다 앞에 놓인 빨간 스트로우를 문다. 톡 쏘는 탄산이 목을 할퀴고 내려갈 때쯤,


“자기야.”

“뭐래 미쳤나.”



안 들리는 게 아니었구나. 그럼 그렇지. 씹고 있던 빨대를 툭 내뱉고 조용히 발음하자 언제 평온했냐는 듯 인상 팍 쓴 문별이가 대꾸한다. 너 변태야? 대답 좀 한 번에 해. 적반하장으로 한마디 건네자 대답할 가치를 못 느낀다는 듯 여전히 눈살 찌푸린 문별이가 다시금 고개를 돌린다.


“저녁 뭐 먹을래?”

“내가 언니랑 저녁을 왜 먹어”

“약속했는데”

“내가 언제”

“어젯밤 꿈속에서?”

“응 아니야”



열심히 끄적이는 손이 바쁘다.


왜 싫을까 우리 별이가. 왜 언니랑 밥 먹는 게 싫을까.

제발 말 좀 징그럽게 안 하면 안될까.

내가 살 텐데. 우리 별이 먹고 싶은 걸로.

뭐 먹을 건데.

너 진짜 속물 같은 거 알지.


그게 매력이지만. 작게 중얼거린 김용선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빨대를 휘젓는다. 아까부터 음료는 뒷전인 누구 것과는 상반되게 이미 텅 빈 잔 속에서 얼음만 달각대며 부딪친다. 입술을 잘근대며 볼펜 뒤꼭지를 턱에 대고 있던 문별이가 제 몫의 가득 찬 잔을 슥 밀어주고는 뻐근한 눈을 비비적댄다.


언니 근데 혹시,


카페에 입장한 이후로 가장 다정한 목소리였다. 물론 김용선 입장에선 그랬고 문별이 입장에선 그냥 무의식중에 불렀을 뿐이다. 뭐라 물으려던 문별이가 막힌 숨을 들이키며 말을 멈춘다. 뭔데. 왜 그러고 사람 부담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건데. 가뜩이나 큰 눈을 촉촉하게 뜬 채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얼굴이 할 말을 잊게 만든다.


“너 진짜 끼 좀 그만 부려라, 나 싫다면서 왜 자꾸 사람을 꼬셔?”

“진짜 병원 좀 가봐”

“사실 나 좋아하나?”

“미쳤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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