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까운 날. 

무방비한 상태로 낮게 코를 고는 소리, 머리맡으로 쏟아지는 노을로 물든 그의 얼굴, 침대 속 두 사람의 온기가 섞여 더나위 할 것 없이 따뜻해진 온도. 그리고, 무방비한 상태로 전날의 격렬했던 그 어떤 것으로 인해 피곤에 잠들어 있는 품 속의 연인. 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도,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소리도 없는 둘 만의 공간. '완벽'이라는 단어 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있을까.


곤히 잠들어 있는 매그너스의 얼굴에는 무거운 중압감도, 걱정이나 고민따위도 없었다. 물론 짙은 화장도 없었고, 오로지 숨이 죽어 이마를 살짝 덮은 머리카락만 있을 뿐이었다. 처음...그래, 처음이었다. 매그너스보다 일찍 눈을 떠, 꾸밈없는 그를 보는 것. 다소 생소한 기분에 매그너스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말가니 그의 얼굴을 뜯어 보고 있자니, 몇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노골적인 시선을 느꼈는지 매그너스가 눈썹을 찡그리며 눈을 떴다. 


"...음... 몇 시지?"

"6시가 조금 지났어."

"이런, 왜 깨우지 않았어."


갈라진 목소리를 보아, 그에겐 지난 밤이 확실히 힘들었었나 싶었다. 각종 업무와 임무로 인해 그의 집에 한동안 오지 못했고, 그로 인해 피로와 함께 누적된 욕구가 지난밤 한번에 터져나왔으니... 나름 긴 휴가를 얻어냈기에 적당히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나를 본 순간 환희에 찬 매그너스의 얼굴을 보자 머리속 퓨즈가 퍽-하고 나가버렸다. 결국 그의 늦잠은 아침까지 온 집안 곳곳에 흔적을 남기며 매그너스를 집요하게 괴롭힌 나의 결과물이었다. 


"잠에 취해 있는 월록을 보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니까."


나의 말을 듣고 매그너스는 무엇인가 생각난 듯 손가락을 튕기려했다. 그의 손을 조금만 늦게 잡았더라면, 아마 그는 평소의 완벽한 모습으로 변해있었을 것이다. 


"지금이 좋아. 아무것도 하지마."


매그너스의 얼굴에 잠시 당황한 기색이 비췄으나, 이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어렵게 얻은 휴가를 이렇게 쓸 순 없어, 알렉산더.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 지 넌 모를거야."


그가 얼마나 멋진 계획을 세웠을 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아마도 전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풍경과 음식을 선보여주겠지. 하지만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매그너스는 그 어떤 것도 견줄 수 없는 것이었다.  


"당신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나에겐 휴가야. 지금도 충분히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는데?"


손가락으로 그의 얼굴을 동그랗게 그리며 화장기 없는 얼굴과 이마를 살짝 덮은 머리를 가리켰다. 분명 평소처럼 화려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수려했다. 더불어 그의 표정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고, 그의 작은 기분도 놓치지 않아서 좋았다. 그를 꽉 안고 그의 이마에, 눈가에, 코에, 볼에 차례로 입을 맞췄다. 붉게 물든 하늘이 그의 머리칼만큼이나 짙어졌고, 완벽한 휴가는 앞으로 계속될테지. 

취향타는 글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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