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히삼 시나리오 연성 '돌아온 과거'의 초기 루트 중 루트 C이자 본편의 프리퀄 루트입니다!

* 이 루트가 폐기된 이유  본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가가 유비와 조조가 싸우는 도중 레전드히어로 여포가 둘을 공격하는 장면부터 썼는데 이는 작가가 거의 이야기의 시작인 이 시점부터 쓰기가 넘 귀찮아서 이 루트를 폐기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하

* 폐기된 루트인 만큼 중간에 내용이 끊긴 상태에서 끝이 납니다. 

* 초기 설정인 만큼 본편과 설정 충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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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장각의 연구실 (밤)

어둠이 깔린 복도에 발소리가 들린다.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나마 빛이 조금 있는 원형의 방에 도착하자 얼굴이 조금 보인다. 장각에 의해 어둠의 힘으로 부활한 흑서서이다. 원형 방의 가운데에 무언가가 있는데, 검은 천으로 덮여있어서 무엇인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 천을 만지작거리다가 결심을 한 표정과 함께 천을 끌어내린다. 검은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천과 함께 가리고 있던 것이 드러난다. 모습을 보고 놀라는 흑서서.


흑서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이건 대체...


투명한 뚜껑으로 덮인 관 안에 누군가가 누워있다. 검은 가죽 자켓과 어두운 회색의 셔츠, 검은 바지를 입고 있다. 여포패의 이전 주인이자 이미 세상을 떠난 왕윤이다. 안색이 창백하다는 것을 빼면 마치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풍격 받은 표정의 흑서서 뒤의 어둠 속에서 장각이 나타난다.


장각  여기 있었구나, 우리 서서.

흑서서  (장각이 '여기'라고 말할 때 흠칫 놀라면서 뒤돈다)

장각  (흑서서를 보며 씨익 웃는다)

흑서서  (다시 왕윤을 보며) 이게... 이게 뭐에요?

장각  그게 궁금했어? 사실, 너에게는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히히히~! 앞으로, 네 군주 될 사람이야!

흑서서  (다시 뒤돈다) 뭐라고요?

장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광기에 찬 듯한 미소를 짓는다)

흑서서  ('말도 안 돼'라고 얘기하는 듯한 표정으로 장각과 왕윤을 번갈아 본다)




S#2  유비의 방 (아침)

방금 잠에서 깬 듯 이불을 덮은 채 침대 위에 앉아있는 유비. 정면을 멍하니 보고 있다. 제갈량, 방 안으로 들어오다가 유비를 본다.


제갈량  (뒷짐을 지고) 한가하신가 보군요. 그렇게 멍을 때릴 시간이 있습니까?

유비  (아직도 멍한 상태로 제갈량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제갈량... 나 되게 이상한 꿈을 꿨어.

제갈량  (한심하게 느껴지는 듯이 한숨을 내쉬지만 유비의 침대 옆에 놓여있는 세발의자를 끌고 와 앉는다) 무슨 꿈이길래 그러십니까?

유비  그게...




S#3  유비의 꿈

짙은 적색의 하늘 아래, 검은 풀이 자라는 초원에 뼈가 한 무더기 놓여 있다. 뼈가 놓여있는 위치와 뼈의 모양 등으로 보아 말 한 마리가 주저앉은 채로 죽은 것 같다.


유비  (E.) 엄청 어두운 초원이 있었어. 거기에 말의 뼈로 추정되는 뼈들이 놓여있었는데...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한다. 번개 하나가 뼈 무더기를 치자 갑자기 검은색의 기운이 마치 폭풍처럼 나타나 뼈를 감싼다.

  

유비  (E.) 번개가 쳤어. 그러더니 검은 안개가 뼈를 감쌌고...


마치 폭죽이 터지듯이 사방으로 퍼지는 연기. 연기가 자욱하게 깔린다. 연기 너머로 다시 살아난 말, 적붉은색의 털을 가진, 강해보이는 말 한 마리가 숨을 내쉬며 일어선다. 그냥 말이 아니라 전투할 때 쓰이는 말 같다.


유비  (E.) 안개가 사라졌을 때... 그 뼈들은 다시 사나워보이는 붉은 털의 말로 되살아나 있었어...


그 주변으로 사납게 치는 천둥번개. 그 소리 너머로 강인한 전사가 포효하는 것처럼 우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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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장각의 아지트 내의 방 (밤)

방의 닫힌 문을 비추는 화면. 누군가가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리더니, 흑서서가 황급히 문을 열고 들어온 뒤 그 앞에 뒤돌아 선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처럼 숨을 몰아쉰다.


흑서서  하아... 하아...


힘이 빠지는지 문에 힘없이 기대는 흑서서.


흑서서  여기까지는... 안 오겠지...?




S#2  문 밖의 복도 (밤)

살짝 화가 난 표정의 흑왕윤이 복도를 걸어오고 있다. 오면서 양 옆에 있는 문들을 다 열어본다. 흑서서가 있는 방의 문을 열자 문이 살짝 열리는데 뒤에 흑서서가 서있어서 완전히 열리지는 못하고 다시 닫힌다. 흑왕윤, 문고리를 세게 잡는다.




S#3  방 안 (밤)

숨을 고르고 있다가 문이 갑자기 열리자 흠칫 놀라는 흑서서.


흑왕윤  (E. 화를 억누르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거기 있니?

흑서서  (흑왕윤의 목소리를 듣자 또 바들바들 떨기 시작한다. 문을 잠근 뒤 문에서 떨어져 문의 반대편에 있는 벽에 기댄다)




S#4  복도 (밤)

문이 잠기는 소리를 듣고 손잡이를 돌려보는 흑왕윤. '철컥' 하는 소리가 날 뿐 문은 열리지 않는다. 흑왕윤, 그 소리를 듣자 짜증이 치밀어 오르지만 일단은 참는다.


흑왕윤  거기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좋은 말로 할 때 나와.




S#5  방 안 (밤)

흑서서, 벽에 아직 붙어 있는 채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흑서서  (흑왕윤에게는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싫어요.




S#6  복도 (밤)

방 안에서 아무런 반응도 없자 눈알을 굴리는 흑왕윤. 문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


흑왕윤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린다) 셋 센다. 하나... 둘...

흑서서  (E.) 저리 가요!

흑왕윤  (흑서서의 목소리에 참고 있던 화가 터졌는지 손이 주먹으로 말린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S#7  방 안 (밤)

갑자기 밖이 조용해지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문을 바라보는 흑서서. 정적이 계속되자 조심스럽게 문을 향해 걸어간다. 그 때, 문 틈으로 버건디 색의 빛이 살짝 번쩍이자 흠칫 놀라며 다시 뒤로 물러난다.


흑왕윤  (E.) 여포... 마왕참!


문 너머로 들리는 흑왕윤의 목소리를 듣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방어를 위해 팔을 들어올리는 흑서서. 굉음과 함께 문이 떨어져나가고 먼지구름이 자욱하게 깔린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흑서서, 기침을 하며 들어올린 팔을 서서히 내린다. 먼지구름 사이로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흑왕윤이 군신일체한 레전드히어로 여포의 모습이 드러난다. 여포의 모습을 보자 경악하는 흑서서.


흑왕윤  (낮게 읊조린다) 잡았다, 드디어.


바들바들 떨면서 여포를 보고 있던 흑서서. 흑서서의 시선으로 화면을 보여준다. 화면이 깜빡이더니 지금 앞에 서있는 흑왕윤의 여포와 자신을 죽였던 동탁의 여포가 깜빡임 사이에 번갈아 보여준다. 점점 흔들리는 화면. 그리고 점점 다가오는 흑왕윤의 여포. 흑서서, 숨이 거칠어진다. 동시에 등쪽에 열과 고통을 느낀다. 흑왕윤의 여포가 자신의 손을 잡자 결국 과도한 긴장 때문에 의식을 잃는 흑서서. 흑서서가 앞으로 쓰러지면서 화면이 점점 흐려지더니 완전히 암전된다.




S#8-1  방 안 (밤) (흑왕윤이 분노, 증오 등의 부정적인 감정만 가지고 있다는 설정)

화면이 눈이 떠지듯이 켜지면, 앞에 적당히 거리를 둔 채 의자에 앉아있는 흑왕윤이 보인다. 팔짱을 끼고 있고 표정에는 짜증이 담겨 있다. 정신을 차리고 흑왕윤을 보자 다시 호흡이 거칠어지고 불규칙해지는 흑서서. 앉아있는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하지만 어딘가에 걸린다. 흑서서, 내려다보면 손목이 의자에 묶여있다.


흑왕윤  (팔을 풀고) 그거 웬만하면 안 풀릴 거다. 네가 또 도망갈 것을 막기 위해 내가 세게 묶었으니까.

흑서서  (말없이 흑왕윤을 노려본다)

흑왕윤  자, (몸을 앞으로 살짝 숙인 상태에서 흑서서를 본다) 이제 나만 보면 왜 도망가는지, 그 이유를 좀 설명해주지 그래?

흑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바닥만 쳐다본다)

흑왕윤  (흑서서가 뭐라도 말을 하기를 기다리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자 다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사람 짜증나게 만드네 진짜...

흑서서  어차피 당신 같은 사람은 알려줘도 이해하지 못할 거에요.

흑왕윤  (흑서서를 보고) 뭐?

흑서서  (흑왕윤을 노려보며) 당신 같이 감정이 메른 사람한테는, 얘기해봤자 입만 아플 거라고요.

흑왕윤  (흑서서를 보다가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한다)

흑서서  (흑왕윤이 갑자기 웃자 움찔한다)

흑왕윤  하하하... 내가 감정이 메말랐다고? (의자에서 일어나 흑서서에게로 다가온다)

흑서서  (흑왕윤이 다가오자 몸이 또다시 떨리기 시작한다)

흑왕윤  (흑서서를 내려다보며) 그래, 내가 너를 아무렇지 않게 묶을 수 있었던 이유도 그것 때문이겠지.

흑서서  전, 당신의 신선이 되고 싶지 않아요.

흑왕윤  어쩌지? 너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은데.


흑서서, 흔들리고는 있지만 확고한 눈빛으로 흑왕윤을 보고, 흑왕윤은 흑서서를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본다. 둘 사이에 미묘하고도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흑왕윤  (팔짱을 끼고) 그래서, 그동안 나에게 도망다니던 이유가, 내 신선이 되기 싫어서? 그게 다니?

흑서서  (떨어뜨리는 시선이 그게 다가 아님을 보여준다)

흑왕윤  (차가운 목소리로) 그럼 뭔데.

흑서서  (가만히 있는다)

흑왕윤  (흑서서가 가만히 있자 가뜩이나 증폭된 짜증이 터진다) 아니, 뭔데?!

흑서서  (움찔한다)

흑왕윤  (흑서서를 내려다보다가 그녀의 이마를 살짝 괴격하게 손가락으로 밀어 강제로 고개를 들게 한다)

흑서서  (흔들리는 눈빛으로 흑왕윤을 본다. 묶여있는 손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한다.)

흑왕윤  도대체 네가 원하는 게 뭐야? 군신괸계를 맺는 건 둘째치고, 도대체 내가 뭘 해야 네 마음을 너에게 열 것이지?

흑서서  (말없이 흑왕윤을 바라본다) 포기해요.

흑왕윤  (기가 찬 표정으로) 뭐?

흑서서  (강하게) 무슨 일이 있어도, 저는 당신의 신선이 되지 않을 거에요.




S#8-2  방 안 (밤) (흑왕윤의 모든 감정이 봉인된 상태라서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는 설정)

화면이 마치 눈이 떠지듯이 밝아지면 흑왕윤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보인다. 흑서서, 흑왕윤을 보고 벌떡 일어난다.


흑왕윤  (흑서서의 팔을 잡고) 괜찮니?

흑서서  (몸부림을 치며 다급하게) 이거- 이거 놔요.

흑왕윤  (흑서서가 발버둥치자 오히려 더 세게 잡는다) 서서, 도대체...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흑서서  (목소리는 떨고 있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당신 같은 사람는 말해봤자 입만 아플 거에요. 이거 놔요.

흑왕윤  혹시 내 신선이 되기 싫어서 그러는 거니?

흑서서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흑왕윤의 힘이 약해진 틈을 타 재빨리 그를 뿌리친다) 이거 놓으라고 했잖아요!

흑왕윤  (갑작스러운 흑서서의 태도의 살짝 놀라지만 다시 평소처럼 그녀를 바라본다)

흑서서  (흑왕윤이 평소처럼 아무 감정도 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자 두려움을 느낀다)

흑왕윤  (감정이 담겨있지 않아서 살짝 무뚝뚝한 목소리로) 내가 뭘 잘못했니?

흑서서  ...... (말없이 바닥을 바라본다)

흑왕윤  내가 어떻게 해야, 너의 마음을 나에게 열 거니?

흑서서  (지금까지 앉고 있던 돌 받침대에서 일어나 흑왕윤 옆을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흑왕윤  서서! (서서의 오른쪽 손목을 잡는다)

흑서서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흑왕윤을 본다)

흑왕윤  난 선택권이 없어. 너도 없고. 넌 내 신선이 되어야만 하고, 난 너를 내 신선으로 만들어야만 해.

흑서서  (그 말을 듣자 두려움이 엄습해 그의 손을 있는 힘을 다해 뿌리친다)

흑왕윤  서서!

흑서서  (흑왕윤이 또 무슨 짓을 하기 전에 재빨리 문을 열어 복도로 나간다)

흑왕윤  (서서가 나간 문을 말없이 바라본다. 표정은 무뚝뚝한 평소의 표정이다.)





(*)

글 잘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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