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에도 유사에도 계룡은 그저 계룡鷄龍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렇다할 묘사가 달리 되어 있지 않지만 특이한 것은 그냥 용도 푸른 용도 금색 용도 아닌

계룡, 닭의 머리를 한 용이라는 점이지요.


신라는 별칭이 계림鷄林일 정도로 닭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혁거세가 태어난 알이 발견 된 나정蘿井의 별칭 역시 계정鷄井 입니다.

닭 정말 좋아하네요()


아무튼, 신라의 별칭이 계림이 된 것은 탈해 이사금 때 나옵니다.


九年春三月(9년 봄 3월)

王夜聞金城西始林樹間 有鷄鳴聲

(임금이 밤에 금성 서쪽 시림 숲 사이에서 닭이 우는 소리가 난다는 소문을 들었다.)

遲明遣瓠公視之(날이 밝을 쯤 호공을 보내 살펴보니)

有金色小櫝 掛樹枝(금색의 작은 함이 나뭇가지에 걸려있고)

白鷄鳴於其下(흰 닭이 그 아래 울고 있었다.)

瓠公還告 王使人取櫝 開之(호공이 돌아와 아뢰자 왕이 사람을 보내 궤를 가져와 열어보니)

有小男兒在其中 姿容奇偉(작은 남자아이가 그 안에 들어있는데 자태와 용모가 기이하고 뛰어났다.)

上喜謂左右曰(왕이 크게 기뻐하며 좌우 신하들에게 말하길)

此豈非天遺我以令胤乎(어찌 하늘이 나에게 내려준 것이 아니겠는가 하며 아들로 부르며)

乃收養之(이내 거두어 길렀다.)

及長 聰明多智略(자라면서 지략이 많고 총명하여)

乃名閼智(이를 알지라 명했다.)

以其出於金櫝 姓金氏(금빛 궤에서 나왔기에 성은 김씨라 하고)

改始林名雞林 因以爲國號(시림을 고쳐 계림이라 명하며 이를 나라의 호로 삼았다.)

위 얘기는 알지, 김씨 씨족의 등장에 관한 것입니다.

특히 신라의 건국설화에서 닭은 왕의 등극을 예견하는 상서로운 동물로 묘사됩니다. 

그런 상서로운 동물이 희귀한 흰 색까지 띠고 있으니,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겠죠.


삼국유사 제 5권 의해편 귀축제사歸竺諸師에 보면 아래와 같은 기록 역시 있습니다.

그만큼 신라에 있어 닭은 매우 중요하고 신성한 존재란 이야기지요.

국호를 계림이라 칭할 정도니 그 중요성은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天竺人呼海東云 矩矩吒䃜說羅(천축인들은 해동을 구구탁예설라라 불렀다.)

矩矩吒言雞也 䃜說羅言貴也(구구탁은 닭이라는 뜻이고 예설라는 귀하다는 뜻이다.)

彼土相傳云(그 땅에서 서로 전해부르길)

其國敬雞神而取尊(그 나라는 닭의 신을 섬기고 중히여겨)

故戴翎羽而表飾也(그런 이유로 날개깃을 얹어 장식하였다.)


한국민속신앙사전: 마을신앙 편에도 닭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닭은 호랑이, 용과 함께 세화歲畫에 담기는 동물로 기록돼 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닭 그림을 대문에 붙여 재앙을 물리치려 했는데, 닭이 호랑이나 용과 동등한 입장에서 세화에 등장하는 이유는 울음소리 때문입니다. 귀신을 몰아내고 사악한 기운을 쫓는 축귀와 벽사의 동물로 생각했던 것이지요.  닭의 울음소리를 영적인 소리로 믿었던 것입니다.


부적은 일반적으로 경면주사나 영사를 곱게 갈아 기름 또는 설탕물에 개어 괴황지槐黃紙에 쓰지만 경우에 따라 계혈이나 백마혈로 쓰기도 했습니다. 닭피로 부적을 쓰면 여우나 그 외 잡귀들이 얼씬도 못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진붉은빛을 띠는 닭피는 정화력, 축귀력, 생명력을 상징하고 있어 부적의 효험이 크다고 여겼습니다.


무속의례에서 닭은 신령이나 조상 앞에 바쳐지는 제물이었습니다. 무속신앙에서의 닭은 인간의 좋지 못한 운수 또는 운명을 대신하여 죽음으로써 인간을 원상태로 복귀하게 하거나 회생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닭이 무속 비방술인 대수대명代數代命 희생물로 쓰여 인간을 대신하여 죽음을 당하는 것이죠.

닭을 매개로 하는 대수대명 의례는 일방적으로 액운을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희생물을 바쳐서 신을 달래는 일종의 타협적 의례로 진행됩니다. (이전에 얘기한 분노한 귀를 퇴치하는 것이 아닌 달래서 노여움을 푸는 방식입니다.) 이에 따라 액운이 있거나 살이 낀 사람의 숫자數만큼 살아 있는 생명체인 닭(또는 달걀)이 죽음을 대신함으로써 인간의 명命을 연장케 한다 믿었습니다.


종교학대사전을 봐도 

닭의 울음소리나, 닭을 제물로 바치는 이유에 관해서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중국에서 닭은 그 울음소리로 여명을 알리기 때문에 암흑의 밤을 쫓아내고 광명의 태양을 불러내는 신비한 새라고 생각했다. 서양에서 닭은 고대인에게 신성한 새라고 생각되어서, 그리스나 로마에서는 군신 알레스나 지혜의 여신 아테네(미네르바), 의신 아스크레피오스에게 바쳐졌다. 페르시아에서도 아침을 알리는 새로서 빛의 심벌이 되고, 그 울음소리로 어둠의 악령을 쫓아낸다고 하였다. 그리스인은 문자를 곡식알에 써서 모래 속에 흩어놓은 것을 닭에게 골라내게 해서, 그 문자의 배열로 생기는 말로 미래를 점쳤다. 

양광의 심벌, 때를 알리고 어둠의 데몬을 쫓아내는 존재로서, 닭은 후세 풍견계가 되어서 재앙을 방지하고 날씨를 알렸으며 닭이 수확시에 희생물로 바쳐지거나, 결혼식의 신랑 마차에 실거나, 신상에 넣는 습속은 닭이 가진 다산성과 결부된 풍요의례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검은 닭은 악마의 동물이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어서, 괴테의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처럼 가끔 악마는 검은 닭의 깃털을 단 모습으로 등장하였다.

그리스인이 닭으로 점을 친 것처럼 한국에서도 닭을 이용한 계명점鷄鳴占이 있었습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선 설날 꼭두새벽에 우는 첫닭의 울음을 세고, 만약 열 번 이상 울면 그 해는 풍년이 든다고 믿었습니다. 


위에 서술한 것보다도 더 많은 이유로 닭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비로운 존재였습니다. 

어둠을 쫓아내고, 사귀를 몰아내며 양기 가득한 태양을 불러오는 기이한 존재가 바로 닭인 것입니다.

그런 닭에 하늘과 비를 관장하는 용의 몸이 더해졌으니 이것은 기이를 넘어 상서로움의 극에 달한 존재로 느겨졌을 것입니다. 


계룡의 모습에 대한 직접적 묘사는 없지만 봉황鳳凰이 계룡과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매우 의외죠?


봉황도


한자성어•고사명언구사전에서

봉황의 모습을 설명하며 그와 유사한 것으로 계룡을 예로 들었습니다.


봉황의 모습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일반적으로, 닭의 주둥이, 제비의 턱, 뱀의 목, 거북의 등, 용의 무늬, 물고기의 꼬리 모양을 갖춘 것으로 본다. 그리고 오색의 깃털을 지니고, 五音(오음)의 소리를 내며, 오동나무에 깃들이고 대나무의 열매를 먹고 산다는 상서로운 새로서, 동방의 君子之國(군자지국), 곧 우리나라에서 난다고 했다.

닭의 머리, 용의 무늬 같은 것이 계룡과 흡사하기 때문이죠.

봉황에 필적하는 외모를 지닌 계룡 역시 보통의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계룡의 외형이나 행적 등은 자세히 묘사된 것이 없으나

결합 된 그 모습 자체가 상서로운 존재의 혼합형태이고

행적은 지모신의 현신이라 불리우는 신성한 존재를 낳았으니

이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계룡은 용과 비슷한 급의 신성한 존재라 여겨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한국의 요괴 [귓것;神神] 에 대한 얘기를 합니다. 원서와 번역본을 이용하여 주관적 해석을 올립니다. 인간입니다. ※이 계정의 글은 연구 자료로 쓰이며 직접 작성하고 있으므로 무단 이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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