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뭔데? 진짜로?"

"그럼 가짜겠냐."

"와... 너... 야, 와."


김동한의 5년지기 친구 김시현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김시현이 김동한 때문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때는 딱 세 번이었는데 그 첫 번째는 양아치 새끼가 남자 아이돌 좋아한다고 양아치 인생을 청산했을 때였고, 그리고 그 두 번째는 그 양아치 새끼가 좋아하는 남자 아이돌을 게이 전용 클럽에서 만났을 때고, 마지막으로는 그 양아치 새끼가 좋아한다던 그 남자 아이돌이랑 연애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이었다.

늘 이런 식이었다. 사람을 존나게 놀래켜놓고서는 자기는 아무렇지 않았다. 김시현은 김동한에게 쌍욕을 해주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저 또한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김동한에게 숨기고 숨기다 김동한이 김상균을 좋아하기 시작했을 그맘때 쯤에 털어놨으니까. 김시현은 비어있는 김동한의 잔에 소주를 부었다.


"그래서 왜 만나자고 했는데?"

"선배님한테 조언을 구하려고."

"무슨 조언."

"연상 애인은 뭘 좋아하나요?"

"뭐?"

"질문이 마음에 안 들어? 연상의 남자 애인은 뭘 좋아하나요?"

"야이 병신아. 씨발."

"뭐가 씨발."

"우리 용국이 형이랑 니 애인이랑 같냐? 뭔 되도 않는 질문을 하고 있어."


그래도 씨발! 김동한이 큰 소리로 소리를 지르자 주위의 시선들이 둘에게로 동시에 꽂혔다. 따가운 시선에 김시현이 인상을 찡그렸다. 너는 씨발, 예나 지금이나 에티켓이란 걸 모르냐. 김시현의 말에 김동한이 어깨를 으쓱하며 우쭐하는 표정을 지었다. 암만 그래도 내가 쟤네보다 돈 많으니까 괜찮아.

김시현은 그래도 김동한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곰곰히 생각을 했다. 우리 형이 뭘 좋아하더라. 하고. 우리 형은 고양이를 좋아하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김시현은 아무리 뇌를 쥐어짜내도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우리 형은 고양이 좋아하고."

"어."

"그리고 나 좋아하는데."

"에라이 씨발..."

"아니 니가 직접 물어봐야지 왜 나한테 묻냐고."

"부끄럽잖아."


김동한은 부끄럽다는 말을 끝으로 잔 가득 채워진 소주를 입에 털어넣었다. 김시현은 김동한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보며 제 앞에 놓인 오뎅국을 떠먹었다. 그렇게 부끄러운데 뽀뽀는 어떻게 했대? 그때야 술을 마셨었고. 아니, 어제도 했다며 병신아. 그때야 형이 좋아서 그랬지. 김동한은 부끄럽다는 듯이 픽픽 웃어댔다.


"징그럽다, 너 진짜..."

"뭐가."

"가라 그냥 집에."

"소주 한 병만 더 마시자."


그렇게 김동한은 소주를 한 병 더 시켰다. 이렇게 되면 한 명당 두 병을 마시는 꼴이 됐다. 김시현의 주량은 한 병 반이었고, 김시현은 약간의 불안함을 느꼈다. 우리 형은 나 꼬장 부리는 거 싫어하는데…. 그런 걱정도 한 순간이었다. 김시현은 취하기 전까지 다짐하고 다짐했다. 다시는 이 새끼와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스케줄이 있다고 했다. 음료수 씨에프를 찍는다나 뭐라나. 김상균에게는 두 번째 씨에프였다. 그룹 전체가 찍는 게 아니었고 김상균 혼자만의 스케줄이었다. 아무리 회사에서 스케줄을 캔슬한대도 대기업의 부탁은 어쩔 수 없었나보다. 연락을 잘 할 수 없다는 김상균의 말에 김동한은 잠깐 시무룩하긴 했지만 늘 만나자고 말만 했던 김시현을 오늘에서야 만나게 된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바깥 공기가 차가웠다. 김동한은 롱패딩 주머니에 손을 넣고 터벅터벅 걸었다. 하루종일 연락을 한 횟수를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술 때문인 건지 중심이 잡히지 않아 몇 번을 휘청거려야했다. 그래도 김동한은 양반인 편이었다. 김동한이 아까 택시를 태워 보낸 김시현은 두 다리로 걸을 수 없을 만큼 취해버려서 내일 아침 김용국에게 혼난 김시현에게 무슨 쌍욕을 들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김동한은 입으로 숨을 쉴 때마다 나오는 입김을 보다가, 문득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편의점으로 향했다.

김상균을 좋아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 김동한은 김상균이 나온 프로그램들을 모두 아이패드에 다운 받아 매 자습시간마다 봤었다. 김동한은 아직도 기억을 한다. [데뷔 전 100문 100답을 써보자!] 라는 코너에서 김상균은 '싫어하는 것들'에 첫 번째로는 담배를, 두 번째로는 담배 냄새를 적었었다. 김동한은 그때를 기점으로 금연을 했다. 우리 형이 싫어하는 냄새는 나도 싫어하겠다는 취지였다.

김동한은 편의점에서 산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정말이지 신기하게도 김동한이 담배를 입에 물자마자 김동한의 패딩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이 징징 울렸다. 혹시라도 꽐라가 된 김시현 때문에 존나게 빡친 김용국일까 싶어 김동한은 전화를 받지 않으려 했지만 진동은 멈추지 않았다. 대체 누군가 싶어 꺼내본 핸드폰의 액정에는 [우리 형♥] 이라는 단어가 적혀있었다.


"응."

"나 촬영 이제 끝났어."

"잘 했어요?"

"힘들었어."

"으이구."

"뭐하고 있었어?"

"친구랑 술 마시고."

"응."

"담배 피우려고 했는데."

"응?"

"형한테 전화 와서 안 되겠다. 형 담배 싫어하잖아요."


김동한은 입에 물고 있었던 담배를 담배 갑 안에 다시 정성스레 넣어놓고 그 담배 갑을 통째로 바닥에 내던지고는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 핸드폰에 연결했다. 그리곤 카메라를 켜서 바닥에 내던져진 담배갑을 찍어 김상균에게 그 사진을 보냈다. 카톡을 보라는 말에 김상균은 잠깐동안 잠잠하다가, 이내 큰 소리로 웃었다.


"너 원래 담배 피웠어?"

"아니요. 형 때문에 끊었었는데 오늘 뭔가 피우고 싶어져서."

"피워도 되는데."

"형이 싫어하니까요."

"착하다."

"형."

"응."

"혀어엉."

"왜애애."

"지금 술을 마셔서 이런 건지 뭔지 모르겠는데요."

"응."

"엄청 보고 싶어요."


김동한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해놓고서는 말을 뱉고 난 후가 너무 부끄러워져서 괜히 마른 세수를 했다. 핸드폰 너머의 김상균은 히히. 하고 웃기만 할 뿐이었다. 진짜 보고 싶은데요. 김동한의 말에 김상균이 아까와 같이 조금 잠잠해졌다가, 크흠.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그러면 동한아."

"네."

"우리 지금 볼래?"

"저야 좋은데. 어디서 보게요?"

"너네 집?"

"네?"

"너네 집에서 보자고. 어차피 내일은 스케줄도 없고..."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러니까요, 저희 집이 어디냐면…. 김동한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한다고 노력을 하긴 했지만 목소리가 저절로 덜덜 떨렸다. 택시에서 내리면 전화를 하겠다는 김상균의 말에 김동한은 또 아무렇지 않게 알겠다는 대답을 했다. 그리고 김동한은 전화가 끊기자 마자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분명히 차갑다고 느껴졌던 공기들이 순식간에 뜨겁게 느껴졌다. 김동한은 입술을 꽉 깨물고는 다짐했다. 오늘 밤에, 김상균이 제게 무슨 애교를 부리더라도 키스까지만 하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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