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 보고싶다... 로 시작한 글입니다.. ... 썰로 이을 자신이 없었군요...




쇼 몰랐구나. 형 교토 갔어. 공연하러. 학교? 자퇴했잖아. 뭐야 친한거 아니였어?


사쿠라이는 애꿎은 손톱을 물어 뜯었다. 딱딱 거리는 듣기 싫은 소리가 신칸센에 울렸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가 교토행 신칸센에는 사쿠라이 쇼 자신 밖에 없었다. 

사쿠라이는 얼마전 오노에게 고백했다. 당신을 사랑하는 것 같다고. 의욕 없고, 매사에 피곤해하고, 귀찮아 하며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당신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최고의 춤과 노래를 보여주고 뒤에서 미친 듯이 노력하는 당신을 사랑하게 된 것 같다고.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 자신도 혼란을 겪었지만 그런 혼란을 감수하여 당신을 받아들일 만큼 당신이 좋다고. 

그렇게 고백한 것이 불가 이틀 전이었고, 당신은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교토로 아무말도 없이 떠나버린 그 행동이 당신의 대답일까, 그게 두려웠다.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저 자신을 빤히 바라보다가 아, 그래? 라고 말하고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다 짐을 챙기며 연습실을 나갈 준비를 했다.


지금 집에 가려고 했어서. 일단 집에 좀 갈께. 내일 보자.


오노는 그렇게 말하곤 자신에게 평소와 같이 손을 흔들며 인사해주었다. 사쿠라이는 그런 오노의 뒷모습을 멍하게 바라보다 자신도 함께 손을 흔들었다. 떨리는 마음에 한 고백에 대한 태도가 너무 시근퉁해서 어리둥절 했고, 오노 사토시 답다는 생각을 하며 사쿠라이는 오노가 나간 문만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오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처음 쟈니스 주니어가 되고 춤을 배웠던 사쿠라이는 오노를 꽤나 따랐었고 그런 사쿠라이를 오노도 꽤나 챙겨주었다. 가끔 모르는 문제가 있을 때는 자신에게 와 책을 내밀었었고 그런 오노가 좋아 사쿠라이는 자신이 배운 적도 없는 것들을 일부로 공부해 가르쳐주고는 했다. 그렇게라도 무언가를 가르쳐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뻐서.

즉, 둘은 개인적인 연락을 자주 나누었다. 1년 정도의 시간을 꽤나 친하게 지냈다. 서로 등하교를 같이 하기도 했었고, 같이 저녁을 먹거나 놀러나가기도 했으며 가끔 서로 심심하면 전화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사실 좀 무서웠었다. 이 관계가 일그러진다면 어쩌지, 하고. 그러나 그런 걱정보다 사쿠라이는 자신의 사랑이라는 감정이 더 컸다. 이렇게 앓다가는 죽겠구나 싶어 결국 마음을 뱉어내고 말았다. 

그리고 그 뱉어낸 마음이 남긴 것은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차가운 음성이 되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연락이 되지 않자 사쿠라이는 꽤나 오노와 붙어 지내는 니노미야에게 연락 했다. 오노 사토시가 어디있는지 아냐고. 지금 학교가 끝나 사무실로 갈건데, 혹시 네가 거기에 있으면 오노가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하려. 직접 가서 찾으면 되는 일이었지만 그럴 시간도 아까웠다. 당신이 정말 사라져버린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리고 들려온 니노미야의 대답은 너무나도 절망적이었다.

소속사는 능력이 있고 시간적인 제약이 없는 주니어들을 곧잘 지방으로 보냈었다. 그 곳에서 하는 공연들에 백을 세우기도 했었고, 꽤나 능력치가 된다고 판단되면 주연을 시키기도 했었다. 보통 주니어들은 학교를 다녔었기에 그 지방에 살지 않는 주니어들이 아니면 웬만하면 어린 주니어들을 보내지 않았었다. 그러니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오노는,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을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얼마전에 자퇴했데, 이틀 정도 나갔다나? 공부가 너무 싫어서 그만 뒀는데 완전 잘 선택한 것 같다고 웃으면서 나한테 이야기했는데. 


니노미야가 전달한 모든 말들은 사쿠라이에게 가시가 되어 날아왔다. 자기가 고백했던 순간에도 오노는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은 상태였고, 교토로 떠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근데 왜, 나는 그 무엇도 모르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사쿠라이는 그 다음날 학교를 간다고 하고는 학교가 아닌 기차역으로 향했다. 가장 빠른 교토행 신칸센을 끊은 어린 사쿠라이는 서운함과 두려움, 그리고 절망 뿐인 마음을 안고 그 신칸센에 몸을 실었다. 당장 가면 무엇이라 말해야할지 모르겠었다. 공연 중이라고 했었고, 어떤 공연을 어디서 하는지도 다 알아 놓아 오노를 만나지 못 할 일은 없었다. 그러니 더욱 무서웠다. 반드시 만날 당신이 나를 향해 무엇이라 말할지 두려웠다. 또한 자신이 없었다. 대체 당신을 만나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아니 무엇이라도 투정을 부릴 위치가 되는지 그게 제일 무서웠다.



 2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을 달려 사쿠라이는 교토역에 내릴 수 있었다. 사쿠라이는 내리자마자 시간을 확인했다. 11시가 조금 넘은 지금은 오노의 공연이 없을 때였다. 지금 바로 교토의 공연장에 찾아가 오노를 만날까 싶었지만 학교까지 빠지고 바로 기차표를 샀었던 자신감은 어디로 갔는지 괜히 겁이 나 그럴 수 없었다. 일단 밥이라도 좀 먹을까, 싶어 사쿠라이는 괜히 고프지도 않은 배를 이끌고 맥도날드에 들어갔다.

음식 냄새를 맡으니 음식이 더 먹고 싶어 지지 않아 사쿠라이는 대강 쉐이크를 하나 시켜 자리에 앉았다. 아직 점심시간이 아니라 그런가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사쿠라이는 먹고 싶지도 않은 쉐이크를 쪽 빨아들이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혼자 교토를 온 것은 처음이었다. 꽤나 조용한 교토의 거리를 바라보며 사쿠라이는 휴대폰을 열었다. 이렇게 갑자기 오긴 했지만 연락이라도 넣어볼까 싶었다. 답장이 오지 않을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형. 저 지금 교톤데, 잠시 만날 수]


사쿠라이는 문자를 쳐내려가다 휴대폰을 탁 소리 내며 닫았다.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은 사쿠라이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대체 왜 일이 이렇게 된지 모르겠었다. 내가 당신에게 사랑을 고백한 것 만으로 당신은 나에게서 이렇게 멀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인지에 대한 자괴감이 들었다. 사쿠라이는 앞머리를 헤집었다가 다시 휴대폰을 열었다.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이 반짝이며 켜졌다. 언젠가 사진을 찍어준다기에 오노와 사진을 찍었었다. 그 사진을 내내 간직하며 몰래 배경화면으로까지 설정했었다. 당신이 보고 싶거나 힘들 때 마다 휴대폰 화면을 보며, 아니 오노의 웃는 얼굴을 보며 힘을 냈었다. 휴대폰을 유난히 최근 많이 보니 친구 녀석들은 애인이라도 생겼냐며 물었었다. 그 물음에 사쿠라이는 쓰게 웃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사쿠라이는 웃고 있는 오노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미웠다. 아무말도 안하고 가버린 당신이 미웠다. 물론 그 미움보다, 그리움이 더 컸다.



그렇게 한참을 맥도날드에 있던 사쿠라이는 황급히 시간을 확인하고는 오노가 공연을 하는 공연장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멀고 길을 헤맨 사쿠라이는 공연이 이미 시작된 후에나 공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티켓 창구로 달려가 티켓을 달라고 하는 사쿠라이에 직원은 이미 시작된 공연인데 괜찮냐 몇번을 물었고 사쿠라이는 괜찮다 대답했다. 어쩌피 사람도 없는데 줘, 라는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것을 들은 직원은 사쿠라이에게 티켓을 건냈다. 

사쿠라이는 혹시 방해일까 싶어 조용히 문을 열고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그러지 않아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자리에는 사람이 앉아있는 자리보다 비어있는 자리가 더 많았다. 전설의 주니어라고 불리었다. 춤도, 노래도, 완벽한 당신은 고작 이런 취급을 받으려 교토에 왔나, 그런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아직 오노가 나오기 전인지 떠들썩하게 모르는 목소리들만 들려왔다. 사쿠라이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구석자리에 앉았다. 혹시라도 오노가 자기를 보고 도망갈까 무서워 그런 것도 있었다. 

구석에 몸을 구기고 앉아 무대를 바라보았다. 크게 재미있는 공연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안봐서 그런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사실 크게 임팩트가 없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쿠라이는 작게 하품을 하며 무대를 바라보았고 얼마나 흘렀을까 무대에는 연기들이 피어났다. 그리고 그 순간 공연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적어도 사쿠라이는 그렇게 느꼈다. 


두둥, 하는 촌스러운 효과음과 함께 무대의 연기가 천천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 연기 사이로 보이는 실루엣을 사쿠라이가 못알아볼리 없었다. 사쿠라이는 연기가 사라지며 나오는 얼굴에, 그 그립고도 미운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울컥했다. 3회차 공연이라 지칠만도 할텐데 그 어떠한 내색도 하지 않고 무대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당신이 보였다. 오노가 보였다. 그립고도 그리웠던 그 얼굴이 보였다.

당신은 노래를 불렀다. 당신이 부르는 노래에 싸 했던 공연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예쁜 당신의 목소리가 공연장에 꽉 찼다. 그 무대는 더이상 초라하지 않았다. 그 어떠한 무대보다 반짝거리며 빛났다.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렇게 당신의 무대는 빛이 났다. 당신이 빛나는 것 만큼, 아니 그보다 더.

그런 오노를, 사쿠라이는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어쩌면 조금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르는 이야기였다.



"쟈니스 주니어라고?"

"네."

"도쿄에서 이까지 왔어? 이 공연보러?"

"...네."


사쿠라이는 무대가 끝나자마자 대기실로 찾아갔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규제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대기실에 들어가려하자 자기를 막아세우는 남자 외에는 자신에게 말을 거는 그 어떠한 사람도 없었으니까. 사쿠라이를 막아 세운 남자는 쟈니스 주니어라고 말하는 사쿠라이의 말을 처음에는 믿지 않다가 휴대폰에 쟈니상 번호를 확인하고 나서야 자신을 대기실에 들여보내주었다. 

사쿠라이는 쭈뼛거리며 대기실로 들어갔다. 대기실 안은 담배 냄새로 가득했다. 아마 지금은 밖으로 나간 사람들이 담배를 펴다 나간 듯 했다. 사쿠라이는 지독한 향에 눈쌀을 찌푸렸다가 이내 눈으로 오노를 찾아나섰다. 아무도 없는 대기실에는 오노의 향이 남아있지 않았다. 언제나 좋은 향을 내던 오노는 더이상 없는 것 같았다. 사쿠라이는 주인을 잃은 강아지 마냥 잔뜩 눈을 굴리며 오노를 찾았다. 당신이 사라졌을까 무서웠다. 아까전까지 빛나던 당신을 보아서인가 더더욱, 당신이 사라질까 두려웠다.

당신은 나의 영원히 빛나는 별이니.

한참을 눈을 돌리던 사쿠라이는 이내 탈의실 쪽에서 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탈의실이라고 하기 애매할 정도였다. 그냥 칸막이 같은 것이 있었고 대강 '탈의실'이라고 적혀있는 종이가 팔락거렸다. 사쿠라이는 천천히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앞에 섰을 때 칸막이가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리고 그 지저분한 칸막이 뒤로, 가장 빛나는 것이 보였다.


"...쇼?"

"...형"


사쿠라이는 자신을 보고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오노를 끌어안을 뻔했다. 자신의 자제력이 조금이라도 부족했다면 아마 저질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이 들 정도로 오노가 반가웠다. 사쿠라이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오노를 바라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쟈니가 말한대로 오노의 뒤에 서 춤을 추었었던 자신. 그때는 오노가 자신보다 컸었다. 그 등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사쿠라이는 오노를 조금 아래로 내려다 볼 정도로 자랐었다. 그럼에도 당신은 나에게 컸다. 아직까지 너무나도 큰 사람이었다.


"...여기까지 왜? 학교는?"

"...형, 보러 왔어요."


어리둥절해하며 묻는 오노에 사쿠라이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런 사쿠라이를 가만히 바라보던 오노는 사쿠라이를 지나쳐 쇼파로 향했다. 그런 오노의 뒤를 사쿠라이는 조용히 따라갔다. 피곤한 듯 쇼파에 앉자마자 한숨을 쉬는 오노에 사쿠라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겠었다. 정적이 조금 흐르고 오노는 고개를 들어 사쿠라이를 바라보았다.


"멀텐데 왜 왔어."

".......네?"

"이까지. 학교 빼먹어도 돼? 혼나는거 아니야?"


오노의 말은 꽤나 단호했다. 왜인지 모르게 너무나도 딱딱하게 느껴졌다. 걱정하는 말투가 아니라 핀잔을 주는 말투였다. 그리고 자신을 보는 그 눈이 너무나도 차가워서, 그래서 사쿠라이는 속에서 끌여져 나오는 감정을 자신도 모르게 툭 뱉어냈다.


"왜, 아무말도 안했어요?"

"뭐가?"

"학교 자퇴한 것도, 교토에 가서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는 것도 왜 나한테는 하나도 말 안했냐고요."


사쿠라이는 주먹을 꼭 쥐고 오노를 바라보았다. 오노의 차가운 눈매에 사쿠라이는 온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왜, 당신은 나를 그렇게 보는거야? 그냥 친한 동생이라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그정 도라면 당신을 보러 도쿄에서 온 자신을 그렇게 볼 필요는 없잖아. 사쿠라이는 점점 더 울컥하는 마음에 입을 열었다.


"왜 그걸 제가 니노미야를 통해서 알아야 해요. 우리 꽤 친했잖아요."

"너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

"왜 내 전화 안받아요. 왜 나한테는 아무말도 안해요. 왜 날 그렇게 봐요. 왜!"


사쿠라이는 자신도 모르게 큰소리를 냈다. 처음이었다. 선후배가 확실한 주니어 세계에서 선배, 심지어 전설의 주니어라고 불리우는 오노에게 큰 소리를 낸 후배가 얼마나 될까. 사쿠라이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미친 짓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사쿠라이는 그것을 알지만 화가 났다. 오노에게 화가났다. 아니, 이 모든 일을 자초한 것 같은 자신에게 화가 났다. 


"제가 고백해서 그래요? 제가 형 사랑한다고 해서 그래요?"

"...뭐?"

"그래서 도망친거냐고요. 내가 너무 더러워서 그래서...!"


사쿠라이는 울컥 하고 눈물이 삐져나와 더이상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눈물을 툭 흘리고 사쿠라이는 급하게 그 떨어진 눈물을 벅벅 닦아냈다. 그렇게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땅을 보며 울고 있는 사쿠라이에 오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있잖아. 너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네?"


사쿠라이는 오노의 목소리에 눈을 한번 닦아내고 오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오노의 얼굴에, 씨익 하고 입꼬리를 올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오노에 그대로 굳었다. 표현은 안해도 다정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자신을 향해 처음보는 차가운 조소를 띄고 있었다. 


"내가 왜 네 전화를 받아야해?"

".......형?"

"네가 뭐라고 내가 너한테서 도망쳐서 이까지 오는데."

"........"

"자의식 과잉도 유분수야. 사쿠라이 쇼."


오노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을 사쿠라이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저게, 정말 내가 아는 오노 사토시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텅 비어 차가웠던 공연장보다 대기실이 더 공허하게 느껴졌다. 사쿠라이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내가, 아는 오노는 더이상, 없는 것 같아서.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노는 마지막 마디를 뱉어냈다. 차갑고도 차가운 그 말을 뱉어냈다.


"넌 내 인생에 그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아. 착각하지마. 도련님."


그 말을 뒤로 하고, 사쿠라이는 대기실에서 달려 나왔다. 

첫 시련이자, 첫 사랑의 끝이자, 첫번째로 느껴보는 감정을 사쿠라이는 견뎌낼 수 없었다. 


사쿠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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