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갑자기 햄스터가 되어버린

상햄을 키우게 된 난 하행.


어제는 어쩔 수 없이 상햄을

기어스테이션까지 데리고 갔지만

오늘부터는 상햄을 안전한 집에 놔두고

나 혼자 출근하게 되었어.


어제는 하도 정신 없기도 했고,

햄스터 모습이라도 같이 출근하고 퇴근해서

잘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역시 항상 내 옆에서 같이 일하던

형이 없으니까 너무 쓸쓸해...



" 훌쩍... 상햄 보고 싶다...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



아침에 내가 밥그릇에 채워준

해바라기씨나 아몬드를 먹고 있을까?

아니면 신나게 쳇바퀴를 타고 있을까?

그것도 아니면 계속 은신처에서 자고 있을까?


하아... 상햄 걱정 때문에 일이 손에 안 잡혀.


그러고 보니, 내가 집의 창문은

잘 닫고 나왔던가...?

혹시 안 닫은 채로 있다가

집 밖의 야생 쌔비냥이 들어와서

상햄을 물어가면 어쩌지?!


으아아 안돼 안돼~!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 홈캠이라도 달아둘걸!


물론 상햄이라면 위험을 감지하고

금방 안전한 곳으로 숨을 테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아흑... 빨리 퇴근하고 싶어...

상햄 보고 싶어어ㅠㅠ






삐삐삑- 삑삑삑-

띠로롱~


철컥-



" 상햄~ 나 왔어~! "


! 쮜직- 찍찍- 쮜이이-


도도도도도♡



드디어 퇴근한 내가

집 비번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까

쳇바퀴를 돌리고 있던 상햄이

후다닥 뛰어나와서 그 작은 몸으로

폴짝폴짝 뛰며 나를 반겨주었어!


난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거의 기절할 뻔 했지만

겨우겨우 정신을 차리고 두 손을 모아

상햄을 올라오게 한 뒤에 검지로

상햄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어.



" 아아... 다행이다, 잘 있었구나!

나 오늘 기어스테에 있는 동안

상햄 네가 걱정되서 죽는 줄 알았어ㅠㅠ

상햄 너는 어때? 혼자 외롭지 않았어? "


쮜이이...



내가 그렇게 물으니까 상햄도 시무룩해져서

두 귀가 꼬깃꼬깃 접히고 수염도 축 쳐졌어.

역시 상햄도 내가 많이 보고 싶었나 봐ㅠㅠ


하아... 직원들 눈치 안 보고

상햄을 기어스테이션에 데리고 갈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 음? 저건... "



순간 장식용 선반 위에 올려놨던

파쪼옥 인형이 내 눈에 들어왔어.



" ! 좋은 생각이 났어! "



나는 그 인형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개조를 좀 시켰어.


그러자 마침내 완성된 파쪼옥 인형탈!

내가 만들었지만 엄청 잘 만들어졌어!



" 자~ 상햄~ 이거 한 번 입어볼래~? "


쮜지직~?



상햄은 내가 두 손으로 살짝 잡아 내민

파쪼옥 인형탈을 보고 잠깐 갸우뚱하더니

곧 탈의 구멍으로 쏙 들어가서 꼬물거렸어.


잠시 후 상햄이 몸을 돌려서

구멍 밖으로 얼굴을 뿅 내밀자



" 아... 아아... "



털썩-



결국 나는 파쪼옥 탈을 쓴 상햄의

치명적인 귀여움을 버티지 못하고

손으로 이마를 턱 짚고 스르르 쓰러져 버렸어.



쮜직?! 쮜이이-!!!



내가 갑자기 쓰러지니까 상햄이 걱정됐는지

파쪼옥 옷을 입은 채로 뿅뿅 달려와

어쩔 줄 몰라서 허둥지둥 하다가

내 얼굴에 작은 두 발을 올리고

분홍색 혀로 핥핥핥 핥아줬어.



" 크흑... 상햄, 그만해...

이미 내 HP는 제로라구... "


쮜이~♡



햐... 이건 반칙이야, 상햄.

넌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


역시 안 되겠어!

이 귀여움은 나만 보기는 너무 아까워!

내일은 이 옷을 입힌 채

기어스테이션에 데리고 가서

직원들에게도 상햄의 정체를 밝히고

상햄의 귀여움을 알려야겠어!






- 라고, 생각했는데...

으흐흑... 나는 정말 바보 멍청이야!

무슨 일이기에 그러냐고?


파쪼옥 옷을 입은 상햄을 내 어깨에 올려놓고

아침에 함께 출근하는 도중에

야생 버랜지나가 상햄을 낚아채 가버렸어!


나는 순식간에 머릿속이 새하얘졌지만

얼른 그 버랜지나를 뒤쫓아가며 소리쳤지.



" 안 돼! 그건 네 먹잇감이 아니야!!

제발 상햄을 돌려줘, 버랜지나!!! "


끼에에에엑-🦅



안 되겠어, 내 달리기 속도로는 도저히 무리야!

나는 주머니에 있던 아케오스의 볼을 꺼내 던지며

그에게 상햄을 되찾아 와달라고 부탁했어.


다행히 아케오스가 하늘을 날아서

버랜지나를 따라잡는데는 성공했는데...



끼야악-!!!🦅


쮜익-?!


" 으악! 안 돼, 상햄-! "



아케오스의 추격에 놀란 버랜지나가

상햄을 잡고 있던 발에 힘을 풀어버렸고

상햄은 그대로 아래로 추락했어.



쮜이이이이-!!!


" 상해애애앰-!!! "



콰다앙-



나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최고 속도로 달려서

상햄이 땅바닥에 떨어지기 직전에

몸을 날려 겨우 상햄을 두 손으로 받아냈어.



쮜이익-! 쮜이이-!!



내가 상햄을 받으면서 아스팔트 바닥에

팔이 쓸려버려 피가 나니까

상햄이 그걸 보고 놀랐는지

또 엄청 큰 소리로 찍찍거렸어.



" 아야야.. 스읍~ 팔 다 까졌네...

하지만 이 정도는 괜찮아, 상햄.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보다 너는 안 다쳤어, 상햄? "


쮜직! 쮜-!



나는 상햄이 버랜지나한테 잡혔을 때

혹시나 그 날카로운 발톱에

상처를 입지는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내가 만들어준 파쪼옥 인형탈 덕분에

안전했던 모양이야.



" 후아~ 정말 다행이다, 상햄.

이대로 영영 너를 잃어버리는 줄 알았어... "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렇게 말했어.

그런데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상햄에게 미안한 마음이 막 몰려와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지는 거 있지?



" 흑.. 흐읍... 정말 미안해, 상햄...

나 때문에 하마터면 네가 죽을 뻔 하고...

다행히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많이 놀랐지?

진짜 미.. 안.. 흐엉... 흐아앙...ㅠㅠ "


쮜.. 쮜이이-! 쮜지익-!!



내가 주변에 사람들 지나가면서

날 흘끗흘끗 쳐다보는 건 아랑곳하지도 않고

바닥에 주저앉아 앙앙 울고 있으니까

상햄이 당황해서 엄청 찍찍거렸어.


그러다가 행인들 중 한명이

서브웨이마스터인 날 알아보고

내게 다가오면서 괜찮냐고 물으니까

상햄은 재빨리 내 코트 안주머니로 숨었어.


나는 그 사람에게 괜찮다고 말했지만

내 생각보다도 팔이 너무 크게 다쳐서

결국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직원들에게 전화해 오늘은 나도

출근하기 힘들다고 전해뒀어.


집에 돌아오니 그제야 숨어있던 상햄이

주머니 밖으로 나와서

붕대를 감은 내 팔을 타고 올라와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나를 쳐다보았어.



" 상햄... 난 괜찮아.

그보다 너야말로 그렇게

큰 일을 당해서 많이 놀랐을 텐데,

이만 은신처에 들어가서 좀 쉬도록 해. "


쮜이- 쮜!



상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또 분홍 혀로 내 붕대 감은 팔을

핥핥 핥아주었어.


상햄... 내 욕심 때문에

널 위험에 빠뜨렸는데도

너는 너 자신보다

나를 더 걱정해 주는구나...


정말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 휴우... 역시 외로워도

상햄 너랑 같이 출근하는 건 무리겠네...

내일부터는 다시 나 혼자서 힘내볼게. "


쮜...



상햄은 자신이 햄스터가 된 것 때문에

날 두 배로 고생시킨다고 생각해서 시무룩해졌나봐.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아도

내 형이 하는 생각은 분명히 알 수 있어.


나는 한껏 풀이 죽어있는

상햄을 쓰다듬어주면서 말했어.



" 괜찮아, 상햄.

그래도 이럴 때가 아니면

평소에 그렇게 무뚝뚝한

네가 이렇게 애교부리는 모습을

언제 또 보겠어?

그러니 너무 미안해하지 마.

네가 햄스터가 된 건 네 잘못이 아니니까. "


... 쮜이-!



그래, 비록 우리에게

남들은 평생을 가도 겪지 못 할

이런 기이한 일이 벌어졌지만

그건 절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나는 그저 상햄을 대신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야지.


나는 아직도 시무룩해하는 상햄에게

분위기 전환을 시켜주기 위해

밝은 목소리로 말했어.



" 있잖아 상햄, 간식 먹을래?

내가 어제 퇴근하면서

햄스터 전용 간식을 잔~뜩 사왔거든!

아마 너도 엄청 마음에 들거야! "


쮜직! 쮜이익~♡






상행이 햄스터가 된지도 벌써

일주일째가 되었어.


나는 그동안 혼자 기어스테이션의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저녁에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상햄과 놀아주는 것도 잊지 않았지.


비록 몸이 좀 힘들긴 하지만

상햄이 내 손 위에 올라와서

발랑 배를 까고 누워서

내가 주는 간식을 받아먹는 모습을 보면

하루의 피로가 사르르~ 가지 뭐야?


그런데 그래서일까?

상햄이 처음보다 몸매가

좀 더 동글동글해진 것 같아...


으음... 에이, 뭐 이정도는 괜찮겠지!

그만큼 쳇바퀴도 열심히 타니까 말이야!


있잖아, 그거 알아?

상햄은 내가 손에 쥐고

자기 몸을 조물조물 만져주는 걸 좋아해!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까

그걸 '떡 빚기' 라고 표현한다나 뭐라나~


그냥 한 손으로 조물거리는 것도 좋아하지만

한 손 위에 납작 엎드려서

다른 손으로 등을 마사지 해주면...

눈이 마치 10시 10분을 가리키는

시곗바늘 모양 같아져서 너무 귀여워!


그리고 내가 그때 상햄에게 만들어줬던

파쪼옥 인형옷은 버랜지나의 발톱에

다 찢어져 버려서 더 이상 쓸 수가 없게 되버렸어...


그래서 집에서 입힐 다른 옷들을 만들어주려고

포켓몬 인형들을 잔뜩 사왔는데

햄스터라 그런지 역시 데덴네 옷이나

모르페코 옷, 빠모 옷이 잘 어울리더라고!


물론 다른 전기쥐 옷들도 잘 어울리긴 하지만

그 세마리 옷이 가장 예쁘고

상햄도 제일 좋아하는거 같아!


그래도 오래 입히고 있을 순 없어...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온 몸이 털덩이기 때문에

계속 입고 있으면 체온이 너무 올라가거든.

그래서 SNS용 사진만 찍고 얼른 벗겨주곤 해.


있잖아있잖아~

하루는 내가 기어스테이션에서

진상 손놈을 하나 만나서

짜증이 엄청 나있었어.


그런데 상햄에게는

그 감정을 드러내기 싫어서

집 앞에서 심호흡을 하고

웃는 모습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어.



쮜이익- 찍찍!



세상에... 내가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상햄이 도도도

뛰어나와서 내 바지에 찰싹 달라붙었어!


그리고 엄청나게 찍찍거리면서

무슨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냐고 묻더라ㅜㅜ

역시 나를 생각해주는 건 내 형뿐이야~






흠... 그래...

물론 다 좋긴 한데,

그래도 이제 슬슬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때도 되었는데 말이지?


그런데 어떻게 해야 돌아올 수 있는건지

전혀 감도 못 잡겠어...


나는 평소처럼 퇴근 후에 저녁밥을 먹고

상햄을 손에 올린 채 쓰다듬고 있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 ... 있잖아, 상햄.

조금 엉뚱한 생각이긴 한데...

디X니 클리셰마냥 그걸 한 번 시도해볼까? "


쮜-?



나는 상햄을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두 손으로 상햄을 뒤집은 채로 감싸쥐고

내 입 쪽으로 가져왔어.



쮜익?! 쮜지지이이익-!!!



상햄은 내가 뭘 하려는 건지 눈치채고

급히 작은 두 손을 쭉 뻗어서

내 입술에 대고 바둥거렸어.



" 에에~ 상햄 원래대로 안 돌아가고 싶어?

물론 뽀뽀 한 번 한다고 그게 될리도 없겠지만

그래도 뭐라도 시도해 봐야지~

속는 셈 치고 딱 한번만 해보자, 응? "


쮜... 쮜익...



상햄은 결국 마지못해서

날 밀어내던 손을 거두고

두 눈을 꼭 감았어.



" 좋았어, 그럼... 한다? "


쮜...



쪽♡



퍼엉-!



" 우, 우와악-?!

이, 이게 뭐야?! 콜록콜록! "



이, 이럴수가!!!

내 입술이 상햄의 입에 닿자마자

상햄의 몸에서 엄청난 연기가 펑 피어오르더니

온 방을 뭉게뭉게 채웠어!



" 으아아... 아무것도 안 보여!

상햄, 어디에 있어~?! "


" 하행... 저 여기 있어요... "


" ?! "



이, 이건... 분명 상행의 목소리야!

드디어 상행이 원래대로 돌아왔어!


아니 잠깐...

난 그저 농담이었는데...

진짜 이게 된다고?!


어쨌든 연기가 걷히고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상행은 보이지 않았어.



" 상행~ 너 돌아온 거 아니야?!

왜 안 보이는 거야?! "


" 부, 부끄러워서... "


" ... 에? "



내가 상행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 크흑... 하행... 죄송하지만

제 옷 좀 가져다 주실래요...? "



어... 아무래도 상행이 원래대로 돌아올 때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 상태로 돌아왔나 봐...

창가 쪽에 딱 붙어서 커튼을 둘둘 두르고 있네...



" 으, 으응... 상행.

조금만 기다려 줘... "



나는 상행의 옷을 가지러 방으로 들어갔어.



***



으음... 하행이 방에 들어간지 꽤 되었는데...

왜 아직도 나오지 않는 걸까요?



" 저기... 하행~? 아직 멀었습니까? "



혹시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요?


크읏... 더는 기다리고 있을 수 없겠어요.

커튼을 놓자마자 방으로 뛰어들어가서

이불을 몸에 두르고 하행을 찾아봐야겠습니다.



후다닥-



파밧-



휴... 다행히 성공했군요!

그럼 이제 옷을 입고 하행을-



... 쮜이익...



" ?! "



이.. 이 소리는... 설마...



토돗.. 토돗.. 토돗..



쮜이...



이럴수가...!

이번에는 하행이

햄스터가 되어버렸습니다!!!



" Oh, my god! 하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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