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두 사람은 각인을 했어. 백현이는 센티넬이 힘이 세다는 걸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절감할 줄은 몰랐어. 백현이는 완전 나가떨어졌어. 연휴라 다행이었지. 온몸이 얼얼했어. 몸에 온통 붉은 자국에다가 말로 할 수 없는 곳은 어찌나 질척한지. 후폭풍이 장난 아닌데도 웃음은 나오는 거야. 자기 손목에 새겨진 찬열이 이름 보니까 진짜 자기가 찬열이 사람 된 거 같아. 그리고 찬열이 손목에 자기 이름 보니까 찬열이도 진짜 자기 거 같구. 이 잘생긴 애가 내거라니. 그게 너무 좋아서 손목에 있믄 이름끼리 부비부비 장난을 치는데 찬열이 그거보고 또 눈빛 바뀌어서 달려들지. 백현이는 목이 완전 나가버렸어. 진짜 너무 피곤해서 손하나 까딱하기 싫었어. 찬열이는 그런 백현이 안아다가 씻기고 뽀송한 침대가 있는 방으로 백현이 모셔갔지. 물이랑 과일 조금 가져와서 일일히 먹여줬어. 그렇게 몰아세우던 사람은 어디가구. 다시 제가 알던 찬열이로 돌아와서 백현이 손짓하나에 벌벌 떨면서 물 줄까? 과일 줄까? 죽 좀 끓여오라할까? 하는 게 너무 귀여웠어. 백현이 고개 젓고는


"다 됐고 뽀뽀해줘.“


하는데 찬 눈빛 이글거리는 거 보고


"뽀뽀만이야! 뽀뽀만!“


하고 기겁했지.


순서가 조금 바뀌기는 했지만, 둘은 알콩달콩 연애를 시작했어. 둘만 있어도 좋긴 했지만 사람 맘이란 게 점점 욕심이 나는 법이잖아? 그래서 백현이는 자꾸 이것저것 하고 싶은 거야 찬열이랑. 혈기왕성한 나이의 첫 연애니까 말 다했지. 그래서 바깥에서 데이트하자고 찬열이를 조르고 졸랐어. 다른 건 다 백현이한테 맞춰주는 찬인데 이것만은 단호하게 안된다고 하는 거야. 백현이는 내심 그게 좀 서운해. 같이 심야영화도 보고싶고, 손잡고 길거리도 걷고싶고, 요즘 유행하는 인형뽑기도 같이 해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다 못하잖아. 아무래도 예민한 센티넬이니 나가기 싫은 것두 이해되는데 자기가 아프다고 하면 손도 잡아주고 뽀뽀도 해줄 건데... 내 가이딩이 못미덥나?하는거지. 찬열이도 백현이가 옆에 있어주면 덜 고통스럽긴한데 그래도 사람 많은데는 여전히 힘들기도 하고 나갈 때는 거의 임무로 나가는 거 였으니 나가는 행위 자체에 좀 거부감이 드는 거지. 백현이에게 미안해하면서도 쉽사리 같이 나가겠다고 말이 안 나와. 그래도 찬열이는 백현이를 너무 좋아하니까 결국 져버리지. "그럼 내일 금요일이니까 학교로 데리러갈게. 대신 자고 가야돼. 밤새 가이딩 해줘."한다. 찬열이는 협상을 아는 남자였지. 밤새 가이딩이라는 말에 잠깐 움찔하는 백현이지만 알았다고 좋다고 고개를 끄덕끄덕하지. 그만큼 야외 데이트가 하고 싶었거든. 다음날 백현이는 또 신나서 학교로 가지. 다 죽어가던 애가 요즘 막 얼굴이 폈거든. 종대랑 경수가 막 꼬치꼬치 캐물어.


"너 그때 그 여자애랑 잘됐지?"


옆구리 콕콕 찌르면서 묻는데 백현이는 그냥 얼굴 빨개져서 입술만 깨물고 있지.'//ㅅ//' 이렇게. 종대랑 경수는 아 얘가 잘됐구나 싶어서 막 놀리면서도 축하한다고 해주지. 찬열이랑 사귀는 거까지 자세한 거는 모르지만 축하도 받고 오늘 데이트도 한다고 하니까 백현이는 너무 신이나. 오늘은 선생님 말씀 미쳐 끝나기도 전에 가방 다 싸서 책상 위에 올려놓고 다리 한쪽은 책상 밖으로 빠져나와있어. 빨리 뛰어가서 찬열이 만나려구. 선생님 말씀 끝나자마자 진짜 쏜살 같이 백현이가 나가. 전교에서 일등으로 운동장 가로질러서 달려가. 학교 앞에 익숙한 찬열이네 차 보구 신나서 바로 올라탄다. 타자마자 차는 출발하고 백현이는 거친 숨 몰아쉬어.


"왔어?“


하고 찬열이가 말하는데 숨차서 대답도 못하고 그냥 좋아서 말갛게 웃으면서 고개만 끄덕였어.


"왜 뛰어왔어, 힘들게."


하구 찬열이가 앞머리 정리해주는데 백현이 여전히 거친 숨 내쉬면서


"빠, 빨리 빨리, 보려구!“


하고 웃겠지. 찬열이는 그 미소에 심장 내려 앉는 거 같고, 이렇게 좋아하는데 진작 나올 걸 싶어가지구 찬열이는 괜히 마음이 짠해. 평범한 사람이랑 만났으면 이런 데이트같은 건 진짜 매일할 수도 있을 텐데 싶어서. 그래도 절대로 다른 사람 옆에 있는 꼴은 못보는 찬열이... 혼자 상상하다가 괜히 인상 찌푸린다. 그니까 막 백현이 깜짝 놀라면서 찬열이 얼굴 쓰담쓰담해주지.


"벌써 아파? 찬아? 그냥 집에 있을 걸 그랬나... 들어갈래?"


찬열이 사실 아프지도 않으면서 백현이 손길 좋아서 일부러 끙끙거리면서 백현이 안아서 제 무릎 사이에 앉히고 목덜미에 얼굴 파묻는다.


"아니야, 잠깐만 이렇게 있자."

"으응, 언제든지 아프면 얘기해야해."

"괜찮아, 백현이 있잖아.“


하고 꽁냥대면서 영화관으로 향하지. 백현이 원래 영화보는 거 되게 좋아하거든. 여친이 생기면 첫 데이트는 꼭 영화 봐야지! 했었어. 좀 뒤늦기는 했지만 어쨋든 정식 첫데이트로 영화를 보러왔지. 찬열이가 고른 영화는 센티넬 무비였어. 본인이 센티넬이니 잘 알기는 하지만 일반인들은 센티넬이랑 가이드를 어떻게 보고있나 궁금해서 한 선택이었지. 적당한 액션도 있고 러브라인도 나오는 무비였지. 센티넬의 역을 맡은 사람은 내로라 하는 인기배우였는데 솔직히 백현이 눈에는 찬열이가 만 배정도는 더 잘생긴 거야. 그래서 팜플릿 보다말고


"우리 찬열이가 더 잘생겼는데... 그치?"


하고 의도치 않은 귀여움을 떨지. 찬열이 진짜 바스러져라 안고 싶은거 꾹 참고 잡고 있는 손에 살짝 힘 줬다 풀지. 바깥 데이트가 다른 의미에서 참 위험하구나 싶어. 찬열이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백현이는 팝콘이며 나초며 사기 바빠. 품 가득히 먹을 거 사들고 가면서도 찬열이랑 붙어 있으려고 애쓰는 백현이가 찬열이는 너무 예쁘지. 둘이 앞에 앉아서 잠깐 얘기하다가 영화시간이 다되어서 안으로 들어왔어. 나란히 앉아서 영화를 보기 시작하는데 찬열이는 백현이만 신경 쓰이고 만지고 싶어 죽겠어. 근데 백현이가 너무 영화를 재밌게 보니까 방해하기 싫어서 백현이만 보면서 꾹 참고 있지. 영화를 보고 있던 백현이가 찬열이 시선에 고개를 돌려. 드디어 자기 \를 봐주나 싶었는데 백현이는 무심하게


"왜? 찬열이 팝콘 먹을래?“


하면서 찬열이 입에 팝콘 넣어준다. 사실 찬열이는 이런 거 잘 안 먹어. 짠맛이고 단맛이고 기름 냄새고 가이딩 받는다 치더라도 너무 강해서 역하거든. 근데 백현이가 주니까 마냥 좋아서 그걸 얌전히 다 받아먹었지. 속이 좀 느글느글한데 영화에 집중하다가도 자기 팝콘 주려고 한 번씩 돌아보는 눈길이 너무 좋아서. 하얗고 긴 손가락이 자기 입술에 닿는 것도 좋았고. 각인까지 하고나면 가벼운 가이딩들은 시들해진다는데 자기는 왜 이렇게 미치도록 좋은지 모르겠어. 막 감정이 터져 나와서 백현이 이케저케(?) 요물조물(?)하고 싶은데 못하니까 장난반으로 백현이 손가락을 앙하고 깨물어버렸지.


"모야! 하지마~ 영화 봐야돼“


하고 백현이가 소근소근하는데 찬열이 괜히 영화에도 질투가 나는 거야. 그래서 손가락을 쪽쪽 해버렸어. 바르작거리던 백현이가 잠잠해지고 아랫입술 깨물고 소리 참는 게 보이는 거야. 그래도 명색이 첫데이트고 또 언제 나올 수 있을지 모르는데 너무 장난이 심했나 싶어서 입에 머금었던 손가락 빼내고 손등에 촉하고 버드키스한 담에 깍지 껴서 잡지.


"미안, 영화 보는 데 방해해서. 너무 좋아서 그랬어. 이제 꾹꾹 참아볼게."


하는데 백현이 자기가 넘 좋아서 그랬다니까 어떡해. 밉지 않게 찬열이 흘겨보고는 다시 영화보지. 근데 영화에 집중은 안되구 빨리 뽀뽀하고 싶다는 생각만 잔뜩이라 죽겠는 거지. 근데 정작 자기 불 지핀 찬열이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잖아. 괜히 억울해. 그런 마음이야 찬열이가 훨씬 더 큰데 백현이 위해서 억누르고 있는 건데. 백현이야 알리가 없으니까 막 억울해. 그래서 복수해줘야 겠다는 마음으로 모르는 척 찬열이가 잡은 깍지 풀어서 찬열이 손등이고 손바닥이구 슬슬 쓸어. 움찔움찔하는 찬열이가 보이니까 백현이는 재밌어서 점점 대담해져. 요정 귀가 빨개지고, 찬열이가 애타는 목소리로


"백아, 이러면 나 못참아...제발..“


하니까 백현이가 볼멘소리로


"누가 참으랬나...“


하는 거야. 그 말에 눈빛이 돌변한 찬열이한테 입술이 잡아먹힌 건 순식간이었지. 영화관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 면서 두 사람이 숨죽이고 입을 맞췄어. 더한 것도 했는데 왜 이렇게 머리가 팽팽 도는 지 모르겠어. 정신없이 입을 맞추다가 보니까 어느새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어. 통통해진 입술로 서로를 보다가 그냥 웃어버렸지.


"영화 디비디로 봐야겠다."

"이제 찬열이랑 영화 안볼건데."


하니까 찬열이 굳어져서


"왜? 그럼 누구랑 볼건데.."

"찬열이랑 보면 맨날 뒷부분을 못보잖아. 이제 영화는 못보는거지. 다른 사람 누구랑 봐! 못보게 할거잖아."


센티넬들의 어마무시한 집착은 교육 때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백현이라 잘 알고 있었지. 찬열이도 딱히 부정은 안해. 미안하지만 다른 사람이랑 보라고도 못하겠고 백현이를 안 만지겠다고도 못하겠고. 끙끙거리고 있으니까 백현이가 얘기해.


"영화 못보게 했으니까 아이스크림 사줘.“

"으응! 사줄게, 다 먹어.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찬열이랑 백 이는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에 왔어. 백현이가 찬열이한테 아이스크림 고르라니까 자기는 됐다면서 고개를 저었어. 백현이는 알겠다고 하고 자기거만 시켰지. 진짜 맛있는데... 아까도 보면 팝콘도 자기가 먹여줄 때만 먹고 집에서도 뭐 먹는 걸 잘 못본 거 같아 단순히 단걸 안 좋아하나? 싶어서 더 이상은 권하지 않았어. 찬열이는 맛있게 아이스크림 먹는 백현이를 바라봤어. 자기입장에서는 직접 먹는 거보다 먹는 백현이 보는 게 훨씬 더 즐겁거든. 센티넬들한테는 먹는 게 맛을 느끼는 행위라기보단 그냥 영양섭취에 불과해서 즐겁게 먹는 백현이를 보면 자기도 덩달아 즐거워져. 백현이는 단걸 싫어하나 싶다가도 자기 먹는 거 너무 뚫어져라 보니까 물어봐.


"한입 먹을래?"


찬열이는 고개 끄덕이고 백현이 입가에 남아있는걸 쓰윽 핥아먹어. 그리고 "맛있네."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지. 백현이 얼굴 새빨갛게 되가지고 말도 못하고 어버버해.


"너, 너, 완전 바람둥이....!"

"바람둥이 아닌데..."

"내, 내가 처음이라는 것도 완전 거짓말같아... 완전... 너..."


백현이 멘탈이 더 이상 수습불가라 찬백현이들의 첫데이트는 아이스크림 키스로 끝이나. 그리고 찬열이는 바깥 나들이가 힘들었단 핑계로 백현이에게 밤새(!) 가이딩을 받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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