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드림 합작

3분기_가을

러브 앤 프로듀서

주기락 x 류단

 

* 러브 앤 프로듀서 주기락 관련 네타 있습니다.

* 러브 앤 프로듀서 중국판 시즌 18까지 번역 네타를 본 상태라 그것과 관련된 네타가 존재합니다.

 

  얇은 옷가지가 피부를 덮는 나날이 시작되었다. 단은 품으로 스며드는 바람을 느끼며 옷가지를 더 단단히 여몄다. 단은 지금 지하철을 타고 콘서트장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이번 콘서트에는 반드시 와줬으면 좋겠다며, 기락은 직접 티켓까지 쥐어주었다. 반개월 전 열린 라이브에도 초대 받았지만 하필이면 그 전날, 일로 인해 연모시를 벗어나야만 했다. 그 날 라이브 티켓을 가만히 쥐고 있었다. 이번에는 각별히 조심해서 날짜를 비워뒀다. 린에게서 받은 콘서트장 경비 관련 문자를 읽으며 단은 지하철 차창 밖을 보았다. 마침 지하철은 강 위를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강물은 검푸른 색을 띄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본 것도 단에게는 몇 개월만의 일이었다. 강 옆으로 보이는 연모시는 이제 단풍과 은행에 물들어서 일출과 같았다. 단은 그 모습에서 기락을 떠올렸다. 그가 가진 금발은 태양을 닮았다. 그 자체가 그랬다. 단은 종종 유연이 기락을 얘기할 때 비유하는 그 단어에 무척 공감했다. 해사하게 웃는 얼굴은 그 머리와 어우러져 햇빛이 쏟아져내린 수면처럼 반짝이곤 했다. 강물에 비친 햇빛을 내려다보며 단은 입꼬리를 올렸다.

  핸드폰이 울렸다. 기락으로부터의 연락이었다. 중앙대로역까지 이제 2정거장이 남았을 무렵이었다. ‘어디까지 왔어요?’ 문자에는 기대감마저 어려 있었다. 단이 답장을 보낸 지 1분도 안 되어서 기락이 문자를 보내왔다. ‘얼른 와요. 페레로씨에게 주고 싶은 게 있단 말이야.’ 뭐냐고 물었지만 기락은 대답하지 않았다. 벌써 가르쳐주면 재미가 없지 않느냐는 말에 결국 단은 포기하고 콘서트장에서 보기로 했다. 콘서트장에 도착하자마자 린에게 연락했다. 5분 후에 뒷문으로 나타난 린은 맨 얼굴이었다. 단은 린을 보며 눈을 깜박였다.


  “이번엔 마스크는 안 쓰나 봐?”
  “밖에 나올 때는 안 써. 그래야 팬들이 모르거든.”
  “기락씨 팬들이 어지간히 귀찮게 하나보네.”

  “한 번 붙잡히면 벗어나기 힘들더라고.”

  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단은 되도록 자신의 얼굴이 노출되지 않도록 마스크를 쓸까 생각하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기락과 아는 사이가 된 이상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전 세계에 팬이 있는 그를 따라 그 주변에도 시선이 머물곤 했다. 단은 그렇기에 일부러 같이 SNS를 하자는 기락의 제안을 거절했다. 자칫하면 단의 상담실에 환자보다 기락의 팬들이 더 많아질 수도 있었다. 그 말을 듣고 그는 바로 수긍했다.

  린이 대기실에 도착하자마자 문을 열었다. 화장대 앞에 기락이 앉아있었고 그 옆에 매니저가 서있었다. 기락이 단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뛰듯이 다가왔다. 잘생긴 얼굴 가득 담긴 기쁨을 보고 단은 수줍게 웃었다.


  “페레로씨, 어서 와요! 3개월만이죠!”
  “보아하니 그동안 잘 지낸 것 같네.”


  대기실 안으로 단이 먼저 들어가고 린이 뒤에서 문을 닫았다. 대기실 안 화장대에는 4개의 컵이 있었는데 이들 말고도 누군가가 있다가 간 모양이었다. 대기실을 둘러보는데 기락이 입술을 비죽 내밀며 말했다.


  “당연히 잘 못 지냈죠!”

  “날 못 봐서?”
  “그럼요! 전 페레로씨를 못 보면 시름시름 앓는 병에 걸리고 말았어요.”

  “저런. 그럼 이제 다 나았겠네? 이렇게 내가 나타났으니?”
  “리허설 전까지 제 옆에 있어주면 말끔하게 나을 거예요.”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능글맞아졌을까?”
  “페레로씨랑 같이 있고부터?”

  단은 눈꼬리를 접으며 웃었다. 기락은 주머니에 엄지를 넣은 채 서서 살짝 허리를 구부렸다. 린이 둘의 옆에 서서 허리에 손을 짚었다. ‘둘만의 세상이네. 우린 나가봐도 되지?’ 깜짝 놀란 단이 눈을 휘둥그레 떴고, 기락이 ‘그러면 고맙죠.’ 하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매니저가 한숨을 내쉬었고 린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있었다. 조금 있다가 데리러 오겠다며 매니저가 나가고 그 뒤를 린이 따랐다. 단은 문을 보았다가 화장대를 보았다가 다시 기락을 보았다. 기락이 마침내 둘만의 시간이라며 즐겁게 웃었다.


  “그렇게 좋아?”
  “당연하죠. 페레로씨랑 함께 있고 싶었는걸요.”


  단은 긍정하는 대신 고개를 살짝 기울여서 기락의 머리와 옷을 보았다. 리허설은 아직 하지 않았음에도 기락은 메이크업을 갖추고 무대 의상을 입고 있었다. 단의 시선을 따라 아래를 본 기락이 첫 무대 의상이라고 웃었다. 검은 라이더재킷 덕분인지 유난히 그의 머리카락과 파란 눈이 돋보였다. 보는 사람마저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바다가 떠올랐다. 3개월 전에 갔던 바다는 뜨거운 공기 아래 푸른 수면을 반짝이며 연신 밀려들어왔던 기억이 났다. 그 때 기락이 준비했던 수박이 떠올라서 군침을 삼켰다.


  “기락씨, 이번 가을에 시간 괜찮아?”
  “당장 2주 뒤 주말에는 시간 비어요.”
  “그럼 같이 바다에 갈래?”
  “바다?”
  “전에 같이 갔었잖아. 여름 바다도 좋았지만, 가을 바다도 기락씨랑 같이 즐겨보고 싶어서.”
  “좋아요!”

  밝게 웃는 모양을 보고 단도 마주 웃었다. 기락이 웃는 걸 보고 있으면 어느새 따라 웃게 된다. 웃음의 전염성과 관련된 책을 떠올리며, 단은 사실 기락은 온 몸에 웃음으로 가득차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바다에 가서 무엇을 할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기락과의 문자를 떠올렸다.


  “줄 게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아, 맞다. 깜빡했네. 잠시만요.”

  기락은 그렇게 말하더니 탁자 위에 놓아둔 가방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 단은 건네받은 상자를 보았다. 노란 리본으로 곱게 포장된 상자는 제법 무게가 있었다. 리본을 풀고 뚜껑을 열자마자 단은 감탄사를 터트렸다.


  “이거 노이하우스잖아?”
  “이번에 유럽에서 투어가 있었잖아. 거기 간 김에 벨기에에 들러서 사왔어요.”
  “일부러 나 때문에?”
  “페레로씨가 전에 노이하우스 얘기를 했었던 게 생각났거든요.”


  단은 초콜릿과 기락을 번갈아 보았다. 기락은 자랑스러운 듯 뿌듯한 얼굴로 단을 보고 있었다. 이거 사려고 매니저 형 따돌리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며 하소연까지 했다. 고맙다는 말이 가슴 언저리까지 올라왔지만 목이 메어서 잘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단은 기락을 끌어안았다. 기락의 몸이 뻣뻣해지는 걸 느끼며 잘 먹겠다고 말했다.


너무 오랜만에 쓴 글이라 여기저기 엉성합니다.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고치겠습니다.

글 쓰는 사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름비와 같은 글이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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