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빙은 그냥 소장본 완성도를 위해 행사장 발매가 아니라 9월 말까지 통판으로 판매하려고 합니다. 부스를 펑크낼 수는 없으니 급 새로운 책을 쓴답니다... 관윱찬윱 엔솔도 참가하고 불태우며 보내는 8월^^;;


수요조사 폼


<2019.8.17. 중넓끝죽> 무03 부스에 나올 수도 있는 관윱 개인지 수요조사 폼입니다.

관우가 수배자로 떠돌 때 노식스쿨의 유비랑 만났다는 설정.

a5 | 소설 | 떡제본 예정 | 62p | 6000- 7000원 예정 | 전연령가

반드시 구매하실 분만 폼 작성 해주세요. 정말 소량으로만 뽑아 현판분 거의 없을 예정입니다.

지금부터 쓰니까 예정대로 행사장에 나온다는 전제하에 2020년 1월 1일 포타 유료 판매로 올립니다.



관우가 가뭄에 우물 독점하는 토호 죽이면서 도망자가 되었다는 설화 차용했습니다.



[관윱] 이름(名) 샘플



계절은 늦봄이다. 하루 종일 걸음을 재촉했는데도 탁현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해가 지기 시작했다. 진한 주홍빛으로 물들어가는 푸른 하늘 아래에서 집집마다 밥 짓는 연기가 가득하다. 완전히 해가 저물기 전 그를 고용해 줄 곳을 찾아야만 한다. 여비가 모두 떨어졌다. 아마도 큰 시장을 낀 객잔이 적당할 거다. 일손이 급한 곳은 사람의 신원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 아직 관례도 치르지 못했지만, 어느 성인보다도 건장하고 튼튼한 그를 싫어하는 고용주는 없었다. 우람한 팔뚝으로 한 번에 쌀 네 가마니를 번쩍 들어 옮기는 것을 보여주면 모두 두 손 들고 환영한다. 그 같은 어린 소년이 일가친척도 없는 탁현에 흘러들어 온 것도 괴이하게 여기지 않으리라. 요즘은 시대가 흉흉해서 부모를 잃고 떠도는 고아가 많다. 혹시나 해서 수염을 기르고 있기 때문에 수배전단지 속 얼굴과 지금 자신을 똑같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전단지 속 매끈한 얼굴에 비해 지금 그의 얼굴은 까칠하게 수염이 자랐다.


두리번 거리며 걷던 중 갑자기 길 한 구석에 있는 나무쪽으로 시선이 간 것은 담배 냄새 때문이었다. 장정 한 사람이 온 팔을 뻗어 감싸면 겨우 안을 수 있을 듯한 도화나무 여럿. 가지마다 달린 꽃색은 여인의 분처럼 은은한 분홍빛이다. 그중 한 그루 밑에 서서 담배 피고 있는 소년을 발견한다. 물을 풀어 놓은 것 같은 부드러운 빛깔의 풀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 그와 비슷한 연배인 듯 싶으나 조금 더 어린 것 같기도 하다.


불씨가 나무에 튀면 어떻게 하려고,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못마땅하게 소년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느낀 듯 소년이 그를 보았고 둘의 눈이 마주쳤다. 그는 순간 아연한 기분이 되었다. 수염도 나지 않은 앳된 얼굴이 갑자기 험상궂게 일그러졌기 때문이었다. 소년은 그가 마치 부모의 원수라도 되듯 사납게 노려보더니 이어 바닥에 퉤 가래침을 뱉었다. 피던 담배꽁초를 거칠게 발바닥에 던진 채 발로 아무렇게나 짓밟는다. 뿐만 아니라 머리 위 꽃이 가득 달린 한 꽃가지를 난폭하게 두둑 뜯어내며 뒤돌아섰다. 뒷모습을 보아 꽃냄새를 맡는 모양이었지만, 이내 다시 등 뒤로 꽃가지를 홱 던진 채 그를 신경 쓰지 않고 떠나갔다. 그는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소년의 등을 그저 넋 놓고 바라보았다. 소년은 어느 커다란 기와집으로 들어갔다. 그가 입고 있는 옷에 써진 글씨가 뒤늦게 시선을 사로잡았다. 파란색과 진분홍색 위에 새겨진 노(盧). 유비와 고우의 첫 만남이었다.







“어째서 혼자 이곳까지 오게 된 거야? 아직 어려 보이는 나이인데? 부모님은 어쩌고?”


객잔 주인이 하는 말에 그저 가만히 있었더니 역시 혼자 도적떼에게 부모를 잃었냐며 위로한다. 주인은 옷 위로도 근육이 드러나는 고우의 몸에 큰 관심을 가졌다. 탁현에서 가장 커다란 객잔답게 손님이 많아 일손이 급했다. 심히 내력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채용한다. 이름을 묻기에 대충 관(關)씨 성의 우(羽)라 대답했다. 가명이라기에는 본명과 큰 차이가 없다는 걸 알지만, 아무리 나라에서 쫓는 몸이라고 해도 부모가 지어주신 이름을 함부로 버릴 수 없었다.


그는 사람을 죽이고 도피 중인 수배범이었다. 고향 하동에 가뭄이 크게 들었다. 마을 어르신들이 천재지변은 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니, 하늘이 나라의 잘못된 정치를 경계하기 위해 내리는 벌이라고 말했다. 자연의 이치는 모르겠으나, 만약 정말 하늘이 황제를 징계하기 위해 비를 내리지 않는다면 하늘이야말로 정말 용서할 수 없는 흉적이었다. 몇 해나 황제가 잘못서고 급기야 조정이 환관들의 손에 떨어져 백성들이 잘못된 정치로 고통 받고 있었다. 천벌을 내려 그들을 모두 일시에 죽이지 못할지언정, 이렇게 가뭄을 내려 백성의 고통을 더 하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비는 오래도록 내리지 않고, 주변 강물도 바싹 말라 물줄기가 끊겼다. 사람은 물 없이 살 수 없다. 그나마 마을 한 가운데 있던 우물 하나가 희망이었다. 그렇지만 온 마을 사람이 의지하기에는 너무 작은 우물이었다. 우물마저 말라버릴까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을 때, 갑자기 마을 토호가 사병에게 우물을 빙 두르고 보초를 서게 했다. 목이 말라 죽겠다며 제발 한 모금만 달라 애원하는 사람들을 창칼로 위협했다. 토호는 우물을 지킨다는 핑계로 홀로 독점하려 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관청에 찾아갔으나 관리는 오히려 토호의 평을 들으며 본체만체했다. 물이 뻔히 저기 있는데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고우는 도저히 그 꼴을 지켜볼 수 없었다.


감히 어디서 아이가 어르신이 하시는 일에 나서냐고 했다. 토호가 만나주려고 하지 않아, 억지로 힘으로 뚫고 찾아갔다. 토호는 마을 사람들에게 우물을 돌려달라는 그의 요청을 비웃었다.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주제에 우물을 독점하는 자신의 작태를 범인은 모르는 어진 자의 큰 뜻인양 굴었다. 화가 나서 머리가 새하얗게 되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고우는 맨 주먹으로 그를 죽인 뒤였다. 사람이 그렇게 덧없이 죽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


사람을 죽였다, 내가. 멍하니 있는 그를 신고 받고 찾아온 관군들이 체포했다. 토호의 가족들이 울부짖으며 고우를 때렸다. 어째서일까, 그들이 흘리는 비통한 눈물을 보는데 고우의 피가 분노로 뜨거워진 것은. 관군들은 고우의 양팔을 붙잡고 끌고 갔다. 백성의 울부짖음을 외면하며 문을 걸어 잠궜던 관청이 토호를 위하여 활짝 열려 있었다. 길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울고 계시는 부모님을 한 눈에 발견한다.


한 발자국, 다시 한 발자국. 걸음마다 머리가 차갑고 맹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잘못했나? 사람을 죽였다. 하늘이 내린 목숨을 해쳤으니 죄가 맞다. 하지만 그놈이 아무 일도 없던 무고한 사람이었나? 창칼만 직접 안 들었을 뿐 놈은 마을 사람들을 모두 말라 죽이려고 했는데. 애초에 관군이 나서서 처음에 토호를 제지했다면…….


관군을 밀치는 것은 쉬웠다. 그들은 고우가 체포되었을 때부터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방심하고 있었다. 아직 어린 고우의 힘이 그렇게 강한 지도 몰랐다. 도망치는 그를 위해 마을 사람들이 길을 열어주었다. 관군을 적극적으로 막아서는 부모님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 거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때부터 내내 가명을 쓰고 관군의 추격을 피해 도망 다녔다.


벌써 반년이 지났다. 친인척은 모두 하동에 산다. 수배범이니 그의 얼굴을 뻔히 아는 고향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 하물며 부모님조차도 없는 곳을……. 그렇게 고우는 떠돌다 유주 탁현으로까지 흘러 들어온 것이다.


“저 옷은,,,,,”


고우는 막 들어온 상인들의 말을 마굿간에 들여보낸 뒤 객잔 안으로 들어왔다. 객잔은 식당도 같이 겸하고 있었다. 주인의 요리 솜씨가 뛰어나기 때문에 식사만을 위해 찾아온 손님으로도 공간이 북적거렸다. 고우는 처음 마을에 들어왔을 때 보았던 소년과 똑같은 옷을 입은 무리들을 발견했다. 등에 써져 있는 글씨도 똑같았다.


“이리 와서 그릇 좀 치워라.”


가만히 서 있는 그를 발견한 주인이 급히 그를 다른 식탁으로 데려갔다. 처음인데도 쉴 틈이 없이 바삐 일했다. 그는 그러면서 노(盧)라는 글자가 새겨진 옷을 입은 무리의 사람들이 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 중 그 담배를 피던 소년은 없었지만. 딱 한 번 보았지만 지나치게 강렬한 인상 탓에 그 소년은 다시 본다면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가해질 무렵에 글자의 의미를 물어보았다.


“아, 대학생들이다. 모두 노식 교수님의 제자들이야.”


“노식 교수님,,,?”


처음 들어본 이름에 고우가 갸웃거렸다. 주인이 은근히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아주 훌륭하신 분이다. 나라에서 큰일을 여럿 하셨는데 환관들의 뜻대로 돌아가는 조정을 보다 못해 사표를 내셨다고 하지. 이곳 탁현이 고향인지라 여기서 대학을 열으셨어. 그분에게 가르침을 얻기 위해 멀리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제자가 되었고, 다 우리 객잔 단골손님이지. 잘 해드려.”


“대학,,,,,”


담배를 피며 험상궂은 표정을 짓던 그 소년도 대학생이었던 모양이다. 고우는 기초교육기관인 상서를 마쳤다. 고향에 별 문제가 없었다면, 그도 대학에 갈 수 있었을까? 책 읽는 거 좋아했는데……. 고우는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끼며 주방에 요청에 따라 들어가 설거지를 했다. 멍하니 설거지를 하고 있던 고우가 같이 일하는 다른 고용인에게 질문했다.


“노식 교수님이라는 분도,,,, 여기에,,,, 오시는지,,,,?”


“노식 교수님? 아주 가끔 제자들을 데리고 오시지.”


고우는 대답해줘서 고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설거지를 하는 그의 손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갔다. 얼굴 한 번 뵙지 못한 분이지만, 저렇게 많은 학생들이 따를 정도면 분명 훌륭하신 분일 테지. 심부름을 하며 학생들 사이에 오가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교수님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대단한 분이라면 고우의 고민을 해결해 주실 수 있을 것이다. 방랑하는 내내 매일 밤 고우의 밤을 설치게 만들던 어떤 문제를. 그분이 오신다면 꼭…….


‘아니, 아예,,, 나도 대학에,,, 들어가면,,, 어떨까,,,,,’


불현듯 머리에 떠오른 생각에 고우는 잠시 설레었다가 움츠러들었다. 수배자 신분이면서 무슨. 반년이나 잡히지 않다보니 잠시 이상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한 번 든 생각이 계속 가슴을 뒤숭숭하게 만든다. 고향을 나온 이후로 내내 삭막하던 마음이 이런 건, 역시 봄이 주는 설렘 때문인가.


식당을 정리하고 난 다음에는 당장 남는 방이 없다고 일단 창고에서 자라고 안내 받았다. 오래된 물건의 먼지가 풀풀 나는 곳이어도 그는 불평하지 않았다. 원래 그는 말수가 적기도 했고. 다만 창문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문을 닫으니 완벽한 어둠인지라, 살짝만 열어둔다.


하루 종일 눈코 뜰 새 없이 일했는데도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이리저리 자세를 바꾸다가 이번에는 옆으로 눕는다. 고우는 여비만을 벌고 떠나려던 생각을 다시 살펴보고 있었다. 여기서 계속 일하면서…… 학비를 벌어보면…… 안 될까?


‘그런 소년도,,,, 대학을 다니는데,,,,,,’


나무 아래에서 꽁초를 함부로 버리고 거칠게 꽃가지를 따던 막나가던 소년도 대학을 다니는데……. 그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는 천장을 바라보고 자세를 고쳐 누웠다. 황당한 소년과의 첫 만남에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다 곧 표정이 슬퍼졌다.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자신의 신세가 오늘따라 처량하게 느껴졌다. 관우는 창고의 먼지를 흡입하며 생각했다.


‘그 소년이 부럽구나,,,,’

삼톡 유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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