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는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상당히 잔인하며 피와 상처에 대한 묘사가 적나라합니다. 그 점 유의해주세요.

글은 글로만 즐겨주세요.

움짤의 출처는 미용과나왓어요 ㅎ님의 블로그와 헤론님의 블로그에 있습니다.

유혈 움짤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내려온다. 꽤 높은 힐의 굽과 계단이 부딪히는 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온다. 지하 5층에는 여러 그야말로 감옥이 설치되어 있었다. 로스트 내에서 무언가 죄를 지은 사람들은 처분이 정해질 때까지 이곳에서 생활을 하게 되어 있었다. 단체 방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각각 한 명씩 들어가는 방에 입구는 창살과 자물쇠, 지문 인식 등으로 굳게 닫혀있었다. 방 안에는 화장실, 침대. 그 뿐이었고 숨이 막힐 만큼 좁았다. 그런 방들이 좁은 통로 양옆으로 10개는 족히 넘게 있었다.


그리고 그 좁은 통로를 가로질러 쭉 나아가면, 그 막다른 곳에 문이 하나 존재한다. 창살문이 아니라 그냥 철문. 단순히 평범한 방으로만 보였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러나 그곳은 심문을 하는 곳이었다. 아니, 고문이었다.


 고문실에선 한 남자가 의자에 묶인 채 한 가운데 앉아있었다. 손도 발도 모두 묶여 이도 저도 못하고 그저 그나마 자유로운 손가락만 만지작대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눈만은 똘망똘망하게 뜨고 있었다. 그 방에는 그와 그를 감시하는 한 조직원뿐이었다. 그때 굳게 닫혀 절대로 열리지 않을 것 같던 철문이 열렸다. 철문이 열리고 들어온 여자는 한 손에는 큰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빛이 잘 들지 않아 어둑한 곳에서도 은빛 머리를 찰랑이며 남자를 보며 웃었다.


 

“안녕?”

"......"



서현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와 그의 앞에 쪼그려 앉고서는 남운과 눈을 맞췄다. 남운이 각성제 덕에 잠에 들 기색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는 걸 확인한 서현은 다시 일어나 그의 머리카락을 세게 쥐어 뒤로 젖혔다. 아까까지는 웃고 있었던 서현의 얼굴엔 웃음 따윈 이미 사라져 그저 얼음처럼 차가웠다. 싸늘한 눈빛으로 남운을 내려 보던 서현은 표정보다도 차가운 말투로 남운에게 말했다.



"어디서 왔어?"

"말할 것 같습니까?"

"그래. 하지 마, 그럼."

"...뭐?"



서현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남운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그가 죽을 때까지 고문을 하던 뭘 해서 정보를 내뱉게 할 생각인 줄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포기했다. 남운의 얼굴엔 당혹스러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왜 그런 표정인 거야? 말하기 싫다며."

"그럼 왜 온 겁니까."

"내 목적은 그게 아니거든."



서현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남운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그가 죽을 때까지 고문을 하던 뭘 해서 정보를 내뱉게 할 생각인 줄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포기했다. 남운의 얼굴엔 당혹스러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난 이걸로 널 갖고 놀 거야. 하루 종일. 자, 골라 봐. 내가 너 하나 때문에 모두 손수 구해온 것들이야. 소형 전기톱... 펜치... 송곳... 뭘 어떻게 해볼까? 재밌겠지? 응?"

“......살려줘. 제발. 제발 부탁이야. 말하라는 거 다 말할게. 제발 그거 다시 넣고 나랑 대화로 하자. 너도 귀찮은 거 싫잖아.”



남운의 한마디에 서현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미소를 띄고 있던 서현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서현은 굽혔던 다리를 폈다. 


짝-


굉음과 함께 남운의 고개는 돌아갔다. 얼마나 세게 때린 건지 고개는 완전히 돌아갔고, 때리자마자 그의 볼이 붉게 달아올랐다. 서현은 그의 머리카락을 강압적으로 쥐고 들어 올리고는 허리를 숙여 다시 한번 그의 눈과 자신의 눈을 맞췄다.




“장난해?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무슨 지랄 맞은 소리야. 한 번만 더 ‘다 말하겠습니다. 살려만 주세요.’ 이딴 소리 지껄이면 그땐 진짜로 죽여 버릴 거야. 알겠어?”




남운의 등에는 소름이 돋아났다. 서현과 강제적으로 눈을 맞출 때면 그도 모르게 온 몸에 힘이 들어갔다. 서현의 눈동자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으니까. 바로 앞에서 마주 본 서현의 눈은 텅 빈 듯했으니까. 서현은 꽉 쥐고 있던 손을 놓더니 다시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다. 서현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서현이 꺼내 든 것은 호리병 모양으로 생긴 20cm 정도의 금속 덩어리였다. 뭔가 이상한 점은, 호리병 위에는 납작한 손잡이가 있었다. 서현은 그 금속 덩어리를 핸드벨을 잡듯이 가볍게 잡고는 흔들며 남운에게 말했다.




“이게 뭔 줄 알아?”

"......"

“중세 시대 고문법인데... 여기 바닥 아래 4개로 갈라진 거 보이지. 이걸 신체의 구멍 안에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점점 벌어지면서 그 부위를 찢어버렸데.”

 "제발 살려줘. 뭐든... 아니, 그것만은 제발..."

“모양이 서양의 배같이 생겼다고 해서 고통의 배라고 불렸데. 나 너무 기대돼! 사실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는데, 국정원에 있을 때 써보려고 했더니 국장이 절대 하지 말라고 해서 사람한테 써보는 건 처음이야. 아프다고 죽으면 안 돼?”




순식간에 서현은 미소를 띄던 얼굴을 감추고 남운의 다리에 칼을 꽂아 넣었다. 혈관 아래 오래 묵혀있던 것처럼 너무나도 검붉어 빛이 돌 것만 같은 피가 미친 듯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서현은 멈추지 않았다. 꽂아 넣은 칼을 아주 조금씩, 조금씩 아래로 내렸다. 남운의 살은 참혹하게 갈라졌다. 서현은 벌어진 살 틈으로 그 기구를 넣었다. 그리고 가차 없이 손잡이를 한 바퀴 돌렸다.




“마음 같아선 하루 종일 갖고 놀고 싶지만 놀기만 하고 정보를 안 빼 오면 서주혁이 날 가만 두지 않을 거거든. 그러니까, 한 바퀴에 정보 하나. 잘할 수 있지? 어디서 왔어.”

"ㅇ, 야누스..."

"본명"

"안차현..."

"목적."

"정보를... 캐내, 기 위해..."

"기간."

"처음, 부터..."




서현은 필요한 정보는 모두 얻었다는 듯 손잡이를 돌리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남운의 비명도 멈추지 않았다. 살을 파고든 그 기구는 한치의 배려 없이 남운의 살을 점점 찢어 자신의 영역을 넓혀갔다. 그 기구가 점점 영역을 넓혀갈수록, 남운의 비명은 점점 더 커졌다. 또한, 서현의 웃음소리도 점점 더 커져갔다. 서현은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마침내 기구는 더 이상 손잡이가 돌아가지 않았다. 기구가 최대로 벌어진 것이었다. 남운의 허벅지는 완전히 피로 물들어져 본인의 색을 더는 찾을 수 없었다. 서현은 기구가 더 벌어지지 않자 웃음소리가 멈췄다. 그리고는 뭔가 상당히 언짢다는 표정으로 기구를 빼내어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서현은 미간을 찌푸리고 겨우겨우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 표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공포스러웠다.



"비명은 좋은데, 시끄러운 건 싫으니까 조용히 하자. 알았지?"



남운은 덜덜덜 떨리는 목으로 겁에 질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서현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남운에게 다시 말했다.


“음... 다음엔 뭘 해볼까, 자르려면 칼이 제일 좋겠지?”



서현은 가방에 있던 가장 큰 칼을 들고 의자 뒤로 향했다. 남운은 서현이 점점 뒤로 오면 올수록 발버둥 치며 의자에서 나오려고 애를 썼지만, 신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피가 흘러내렸다. 서현은 남운의 엄지손가락을 잡고 첫 번째 마디부터 천천히 아주 조금씩 썰었다. 단, 깊게. 피는 흘러내려 이미 붉어질 대로 붉어진 서현의 정장까지 적셨다. 그러나 서현은 개의치 않고 미친 듯 웃으며 천천히 칼로 썰었다. 서현과 남운, 그리고 그를 감시하는 조직원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없는 고문실이었기에 남운의 비명은 방 전체를 돌아 울려 퍼졌다. 남운의 비명은 멈출 생각이 없었고, 서현의 웃음소리 또한 멈추지 않았다. 그때, 서현의 웃음소리가 멈췄다. 그녀는 정색하고 있었다.


무언가가 떨어졌고, 단말마의 비명이 울렸다. 천천히 엄지손가락의 첫 번째 마디 부분을 자르던 서현이 웃던 걸 멈추더니, 엄지손가락을 통째로 잘라버린 것이다. “아... 씨발.” 서현은 낮게 욕을 읊조리곤 굉장히 언짢다는 표정으로 남운을 보며 말했다.

 

"조용히 하라니까. 귀 아프잖아.  재갈은 없는데."


서현이 욕을 하며 열 받아 있을 때, 그 광경을 그저 지켜만 보던 조직원이 입을 열었다. 


"음악이라도 틀까요?"


그러자 서현의 미간은 완전히 좁혀졌다. 서현은 아까보다 더 짜증이 난 말투로 조직원을 노려보며 말했다.



"씹, 그럼 제대로 안 들리잖아."



서현의 눈동자는 무언가 소리를 낮출 수 있는 것을 찾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나 텅 빈 고문실에는 재갈은 고사하고 그 흔한 천 쪼가리 한 장도 없었다. 그렇다고 서현은 자신의 옷을 남운에게 물리곤 싶지 않았다. 서현이 무언가를 찾기 위해 눈동자를 바쁘게 굴릴 때, 한 가지 서현의 눈에 들어온 게 있었다.



"너, 그거 벗어봐."

"네? 신발...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 신발. 아, 됐어. 다 벗을 필요는 없고 한 쪽만. 벗고 와 봐."



그 조직원은 조심스레 서현에게 다가갔다. 서현은 다시 자신을 진정시켰다. 서현은 아까와는 달리 조금 차분한 상태로 다시 남운의 검지손가락을 집어 들었다. 남운은 발버둥 치며 벗어나려 애썼지만, 이쯤 되니 이미 그도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도 이곳을 벗어날 수는 없다는 걸. 그럼에도 저렇게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노력하는 걸 보면 그 이유는 뭘까, 생존의 본능일까. 아니면 어딘가 희망을 보는 걸까.

 


"넣어."

"네?"

"이 새끼 입에 쑤셔 넣으라고.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조직원은 오만상을 지으며 천천히 자신의 검은색 구두를 남운의 입에 넣었다. 서현은 피로 물들여진 손으로 자신의 은빛 머리를 쓸어 넘기며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식칼을 들어 그 식칼을 남운의 검지손가락으로 향했다.



"붙들고 있어."


다시 피가 흘러내렸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선명하게 들려오는 소리는 서현의 즐거움에 겨운 웃음소리뿐이었다. 남운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단, 무언가에 막혀 굉장히 답답한 소리가 났다. 덕분에 딱 서현이 원하는 크기의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서현은 아주 신나 보였다. 미친 듯이 웃었고, 점점 그 알 수 없는 쾌락에 취해 흥분한 듯 손가락을 써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그때, 자신을 제어하지 못한 서현은 기어코 검지손가락의 첫 마디마저 잘라 버렸다. 손가락은 힘없이 떨궈졌다. 곧이어 다시 손가락의 두 번째 마디를 자르려고 할 때, 그녀는 이상한 걸 발견했다. 잘린 검지손가락 안에서 무언가 반짝 거리며 빛났다. 피와 같은 붉은 빛이었기 때문에 알아보기는 힘들었지만, 분명했다. 서현은 가방에 있던 핀셋으로 그것을 꺼냈다.



"씨발새끼가."



피에 완전히 물들어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그것은 어떤 장치인 듯했다. 서현은 신경질적으로 뒷머리를 털며 남운의 앞으로 가 그 미세한 조각을 들이밀었다. 서현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차가웠다. 눈에는 그 어떤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으며 표정은 그녀의 날카로운 눈매와 어우러져 더욱 차가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뭐야."

"...신... 호기..."

"자세하게 말해."

"두 번 건드리면... 조직에 비상사태임을 알리는... 위치추적장치이자 신... 호기...입니다..."



남운은 고된 고문이 많이 힘들었는지 숨을 헐떡이며 겨우 대답했다. 그 대답을 들은 서현은 눈썹을 만지작거렸다. 그때, 한 장면이 서현의 뇌리를 스쳤다. 그녀가 들어왔을 때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던 남운. 그건 자신의 조직에 자신이 비상사태임을 알리는 신호였던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서현은 작게 욕을 읊조리더니, 액체를 남운의 허벅지에 부었다.

 

그 액체를 붓자마자 남운의 살에선 연기가 피어올랐다. 염산이었다. 남운의 살은 녹아내렸고, 안 그래도 완전히 찢어져 벌어진 살로 염산이 흘러 들어가 찢어진 살을 타고 남운의 뼈를 완전히 녹여버렸다. 남운은 발광하듯 덜컹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서현은 멈출 줄 몰랐다. 서현은 염산이 다 부어지자 남운의 목을 조르며 소름 돋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뭔데 날 방해해? 네가 뭔데!!! 죽어. 살아있을 가치도 없는 새끼. 당장 뒈지라고!!!"



서현은 미친 듯이 목을 조르다가 눈을 번뜩 뜨고는,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손톱을 물어뜯으며 고문실을 돌아다녔다. 피가 튀어서 끝이 살짝 붉게 물든 그 아름다운 은빛 단발 머리카락을 신경질적으로 쓸어 넘기면서.



“아, 아니야. 이런 식으로 죽는 건 너무 쉽잖아. 날 방해했는데 쉽게 죽일 순 없어, 그치? 어떻게 죽이지? 어떻게 죽여야 가장 고통스럽게 죽일 수 있지? 아, 하하, 아하하!!! 어쩌지? 너무 흥분돼 미치겠어. 어떻게 죽일까? 피가 많이 튀었으면 좋겠어. 저 놈이 공포에 미쳐서 날뛰었으면 좋겠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잔혹하게 죽었으면 좋겠어. 아니, 그렇게 죽이고 싶어.”






변태구나 서현아 

허허허허허 이번 편이 장기 나온 3화였나 그 편보다 더 잔인한 거 같네요. 아무래도 고문편이다 보니... 아 근데 이번 편이 가장 쓰기 재밌었고... 잘 써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재밌었어요. 앞으로 남은 편들 다 이렇게 잘 써졌으면 좋겠네요...


아무튼! 오늘도 제 허접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들어가시면서 제 다른 글들도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히 들어가십쇼.










취미로 글 쓰는 사람입니다 LOST 연재중 이번주 추천곡 : bad habits - Ed shee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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