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빠져들었건 혹은 방금 읽고 있던 부분이 긴장되는 부분이었건 치킨님의 행차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의미한 행동이었다. 

카즈윈은 미련없이 핸드폰을 내려놓고 현관으로 향했다. 

배달부는 익숙하게 카즈윈에게 치킨을 내밀었고 카즈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준비한 돈을 내밀었다. 

누가보면 수상한 물건을 밀매라도 하는것마냥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 

하지만 분위기가 어찌되었건 카즈윈의 손에 든 종이박스에서 흘러나오는 냄새는 틀림없이 치킨의 냄새일뿐이었다. 

카즈윈은 재빨리 거실로 돌아왔고 별의 어항 위에 그 꾸러미들을 내려놓았다. 

찬란하게 빛나는 별의 위에 어울리지 않는 피라미드였으나 테이블을 정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별의 어항이였으니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카즈윈은 이어 새로 구입한 작은 주안상용 소반을 가지고 왔고 맥주와 치킨을 세팅한뒤 다시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하지만 카즈윈이 읽고 있던 이야기는 온데간데 없었고 화면속에는 난데없이 꼬리를 문 뱀의 아이콘이 돌아가고 있었다. 

뱀아이콘 아래에는 Loading… 이라는 글씨가 깜빡이고 있었다. 

갑자기 무슨 업데이트? 카즈윈이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Loading은 금방 끝이났고 소설은 다시 처음 페이지로 돌아가 있었다. 

시드스넷타의 드루이드에게 낙원에 대해 묻고 그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갈색의 통행증을 전해 받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내용은 카즈윈이 읽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었다. 


밀레시안이 던반튼에서 티르코네일로 돌아왔고, 곧 드루이드를 찾아갔다. 드루이드는 직접 그 눈으로 확인해보라는 다소 냉정한 어조의 말을 또한번 반복했지만 내어준 것은 오직 통행증이었다. 

사용할 때 조금 더 주의하라는 충고의 말이 덧붙여졌고 물건이 하나 사라졌다. 


붉은 날개는? 카즈윈은 밀레시안이 드루이드가 선물해주었던 바리던전으로 날아갈 수 있는 마법의 날개를 써서 바리던전에 도착했었다는 묘사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변경된 내용속의 밀레시안은 남쪽 목축지에 있는 문게이트를 통해 반호르의 입구에 내려서고 있었다. 


밀레시안은 반호르의 사제, 컴건에게 많은 약의 붕대와 포션을 주문했고 대장장이의 손녀 에일렌에게 적당한 가격의 그리브를 부탁했다. 

롱소드는 묵직한 브로드소드로 바뀌었고 노련한 대장장이 아이데른의 조언에 따라 검사용 가죽장갑까지 착용했다. 

경갑옷까지는 살 수 없었지만 그동한 근면성실하게 아르바이트를 해온 덕분에 밀레시안은 이러한 준비들을 무리없이 지불 할 수가 있었다. 

단단히 준비를 마친 밀레시안은 긴장하며 갈색의 통행증을 지불했고 그렇게 첫 던전의 탐험자가 되었다. 


카즈윈은 여기까지 읽은채 뒤로 가기를 눌렀다. 혹시 다른 이야기도 변화되지 않았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이었다. 변

경된 전개는 분명 밀레시안에게 더 좋은 방향이었지만 위화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위화감은 불합리함이 되었고 이는 곳 짜증으로 이어졌다. 

그러게 누가 그렇게 대책없이 주인공을 험하게 굴리랬나. 

카즈윈은 갑자기 던전 레벨이 훅 뛰어오른 것이 문제였다며 바로 뒷편인 13번째 이야기를 선택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꼿꼿하게 세워진 삼각형 모양의 뱀머리 아이콘 뿐이었다. 

이미 열람한 ‘영혼의 정보’는 다시 열람 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별의 어항’을 작성하시길 바랍니다. 

카즈윈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어플과 어항을 바라보았지만 12번째도 11번째도, 1번째 까지 거슬러올라가도 모든 대답은 마찬가지일 뿐이었다. 

그럼 갑자기 스토리가 변경되어도 알 수 없다는거잖아? 카즈윈은 밀레시안의 불멸설정도 갑자기 변경된 스토리탓에 튀어나온 설정이 아닌지를 의심했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춰서 그런 그의 의심에 대답하는 메세지가 떠올랐다. 

마치 누군가 그의 마음을 읽고 있는 듯한 타이밍이었다. 


영혼의 정보를 담은 기록지가 변경되셨나요? 라고 굵은 글씨의 제목과 함께 떠오른 팝업창에는 카즈윈이 궁금해하는 질문들에 대한 답이 쓰여져 있었다. 

일단 업데이트된 이야기는 절대 변경되지 않으며 기록지에 대한 열람은 일생 단 한번이라고 이미 광고 말미에 주의사항을 덧붙였다는 것,(카즈윈은 광고가 끝날즈음 보험광고마냥 빠르게 낭독하던 깨알같은 주의문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변경된 텍스트는 이미 해석된 정보의 일부이며 기록지의 변경은 일종의 연출이라는 것이 주된 설명의 내용들이었다. 

메세지는 기록지의 변경시에 나타나는 아이콘은 시계방향이 아닌 반시계방향으로 돌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이야기하며 아래 나타나는 텍스트도 update가 아닌 Loading이라는 것을 확인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었다. 

과연. 카즈윈은 지나치게 세세한 설정에 인상을 찡그렸지만 지난 이야기를 대충 흘려읽은 것은 자신이었기에 더이상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었다. 

요컨데 한번 밖에 못읽는 이야기이니 집중해서 잘 읽던가 아니면 처음부터 그냥 대충 훑어보라는 소리였다. 

카즈윈은 심심풀이로 읽는 소설에 그다지 공을 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이전처럼 빠르게 넘기는 것은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메모장에 다섯번째 규칙들을 적어놓았다. 

그러고보면 11번째에 있던 그 책, 낙원에 관한 이야기였지. 좀 더 자세히 읽을 것을 그랬나. 

카즈윈은 후회는 늦었다고 생각하며 다시 빠르게 14번째 이야기를 가장 처음으로 돌렸다. 

카즈윈은 다시 꼼꼼하게 시드스넷타부터 반호르까지의 읽었고 밀레시안은 신중하게 갈색 바리던전의 철로를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그렘린과 임프따위의 방을 지나고 마침내 방의 중간. 밀레시안은 상자트랩에서 튀어나온 자이언트 웜과 마주했다. 

밀레시안은 잠시 두려움에 굳어있었지만 이내 침착하게 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자이언트 웜의 시각과 청각, 후각등은 매우 퇴화했기 때문에 움직이지만 않으면 선공을 빼앗길 염려도 없었다. 

밀레시안은 그저 움직이지 않는 것에만 집중하며 파이어볼트를 다섯번 반복하여 외웠다. 

마침내 다섯번째 불씨가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불덩이가 되었고 밀레시안은 검을 길게 뻗어 먼쪽 벽을 날카롭게 두드렸다. 선공을 알리는 기합소리였다. 

자이언트 웜이 반응을 보이자 밀레시안은 달려드는 자이언트 웜의 입을 노려 불덩이를 던져넣은뒤 빠른 속도로 다가가 스매시를 내다꽂았다. 

밸런스에 치중한 롱소드와 달리 공격력에 집중한 브로드소드는 빠르게 내지르는 밀레시안의 속도에 힘입어 보기 좋게 자이언트 웜의 껍질을 파고들었고 자이언트 웜은 옴짝달싹할 새도 없이 밀레시안의 검에 꿰여 뒤로 크게 물러나고 말았다. 

빠르게 몸을 추스린 자이언트 웜이 밀레시안에게 달려들었지만 밀레시안은 이미 카운터를 준비하고 있는 상태. 

밀레시안은 카운터와 스매시, 마법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침착하고 끈기있기 자이언트웜을 상대했다. 

자이언트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쓰러졌고 밀레시안은 자이언트 웜이 튀어나온 상자 밑바닥에서 붉고 커다란 열쇠를 하나 집어들었다. 

마지막 방을 여는 열쇠였다. 밀레시안이 도착한 마지막 커다란 방에는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낯선 마법사가 여러마리의 위습들을 거느린채 무언가를 지키고 서 있었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마법사는 밀레시안에게 자신이 이곳에 있는 것은 여신의 뜻이며 인간에게 저주가 있을 것이라 소리치며 밀레시안을 향해 공격을 지시했다. 

밀레시안은 위습들의 기세에 눌려 잠시 방 밖으로 후퇴했지만 이내 아이스볼트를 이용해 하나하나 꾀어내어 손쉽게 위습들을 해치우고서는 다시 검은로브의 마법사가 있는 방으로 되돌아갔다.


카즈윈은 보스격인 검은 로브의 마법사가 일부러 밀레시안을 내버려두고 있다는 것에 의문을 품었지만 밀레시안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은채 검은 로브의 마법사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함정인가? 하지만 그런 카즈윈의 걱정과 달리 검은 로브의 마법사는 밀레시안의 실력이 뜻밖이라는 듯이 다급하게 도망쳤고 밀레시안은 마법사가 도망친 자리에서 작은 열쇠를 발견해 낼 수 있었다. 

던전의 출구에 숨겨진 작은 나무상자에 꼭 맞는 열쇠였다. 

밀레시안이 그 상자속에서 낯선 사제의 메달을 발견하는 것으로 14번째 이야기가 끝났다. 

이미 다음화의 카운트다운이 돌아가고있는데도 카즈윈은 어플을 종료하지않은채 치킨을 입에 넣었다. 

카즈윈은 여전히 석연치 않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스크롤을 올려 다시한번 검은로브의 마법사와의 전투를 살펴보았다. 

뭔가가 그의 예리한 감각에 걸리고 있었지만 그 거슬리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두세번 검은 로브의 마법사의 대사를 읽어보던 카즈윈은 점점 식어가는 치킨을 부지런히 씹어 삼켰고 간간히 음료를 들이켰다. 

카즈윈은 쓰레기들을 정리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 검은 로브의 마법사, 그 시드스넷타의 금발 드루이드 아니야? 

몸이 아프다면서도 밀레시안을 도와주는 것도 그렇고 여신이 배신했다면서도 굳이 밀레시안을 이 위험한 던전으로 보내버리는 것도 그렇고 지금은 없어진 설정이지만 처음에는 아예 바리던전 코앞까지 데려다주는 붉은 날개라는 아이템도 주는게 영 수상쩍은 느낌이라며 카즈윈은 금발 곱슬은 믿을수가 없어.. 하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원래 밑도끝도 없이 퍼주는 조력자는 의심하고 봐야한다는게 요즘 트랜드 아니던가. 

카즈윈은 고민끝에 메모장 어플에 두번째 메모를 만들었다. 밀레시안에 대한 메모목록이었다. 


아르바이트 중독자. 본능적인 아부근성, 초보 모험가, 현재 장비(브로드소드, 롱그리브, 검사장갑-14화), 등을 적어가던 카즈윈은 몇번인가 줄을 바꾼뒤 불멸(?) 이라고 적어넣었다. 

이어 여신=배신(?) 타르라크=의심(?) 등을 적던 카즈윈은 이것도 적어넣어야 하나? 하고 망설이다가 규칙 메모장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다섯번째 규칙이 신경쓰였기 때문이었다. 

넉넉한 여백을 두고  update와 Loading를 써내려가던 카즈윈은 뭔지 모를 허무함을 느끼며 메모장을 종료시켰다. 

막상 자세하게 써넣고 보니 슬쩍 한심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파고들 일인지, 혹은 기억만 해두면 될 것을 메모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카즈윈은 누가 자신의 핸드폰을 들여다 볼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쩐지 부끄러운 마음에 메모어플과 별의 어항 어플을 묶어 새로운 폴더 안에 집어 넣었다. 

아이콘들이 깨알만큼 작아진 것을 보자 카즈윈의 거부감도 티끌만큼 작아지긴 했지만 카즈윈은 확실히 자신의 마음이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단 한번만 볼 수 있다는 어플의 규칙이 그에게 적지않은 영향을 끼친것이 틀림 없었다. 

카즈윈은 불이 꺼진 수조를 한번 더 바라본뒤 음소거 되어 있었던 텔레비전의 볼륨을 올리며 남은 맥주를 입으로 가져갔다. 입안에 남은 기름기가 가시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카즈윈은 맥주를 홀짝이며 채널을 돌렸다. 딱히 뭔가 눈에 들어오는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에 카즈윈은 성의없이 화면을 훑으며 채널을 돌리기만을 반복했다.

홈쇼핑광고가 나올때마다 손끝이 미묘하게 느려졌지만 원하던 것은 아니었다. 무의미한 소음은 계속 이어져 나갔다.

그렇게 한참을 뒤적이다가 마침내 결정을 내린 것은한 예능 프로그램.

혼자사는 연예인의 집에서 냉장고를 가져와 밥 해주는 생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카즈윈은 룸메이트가 먹다 남은 치킨을 처리 할 수 있는 요리 두 종류가 완성되는 것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납득할 수 없다는 카즈윈과 마찬가지로 요즘 사막 탐사 예능 프로그램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방랑전문 아이돌, 멀린은 상대편에 앉은 게스트 프로페서 J를 보며 드물게 진지한 어조로 질문했다.

치킨이 남아요? 왜요? 제이는 대놓고 인상을 찡그렸다.


카즈윈은 한동안 메모장과 별의 어항 어플을 오고가며 열심히 밀레시안의 이야기를 탐독했다.

이어지는 밀레시안의 이야기는 대부분 책을 번역하는 이야기였다. 밀레시안이 만나야 하는 사람들은 단 한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낮에만 활동하는 사람들이었고 덕분에 밀레시안은  정말 원없이 두갈드아일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3권의 번역서를 손에 넣었을 때는 돌연 눈물을 내비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다 끝났다는 밀레시안의 기대와는 달리 티르코네일의 촌장, 던컨은 3권에서 언급된 이세계의 마수 글라스기브넨의 책을 반호르에 있는 브라이스라는 사람에게 빌려주었다며 그를 찾아가라고 조언했다.

밀레시안은 소리없이 어금니를 깨물었고 입을 벌리지 않은채 알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새로운 스킬을 선보였다.

랭크가 낮은탓인지 대부분의 발음이 뭉게졌지만 던컨은 신경쓰지도 않는 눈치로 인자하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반호르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시간. 야속하리만치 영롱한 문게이트가 어두워진 가이레흐의 끝자락을 밝히고 있었다.

여행자가 많이 오지 않는 반호르의 특성상 어스킨 뱅크 반호르점은 다른 곳보다 일찍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고 굳게 닫힌 어스킨뱅크 반호르점을 바라보던 밀레시안은 홧병의 초기 증세를 내보이며 주점 겸 여관에 들어섰다.

결국 밀레시안이 어스킨 뱅크 반호르점의 직원, 브라이스와 만날 수 있는 것은 꼬박 밤이 지난 아침의 시각이었다.


밤새 울리는 수차소리 덕분에 밤잠을 설친 밀레시안은 졸린 눈을 비비며 브라이스에게 책이야기를 꺼냈다.

브라이스는 겸연쩍어하며 책을 넘겨 주었고 얼마간의 호의와 융통성을 발휘해 밀레시안이 티르코네일까지 가는 교역마차에 탈 수 있도록 언질을 넣어주었다.

브라이스 덕분에 티르코네일까지 편하게 돌아갈 수 있게된 밀레시안은 달리는 마차안에서 책을 읽다가, 멀미를 하다가, 결국 기절같이 목을 꺾으며 모자란 잠을 보충했다.

정신을 차렸을때는 이미 두갈드아일의 마지막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는 즈음이었다.

밀레시안은 점심이 조금 늦은 시각에 티르코네일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감격하며 서둘러 던컨에게로 돌아갔다.

던컨은 밀레시안의 추측과 아디만티움의 고갈, 글라스기브넨이 실제했던 시기등을 정리하며 아디만티움의 고갈이 글라스기브넨의 소환촉매의 뼈를 대신할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도출해내었다.

자세한 것은 역시 전문가인 드루이드에게 물어봐야한다는 말과 함께 책을 돌려받은 밀레시안은 아직 환하게 떠있는 태양을 올려다보며 잠시 피곤한 눈을 깜빡였다.

잠깐 잘까? 밀레시안은 힐러집과 여관쪽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여관을 향해 터널터널 내려가기 시작했다.

따끈한 물과 고소한 빵과 스프, 푹신하면서도 햇살냄새가 간질거리는 침대에 몸을 던진 밀레시안은 도롱이벌레처럼 꿈틀거리며 이불을 말아낸뒤 몸을 웅크리고 잠시동안의 행복을 만끽했다.


카즈윈은 오래간만에 사건없이 끝난 에피소드에 감흥없이 페이지 수를 확인했고 습관처럼 마지막 문장에서 길게 스크롤을 내렸다. 이제 카운트다운이 뜰 차례였다. 

하지만 카운트다운은 여느때와 딸리 몇번이고 스크롤을 내려도 나타나지 않았고 카즈윈은 의아해 하며 다시 스크롤을 위로 올렸다. 그리 멀지 않은 높이에 마지막 문장이 나타났다가 이내 팝업창 나타났다.

이번에도 이야기가 로딩인가? 카즈윈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이 사라지기를 기다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갑작스러운 핸드폰의 발열과 강제종료결과였다.

카즈윈은 손안에 핸드폰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인상을 찡그렸고 전원 버튼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화면이 점멸하다가 꺼져버렸다.  아직 버튼을 누르지 않았던 카즈윈은 혀를 차며 핸드폰을 살펴보았고 체온계의 온도를 떨어트리듯이 핸드폰을 흔들기 시작했다.

서늘한 바람에 어울리지 않은 열기가 가슴께를 간지럽혔다. 카즈윈은 한참동안 핸드폰을 흔들다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방전된 베터리를 떠올리며 안방으로 돌아갔다.

카즈윈은 방으로 돌아가기전, 방 먼쪽에 있는 주방전등 스위치를 향해 걸어갔다.

이후 거실전등을 끄고 화장실의 전등을 확인했다. 한 손으로는 아직도 뜨끈뜨끈한 핸드폰의 열기를 식히며 집안의 모든 전등을 확인한 뒤에야 안방의 문이 열렸다. 혼자사는 사람의 전형적인 행동이었다.

안방에 들어서며 습관적으로 불을 끈 카즈윈은 익숙하게 어둠속을 걸어 충천기쪽으로 다가갔다. 

카즈윈은 핸드폰 충전기를 잡아끌고는 핸드폰에 연결했다. 문득, 위화감이 느껴졌다. 

충전기의 전선을 따라 고개를 들어올린 카즈윈은 아직도 거실에서 환한 불빛이 밝혀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즈윈은 몸을 일으켜 바깥을 확인했다. 

거실에 놓여져 있는 별의 어항이 아직도 환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2019.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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