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하늘의 구름은 빠르게 움직이고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리듯 나풀거린다.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모래알들이 시원하다. 햇빛에 잘 보이지 않지만, 내 앞의 너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를 보며 미소 하나 없이 나를 보고 있다.

 

“이거, 꿈이야.”

 

그녀나 맑은 하늘과 같은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다. 꿈일 것이다. 꿈이어야만 한다. 꿈이어야만 했다. 계속 하늘의 구름은 빠르게 움직이고 네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리듯 나풀거린다.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모래알들이 시원하다.

 

9년 동안 같은 학교를 다녔던 너는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 그대로였다. 키와 분위기, 풍겨오는 신비로운 향기까지.

 

“왜 꿈이라고 생각해?”

 

듣기만 해도 청량한 목소리가 내 귓속에 파고들었다. 네 말 한마디가 내 마음속을 휘저어놓았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입술을 꾹 깨물었다. 눈이 아팠다.

 

“꿈이어야만 하니깐.”

 

“왜?”

 

나는 대답하는 대신 그녀를 계속 바라보았다. 눈이 아플 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시선을 내려 그녀의 옷과 신발을 바라보았다. 단정한 차림의 교복과 마지막까지 그녀가 신고있는 검정색 구두는 마치 새것과 같아 보였다.

 

“너는 이미 나를 떠났으니깐.”

 

“응. 잘 알고 있네. 여긴 네 꿈이야.”

 

그녀는 내게로 다가왔다. 비릿한 냄새가 난다. 나는 뒷걸음질을 치려고 발을 움직여보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고개를 돌리자 네가 또다시 한 걸음 가까이 걸어왔다.

 

“이건 네 꿈이야. 꿈. Dream. 네가 원하던 이상향.”

 

“나는...”

 

“너는 이런 공간을 꿈꿔왔잖아?”

 

향기가 점점 진해져 악취로 변해간다. 이제 완전히 가까워진 그녀가 내 손을 낚아챈다. 차가운 손길로 내 손목을 어루만지면서 손등에 키스한다.

 

“이건 네 꿈이야.”

 

“네가 떠났잖아. 왜 다시 나타났어.”

 

그녀의 얼굴이 흐리게 보인다. 그녀의 새파란 눈동자가 나만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그녀의 얼굴에 손을 가져댄다. 그녀는 내 손 위에 그녀의 손을 포개어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그녀의 얼굴이 따뜻하다. 그녀의 손과는 따르게 따뜻하다.

 

“왜 다시 나타났는데?”

 

“네가 죽였잖아.”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그랬다고? 문장들이 목구멍에서 막혀서 목소리로 나오지 않았다. 나는 숨이 막히는 기분에 목을 부여잡고 주저앉는다. 너는 그런 날 보고 비웃는다.

 

눈앞이 붉어진다. 피다. 붉은색이 위에서 흘러내려 이 빈공간을 채우기 시작한다. 끔찍하게 불쾌한 냄새가 내 코를 마비시킨다. 피에 닿은 내 발이, 다리가, 손이 흐물흐물 녹아내린다. 근육과 뼈가 드러나고 통증이 그대로 뇌에 전달되어 숨도 쉴 수가 없다.

 

“나쁜 아이구나, 너는.”

 

반쯤 붉은색에 잠긴 그녀는 얼굴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머리가 으깨져 뇌가 반쯤 튀어나오고 눈이 있던 자리에는 검정 구멍 두 개만이 남아있다. 그 구멍에서 흰색 구더기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아아, 그래. 그랬었지.

 

나는 두 눈을 감고 미소를 짓는다. 모든 고통을 삼키며 나는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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