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 사고 갑시다."



오전 10시반, 까만 현대 스타렉스에서 내려 아메리카노 두잔, 라떼 한잔을 사러 스타벅스에 들어왔는데 커다란 매장 안에 손님이 한명도 없다. 



"요즘은 길에 스즈키(일본차 브랜드)가 많이 보이네요"


"네 대표님 그래도 여전히 기아, 현대차가 가장 인기입니다."



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온통 기아 기아 기아 현대 현대 기아. '현다이' 아니고 '현대'라고 정확히 발음하는 곳. 성인도 술과 담배가 불법인 곳. 내가 지금 와있는 이곳은,



앗살라 알라이쿰!



고요한 황금의 나라, 브루나이 ! 🇧🇳 

(정식명칭은 Negara Brunei Darussalam)



스타벅스뿐만이 아니다. 졸리비(인기 패스트푸드 전문점), 버거킹에도 밥 먹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 



"포장만 가능합니다. 차안에서도 밖에서 안보이게 가리고 드셔야 해요."



그렇다. 지금은 라마단, 이슬람의 금식기간이다. 한달간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음식을 먹으면 안되고 물도 마실 수 없다. (올해는 3월 12일부터이며 이 일자는 매년 달라진다) 해가 진 후부터 다음날 아침 해가 뜨기 전까지만 음식을 먹을 수 있기에, 저녁부터 새벽 3-4시까지 식당마다 불야성을 이룬다. 아프거나 생리 중일 경우 예외적으로 낮에도 음식을 먹어도 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먹어야 한다. (인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폴의 경우 이 금식기간에 이슬람 신자가 아니라면 식당에서도 자유로이 취식이 가능한데 브루나이는 그렇지 않다. 이곳에서는 자신의 종교와 상관없이 모두가 이슬람 금식기간에 따른다.)



"하하하 대표님 체하시겠어요." 



조식을 숙소에서 빵빵히 먹고 나왔는데도 배가 많이 고팠다. 먹고 싶을때 편하게 못먹는다고 생각하니 괜히 막 배가 고프고 그랬다. 그래서 차안에서 몸을 웅크린채 호다다닥 쿠키와 커피를 먹었다. 쑤구리! 하하하



왜 많고 많은 열두달 중에서 하필 배고파야 하는 지금 이곳에 왔을까.



"브루나이는 나O사 구역 아닌가요? 그쪽 시장은 요즘 어때요?"


"....." 



브루나이. 일할때 특히 왕수다쟁이인 나를 과묵하게 만드는 이름. 창업초기 satu, dua (말레이어로 숫자 하나 둘. 브루나이는 말레이어, 영어를 사용한다)도 말할 줄 모를 때부터 문을 두드려 왔지만 진출 후 이렇다할 성장세 없이 멈춰있는 곳. 나O사가 애써 외면해온 아픈 손가락이다. 하반기에 계획되어있는 신시장 진출 전에 꺼진 불도 다시 보며 기존 거래지역들을 촘촘히 다시 훑고 있는데 이곳 브루나이도 그 중 하나다. 학부 졸업 전에 성적표를 예쁘게 만들기 위해 재수강, 삼수강 하는 것처럼. 



과연 올해는 브루나이에 우리가 제대로된 깃발을 꽂을 수 있을까. 






덧, 


왜 고요한 황금의 나라라고 했을까. 술과 돼지고기가 없음에도 내가 이 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곳분들 목소리가 정말 조용조용 나긋나긋하시다. 그래서 대화를 할때 귀를 쫑긋쫑긋 잘 들어야 하는데 심지어 하루종일 쫄쫄 굶어 배가 잔뜩 고픈 사람들로 가득찬 지금 같은 때 저녁시간 식당도 마치 음소거버튼을 누른 듯이 침착 고요하다. 그래서 이곳에 하루이틀 있다보면 귀가 마음이 머릿속이 평화로워진다. (번화한 쇼핑몰에 가고는 싶은데 사람 많은 거도 싫고 소란스러운 거도 싫다면, 이곳이 바로 당신의 천국! 아이 좋아)



국왕님이 사시는 황금빛 왕궁무려 20km 길이의 바다 위 대교. 한국건설사가 만들었다. 역시, 코리아! 🇰🇷


국빈을 맞이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7성급 호텔, 엠파이어 브루나이블링블링 기둥은 황금포크는 은이 담에 울와이프랑 놀러와야지(이번엔 여기 묵진 않고 미팅하고 석양만 구경했다)


국왕님의 마굿간. 말이 정말 많다 많아🐴국왕님은 매일 오후 4시에 여기서 말을 골라타고 폴로하러 가신다고 한다





💡퀴즈,

여긴 어디일까요?😃

 (힌트 : 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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