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딩을 못한다는 내 말에 선생님이 쓰고 있던 안경을 고쳐 쓰더니 내가 생각이 짧았네요. 알겠어요. 지금 당장 검사해야 되는 거 아니니까 그렇게 고개 숙이고 있지 마요. 웃으면서 얘기했다.





"맞아. 모르면 배우면 되는 거지! 나도 처음에 내 이능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엄청 헤맸어!"


"맞아요. 동혁이는 조절도 잘 못하는 상태인데 겁도 없이 이능을 막 사용 하다가 어지럽다고 기절했었어요."







"아, 쌔앰! 그걸 얘기하면 어떠케 해!"





이동혁이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쳤고, 선생님은 그런 이동혁을 보며 웃었다. 가이딩을 할 줄 몰라 의기소침 해진 나를 위로해 주는 둘의 모습에 그나마 마음이 편해졌다.





"우리 천천히 해요. 급한 거 없으니까 일단 여주씨 적응부터 먼저 하고 시작해도 늦지 않아요."











생각보다 나는 엄청 오래 불법 연구소에 있었나 보다. 엄마가 날 버린 그날, 밖에 날씨는 바람이 조금 쌀쌀했지만 햇빛은 따뜻했고 꽃봉오리들이 예쁘게 피어있었다. 꽃 활짝 피겠구나. 예쁘겠다. 생각하며 그때 차를 타고 가며 운전하는 엄마에게





'엄마 우리 꽃 피면 꽃놀이나 갈까.'


'어휴- 꽃놀이 같은 소리 한다. 가봤자 뭐 하니. 꽃보다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볼 텐데.'


'...그냥 집 앞에라도 잠깐 보러 나가면 되잖아.'


'아, 그러네. 집 앞에 목련나무가 있지.'


'응. 우리 그거 피면은 그냥 그 앞에서 간단하게 캔맥주...'


'우리 아들이랑 보러 가야겠다. 그런 휴식도 가져야지.'





그 말에 그냥 나 혼자 보러 가야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지금 혼자 구경하러 가려고 했던 꽃들은 다 져서 앙상한 나뭇가지들과 그때와는 다른 서늘한 바람이 부는 날씨였다. 나는 그곳에서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가이딩 착취를 받았던 터라 몸 상태가 회복되는 기간이 조금 걸릴 거라고 했다.





"야. 동혁아."


"엉? 왜?"


"너 솔직하게 말해봐 봐."


"뭐르을-"


"너 최상급 아니지. 나한테 거짓말한 거지."


"뭔소리야아!"


"바쁘다는 것도 거짓말이잖아!"


"내가 그런 거짓말을 왜 하냐아!"


"거짓말이 아니면."





왜 맨날 내 병실에서 놀고 있는 건데? 나는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으로 이동혁을 쳐다봤다. 바쁘다며. 곧 팀 합류해야 해서 얼른 이능 조절하는 것도 마스터해야 되고 팀원들하고 훈련하는 것도 맞춰봐야 한다고 그랬던 애가 허구한 날 내 병실 보조침대에 누워서 뒹굴뒹굴하고 있는데 그런 생각이 안 들겠냐고.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너한테 오는 건데 나 이러면 섭섭해."


"섭섭하긴 뭐가 섭섭해. 이런 의심하게 만든 네 잘못이지."


"그럼 여주야."


"응?"


"나랑 같이 갈래?"


"어디를?"


"훈련장에!"





계속 병실에 있으면 심심하잖어! 나 훈련하는 거 구경해! 이동혁의 제안에 안 그래도 병실에만 가만히 있기 심심했던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럴까? 하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큰일 났다 큰일 나-"


"뭐가?"


"김여주가 나 훈련하는 거 보고 완전 반하면 어뜩하지?"


"...."


"어? 막 내가 그렇게 멋있고 짱 쎈 센티넬일줄 몰랐다고 하면서 나 좋아하게 되면 곤란한데-"





자기 입으로 저런 말을 해대는 이동혁을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나 그냥 갈까? 아, 왜애! 그냥, 너 재수 없어서.





"너 거기서 나한테 시선 고정하고 딱 보고 있어!"


"네네- 알겠습니다-"





이동혁하고 시답지 않은 말장난을 쳐대다가 훈련 준비를 마친 이동혁은 훈련실로 들어갔고 나는 대기석에 앉았다. 훈련이 시작된다는 안내음과 함께 대기석 쪽에 투명한 막이 생겼고 끝까지 눈 떼지 말라는 제스처를 해가며 장난을 치던 이동혁은 시작 알림음이 울림과 동시에 눈빛이 바뀌었다.





"...와."


"어때. 나 잘하지?"





솔직히 좀, 아니. 진짜 엄청 놀라긴 했다. 나랑 장난치던 이동혁이 맞다고? 그런 생각으로 이동혁이 훈련하는 걸 구경했다. 야. 인정. 너 진짜 짱 쎈거 맞긴 맞구나. 그럼에도 칠칠치 못한 면은 있긴 있네.





"야. 동혁아. 일루 와봐."


"왜에? 칭찬해 주게?"





와보라는 내 말에 통통 달려오던 이동혁의 손을 잡아 올렸다. 중지 손가락에 상처가 나서 피가 살짝 나고 있길래 너 이거 이제 씻을 때 엄청 따가울걸. 하고 중얼거리자 괜찮아! 이 정도 상처는 상처도 아니야! 하며 아무렇지 않게 말해온다.





"왜 이게 상처가 아니야. 이렇게 피가 나고 있는데."





주머니를 뒤져 가지고 있던 데일밴드를 꺼내 붙여줬다. 그러고서 상처가 난 중지 손가락을 꾹 누르자 이동혁이 아! 소리를 내며 표정을 찡그린다.





"작은 상처여도 아픈 건 아픈 거야. 대수롭게 여기고 넘기지 마."


"...알겠엉."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다친 손가락을 보던 이동혁이 야. 여주야. 하고 다시 나를 불러온다. 왜? 하고 밴드 쓰레기를 구겨서 주머니에 집어넣고 있는데





"나 이거 씻을 때 밴드 떼야겠지?"


"그러겠지."


"...그럼 네가 또 붙여줘?"


"조정석 선생님한테 가서 붙여달라고 해."







"아니! 그 쌤 말고 네가 붙여줘!"


"...?"


"알았지? 약속한 거다?"





뭐 그게 어려운 거라고. 이동혁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했다. 헤헤 소리를 내며 웃던 이동혁이 여주야. 여기 정리하고 우리 카페 가자. 말했고 나는 그러자며 고개를 끄덕였다. 좀만 기다려! 금방 정리할게에- 말꼬리를 늘리며 빠르게 훈련실 정리를 하는 이동혁을 기다리고서 같이 천천히 카페로 걸어가는데





"어, 하이!"





이동혁이 어떤 사람들을 보며 손을 들고 인사를 한다. 방탄복을 입고 딱 봐도 어려운 분위기의 사람들이었다. 살짝 두려워서 이동혁의 뒤로 살짝 숨었고, 남자들은 그런 나를 신경도 안 쓰고 바로 이동혁에게 시선을 돌렸다.







"선생님한테 얘기 들었지?"


"응? 아, 일주일 뒤에 너희 팀으로 공식 발령 난다는 거?"







"B 팀은 계속 너 데리고 가고 싶은가 봐. 포기 안 한다 하더라고."


"내가 안 가겠다는데 뭐 어쩔 거래. 거기 팀장 마음에 안 들어."







"아, 그리고 동혁이 너 2층 방인데 혹시 불편하면 지금 얘기해. 방 바꿔줄게."


"난 상관없어. 침대만 있으면 돼. 바닥은 등 아파서 싫거든."





아, 맞다 맞다. 뭔가가 떠올랐다는 듯 중얼거리더니 몸을 돌려 살짝 뒤로 떨어져 있는 나를 쳐다본다. 그러더니 씩 웃길래 내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고 다시 몸을 돌려 그들을 쳐다보고서는





"아직 쌤한테 얘기 안 들었지 너희는?"


"뭐를?"


"자, 인사해."





이름은 김여주고, 얘가 내가 말했던 그 친구야! 뒤로 손을 뻗어 가볍게 내 팔을 잡고 자신의 옆으로 끌고 오더니







"얘 나랑 같이 팀에 들어갈 거야."


"뭐?"





이동혁의 폭탄 발언에 놀란 내가 큰 소리를 냈고, 그들은 그제서야 옆에 있는 나에게 시선을 돌렸고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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