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은 격노하여 눈에 보이는 생물체란 생물체는 모두 죽여버렸다. 충직한 놈들로 선별한 기사들이었는데, 자신이 찾아가기도 전에 그 여자를 놓쳤다. 검도 없던 여자 한명을. 자라드를 위해 꽤 신경 써서 준비했던 쇼도 실패했다. 

"어떻게 생각하지 카터?"

그가 앉아있는 왕좌의 오른편 그림자에서 녹색 머리칼과 녹안의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가 직접 붙잡고 있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그는 누군가와 매우 닮아 있었다.

"뭐, 네가 죄송할 건 없지."

"제 불찰입니다 폐하."

브렉은 입에 와인을 털어 넣었다. 그의 눈알이 마구 굴러갔다.

"네 동생은 죽였나?"

"…아직 살아 있습니다."

챙!

깨진 와인잔 조각이 바닥에 흩뿌려졌다.

"빨리 죽여."

-

여성은 손에 쥐게 된 은색 검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시관에나 걸려있을 법한 빛나고 아름다운 검이었다. 중에서도 검집에 크게 박혀있는 블루 다이아몬드가 눈에 들어왔다. 자라드가 물었다.

"마음에 안 드나? 다른 것으로 할까."

여성은 급히 고개를 저었다.

"비싸 보이는데 제가 가져도 괜찮습니까?"

자라드는 잠시 여성을 멀뚱히 바라보다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그녀는 검을 조심스레 뽑아 보았다. 물에 비친 듯 맑게 보이는 자신의 얼굴이 비쳤다. 자신이 봐온 검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다이아를 깔별로 박아 줄 수도 있으니 부담 없이 가져."

자라드는 검들이 주욱 나열되어 있는 곳을 천천히 둘러보다 가장 끝에서 멈추었다. 그의 앞에는 중후한 분위기를 뿜는 금빛 검이 기대어 서 있었다. 그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나는 이것으로 하지."

자라드가 검을 허리춤에 고정했다. 그가 몸을 돌려 여성을 바라봤다. 

"어때, 어울리나?"

갖가지 무기들 사이로 바람이 훅 불어왔다. 평소와 달리 이마 위로 넘긴 은발이 살랑거렸다. 붉은 눈은 건조하게 울고 있었다. 여성은 이유를 알지 못했다.

"예, 잘 어울립니다."

자라드는 미소 지었다. 그는 제 호위가 가지게 된 은색 검이 옛날, 자신이 쓰던 검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라드는 그 검이 그녀 옆을 찾아간 지금 훨씬 더 빛난다 느꼈다. 그녀의 눈과 닮은 보석이 박힌 것으로 주고 싶었다.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소개해 줄 사람이 있어. 곧 새 검을 써보겠군."

-

푸른 눈에 적발이 반사되었다.

"안녕하십니까. 기사단장 홀든 그레이트 입니다."

"네."

여성은 기사단장이 그리 반갑지 않았다. 뒤로 멍청하기 그지없던 그때 그 기사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긴장 풀린 눈을 보니 훈련을 어떤 식으로 하는지 눈에 훤했다. 게다가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다녔는지 그녀를 보는 시선들이 달갑지 않았다. 

'브렉 그놈을 잡으려면 기사단 갱생이 필요해 보이지? 경험이 별로 없는 애들이야. 하면 잘 하니까 좀 가르쳐. 아, 홀든은 꽤 괜찮아.'

하지만 그녀는 명을 따라야 했다.

"그레이트 경? 왜 서왕국에 갈 때에 동행하지 않았는지 물어도 됩니까."

"그냥 홀든으로 편하게 불러주세요."

홀든은 어색하게 대답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여성은 홀든을 무표정하게 쳐다봤다. 뒤쪽으로 기사단이 잠시 수군댔다. 

"그렇군요."

그녀의 건조한 대답에 몇 기사들은 경악했다. 실버는 애도를 표하지도, 위로를 건네지도 않았다. 통찰이라 했던가. 그녀는 홀든 옆을 스치며 그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말을 전했다.

"좋은 부모는 아니었나 보군요."

기사단장이 크게 움찔했다.

"따로 조금 이야기하고 싶은데."

여성은 싱긋 웃어 보였다.






소설 [죽은 장작에게]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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