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편입니다.

-다음편을 마지막으로 하려했는데 어중간한 길이로 마무리가 지어질것 같아서...

-후기는 외전을 쓰고 찾아뵙겠습니다.

-감기조심하세요. 저는 감기몸살로 죽어가고 있어요.......결국 조퇴에 하루 쉬고 말았네요.....

-마지막 편이라서 언제 올릴까 하다가 오늘 올려봅니다..

-피드백은 익명창이나 트위터 디엠으로!!

-외전은 크리스마스파티편이 메인이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합니다.

-외전은 멤버십입니다.












1학년, 부활절 연휴 기간이 끝나고 마지막 3학기 수업이 시작될 무렵 태형의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왔다. 발신자가 없는 출처를 알 수 없는 편지에 태형은 뭘까 하고 편지 봉투를 뜯어 안을 확인 했다.



「태형아, 잘 지내고 있니.

네가 올해 호그와트에 입학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 편지를 쓰면서 몇 번이나 쓰고 버리는 일을 수없이 반복을 했는지. 입학을 축하하는 편지를 써서 보내기엔 이미 3학기까지 왔으니 늦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네게 이렇게나마 늦은 편지를 용기 내어 써보는구나.

너에 대한 이야기는 입학 전 기사로 접했단다. 너를 무책임하게 아버지에게 보내게 되어 버린 이 어미를 용서해 주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나도 너를 그렇게 떠맡기고 난 후에 얼마나 괴로웠는지. 적어도 너와 연락을 주고받을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싶었지만 편지 한 통 조차 보내기가 쉽지 않아 네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늘 걱정하고 있었다.

배다른 누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새 어머니에게 냉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네 아버지가 아버지로써 너를 잘 챙겨주고 있을지 말이야.

기사로 접한 네 사진을 보고 우리 태형이가 안 본 사이에 많이 컸구나 싶어서, 어쩌면 지금은 조금 더 성장한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성장하고 있는 태형이를 옆에서 지켜봐 주지 못해 엄마가 너무 미안해.

아픈 곳은 없는지, 학교생활은 익숙해졌는지 여러 가지 궁금한 것들은 너무 많지만 혹 나를 원망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사실은 너무 무섭고 두렵구나. 그래도 이 엄마는 다 이해 해. 나를 미워해도 괜찮아. 용서를 구할 생각으로 편지를 쓴 것은 아니니 말이야. 다만 나는 늘 태형이를 생각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엄마는 늘 네 편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만 알아주었으면 좋겠구나. 비록 멀리 떨어져 만날 일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이렇게나마 겨우 네게 용기를 내어 편지를 보낸다.

3학기. 1학년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학교생활 열심히 하고, 건강해야 한다.」



툭. 태형의 눈물이 편지위로 한 방울 떨어져 글씨가 눈물에 번지는 것에 놀라 얼른 소매 끝으로 눈물을 꾹 눌러 닦아낸다. 친 엄마에게서 온 편지. 아버지에게 맡겨진 후 연락도 두절이었던 지라 더 이상 만나게 될 일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태형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친 엄마의 편지에 태형은 한참을 남몰래 흐느꼈다.


친 엄마를 그리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태형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했다. 제겐 더 이상 친 엄마의 존재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엄마…”



편지봉투 안에 편지와 함께 들어가 있는 사진을 꺼내 보았다. 자신이 태어 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꼼지락거리는 저를 끌어안으며 웃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알 수 없는 안도감과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 오른 감정이 이내 온 몸에 사르르 퍼져 무뎌진다. 온 몸 구석구석 아픔과 상처투성이로 쌓인 잔해들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학교에 있으면 엄마와 연락을 할 수 있다. 비록 만날 수는 없지만 연락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태형은 감사했다. 엄마를 원망한 적 없다. 물론 처음에는 아버지에게 떠맡겨 놓고 사라진 엄마가 미웠지만 집안 사정을 알고 나니 현실을 원망했다. 차갑다. 온몸이 차갑게 굳어 으스러져 제 감정까지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분위기가 너무 싫다.



“졸업하면 오러가 될 생각이야.”

“난 집안을 이어야 해서.”



지민의 나비 뱃지가 파득, 날개 짓을 가볍게 한다. 금융업계 쪽으로 큰 손으로 유명한 지민의 집안이었다. 물론 그것과 상관없이 마법은 아니나 무술을 하는 집안으로 유명세를 떨친 것이라 지민 본인도 어렸을 적부터 집안의 무술은 익혀오긴 하였으나 태형은 물론 같은 무리의 친구들조차 지민이 무술을 하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보여 달라고 할 적이면 지민은 은근슬쩍 그 요구를 피했다.



“뭐, 너야 일단 멀린의 후손이니 오러가 되는 것쯤이야 간단한 일 아니야?”

“나는 내 실력으로 오러가 될 거야.”



5학년. 올해 순전히 제 실력으로 반장이 된 것에 아버지는 물론 새 어머니까지 의외라는 듯 놀란 얼굴을 해보였고,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열심히 했구나.’라는 무미건조 하지만 제겐 놀랄만한 칭찬을 해주었다. 노력하여 테스트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아오는 것에 무뚝뚝한 태도만 보여준 아버지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곧 O.W.L 시험도 있으니, 다른 생각을 할 여유는 없었다.



“야, 정호석이 메리 고백 거절했다며?”

“그렇다고 하더라. 나는 메리가 불쌍해.”

“정호석도 메리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어제부터 여기저기 들려오는 호석과 메리에 관한 이야기에 태형은 한동안 심란했던 마음이 진정이 되어 되려 차분해졌다. 호석이 메리의 고백을 거절하는 것을 직접 목격까지 했으니 말이다. 저와 시선을 마주하고 놀란 호석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뒤로 태형이 무리들을 뒤로하고 호석의 뒤를 몰래 따라간 곳에서 호석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감정이 복잡하게 엉켰다.


울지 마요.


그러고 보면 호석이 누군가와 사귄 적은 없었던가. 자신이 3학년 때 쯤부터 저를 좋아한다는 소문만 돌았을 뿐이었다. 메리를 거절한 이유도 호석이 저를 좋아해서라는 것을. 기쁜데, 언제가 되어야 우리는 가까워 질 수 있을까.



「올해는 O.W.L 시험이 있겠구나. 네가 오러를 목표를 하고 있는 만큼 네가 원하는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너라면 잘 될 거라고 믿고 있단다.

오러가 아니더라도 태형이 네가 무엇을 하든 엄마는 늘 응원하고 있어. 늦었지만 반장이 된 걸 축하한다.

내가 있는 곳은 얼마 전부터 눈이 계속 내리고 있단다. 바람은 차갑지 않지만 감기에 걸릴 것처럼 몸이 으스스 한기가 느껴지는 구나. 태형이 너도 감기 조심하고 건강해야 한다. 메리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받은 엄마의 편지. 태형은 올해 크리스마스는 집으로 오라는 새 어머니의 연락을 받아 돌아가야만 했다. 호석에게 용기내어 볼 생각으로 있었던 태형은 아쉬운 마음에 짐을 쌌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에 올해는 호석 또한 집으로 돌아가려는 것인지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번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호석과의 사이가 조금은 변하기를 생각하며 기차에 올랐다.


촤아악-


제 얼굴위로 차가운 물이 쏟아진다. 아스카가 짧은 비명을 지르며 얼른 입을 꾹 다문 채 어쩔 줄 몰라 하며 앞치마 주머니 안에서 손수건을 꺼내 제 얼굴을 닦아 주는 손길에 태형이 괜찮다는 듯 아스카의 손길을 거두며 새 어머니를 바라본다.



“네 친 어미와 연락을 해도 좋다는 허락은 한 적 없다.”

“……”

“너와 절대로 연락조차 하지 않겠다고 살려 달라 무릎 꿇고 빌던 여자란 말이다.”



새 어머니의 발밑으로 꽁꽁 숨겨두었던 친 엄마와 주고받은 편지들이 갈기갈기 찢겨진 것을 바라보다 그 뒤로 팔짱을 낀 채 비웃고 있는 누나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자신이 없는 사이에 멋대로 제 방에 들어간 범인들이 분명했다.



“그래서요?”

“뭐?”

“그래서 어쩌라는 거죠.”

“네 이놈이 먹고 재워주고 학교까지 보내주니 기어오르려 하는 게냐?”

“기어오르다니요. 이제껏 단 한 번도 어머니께 반항 한 번 해본 적 없이 따랐고, 집안사람으로써 제대로 인정받고 싶어서 제 나름대로 노력하면서 큰 문제 한 번 일으킨 적 없이 학교생활 한 덕에 올해는 반장까지 되었는데 어머니는 대체 제게 무엇을 원하고 계시는 건데요?”



이제껏 단 한 번도 말썽한 번 부린 적 없었다. 물론 친 엄마와 연락을 주고받는 것을 싫어할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몰래 연락을 주고받았을 뿐 솔직히 들켜도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다. 제가 집안을 이을 것이라는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저를 이 집안의 친자식으로 들인 것이 꼭 그것뿐만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알고 있으니 말이다.



“풍족하게 살고 계시니, 가난한 마법사가 웃기게 보이세요?”

“뭐..뭐?!”

“제 친 엄마가 왜 살려 달라 무릎을 꿇어야 했는지. 왜 내가 이곳에 와야 했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하실 생각이 없으신 거잖아요.”



작년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친 엄마에게 조금 더 자세한 내막을 편지를 통해 알게 되었다.


가난 때문이었다. 태형의 친 엄마는 본래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평범한 인생을 살아왔었으나 7학년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인간인 아버지가 사업의 실패와 함께 사기를 당한 탓에 집안이 망하고, 취업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으나 집안 사정과 함께 여러 악재가 겹친 것인지 계단에 굴러 떨어져 인대가 늘어나 다리에 기브스를 해야 하는 상황에 몸도 쉽게 움직이지를 못해 취업을 하지 못하여 졸업을 하게 되었고, 결국 가난으로 인해 인간의 아버지는 술로 나날을 보내다 자살을 선택하게 되면서 어머니와 함께 여러 곳에서 생활을 하며 전전긍긍하다 멀린 집안의 가정부로 일을 하게 되었다고. 그러나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져 더 이상 움직이지를 못하게 되자 태형의 엄마는 병원비와 함께 쌓여가는 빚에 하루하루가 괴롭고 고달팠다. 그리고 그러던 와중 가문의 주인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잔뜩 취해 태형의 엄마가 부인인 줄 알고 손을 댄 것이었다. 세간에는 주인과 제 어미가 눈이 맞았다라고 퍼져있는 줄 알았으나 실상은 겁탈이었다는 것에 태형은 충격을 받았다.


임신을 해버린 것을 뒤늦게 알게 되어 아이를 지울 수도 없는 상황이 되자 결국 낳아 태어난 것이 태형이었다. 더군다나 그토록 원하던 사내라는 것에 집안이 술렁이긴 하였으나 부인은 용서 할 수 없다는 듯 태형과 태형의 엄마를 내쫓았다. 그리고 입막음의 조건으로 태형의 엄마가 짊어지고 있던 빚을 청산해 주었다고. 그러나 쓰러진 어머니의 병원비를 내는 것만으로도 벅찬 생활인지라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 정도로 힘들게 살고 있는 환경에 점점 자라는 태형을 보며 어쩌면 태형이 학교에 입학을 하는 것조차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태형의 엄마는 결국 무릎을 꿇고 빌었다.



‘제발..제발 부탁드릴게요. 우리 태형이 살려주세요. 생김새는 다르지만 주인님의 아들이라는 것은 변함없습니다.’



변해가는 시대와 함께 집안조차 언제 대가 끊길지도 모를 상황에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자식 한 명 는다고 하여 문제가 될 것은 없으니. 그러나 부인이 그것을 마음에 들지 않아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태형을 받아들이는 것에 집안 공기가 더욱 냉랭해졌으나 태형의 아버지는 모르는 척 눈과 귀를 닫았고, 제 부인이 태형을 차갑게 대하는 것과 딸들이 태형을 괴롭히는 것조차 모르는 척 외면해 왔던 것이었다. 친 자식이라는 애정하나 없이 그저 먹고 살게 해주면 되는 것이라고.



“제가 싫으신 것뿐이잖아요.”



알고 있는 대답을 굳이 내뱉고 본다. 태형은 제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 소리 없이 흐느꼈다. 차갑기만 한 주위가 더욱 태형의 마음과 몸을 아프게 물들게 했다. 위로가 필요하다. 자신을 감싸 안아줄 수 있는 사람. 태형은 호석을 떠올렸다. 선배라면… 이런 나도 좋아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요즘 너 괜찮은 거냐?”

“뭐가?”

“기운 없어 보여서.”



지민의 물음에 태형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시선을 책으로 향한다. 크리스마스 연휴 후로 눈에 띠게 기운이 없는 태형을 보며 걱정이 들었다. 그럼에도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혹 집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은 것이, 집중을 하고 있는 모습에 지민은 더 이상 깊게 파고들지는 않는다.



“찍,”



응? 어느 때와 다름없이 공부를 위해 필요의 방으로 향하던 태형이 근처에서 들려오는 쥐 소리에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돌리자 근처 장식장 위로 누가 놓아 둔 것인지 꽃이 핀 화분 아래로 떨어진 꽃을 주워든 다람쥐 한 마리가 향기를 맡으며 얼굴에 부비고 있는 행동을 보고 놀라 신기하여 빤히 바라보았다. 너무 귀엽다! 태형은 조심스레 다람쥐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쭈쭛- 착하지. 이리 와봐.”



다람쥐가 태형을 경계하며 도망이라도 치려 듯 태형과 시선을 빤히 마주한 채 경계를 하며 몸이 굳은 것에 태형이 주머니 안에 든 피너츠를 떠올리고 얼른 주머니 안에서 피너츠가 든 작은 비닐팩을 꺼내 그 안에서 호두를 몇 조각 꺼내어 제 손바닥에 펴서 내밀자 다람쥐가 킁킁 냄새를 맡더니 꽃을 두고 태형의 손바닥에 올라타 호두 한 조각을 입속에 넣어 우물거린다.



“호비? 네 이름이 호비야?”



제 손바닥에 올라탄 다람쥐를 귀엽게 살펴보던 태형이 문뜩 다람쥐의 목에서 반짝이는 이름표를 발견하고 읽는다. 호비라니. 뭔가 알 수 없는 친근한 기분에 호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자리를 이동했다.



“다람쥐 아니냐?”

“귀엽지? 이름이 호비래.”

“뭐야. 다람쥐랑 대화도 할 수 있어?”

“그럴 리가 있냐? 여기 이름이 달려있으니까.”

“야, 주인 있는 다람쥐를 데려오면 어떻게 해?”



기숙사 안으로 데리고 들어온 것에 지민이 놀란 얼굴이 되자 태형이 아차 싶은 표정이 된다. 호비를 데리고 필요의 방으로 가서 공부를 하면서도 제 주위에 있던 애완용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호비였다. 귀여워서 한참을 같이 놀다 데리고 와 버린 것에 지금에서야 난감해진다. 미쳤나봐.



“주인이 오매불망 찾고 있는 거 아니야?”

“그..그럴지도.”



어쩌지? 교수님께 말씀 드려야 하나. 일단 기숙사를 나가고 보자는 생각으로 몸을 돌린 태형이었다. 곧 퇴실 금지 시간이라 서둘러야 했다. 마침 기숙사 안으로 들어온 윤기와 마주치고 태형이 얼른 인사하자 피곤한 든 지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윤기가 태형의 어깨위에 있는 호비를 보고 표정이 바뀐다.



“야. 왜 네가 호비를 데리고 있어?”

“예?”

“하아, 한참 찾았잖아.”



호비 일로와. 윤기가 한 손을 호비에게 내밀자 호비가 익숙한 듯 윤기의 손에 옮겨 타 어깨위로 올라간다.



“선배가 알고 있는 다람쥐에요?”

“얘 호석이가 키우는 애야.”

“아…”

“호비 너 이 녀석. 호석이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쮸,”



윤기가 제 어깨에 올라탄 호비를 한 손에 쥔 채 어깨에서 떼어놓곤 얼굴을 보며 혼을 내자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은 듯 짧은 신음을 흘린다. 동시에 퇴실금지 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고 윤기와 태형의 얼굴이 난감해 진다. 퇴실금지 시간이지만 나가도 되기는 하나 윤기는 학생회장이었고 태형은 5학년 남자 반장으로써 룰을 지키는 모범은 보여야 했다.



“호비 스스로 돌려보내려니 슬리데린이랑 후플푸프 기숙사 까지 가는 길을 잃을 것 같아서 놓아주지 못하겠어.”

“스스로 갈 수 있어요?”

“래번클로랑 그리핀도르는 알아서 잘 찾아갈 정도야.”



그러나 오늘은 어째서 인지 호비가 하루 종일 보이지 않아 결국 호석과 친구들이 호비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고 윤기 또한 호비를 찾는데 도와주고 온 길이었다. 슬리데린과 후플푸프 기숙사의 거리가 꽤 된다. 호비는 몸집도 작고 재빨라 타 기숙사에 숨어 들어가는 것이 특기였다. 물론 영특하게도 그리핀도르와 래번클로에 있는 친구들과 급하게 연락을 주고받을 때 호비에게 부탁할 정도지만 슬리데린의 경우엔 호비도 처음이라 어쩌면 길을 한참 헤맬지도 모를 일이었다.



“안되겠다. 내일 호석이한테 돌려줘야 겠어.”

“어..아…”

“…왜?”

“저..호비, 저한테 주시면 안돼요?”



태형의 물음에 윤기가 가만히 태형을 바라보더니 호비를 태형이에게 내민다. 호비를 계기로 가까워지고 싶은 것이겠지. 윤기는 걱정을 하고 있을 호석을 떠올리며 어떻게든 되겠지 싶은 생각에 제 방으로 올라간다. 잘 되었으면 좋겠네.


태형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호비의 자리를 마련해준 곳을 바라보았다. 잠이든 모습조차 귀엽다. 내일 호석에게 호비를 줄 때 무슨 말을 하며 건내 줄까 하며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해 본다. 어떤 상황이든 호석과 가까워 질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두근거려 잠을 설쳤다.



“야, 저기 호석 선배 있다.”



식당으로 향하자 보인 호석의 모습에 지민이 태형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쿡 찌르자 태형이 호석을 발견하고 긴장하여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한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다. 그러니까 무슨 말을 먼저 하기로 했더라. 선배 다람쥐에요? 아니다 이건 너무 호석의 다람쥐라는 것을 알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혹시 다람쥐 잃어버린 사람 없어요? 그래, 이게 좋겠어. 호석의 주변을 맴돌며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방법이다.



“야 태형아! 너 요즘 얼굴 보기 힘들다? 공부하느라 바쁘냐?”

“아!”



툭! 태형의 등 뒤로 빠르게 무언가 다가와 어깨를 부딪쳐 온 것에 태형이 놀라 손 안에 든 호비를 놓치고, 그런 제 어깨에 한 팔을 두른 리키를 본 태형이 이내 호석에게 달려가는 호비를 보며 낙담한다.



“뭐야? 어딜 보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런 씹, 태형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굳은 얼굴이 되고 욕이 나올 것 같은 것을 꾹 참는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지민이 허, 하고 어이없는 짧은 웃음을 내 뱉음과 동시에 조금 떨어진 곳에서 ‘호비야!!’하고 기뻐하는 호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키 저 새끼는 일생 도움이 안 되네.”



우연히 식당에 막 들어서던 참에 본 장면에 윤기가 짜증이 난 얼굴이 되어 바라보았다.







O.W.L 10개. 5학년 전체 성적 1등. 지민 또한 10개를 받았으나 성적 레벨에서 과목 하나가 태형보다 낮아서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었다. 이따금 지민과 둘이서 성적이 엎치락뒤치락 하다 보니 친구이며 동시에 선의의 경쟁자 같은 관계 같은 것이었다. 덕분인지 태형은 작년에 이어 6학년 남자 반장이 되었다. 동시에 7학년이 되는 남준이 내년 전교회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돌아가는 기차에 올라탔다. 7학년. 이번 여름방학이 끝이 나면 호석의 마지막 학교생활이었다.



“어떻게 다가가야 좋을지 모르겠어.”

“그 윤기 선배라는 분은 졸업 전에 무슨 말씀 없으셨어요?”

“윤기 선배…”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인사를 한 제게 졸업 전에 호석이 저와 사귀는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워 한 듯 했으나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내년엔 호석이도 졸업이니 올해 밖에 기회가 없겠네.’

‘…호석 선배가 저한테 다가올 일은 없겠죠?’

‘그럴걸. 너한테 고백이전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호석과의 거리는 좁히지 않는 다는 것이겠지. 빨간 염색약을 발라주는 아스카의 손길을 받으며 태형은 곧 있을 개학에 심경이 점점 복잡해져만 갔다. 어떻게 하면 호석과 가까워 질 수 있을까. 거리가 좁혀질 기회를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고민에 빠진 태형을 보며 아스카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몸은 성장하고 있는데 내면은 성장해도 아직 어리기만 한 태형이었다. 게다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상대를 떠올리며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어색하면서도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응원을 하게 되어 버린다.



“야야, 누가 걸릴까?”



기차에 올라타 반장들이 모여 있는 칸으로 가자 7학년 반장이 된 리키가 저를 옆자리에 앉히고, 리키가 준비한 나무 장난감을 5학년 남자 반장인 헤럴드가 문틈 사이로 장난감을 끼운다. 하, 누가 저 장난감 트랩에 걸리겠어. 문틈이 열려 있으니 의심하고도 남을 것이 분명했다. 주변에 있던 다른 기숙사 반장들이 불쾌한 얼굴이 되어 슬리데린 반장들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면서도 태형은 말리지 못한 채 어울렸다.



툭,

“악!!”

쿠당탕-



푸하하하, 문이 열리며 문틈 사이에 끼워둔 나무 장난감이 머리위에 떨어진 것과 동시에 짧은 비명을 지른 호석이 요란스레 넘어진다. 어? 호석이 반장들이 있는 칸에 들어왔다? 태형이 놀란 얼굴을 해 보이면서도 아파서 신음하는 호석의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귀엽다. 옆에서 잡종이 걸렸는데? 라며 요란을 떠는 리키에게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질 것 같은 기분을 억눌렀다.


호석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 뒤로 남자 학생회장인 남준과 함께 몇 명의 반장들이 들어오고, 호석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붉어진 얼굴로 후플푸프 쪽 반장들 사이에 앉는다. 아, 혹시 올해 반장인가. 어쩌면 가까워 질 기회가 있는 것은 아닐까.



“진짜 멍청하네.”



윤기가 호석을 멍청하다고 하는 의미와 같았다. 저도 모르게 내뱉어 버린 말에 속으로 놀란 것도 잠시 남준이 탐탁지 않은 얼굴로 굴러다니는 나무 장난감을 제게 넘기며 화를 내는 것에 오해를 사버리게 되어 괜히 나무 장난감을 옆에 있는 리키에게 거칠게 던지듯 넘겼다.


호석이 반장이 된 기념으로 친한 무리들 끼리 잔디밭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약초학 수업에 필요한 식물을 찾으러 나왔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었다. 지민이를 비롯해 제 무리들이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꽃 화관을 쓰고 있는 호석을 숨어서 조용히 바라보고 있던 태형이 갑자기 호석이 호들갑을 떨며 호비의 이름을 외치고, 그 호비가 제게 와 몸에 올라탄 것에 놀라 어? 하고 신음을 흘리다 이내 제가 있는 쪽으로 오고 있는 호석을 보고 갑자기 무슨 생각이라도 난 듯 그곳에서 조금 떨어졌다.



“호비야. 나 좀 도와줘.”

“찍,”

“네 주인이 나한테 올 수 있게 해 줄 수 있겠어?”



몸을 숨긴 태형이 호비를 땅에 내려주자 호비가 수풀 사이를 헤집고, 호비를 찾는 호석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두근두근, 긴장이 된다. 덜덜 오른손이 떨려왔다. 호비를 계기로 짧게라도 좋으니 대화를 하고 싶었다.



“찍!”



호비가 수풀 사이에서 나와 제게 올라타고 동시에 수풀을 헤집으며 나타난 호석이 태형의 품에 안겨지듯 부딪쳐 태형의 몸이 뒤로 쓰러진다. 으아- 하고 신음을 흘리는 호석이 고개를 들자 시선이 마주치고, 놀란 호석의 눈동자가 좌우로 흔들린다. 두근두근 꽃 화관을 쓴 호석의 모습이 너무 예쁘다. 근처에서 저를 찾는 제 무리들의 목소리에 정신이 든 호석이 얼른 제게서 떨어지려는 것에 태형은 호석을 제 품에 안았다.


심장이 요란스럽게 뛰기 시작했다. 호석에게서 풀냄새가 난다. 끌어안은 제 손길에 당황한 듯한 호석이었으나 그럼에도 태형은 호석을 한동안 놓지 않았다. 무리들의 목소리가 멀어지고 호석이 저를 밀어내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


닿은 것만으로도 이렇게 좋은데… 호석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홍조를 띠운 채 당황한 얼굴을 한 호석을 보며 태형은 입을 떼었다.



“너 말이야.”

“…어?”

“아, 아니다. 선배지?”

“……”

“나 좋아하죠?”



유도 심문을 하는 제 물음에 당황한 듯 어버버 거리는 호석의 표정에 태형의 가슴이 간질거린다. 긴장으로 떨리는 손을 숨긴 채 아무 말도 못하는 호석을 보며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상황이기는 하나 어쩌면 가까워 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 용기를 낸다.



“진짜 멍청하네.”

“뭐?”

“그냥 좀 귀엽다고요.”

“……”

“다음부턴 조심해요.”



자리에서 일어나 흙을 탈탈 털어냈다. 올해는 꼭. 꼭 호석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먼저 용기를 낼 수 있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크리스마스 파티>가 그러했다.







*

첫 키스. 호석은 뛰지도 않았는데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것 같았다. 심장이 진정이 되지 않아 손을 덜덜 떨면서도 온 몸이 간질간질 세포가 흥분으로 날뛰고 있는 감각에 눈앞이 어지럽다.



‘선배가 좋아요. 사겨요 우리.’



으아아- 김태형이 내가 좋대! 호석이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발길질을 한다. 같은 방을 쓰는 친구들이 응? 하고 어리둥절해 하며 호석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물음에 놀란 호석이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외친다.


맞닿은 입술에서 느껴진 떨림은 분명 <진심>이었다. 그래서 태형의 진심을 의심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제가 먼저 태형을 좋아했다라는 부분에서 부정을 하면서도 부정을 할 수가 없는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내가 김태형을 좋아한다. 쉽게 인정을 하지 못한 채 부정했다. 인정을 하면 안 될 것만 같았다. 태형에 비하면 저는 너무나도 평범해서. 게다가 전형적인 슬리데린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다 보니 머글에 후플푸프인 제가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 분명 주위의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음이 분명했다. 그래서 케이에게 김태형을 좋아하냐는 말을 들었을 때 부정을 하면서 스스로 자신은 김태형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최면을 걸었던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누군가와 사귀고 있는 태형을 볼 때면 속이 울렁거리고 기분이 나빠진다. 어째서 인지 태형이 있으면 보게 되고 시선이 마주치면 당황하며 피하면서도 어느 순간 다시 태형을 보기까지 했다. 작년 메리의 고백을 거절한 이유를 떠올리고 보면 메리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나 좋아하지 않은데 억지로 사귀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 것인가 떠올려 보았을 때 태형의 얼굴이 그려지긴 했으나 분명 다른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메리의 고백을 거절하고 난 뒤에 마주친 태형을 보고 여러 가지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혼자 가슴앓이를 하며 울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제 마음 또한 자신이 메리를 거절한 것처럼 거절을 당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보니 심장이 갈기갈기 찢겨질 것 같았다. 그러니 누구를 좋아하든 묻어두자. 즐거운 마지막 학교생활을 하자 싶었었다. 그런 제 마음을 눈치 채기라도 하듯 윤기는 저를 위로하는 주변과 달리 제 곁에 아무 말 없이 앉아 메리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더니 졸업할 쯤 제 머리를 말없이 쓰다듬어 주었다. 그 손길에 어째선지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을 꾹 억누른 채 윤기의 졸업을 축하해주었다.



“선배!”

“어? 태.태형아.”

“저녁 같이 먹어요.”



어느 때와 다름없이 친하게 지내는 무리들과 함께 식사를 하려 식당에 들어서는 찰나 태형이 다가온 것에 호석의 얼굴에 홍조를 띠우고 그런 호석과 태형을 본 무리들이 둘 사이의 분위기를 읽곤 재빨리 우리끼리 먹을 테니 호석이는 태형이랑 같이 먹어. 라며 자리를 피한다.


얼떨결에 둘이서 같이 식당에 등장하자 식당 안에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호석과 태형에게 향했다. 부끄러워진 호석이 어깨를 움츠리자 태형은 익숙한 듯, 음식을 골라 담은 뒤 호석과 함께 구석진 자리로 데리고 가 나란히 앉는다.



“선배는 올해 N.E.W.T쳐요?”

“아..아니, 칠 생각 없어.”

“졸업하면 뭐할지 정한거에요?”

“응. 꽃집이나 차릴까 하고.”

“꽃집?”



꽃집이라니, 왠지 저나 주위의 친구들이 마법사로써 지위를 얻기 위한 미래를 꿈꾸며 직업을 정하는 것과 전혀 다른 느낌에 태형은 놀라서 멍한 얼굴이 되었다. 뭐랄까… 생각했던 것과 다른 호석의 이미지에 놀라면서도 꽃집을 운영하는 호석을 상상하니 어색하지 않을 만큼 어울려서 태형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너는?”

“나는 오러가 되고 싶어서요.”

“내년에 N.E.W.T칠 거야?”

“네.”



사실 O.W.L만 잘 받아도 오러가 될 수는 있지만 보험을 두고 싶을 뿐이었다. 아마 저 뿐만이 아니라 몇몇 학생들 또한 N.E.W.T는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말이다.



“어디에 꽃집을 차릴 거에요?”

“부모님이랑 이야기 해 봤는데, 집 근처에 가게를 알아봐 주신대.”

“아…”



태형이 작은 탄식을 내뱉는다. 호석은 머글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인간의 세계에 꽃집을 차린다는 건가. 그렇다면 나는… 태형이 당황한 얼굴을 해보이다 이내 고개를 가로젓는다. 미래는 미래일 뿐 상황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호석이 머글이라고 해서 딱히 거부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자신의 엄마는 인간과 마법사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지 않은가. 애초에 인간에게 거부감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집안에서는 자신이 남자 머글과 사귄다는 사실에 분명 날카롭게 날이 설지도 모를 일이다. 어차피 가문을 이어 받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하니 상관없으려나.



“선배. 선배가 졸업해도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죠?”

“뭐?”

“우리 사귀기로 했잖아요.”



그..그랬나? 사귀기로 한 건가. 꿀꺽. 호석이 마른침을 삼킨다. 솔직히 태형의 고백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는 않았기에 태형의 말에 수긍하지 못한 채 긴장하여 굳어버린다. 두근거리는 심장에 또 다시 진정을 하지 못해 태형의 시선을 외면하자 저와 태형을 쳐다보고 있는 다른 학생들과 시선을 마주친다. 헉, 부끄러워.



“호석이 형!!”

“아, 저..정국아.”

“내일 퀴디치 응원하러 와줘야 해요!!”

“당연하지!”



마침 퀴디치 연습을 끝낸 참인지 내일 있을 래번클로와 경기가 있을 정국이 제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것에 호석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대답하자 이내 옆에서 정국에게 흔들고 있는 손을 잡아 내리는 힘에 놀라 태형을 바라보자 태형이 정색을 하곤 이내 얼굴을 숙여 호석의 어깨에 묻은 채 응석을 부린다.



“태형아?”

“나를 더 응원해줘야 해요.”

“응?”

“나 슬리데린 수색꾼이잖아요.”



화끈, 얼굴이 달아오른 호석이 태형에게서 은은하게 맡아지는 페퍼민트 향과 함께 제 목덜미 사이로 태형의 머리카락이 닿아 간질인다. 그랬지 태형이도 수색꾼이었지. 슬리데린이지만. 잠시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린 호석이 시선을 돌려 정국이 있는 곳을 바라보자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정국과 시선이 마주치고, 호석이 하하, 하고 어설픈 웃음소리를 흘리며 태형에게 잡혀있지 않은 손을 들어 흔들어 보인다. 나중에 또 보자.



“진짜 좋은 냄새나.”

“응?”

“선배, 향수 안 쓰죠?”

“안 쓰는데? 아, 혹시 만들고 있는 샤워 코롱이랑 향수 냄새가 배였나?”

“만들어요?”

“꽃만 팔면 식상할 것 같아서 방향제랑 이것저것 만들어 보고 있는 중이야.”



그렇구나. 정했다 싶으면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는 성격인가? 그런데 향수나 샤워 코롱이라고 하기엔 체향인 것처럼 느껴져 거부감이 없다. 방향제인가? 그것도 아닌 것 같은데 태형이 고개를 들어 호석을 바라보았다. 약초학이 특기라는 것을 윤기에게 들어 알고 있던 참이었다. 약물학도 꽤 성적이 좋다고. 사랑의 묘약에 취한 제게 해독약을 만들어 준 것을 떠올리며 아, 하고 잊고 있었던 것을 말한다.



“선배.”

“응?”

“고마워요.”

“뭐?”

“선배가 해독약 줘서 기뻤어요.”



해독약? 무슨 소리지? 호석이 어리둥절해 하다 이내 아, 하고 짧은 신음을 내뱉는다. 자신이 5학년 때 사랑의 묘약을 먹은 태형에게 해독약을 준 것을 떠올리며 어쩔 줄 몰라 입을 꾹 다문다. 내가 준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구나. 어떻게 들킨거지? 그 날 꽤 오랜 시간 동안 강의실에 있다가 나갔는데… 그 때까지 밖에서 내가 나오기까지 기다리기라도 한 것일까. 부끄러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하는 호석을 보며 태형이 호석의 한 손을 꼭 쥔다. 저보다 큰 손이 부드럽게 감싸오는 감각에 또 다시 두근거려 태형을 바라보는 호석의 눈가에 열이 올랐다.







“야, 너 미쳤냐? 잡종이랑 사귀는 거냐고!”



기숙사에 들어서자 저를 향한 시선들과 함께 날아오는 욕에 태형은 입을 꾹 다문 채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리키를 앞세워 그 뒤로 그의 무리들과 평소 리키와 친하게 지내는 몇몇의 슬리데린 학생들이 아니꼬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것에 태형은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고 짐작이라도 한 듯 오히려 놀라지도 않았다.



“지민이 한테 맞아서 기절하셨다고 들었는데 정신이 좀 드셨나 보네요.”

“하..박지민 그 자식 나한테 창피한 꼴 만들어 두고 무사할 것 같냐?!”

“창피한 건 알았나 보네.”

“뭐라고?! 잡종의 피가 섞인 주제에! 오냐오냐 해줬더니!”

“언제 오냐오냐 해줬는데? 누가 오냐오냐 해달라고 했습니까?”



리키가 발끈하여 태형의 멱살을 거칠게 잡는다. 호석의 목에 남긴 키스마크가 이틀 전 화제가 되었던 터라 솔직히 말하면 제가 남기고도 부끄러워서 그 날 하루는 호석을 피했다. 그러나 그 날 리키의 괴롭힘이 있었는지 언제나 처럼 호석과 다툼이 생기고 그것을 본 지민이 나서 리키를 기절 시켰다는 일화 또한 금세 퍼졌다. 그런 지민의 행동에 태형이 놀라 왜 그랬냐는 물음에 지민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어차피 선배들도 곧 졸업하잖아? 더 이상 싫은 꼴 보기 싫어서.’



그리고 너도 이제 참을 생각 없는 거 아니었냐? 라는 지민의 물음에 태형은 머글인 호석과 사귀게 되면 슬리데린 내에서 자신을 바라볼 시선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굳혔다. 어차피 저 또한 내년이면 졸업을 할 것이니 주위 시선 신경을 쓰다간 제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야! 너희들 뭐해? 이 자식한테 본때를 보여줘야지. 귀여워 해줬더니 기어올라?”

“귀여워 해줬다고? 솔직히 한 살 많은 선배 일 뿐. 하등 도움 되는 거 없었던 것들뿐이라는 건 모르겠고? 멍청한 짓도 정도껏 해야지. 7학년 반장이라는게 우습네. 사관한테 돈으로 매수했다는 소문 진짜지?”

“이 자식이!!”



퍼억- 털썩, 태형의 입가로 묵직한 아픔과 함께 입속이 터져 비릿한 피 향이 퍼진다. 순간 눈앞이 반짝이듯 가벼운 뇌진탕이 느껴졌으나 이내 쓰러진 몸을 바로 일으켜 리키를 노려보았다. 동시에 리키의 주변으로 리키의 무리들이 가까이 다가와 구타가 시작되면서 주위에 있던 몇몇의 학생들이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와중에 지민과 함께 친하게 지내는 무리들이 계단을 내려와 그 장면을 목격하고, 지민이 어이가 없는 얼굴이 되어 코웃음을 쳤다.



“아주 가지 가지하네.”

“박지민, 너 잘 만났다. 네가 나한테 한 짓을 그냥 넘어 갈 거라고 생각했냐?”

“그래서요? 집단 폭행이라도 하시겠다? 미안하지만 나는 김태형 보다는 물러터지진 않아서요.”

“전통 슬리데린 집안도 아닌 주제에!!”



후플푸프는 이제까지 한 명도 없었으나 래번클로나 그리핀도르가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딱히 슬리데린을 고집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집안 자체가 멀린 세대 이전 보다 더 오래 된 전통적인 순혈 집안인지라 아무도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금융권에 관련되어 있는 집안이라 보니 존재감이 더욱 확실할 수밖에 없어서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리키는 이틀 전 지민에게 당한 모욕이 참을 수가 없었던 듯 열을 낸다.



“그래서? 선배가 뭔데 슬리데린 운운하면서 지껄여? 선배 집안이 그렇게 대단한가?”

“ㅁ..뭐라고?!”

“왜요? 찔려? 그리고 구경하고 있는 너희들도 마찬가지지. 그렇게 슬리데린이 좋으면 격에 맞게 보여주던가. 뒤에서 남 욕만 하고 마법 실력은 머글보다 못하는 것들이.”



슬리데린 내에서 머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만큼 마법실력으로 머글 보다 뛰어남을 보여주며 과시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머글인 마법사 보다 실력이 뒤처지는 마법사가 생기고, 그것은 단연 슬리데린 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머글을 부정하는 상황이 어쩌면 우스울지도 모를 일이겠다.



“그러니 적당히들 하시라고. 아니면 주먹질은 나도 좀 하는데. 나한테 덤빌래요? 또 기절하고 싶으면 상대해 드릴 수 있어요.”



리키가 씩씩 거리기는 하였으나 이내 주변에서 태형을 구타하는 발길질이 멈춘다. 솔직한 말로 싸늘한 시선을 던지는 지민의 시선이 이제껏 본 적이 없는 묘한 분위기를 내는 것이 이틀 전 리키를 기절시키게 한 짓을 떠올리게 되어 반박을 하지 못했다.


다음 날 학교 전체가 떠들썩했다. 슬리데린 내에 입이 가벼운 녀석들 덕분일까 태형이 리키무리들에게 구타를 당한 것과 다른 슬리데린 학생들에게 비웃음을 산 것이 학교 전체에 금방 퍼졌다. 호석 또한 친한 친구들에게 들은 소문에 놀라 그리핀도르와 래번클로의 퀴디치 경기를 보는 둥 마는 둥 할 정도로 머릿속이 온통 태형으로 가득 찼다.


많이 다쳤나? 어쩌지? 호석은 정국이 골든 스니치를 잡는 것을 보고 바로 경기장에서 빠져나와 학교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 참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자 마침 경기장에서 돌아온 학생들로 인해 학교 안이 시끌벅적해지고, 우승한 그리핀도르 학생들이 흥분의 도가니로 응원구호를 외치며 떠들썩했다. 그럼에도 호석은 상관없다는 듯 태형을 찾았다. 머리색이 검정으로 바뀌어서 일까 오늘따라 눈에 잘 띠지가 않는다. 아!



“김태형!”



흠칫. 제가 부른 목소리에 흠칫한 태형이 어깨를 들썩이기만 할 뿐 뒤돌아보지 않는다. 마주친 지민의 시선이 난감한 듯 저와 태형의 얼굴을 번갈아 보는 듯해서 그 주위로 보이는 무리들을 훑자 지민과 마찬가지로 저와 태형을 번갈아 볼 뿐이었다. 그런 그들을 무시하고 태형의 한 쪽 팔을 거칠게 잡아 돌리자 호석이 기겁하며 히익! 하고 신음한다.


입가가 터져 딱지가 굳은 자국과 함께 긁힌 듯한 상처와 붉게 자리 잡은 멍 자국들에 호석이 기겁을 하고, 태형은 호석과 시선을 마주하지 못한 채 어딘지 모를 곳으로 시선을 던졌다. 아니 대체 이게 무슨 꼴이야? 잘생긴 얼굴이 엉망이었다.



“리키들한테 맞았다는게 사실이었어?”

“……”



소문을 듣고 난 후 그래도 리키들이 태형을 자기편처럼 생각했던 것을 떠올리며 설마 싶었다. 어쩌면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호석은 태형의 얼굴을 한참 보더니 이내 울컥했다.



“왜 맞았는데.”

“……”

“나 때문에 맞았냐?”



혹시 태형이 진짜로 리키들에게 맞은 것이라면 왜일까 싶었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이 어쩌면 나 때문일까 싶은 것이. 머글에 후플푸프인 저를 언제나 못마땅해 하는 리키들이니 말이다. 그런 제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없이 다른 곳을 보며 입을 꾹 다물고 있는 태형을 보며 호석은 굳이 대답을 들을 필요 없다는 듯 태형의 팔을 잡은 손을 놓았다.



“그래. 알겠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대답하는 호석이 이내 표정이 굳으며 태형을 외면한 채 빠르게 떨어졌다. 멀어져 가는 호석의 뒷모습을 보며 태형은 복잡한 심정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해야 했을지.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 하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들은 많은데 정작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말이다.



“야.”

“어?”

“따라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

“뭐가?”

“호석 선배 화난 거 같은데?”



화났다고? 지민의 말에 호석을 외면하여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태형이 놀라 이내 사라진 호석의 뒷모습에 호석이 갔을 방향으로 발걸음을 뗀다. 어디로 갔지? 태형이 주변을 살피자 곧 꺄악!! 하고 날카로운 비명소리들이 들리며 웅성거리며 몰려드는 인파에 태형이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가로 질러 앞으로 나아간다.



“ㅆ..정호석 이 잡종이 진짜!!”

“잡종이라서 뭐?! 내가 너한테 대체 뭘 했는데!!”

“네 존재 자체가 거슬린다고!”

“개자식!! 네가 뭔데 내 존재를 부정 하는 건데! 그럴 자격도 없는 새끼가!”



퍼억, 호석이 리키의 얼굴위로 주먹을 꽂는다. 처음이었다. 리키가 호석에게 시비를 걸어 싸움을 하는 일은 있어도 호석이 먼저 리키의 멱살을 잡고 쓰러트리는 일은 처음이었다. 갑작스런 공격에 놀란 리키였으나 이내 상대가 호석이라는 것에 지지 않겠다는 듯 주먹을 내밀었다.



“너희들 적당히 안 해?!”



소란스러운 분위기 사이로 남준이 나타나고 서로의 친한 친구들이 호석과 리키를 떨어트린다. 너희 두 기숙사 10점 감점이야. 남준이 정색하며 대답하자 리키가 제 몸을 잡고 있는 친구들의 손길을 거칠게 떼어 놓으며 불만이 있다는 듯 따진다.



“먼저 주먹을 날린 건 저 잡종이야! 난 잘 못 없어!!”

“시끄러 리키.”

“하, 뭐야? 친한 친구라고 봐주려는 거냐?!”

“어제 슬리데린 기숙사에서 폭행 사건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7학년 반장으로써 그 건에 대해 나한테 자세히 설명하지 그래?”

“……”

“교장선생님께 말씀드려서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아니지, 이미 알고 계실 수도 있겠지만.”

“……”

“교장실에 불려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아?”



제길! 리키가 악을 쓰며 욕을 내뱉곤 그대로 뒤돌아 구경하고 있던 학생들 사이로 빠져나가고, 그런 리키들이 사라지자 구경하고 있던 학생들이 흩어진다. 옷매무새가 엉망이 된 호석의 한쪽 얼굴이 리키에게 맞아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거친 숨을 내쉬며 제대로 숨을 고르지 못하고 있는 호석에게 남준이 다가가 입을 열었다.



“괜찮냐?”

“…미안.”



호석의 주위로 친하게 지내는 무리들이 걱정스런 눈으로 호석을 바라보고 남준 또한 호석이 먼저 리키에게 싸움을 건 것은 처음이라 놀라면서도 한 편으론 태형의 일로 화가 난 것인가 싶어 호석의 너머로 보인 태형을 바라보았다. 얼굴을 보아하니 소문대로 어제 슬리데린 기숙사 안에 있었던 폭행 사건이 진짜라는 증거였다.



“호석 선배.”

“……”

“이야기 좀 해요.”



가만히 보고 있던 태형이 호석에게 가까이 다가와 입을 열자 남준을 비롯해 호석의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서로 곁눈질을 하며 그 자리를 벗어난다. 호석의 뒤로 가까이 선 태형이었으나 아무런 미동도 없는 호석에게 결국 태형이 호석의 한 쪽 손목을 잡아, 끌어당기자 호석의 몸이 힘없이 태형의 손길에 끌려간다.


필요의 방. 태형과 함께 도착한 필요의 방에서 그제야 서로 시선을 마주한다. 그리곤 엉망인 태형의 얼굴을 보며 또 다시 울컥한다.



“약은 발랐어?”

“대충요.”

“저기, 구급상자있네. 약 발라줄게.”



방으로 들어올 때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구급상자였다. 테이블 위에 있는 구급상자를 쥐고 소파로 향하자 태형이 호석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에 나란히 앉는다. 상자 안에서 핀셋과 거즈. 그리고 소독약과 연고를 꺼낸 호석이 태형의 얼굴에 난 상처에 약을 바른다. 조금 전 리키와 싸우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제게 약을 발라주는 손길이 너무 조심스러워 간지러워서 일까 태형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핀다.



“이렇게 다쳐놓고 웃음이 나와?”

“그냥 좋아서요.”

“……”

“선배가 좋아서 그래요.”



진지한 얼굴로 제게 상처를 치료해주는 모습이 사랑스럽기까지 하니 단단히 미쳤나보다 싶으면서도 싫지 않다. 슬리데린 내에서 저를 배신자처럼 취급을 하더라도 역시 호석과의 사이를 포기 할 수 없다. 비록 자신이 먼저 좋아한 것은 아니었으나 아무렴 어때. 이렇게 좋으면 됐지.



“미안해.”

“왜 사과해요.”

“…ㅁ..미안해.”



왈칵. 호석이 이내 참지 못해 눈물을 흘린다. 분명 자신 때문에 다쳤음에도 웃으며 좋아한다고 내뱉는 태형의 태도에 저를 탓하는 것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아서 더욱 미안해 져 버린다. 게다가 어째서 인지 좋아한다는 말 한 마디가 이상하게도 마음이 놓이게 해서… 그런 저를 보는 태형이 잠시 당황하는 듯싶더니 이내 호석을 끌어안았다.



“좀 전에 얼마나 기뻤는지 알아요?”

“훌쩍.”

“선배가 나 때문에 화가 나서 리키선배랑 다툰 거 보고 놀라긴 했는데, 괜히 다친 얼굴로 선배보기 싫어서 피해버린 내가 창피해졌어요.”



두근두근, 누군지 모를 심장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호석은 태형의 어깨위로 흐르는 눈물을 적셨다. 태형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다면 다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싶으면서도 그렇게 되면 지금 이렇게 같이 있는 것조차 없을 일이라고 생각되니 복잡해졌다. 정말로, 정말로 태형이와 같이 있어도 되는 것일까.



“이미 선배랑 사귀게 되면 각오했던 거에요.”

“?!”

“그러니까 이제 선배도 멍청한 생각 그만 하고 받아들여요.”

“……”



자신과 달리 이미 확신을 가지고 용기를 낸 태형에게 호석은 제 감정을 숨기기 바빴던 것에 부끄러워졌다. 먼저 시작한 것은 분명 자신일터인데. 자신이 없어서. 상처받기 싫어서.



‘멍청이. 자신에게 가장 솔직하지 못한 멍청이 마법사가 정호석이지.’



애정이 묻은 말투로 호석을 욕하던 윤기를 떠올린다. 이제는 그 멍청이가 솔직해 질 때가 왔다. 비록 자신이 사귀자고 했으나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한 호석이었다. 그럼에도 상관없다는 듯 이미 태형의 안에서는 호석과 사귀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고, 호석 또한 부정은 하고 있지 않으니 싫은 것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했다. 태형이 호석을 끌어안던 손길을 풀어 눈물로 붉게 물든 호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호석의 감정이 제게도 전달되어 옮겨지기라도 하듯 코끝이 시큰해진다. 자신을 위해 리키에게 먼저 주먹을 내민 호석의 모습이 아직도 아른거렸다. 어쩌면 정말로 호석은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봐 줄지도 모른다고, 마음속 상처까지 감싸 안아 줄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들었다.



“내가..”

“……”

“내가 너… 좋아해도 되는 걸까?”

“푸핫, 진짜 멍청이네.”

“……”

“그럼 나 혼자 선배 좋아해야 하는 거에요?”

“아..아니.”



태형이 한 손을 들어 호석의 얼굴에 난 상처를 조심스럽게 매만진다. 아픈 듯 흠칫 하던 호석이 이내 태형의 손길을 가만히 받아들인다. 저보다 큰 손이 만져오는 손길이 간지럽다. 그 간지러움이 전염이 되기라도 하듯 심장이 꿈틀거렸다. 호석이 고개를 들어 태형과 시선을 마주했다. 언제나 마주치면 얼른 피해버리기 일쑤였음에도 지금은 이렇게 가까이 마주앉아 마주한 시선에 놀라지 않아도 되는 것이 신기하다.



“3일 뒤에 슬리데린이랑 후플푸프 퀴디치 할 때 나 응원해야 해요.”

“아…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헐, 어차피 내가 이길 건데?”

“그거야 모를 일이지.”



혹여 호석이 멍청한 말을 내뱉어 지금 이 간질거리는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 무너지지 않을까 싶어 태형이 얼른 말을 바꾼다. 그런 태형에게 호석이 반응하듯 대답하고, 태형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섭섭하다는 얼굴이 되어선 호석의 한쪽 어깨에 얼굴을 묻는가 싶더니 그대로 무게를 실어 호석의 등이 소파에 닿아 눕혀진다. 쓰러지는 것에 순간 놀라 태형의 어깨를 붙잡고 끌어안은 것처럼 되어버린 호석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위로 고개를 든 태형이 얼마 전 자신이 남긴 키스마크가 옅어진 것을 보고 개구쟁이처럼 웃으며 입을 연다.



“또 키스마크 새겨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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