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구역, 박 지민

3구역의 분위기는 꽤 혼잡스러웠다. 진출자 발표식 때문인 것도 있었지만 새벽에 일어난 습격 때문이었다. 물론 습격 당한 인원은 딱 한 명이었지만 근래 들어 비슷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기 때문에 3구역 사람들에겐 큰 화제거리였다. 누구나 그 이야기 속 범인을 지민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무도 정부에게나 그에게 입을 열지 않았다. 보복이 두려운 탓도 있었겠지만 일단은 자신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습격을 당한 사람들은 3구역의 골칫거리들이었기에. 어쩌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 …….


또한 모두에게 범인으로 지목을 당하고 있는 그조차도 입을 열지 않았다. 아니 입을 열지 못하는 것이었던가? 그는 3구역의 벙어리로 유명하다. 어떤 대화를 건네도, 어떤 괴롭힘을 당해도 절대 그의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 사건을 조사하러 내려온 정부측의 군인들조차 매번 허탕만 치고 돌아가는 것이 일쑤였다. 그가 정부군을 대할 때만 유달리 나오는 행동이 있었는데, 양 눈을 접고 한 쪽 입꼬리를 올린 채 어깨를 들썩이는 것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다.' 는 의미였겠지만 늘 찝찝함을 남겼다. 그 찝찝함이 어쩌면 저가 범인일 것이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 많이 뒤숭숭하신가요? 걱정하지 말고 이 정부를 믿어보시길 바랍니다!

- 그 일은 다~ 수습이 될 것이고 3구역 분들에겐 또 다른 화젯거리가 생기실 테니까요!

- 자, 드디어 3구역의 진출자 발표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온통 자신의 이야기로 시끄러운 광장에 지민이 인상을 쓰고 있었을 때, 광장 안쪽에서 드디어 진행자가 나타났다. 1구역과 2구역의 진출자들을 데리고선. 역시 늘 아무 생각 없다는 듯 맑은 표정의 정국과 무엇인가 살짝 언짢은 듯 얼굴을 찌푸리는 석진이었다. 지민의 관심은 온통 그 둘이었다. 진행자가 아무리 떠들어대도 그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 둘이 어떻게 행동하냐만 관심을 보였다. 그런 지민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석진과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친 지민은 특유의 공허한 표정으로 멍하니 석진만 바라보자


' 뭘 봐. '

- …….


더 험상궂은 표정을 하며 입을 벙긋거리며 이야기했다. 그래도 바뀌지 않는 지민의 표정에 먼저 시선을 피해버린 석진이었다. 그 모습이 재밌기라도 한 것인지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가 바로 내려놓아버렸다. 그러고 있는 동안이었다. 진행자가 이미 이름표를 뽑아 방긋 웃으며 설레발을 떨었다. 지민은 그런 모습이 싫었다. 언제나 해맑게 지랄맞은 그 모습이. 그래서 다시 그녀에게 빼앗겼던 시선을 이번엔 1구역 정국에게 돌렸다. 근데 언제부터 바라보고 있었던 것일까. 지민이 눈을 돌리자마자 허공에서 시선이 맞닿았다. 그리고 그 동시에 지민이 누군가의 힘에 잡혀 우악스럽게 흔들렸다. 그래서 곧바로 잡힌 팔을 꺾어 쓰러트리고 보니.


- 으아아악!!

- …….


정부군이었다. 자신을 팔을 쥐어잡곤 쓰러져 바닥을 굴렀다. 그러게 왜 가만히 있는 자신을 건든 것인지. 그덕에 지민의 주위로 총을 겨누며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는 정부군이 둘러싸여 있었다. 아, 내 잘못이었던 것인가? 지민은 또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진행자의 목소리. 그건 지민 자신을 부르고 있는 목소리였다.


- 표정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못 들으셨던 것 같군요!

- ……?

- 3구역 진출자는 박 지민님으로 뽑혔습니다!


그제서야 '아.'하고 입을 벙긋이는 지민이었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앞에 있는 정부군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위협을 느낀 것인지 지민의 상체를 겨누고 있던 총구은 지민의 눈앞으로 움직였다. 그런 정부군의 행동에 그는 또 공허한 표정으로 총구만 내려보았다. 약 5초간의 대치 상황이 있었고 결국 지민은 자신의 턱을 까닥이며 나오나는 뜻을 전했다. 몇 초간 망설이던 정부군은 총을 내린 채 길을 터주었다. 곧바로 지민은 정부군을 지나치며 얕게 훑었다. 꽤 거슬렸다는 뜻이다. 자신의 머리를 쓸어 넘기며 결국 단상 위로 올라가는 지민이였다.


- 꽤 질투가 나는데요? 무엇이 지민님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인지.

- 하지만 이 게임을 참여하시게 된 이상 집중을 놓지면 안 될 것입니다!

- 그래서 앞으로의 다짐이 있으신가요?


자신의 옆에서 쫑알쫑알 떠들어대는 것이 퍽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 같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저렇게 나불대는 입술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 막힌 후의 저의 표정은 또 어떨까. 또 멍하니 그녀만을 쳐다보고 있자 마이크를 멀리한 채 웃음을 지우지 않고선 지민에게 속삭이는 그녀였다.


- 집중하세요, 당신 눈앞의 죽음에.

- …….

- 아, 웃는 모습까지 달달하신 지민님의 목소리 너무 궁금한데요?

- …….

- 이번 게임에서 꼭 들을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자신이 범인 줄 알고 있었다. 진짜 범을 앞에 두고 하룻강아지는 범인 척을 한 것이다. 그것이 지민의 웃음 포인트를 자극한 것인지. 꽤 오랫동안 웃는 그의 모습이 3구역 사람들에겐 꽤나 섬뜩하게 다가왔다. 이기심으로 가득 찬 3구역의 사람들은 생각했다. 저런 사람이 게임에 나가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더 이상 자신들을 두려움으로 옥죄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Don't be like a prey, Be smooth like a snake.


- 야, 너 벙어리라며?

- 벙어리? 귀도 막힌 거 아니야? 듣지도 못하잖아!


지민은 말을 하지 못했다. 소리를 낼 수 있는 목이, 성대가 있지만 왜인지 말을 하지 못했다. 스스로 하지 않는 것 인지. 아니면 정말 그의 성대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지민만 알고 있었다. 그 덕에 철없는 아이의 놀림감이 되었다. 늘 말을 하지 못하는 탓에 자신의 의견을 전하지 못했고 그 덕에 더 많은 오해와 시선들이 지민을 옥죄어 왔다. 하지만 굴하지 않았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으니까.


- …….

- 뭐, 째려본다고 쫄 거 같아?


그 대신 눈으로 표현했다. 표현의 한계야 있었지만 기분이 나쁘다는 건 확실히 전할 수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덕에 더욱더 심한 괄시를 받았다. 너 같은 게 그래봤자 뭘 할 수가 있냐며. 그런 탓에 그는 늘 많은 상처를 떠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 족따위 없었지만 그래도 늘 함께해준 괭이가 있었기 때문에. 늘 지지 않고 살아왔다. 어쩌면 같은 상처를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 …….


그런데 그날은 집안이 너무도 조용했다. 혹여나 잠이라도 들어버려 자신이 들어온 소리를 듣지 못한 것은 아닐까. 아무도 없는 집안 조용히 거닐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보이는 형체에 신이 났다. 오늘도 나를 기다려준 것이 맞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늘 같이 뛰어와준 그 아이가 오지를 않았다. 그리고 그 아이의 앞에 거의 다다랐을 때서야 그 공허한 눈빛을 보았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고 차갑게 굳어버린 눈. 그 하나가 지민의 모든 세상을 무너트렸다.


- 야, 야. 저기 온다!

- 어, 왔냐? 어때 내가 준비한 선물?


그 무너진 세상 앞에서 지민은 생각했다. 모두 공평했으면 좋겠다고. 모두 하나같이 행복이란 것 없이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내달렸다. 내 행복을 뺏은 사람의 행복도 뺏고 싶었다. 그들이 있을 곳은 뻔했고 역시 그곳에 있었다. 지민을 괴롭히기 위해 사람들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다리 밑. 지민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그를 보자마자 인사를 해왔지만 지민은 개의치 않았다. 표현의 다른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행동도 표현의 방법이었다. 지금처럼 화가 났을 땐 그 원인을 죽도록 패는 것처럼.


- 야, 박지민! 그만해!!

- 그만하라고 이 새끼야!! 정신 못 차리잖아!!


그리고 또 그때 알았다. 사람들이 왜 자신에게 말을 듣지 못한다고 했는지. 그래, 나는 한 가지에 밖에 집중하지 못한다. 집중을 하면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더 무서웠을 것이다. 내 앞의 아이는 거의 다 죽어가는데. 나를 멈추지를 못 하니까. 그렇게 맘대로 굴었는데 이젠 걷잡을 수가 없었으니까. 겨우야 그 무리 중 하나가 나를 뜯어잡아서야 멈출 수 있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 위에 침을 뱉곤 집으로 돌아가려 뒤를 돌았다.


- 이대로 어딜 가?!

- …….


그들도 '나를 괴롭힌다'는 행복을 빼앗겨버렸으니 화가 난 것인지 돌아가려는 나의 멱살을 붙잡아 올렸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 모습이 우스웠다. 겨우 이렇게 바보 같은 놈들에게 당하고 있었다는 게 너무나 웃겼다. 그래서 그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그러니 날 잡고 있던 손이 덜덜 떨리더라. 눈빛은 이미 갈 곳을 잃은 것처럼 많이도 흔들렸고. 한심했다. 그래서 더 이상 그만 웃었다. 그제서야 나를 놔주는 그였다. 그리곤 나한테 말하더라.


- 미쳤구나, 너.

- …….

- 사람 눈빛이 아니야.


그래서 그냥 지나왔다. 더 이상은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 화는 다 내려갔는데 왜 이렇게 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인 것인지. 지민은 곧바로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내가 사랑하는 아이에게로 돌아갔다. 여전히 같은 자세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많이 괴로웠을 것이다. 표현도 못하고 아주 약한 아이였으니까. 그래서 너를 대신해서 그 감정을 전하고 왔어. 그러니까 이젠 아픈 건 다 잊고 내 품에서 늘 똑같이 따듯하게 잠들어주렴. 그리고 너무 늦은 나를 용서해주렴.


- ……흐으.


부디 좋은 곳에서 행복해지렴.



이름 : 박 지민

나이 : 21

구역 : 3구역

주무기 : 폴딩 나이프(Folding Knife)

주의사항 : 입을 열지 않음(W)

한가지에 집중을 하면 잘 헤어나오지 못함(E)

3구역의 큰 사건들과 연루되어 있어보임(D,E)

*소지품 - 방울목줄




ⓒ백설(ㅄ)

출처

사진 ;

① 방탄소년단 공식사이트

② 증명사진 - 김토끼 님(@kimtokky)

GIF ; 호래ㅁ 님(@HORAPMq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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