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끝마무리가 무덤에서 끝났던 것은 더 적고 싶은데 데미안이 두 가지 선택 지 중  무얼 고를  지 저도 알지 못해서였습니다.

*그래서 그 두가지 선택지에 따른 스토리를 적어봤습니다.

*번외편이라 할지 썰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썰체+반말체 이해해 주세요.

………………

선택 1. 데미안 알 굴은 다시 데미안 웨인이 되었다.

  

  얕은 숨소리만 아니면 시체로 착각할 법한 모양새의 제이슨을 품을 안은 데미안은 고민했어.


  어떻하면 좋을까? 리그 오브 어쌔신에 데려가서 라자루스 핏에 담글까? 그러면 다시는 잃을 걱정따윈 하지 않아도 될 만큼 튼튼해 질거야. 

  하지만, 과연 그게 좋은 선택일까? 라자루스 핏이 주는 부활의 대가는 광기. 꼬맹이는, 나만의 네임은 과연 그 광기 속에서 이성을 다잡을 수 있을까. 아주 오래 전 봤던 그 어여쁜 붉은 징표를 다시금 내 몸에 새겨줄 수 있을까.

  

  그건 너무 큰 도박이야. 데미안은 제이슨이 다시금 건강하게 자길 바라봐주길 바랬어. 하지만 그만큼이나 똑같이 바라는 또 하나의 소망은 오래 전 외면했던 그 어여쁜 선홍빛 흔적을 다시 한 번 보는 것이었지. 라자루스 핏에서 부활한 대가로 얻게 될 광기는 분명 과거의 그 붉은 흔적을 돌려줄거야. 하지만 그 붉음은 어여뻤던 붉음이 아니겠지.

  

  그렇다면 라자루스 핏에 담그지 않으면 어떨까. 리그 오브 어쌔신은 말 그대로 암살자 소굴이었어. 암살자들은 암투를 벌이는 만큼 위험한 임무에 노출될 일이 잦고 그만큼 의료기술이 뛰어난 편이지. 하지만, 그 속에서 과연 제이슨은 당당함을 되찾을 수 있을까. 수하 그 누구도 감히 제이슨 앞에서 그를 얕잡아 볼 수는 없을 거야. 감히 누가 그들의 주인의 네임을 무시하고 경멸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앞에서의 일일 뿐이지.  저들의 주인의 눈과 귀가 어디까지도 뻗어있는지 모르는 하찮은 것들은 감히 뒤에서 수군수군 거릴거야. 하찮은 혈통, 반 시체, 약자, 온갖 걸로 트집을 잡겠지. 물론 그러는 놈들은 다 족쳐버릴 생각이지만, 과연 제이슨이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까. 저래뵈도 뒷골목에서 구르고 구른 턱에 부정적인 쪽으로는 눈치가 아주 비상한 아이인데 정말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을까.

  

  머나먼 과거로만 느껴지는 예전, 데미안은 제이슨을 무시하고 경멸했어. 하지만 무의식은 제이슨이 자신의 네임을 알아봤고, 그런만큼 주의를 기울어 관찰했었지. 그랬기에 데미안은 제이슨의 심리를 잘 알아. 애정은 잘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적의만큼은 아주 빠르게 인식하지. 거기다 높은 자존심, 그러나 낮은 자존감. 적의를 인식하는 방향으로만 뛰어나게 발달한 제이슨의 눈치는 그들의 적의 또한 쉽게 알아차릴 거야. 그리고 그 적의들은 제이슨의 높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고 낮은 자존감을 더 낮게 만들겠지.

  

  데미안은 그 선택을 할 수 없었어. 멍청했던 자신의 과거 때문에 상처받고 체념한 아이에게 똑같은 경험을 되돌려 줄 수 없었어.

  

  그랬기에 암살자들의 폭군은, 다시금 그 왕관을 벗어던졌어.

  이번에야말로 네임을 소중하고 안전히 보호하기 위해, 그 높은 프라이드를 내팽개치고 배트맨 앞에 굽히고 들어갔지.

  

  다음날 고담의 모든 신문에는 행방불명됐던 고담 황태자의 장자의 귀환을 알리는 기사가 첫 페이지를 메웠어.

  

  

………………

선택2. 데미안 알 굴은 데미안 알 굴로 존재하기를 선택했다.

  

  흐느끼던 데미안은 품 속에서 들려오는 힘겨운 신음소리에 정신을 차렸어. 그리고 서둘러 겉옷으로 품에 안겨있는 제이슨을 조심스레 감쌌어. 그런 데미안의 앞길을 배트맨과 래드로빈이 막아셨지. 그 둘은 데미안을 설득하려고 했어. 어떻게든 제이슨과 데미안, 둘 다 다시 고담으로, 웨인 가로 돌아오게 하려는 설득이었지. 하지만 데미안은 그들을 향해 싸늘한 조소만을 보였어.

  

  너희 어디를 믿고? 너희는 이미 한 번 꼬맹일 지키지 못했어. 똑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나? 너희는 그 광대새끼를 살려뒀어.  이 아일 죽인 놈을 그냥 내버려뒀다고! 그런데 내가 네놈들을 어떻게 믿고 꼬맹일 맡겨?

  

  그 말에 배트맨과 래드로빈은 차마 데미안을 막아설 수 없었어. 왜냐면 그건 그들의 후회이고 상처였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큰 이유는, 아마 똑같은 일이 또 벌어져도 그들은 제이슨을 해친 이를 또 살려둘 수 밖에 없으리라는 사실이었어. 그랬기에 싸늘하기만 한 데미안의 눈길을 외면할 수 밖에 없었지. 그렇게 침묵하는 둘을 뒤에 내버려 둔채, 데미안은 리그로 돌아갔어.


  리그 오브 어쌔신에 귀환한 데미안이 제일 먼저 한 것은 충실한 수하들을 새로 뽑는 것이었어. 뛰어난 의학지식과 싸움 능력, 그리고 감히 제이슨 앞에서 혈통 운운하며 얕잡아 볼 정도로 개념없는 이들이 아닌 이들을 선출해 새로운 부대를 만들었지. 그들의 주 업무는 제이슨의 치료와 보호였어.

  

  그렇게 뽑힌 이들 중 누군가는 어째서 라자루스 핏에 담그지 않느냐고 물었어. 물른 그것은 데미안도 고려했던 것 중 하나야. 하지만…… 예전에, 간간히 보였던 그 해맑은 미소. 데미안은 그 미소를 다시 보고 싶었어. 그리고 라자루스 핏이 부활을 대가로 주는 광기는 그 미소를 모두 앗아가겠지. 그렇기에 데미안은 차마 라자루스 핏이라는 선택지를 고를 수 없었어.


  그 후 데미안의 철저한 가드 하에 잘먹고 잘살던 제이슨은 우연찮게 배트맨의 새로운 로빈(딕)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고, 데미안 명령보다는 제이슨 명령을 우선시 해야 하는 제이슨 호위부대는 제이슨의 부탁이라는 말에 피눈물 흘리며(어흐흑, 알 굴이시여, 우리는 그대의 명령대로 제이슨 님의 명령을 더 우선시해서 따를 뿐입니다. 부디 제이슨 님을 외출시켰다고 저흴 죽이지 마시옵소서…) 제이슨을 고담까지 안전하게 모셨지. 그리고 참으로 밝고 유쾌한 딕과의 만남이 맘에 들었던 제이슨은 툭하면 고담으로 놀려오고 뎀과 뱃가는 결국 제이슨 보호라는 공동의 임무를 위해 제이슨이 나들이 할 때 만큼은 서로 손 잡겠지!!!!

프로소비러를 꿈꾸는 잉여구독자.

잉여구독러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