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생님 도시는 안 돼요 거긴 시궁창이에요 냄새나고 더럽고 추악하고 구차한 인간들만 모여있는 시궁창이에요 제가 가봤어요 선생님 저 믿죠 



2

내 지루하고 남루한 인생도 적으면 시가 될 수 있을까 그래도 선생님만 있으면 조금이라도 낭만인데 선생님 떠나신다니요 그럼 난 이제 정말 죽어야겠다 반성문도 소용없고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눈알만 뽑지 말아 주세요



3

선생님. 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사랑하는 사람
여기에 안 살아요. 저 위에 살아요. 저랑 똑 닮았는데요.
선배가 말하기를 얼굴 아닌 분위기가 닮았대요.
날개를 한 짝씩 나눠가졌는데요, 부질 없어져서 이제 떼려고요 선생님.
그 말 하려고 왔어요. 혼자서는 도저히 아플 것 같아서요. 근데 생각나는 사람이 선생님 뿐이라서요. 제가 선생님 사모하잖아요
당신은 내 시의 비문
떨어진 날개의 깃털 두어 개
동경의 끝,
실수로 떨군 담배 한 개비 같은 사람
선생님, 저 오늘 생일 할래요. 콱 울어버릴 테니까
생일 축하한다는 말 또 해주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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