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길은 해가 저물어 어두웠다. 지나쳐오던 방에서 간간히 무언가를 긁거나 부수는 소리가 들렸던 것을 제외하면 나름 조용했다. 말 없이 앞서나가던 쇼쿠다이키리가 한 문 앞에 도착하자 히게키리가 Q에게 살짝 귀띔했다.

 

“아까 전에 나갈 때와는 다른 길로 돌아왔어.”

“그래? 신기하네... 역시 구조가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쇼쿠다이키리가 헤맨다는 느낌은 안 들었어.” 

 

이 주변에서 강한 부정은 느껴지지 않는다. 쇼쿠다이키리는 약간 안심하며 타이코가네가 들어있을 방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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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는 늦은 저녁, 히자마루는 게이트 근처의 바위에 앉아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 게이트 너머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위험하면 곧장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위험하지 않아서 돌아오지 않는걸까, 아니면 혹시 돌아올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건 아닐까.

 

혼마루의 다른 동료들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 것 처럼 보였다. 주인이 무사히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 모양이다. 히자마루 또한 주인의 실력을 의심하는건 아니다. 비록 함께한 시간은 인간의 기준으로도 매우 짧지만 주인이 위험한 일에 뛰어드는건 단지 허세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볼 정도는 되었다. 

 

‘형님은 주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건가.’

 

히게키리는 히자마루보다 먼저 이 혼마루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히게키리야 겐지의 중보로서 부끄럽지 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가끔 상상치 못한 엉뚱한 일을 하니까 역시 걱정 되는 것은 사실이다.


달이 점점 하늘 높이 떠 갈 때쯤, 게이트가 옅은 빛을 흘리며 동작하자 히자마루는 벌떡 일어서 게이트를 마주보고 바로섰다. 게이트의 빛이 서서히 가라앉자 야만바기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야만바기리는 주위를 잠시 둘러보다가 히자마루와 눈이 마주치자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 시간까지 기다렸던건가.”

“이제 정리 된 것인가? 주인은? 형님은?”

“나는 두고 온 물건이 있어서 잠시 돌아온 것 뿐이다. 그보다 히게키리도 갔다고?”

“출발 할 때 분명 너와 주인과 같이 나서지 않았나.”

 

야만바기리는 머리에 덮인 거적을 푹 눌러쓰고 의심쩍은 눈초리로 처다보는 히자마루에게 대답했다.

 

“...미안하다. 그쪽의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잠시 정신이 다른곳으로 팔렸군. 그는 무사하다. 겐지의 중보답게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침착하게 대처하더군.”

 

히자마루는 제 형님을 칭찬하는 말이 들리자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의심이 남아있는지 야만바기리의 눈을 똑바로 처다보려했다. 야만바기리는 히자마루의 시선을 이리저리 피하다 자리를 떴다.

 

“나는 필요한 것만 가지고 다시 가봐야하니 그럼 이만 실례하겠다.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 같으니 너도 이만 자는게 어떤가.”

 

히자마루는 그 후로도 야만바기리가 안쪽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와서 다시 게이트로 넘어 갈 때 까지 그 자리에 고정 된 채로 서있었다. 높게 떠오른 달은 어느샌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역시 나도 따라가겠다고 했어야 했나... 아니, 준비 되지 않은 채로 가 봤자 방해만 됐겠지.”

 

히자마루는 그의 방으로 가 자리를 깔고 누웠다. 오늘따라 방이 넓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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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코가네와 야만바기리는 방을 나섰을 때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지만 타이코가네의 상태는 눈에 띄게 나빠져있었다. 야만바기리는 몸을 크게 떨면서 앓는 소리를 내는 타이코가네를 항상 뒤집어쓰는 천을 벗어 덮어주고 있었다.

 

“사다쨩!”

 

쇼쿠다이키리는 황급히 타이코가네의 곁으로 달려가 그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타이코가네는 미츠타다의 체온을 알아보기라도 하는 것 인지 그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사다쨩, 정신 좀 차려 봐!”

 

하지만 타이코가네는 앓기만 할 뿐, 뚜렷한 의사표현을 하지는 않았다. 쇼쿠다이키리는 한동안 타이코가네를 부둥켜 안고 등을 쓸었다. 타이코가네의 호흡이 약간 고르게 되자 쇼쿠다이키리는 타이코가네의 어깨에 묻은 얼굴을 들고 가라앉은 눈으로 Q일행을 쳐다보았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이제 악귀를 잡으러 가야 하는데... 솔직히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본채에 불을 놓아 태우... 아니 정화하는 방법이 있지만 본채에 아직 남은 남사 분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다 위험이 너무 큽니다. 직접 돌아다니면서 악귀가 있는 곳을 찾아 퇴치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방을 봉인 할 수 있어?”

“네. 그러면...”

“이 방을 사다쨩이 있는 채로 봉인 해 줄 수 있을까? 나도 싸울 수 있는 한 싸우고 싶은데 사다쨩을 적어도 안전한 곳에 뒀으면 해서.”

“알겠습니다. 방에서 나와주십시오.”

 

쇼쿠다이키리는 타이코가네를 방 중심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타이코가네가 덮고 있던 야만바기리의 천을 어찌 해야 하는 차에 야만바기리가 먼저 말을 걸었다. 

 

“...덮게 내버려둬도 된다.”

“...고마워.”

 

야만바기리도 방 바닥에 늘어놓은 수첩들을 챙기고 방을 나섰다. Q는 결계용 부적을 한 줌 꺼내 방 문을 닫고 한 장씩 붙였다. 


“좀 더 붙여야 하나... 이정도면 될 것 같긴 한데. 이러면 이 안으로 악귀가 들어오지는 못할겁니다.”

 

쇼쿠다이키리는 닫힌 문을 서너 번 두드려봤다. 이정도면 쉽게 깨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이제 가볼까.”

“어디서부터 둘러볼 생각이지.”

“보이는 대로 들어가서 확인 한 후 문에 표시를 해 놓자.”

“그런데 다들 앞은 보여? 야만바기리는 타도라서 괜찮다고 쳐도, 히게키리랑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는 태도잖아? 사실 나도 잘 안보이고.”

“아, 그런거라면 걱정 마.”

 

히게키리는 빙긋 웃고 자신의 가방에서 휴대용 탐조등을 꺼내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손전등도 아니고 탐조등? 가방에 뭘 넣어왔나 했더니만...”

“이 외에도 도장이랑 침낭 같은것도 챙겨왔어! 아, 쇼쿠... 뭐였더라도 도장 필요하면 좀 줄까?”

“그래주겠어? 고마워.”

 

히게키리가 가방을 뒤적이며 방패병과 중기병을 쇼쿠다이키리에게 넘기자 쇼쿠다이키리는 감사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고 도장을 받았다. 

 

“도장은 또 얼마나 챙겨온거야... 그보다 내가 저정도로 만들어뒀었나? 어쨌든 탐조등은 내가 들게. 검 휘두르는데 방해 될지도 모르니까.”

 

Q는 히게키리에게서 탐조등을 받고 예상치 못한 무게에 살짝 휘청이다 곧 탐조등을 어깨에 올려놓고 전원을 켰다.

 

“우와... 생각보다 밝네. 그럼 어느쪽부터 갈까?”

“이쪽부터 가자. 이미 살짝 열려있어.”

 

쇼쿠다이키리는 다른 검들 쪽을 한 번 보고 오른쪽 방을 향해 뛰어들었다. 막상 방 안에 들어서니 어둠 때문에 앞을 잘 확인 할 수 없어 주춤거리는 사이 Q가 방 안을 비추고 다른 검들도 들어왔다. 

 

“저기! 천장이다!”

 

야반바기리가 천장에 눌러붙은 진득한 타르같은 물체를 가리키자 가장 가까이에 있던 쇼쿠다이키리가 검을 찔러 처치했다. Q가 조명을 쭉 둘러보며 비춰 이 방 안에 더이상 퇴치 할 만한 것이 없다는걸 확인하자 다음 방으로 넘어 갈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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