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tionship 中

🎧🎵

식탁에 앉아 조용히 죽을 먹고 있는 목하 뒤로, 소파에 앉아 그런 목하를 지켜보고 있는 기호.

"저... 기호야 나 다 먹었는데"

"그 옆에 약 봉투 있으니까 점심 약 꺼내 먹어."

목하가 그릇을 들어 싱크대에 넣고 기호에게 말을 건네자, 기호는 대답을 하고 옆에 있던 핸드폰을 챙기고 소파에서 일어나 현관 쪽으로 간다.

그런 기호의 행동을 보면서 약 봉투를 들어 점심 약을 하나 꺼내 물과 함께 먹는데, 제집이지만 눈치만 보이는 이 상황에 알약을 먹다 그만 목에 걸리고만 목하. 켁- 깜짝 놀라 가슴을 두어번 치는데 현관 쪽으로 가던 기호가 부엌 쪽으로 방향을 틀어 목하에게 미지근한 물을 따라준다. 자신을 보는 기호의 눈을 피해 목하가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고 말하는 목하.

"난 갈게. 좀 더 쉬어"

"응, 저 기호야..."

"왜?"

"내일 학교 마치고 잠깐 볼 수 있을까.."

"...알겠어. 학교 건너편 카페에서 보자"

기호가 나가고 나서야 길었던 숨을 내쉬는 목하. 복잡한 마음에 찬물을 한 컵 마시고는 방으로 들어가는데 제 침대 끝에 보이는 낯설지만은 않은 가방 하나가 보인다.

"가방도 안 챙겨가고.."

어짜피 내일 만나기로 했으니까, 그때 갖다줄 생각으로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목하.

어제 비가 온 게 맞는지 오늘 날씨는 쨍쨍하기만 하다. 목하가 마지막 수업까지 다 마친 뒤 시계를 보니 5시가 다 되어간다. 빠르게 가방을 챙겨 학교 밖으로 뛰어가는 목하. 카페 앞에 도착 해 주변을 살펴보는데 아직 기호는 안 온 거 같아 목하는 카페 안으로 들어가 이야기 하기 편한 조금 구석진 자리에서 기호를 기다리기로 한다.

같은 시각, 기호도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목하와의 약속을 지키러 강의실을 나오는데, 저 멀리서 달려오는 동기 한 명.

"야 이기호! 잘 만났다. 동아리방 가지? 같이 가자"

"동아리방 안 가는데 나?"

"뭐야 까먹었냐 너? 오늘 축제 회의 한다고 마치고 바로 오랬잖아"

"아.."

'회의는 30분 정도면 끝나니까 좀만 늦는다고 연락해야지..'

짧게 탄식을 한 기호가 잠시 생각을 한다. 보통 동아리 회의하면 30분 정도로 끝났기에 이번에도 그러리라 생각해 동아리방으로 향하는 기호.

[나 30분 정도 늦을거같애. 음료 시켜먹고 있어.]

[알겠어. 기다릴게!]

기호에게서 온 연락을 본 목하가 답장을 보내고 음료를 주문하러 간다.

/

회의가 끝날 기미가 보이자 시계를 슬쩍 보니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다급해진 마음이 든 기호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자, 동기가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냐면서 길을 막는다.

"어... 나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회의 다 끝났지? 나 먼저 가볼게."

"뭔 소리야 오늘 회의 끝나고 다 같이 술 먹기로 했잖아. 이기호 정신차렷!"

동기가 장난스럽게 말을 건네며 의자에 앉히자 다시 일어나는 기호.

"나 이번에 한 번만 빼줘. 다음에는 갈 테니까"

"안되지 안되지, 이기호가 빠지면 쓰나?"

"아, 나 진짜 중요한 약속이라 그래"

"자 다들 이제 슬슬 갈까~?"

"야 네가 빠지면 어떡해? 선배들도 다 간다는데"

"야 그래 다 가는데 너만 빠지면 되냐?"

"같이 가자 기호야-"

"이기호 잡아, 빨리 가자!!!"

중요한 약속이 있다는 기호의 말을 무시하고 동기들이 합세해서 기호를 잡아끌어 학교 근처 술집으로 향한다.

큰 한숨을 내 쉰 기호가 핸드폰을 꺼내 목하에게 다시 한번 더 연락하는 기호.

[목하야, 진짜 미안한데 조금 더 늦을거 같아. 꼭 갈게.]

[괜찮아, 내가 보자고 한건데.. 천천히 와도 돼!]

술은 당연 입에도 대지 않았고 동기들의 고민에 답해주고 반응해주고 적당히 맞장구만 쳐주던 기호가 이미 시간이 조금 많이 흘러버렸는데도 불구하고 동기들과 선배들이 보내줄 생각이 없자 그냥 목하에게 다음에 보자고 연락하려는데 앞에 있던 선배가 왜 이렇게 핸드폰만 붙잡고 있냐고 기호 손에 들려있던 핸드폰을 잽싸게 가져가 버린다.

"아.."

"야 넌 선배가 말하는데 핸드폰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냐"

"제가 진짜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요 이만 가봐도 될까요"

"선배들이랑 같이하는 동아리 친목 보다 중요한 약속이 어딨어, 술 안 먹는 건 내가 이해한다? 근데 혼자 동떨어져 있는 건 아니지~"

초조함에 다리를 떠는 기호. 그렇게 몇분 뒤, 제 핸드폰을 가져간 선배가 취한 게 눈에 보이자 슬쩍 다시 가져오는 기호.

"야... 나 간다. 지금 나 잡으면 동아리 나가버릴 거니까 알아서 잘 말해 줄 거라 믿는다."

옆 자리 동기에게 표정을 굳힌 채, 귓속말로 말을 건네고 몰래 자리를 뜨려는데 앞에 앉은 선배가 눈치채고 기호의 팔을 탁- 잡는다.

"너 어디 가냐?!"

"아, 저 화장실 좀... ㅎ"

화장실에 간다는 말에 바로 풀어준 선배를 뒤로하고 바로 출입문을 향해 빠르게 걸어가는 기호. 밖으로 나오자마자 핸드폰을 켜는데 엎친 데 덮친 격 배터리가 나가서 켜지지 않는다. 어제 충전하지 않고 잔 과거의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며 입술을 깨물고 눈을 지긋이 감는 기호. 핸드폰을 도로 주머니에 넣고 무작정 뛰기 시작한다.

/

기호를 기다리면서 과제를 하던 목하가 30분 정도 늦는다던 기호가 한 시간 반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자,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하며 몇 분 고민하다가 기호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기계음 소리만 들린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삐 소리 후 음성사서함으로...'

'얘가 약속 까먹었을 리가 없는데..'

'무슨 일 있나...? 전화기도 꺼져있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오겠지 라는 생각으로 과제를 이어가는 목하. 그렇게 1시간, 2시간이 흐르고 카페가 문 닫을 시간이 되자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목하.

그냥 집에 갈까 생각했지만 꼭 온다고 했으니, 카페 앞 벤치에 앉아 밤공기를 마시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목하. 몇분이 흘렀을까 다가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목하. 금방 기호가 아님을 깨닫고 다시 고개를 돌려 핸드폰을 보려는데 옆에 누군가 앉는다. 목하는 옆으로 슬쩍 옮겨 핸드폰을 하는데 옆에 앉는 남자가 말을 건넨다.

"저기"

"네?.."

"그쪽 아까 저 보셨죠?"

"..아닌데요?"

대뜸 자기를 봤냐니, 황당함에 자리를 옮기려는데 무작정 목하의 손목을 잡는 남자.

"아..!"

"아 죄송, 근데 저 봤잖아요 아까 고개 돌려서, 이렇게"

목하가 소리를 내자, 손목을 놔주고는 고개를 뒤로 돌리며 자꾸만 자기를 봤다는 남자에 답답한 목하가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고 말을 한다.

"오해하신 거 같은데. 저 그 쪽 본 적 없고, 초면에 이렇게 무작정 손목 잡는 것도 별로네요."

"ㅋㅋㅋ와 봤으면 봤다고 이야기 하면 되는걸 자꾸 내빼네..ㅋㅋㅋㅋ"

한마디 하고 돌아서 가려는데 비웃듯이 웃음을 내뱉던 남자가 이번엔 어깨를 잡고 꽤 세게 돌리자 목하가 중심을 잃고 바닥에 넘어졌다.

오늘 되는 일도 없었는데 하루의 마지막을 이런 식으로 마무리 하는 것에 점점 화가 나는 목하가 깊은 한숨을 쉬고 다시 일어나려 하자,

"서목하!"

그 때, 뒤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목하.

"..!"

"괜찮아?"

"아.. 아 나 괜찮아!"

목하가 얼른 일어나 괜찮다고 웃어 보이지만, 넘어지면서 의자에 부딪힌 손목이 찌릿해 엄청 작게 신음을 내자 바로 기호가 목하의 손목을 확인한다.

"빨개졌잖아.."

"아니야, 나 괜찮아 진짜!"

기호가 온 뒤로 잊고 있던 낯선 남자가 목하를 향해 다시 말한다.

"그쪽이 남자친구? 그쪽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한테 꼬리치던데 단속이나 잘하세요~!"

"이게 진짜.."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목하가 따지려 하자 기호가 그런 목하를 뒤로 감추고 그 남자를 내려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경고하듯이 말한다.

"어, 나 남자친구 맞고 네가 내 여자친구 넘어뜨리는 것도 다 봤어. 저기 건물 CCTV 있던데... 경찰서 가?"

"하 참, 내가 뭘 했다고?.."

"내 여자친구가 싫다는데 네가 계속 붙어먹었잖아. 사람이 말을 하면 들어야지."

"아니 그건,"

"아, 사람이 아니여서 말귀를 못 알아들었나?"

"뭐? 이것들이 쌍으로..."

"자기야! 여기서 뭐 해?"

뒤에서 한 여자가 남자에게 팔짱을 끼며 갑자기 나타났다. 누가 봐도 그 남자의 애인처럼 보였고 목하가 기가 차듯 웃는다.

"어, ! 자기야, 아니야 잠시 오해가 생겨서... 가자 얼른! 가자"

남자가 당황하며 말을 버벅거리며 여자를 데리고 도망치듯 가자 목하는 그 남자가 사라질 때까지 눈에서 불이 나올 정도로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런 목하를 진정시키는 기호.

"됐어, 저런 사람 상종하지 마"

"하, 진짜 어이가 없어서.."

"잠시만 있어 봐."

목하에게 잠시 앉아서 기다리라고 말한 뒤 어디론가 뛰어가는 기호.

"나 진짜 괜찮은데,"

"나중에 부어서 더 아파. 내일 꼭 병원 가"

"알겠어.."

약국에 갔다 온 기호가 뿌리는 파스를 사와 일단 가볍게 치료해준다, 내일 꼭 병원에 가보라는 말과 함께.

"집에 가자"

"아, 너 왜 연락 안 받았어...? 나 오늘 진짜 오래 기다렸는데.."

"..변명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정이 있었어"

나란히 길을 걷는 두사람.

학교 마치고부터 그간 있었던 일을 자세히 말해주는 기호와 고개를 끄덕이는 목하.

"오는 길에 배터리가 없어서 핸드폰까지 꺼지는 바람에... 진짜 미안해"

그렇게 이야기하며 걷다 보니 연애할 적 자주 왔던 공원이 나왔다. 발걸음을 멈춘 목하가 시선을 빼앗긴 듯 공원을 바라본다.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 목하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허공을 보고 그냥 서 있자 슬쩍 눈치 보며 말을 꺼내는 기호.

"미안, 너랑 한 약속이 먼저인데 내가 오늘 너무 늦었지 진짜 미안.."

"..."

"저, 목하야?.."

"여기 우리 자주 왔었는데... 대학 합격했을 때도 여기서 축하하고, 시험 성적 떨어졌을 때도 여기서 네가 나 위로해주고, 새벽에 나와서 맛있는 것도 같이 먹고, 참 많은 걸 했네, 여기서"

"...그렇네"

"내가 그때 너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나 진짜 후회돼."

"..."

"있잖아 기호야, 오늘 일 나한테 미안하면...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라"

"뭔데..?"

기호는 자신의 부탁을 들어달라는 목하가 아무 말이 없자 조심스레 목하의 몸을 돌리는데 고개를 툭 떨군다.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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