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b_type.18

빛은 우리를 속여. 

어둠과 빛만이 공존하던 공간은 

어느새 중력에 대한 감각까지 

내가 잊어버리게 할 정도로. 


지금 이 사진에 빛은 과연 

천장일까? 벽에 붙은 전등일까? 


바닥이 없는 구멍처럼 

인력이 잡아주지 않는 행성처럼 


나는 부유하거나 떨어질 뿐이야. 

땅을 밟는 감각을 잊는다는 건 알지만 

이미 알고 있어. 


이 순간이 찰나이자 

영원할지도 모른다는 걸.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서 

토끼굴로 들어갔을 때 

앨리스는 자신과 같이 떨어지던 

물건들을 이용해보지만 


자신은 밑으로 내려가고 

물건들은 오히려 위로 올라갔지. 


주변에 있던 물건마저 

보이지 않게 되자 앨리스는 

‘언제까지 떨어지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게 돼. 


동화에 한 장면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추락에 대한 장면을 구체적으로 

작성해뒀기 때문인걸까. 


여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기도 해. 


어떤 어둠은 그래. 

다시 떠올리지 않아도 

인지했으며 학습했던 감각들까지 

잊어버리게 만들어. 


바닥이 없는 구멍, 

테두리에 중력이 없는 행성, 

무중력만이 함께하는 우주. 


비현실적인 공간이겠지. 

다만 그런 곳에서 운 좋게 

빛이 보여 잡는다고 해도 


그건 더 이상 

네가 믿어오던 빛이 아니야. 

그 공간에 떠밀려온 한 사물에 불과할 뿐. 


계속 떨어지기만 하던 앨리스가 

주변에 사물이 보여도 

잡지 않은 것처럼 


너에겐 부유하거나 

떨어지고 있다는 생각만이 채워질 뿐. 


어떤 미련도 남게 되지 않더라. 


어른들의 실수는 

자식 혹은 자녀가 어디까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질문하지 못한 거려나. 


이유를 파헤치고 파내려가다 보면 

결국 어른들의 실수였건만 


얻게 되는 결론들 중 

이런 결론도 존재하고 마니까. 


“실수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내가 지금까지 보게 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어..?” 


“누나는 왜 그토록 나를 

증오하고 미워했던 걸까.” 

“아. 이해했어. 

내가 태어나면서 부모가 이혼하지 않았구나.” 


“자신의 10대와 

20대 절반을 박살낸 존재를 

한시라도 빨리 떼내고 싶었을텐데.” 

“내가 그들을 떼어내지 못한 족쇄였구나.” 


“나, 모든 결론을 보게 됐어..” 


“내가 가진 생명은 가족 

그 누구도 존중하지 않아.” 

“가족, 사랑이란 단어는 

내게 더는 존재할 수 없어!” 


분명 어른들의 실수였는데 

이후 넌 현실에서 보이지 않았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너를 마주하는 순간 

손을 잡아주는 것뿐이야. 


너는 언제든 

자신이 있던 공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나를 밀어내려 했지만.. 


너는 행동과 말이 늘 따로 놀더라. 


사람들이 말하는 빛은 난 될 수 없지만 

네가 모든 결론을 내기 전 

알고 있던 감각을 잊지 않게 해줄게. 


언젠가, 언젠가 

땅을 마주하게 될 날을 

기다리는 우주인처럼. 


오늘도 난 네가 있는 

공간에 문을 만들어둘게. 


By Self(셀프)



의도하지 않은 공간에 갇히게 된 

존재에 영혼들을 추모하며. 


그리고 그 공간에 문을 

만들 존재를 만나게 되길 바랍니다. 


모든 사진에 저작권은

셀프(Self)저와

re : sonorit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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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창작, 복제, 수정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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