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이나 댓글에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므로 외전까지 다 읽고 후기를 읽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안녕하세요. 흰사월입니다:)

 

리디북스에서 연재하던 <애도하는 너에게>가 어제 127화로 완결되었습니다. 본편 완결과 동시에 외전 30화를 일괄 공개했는데, 깜짝 선물처럼 느껴졌다면 좋겠네요. 아쉬움보다는 즐거운 감상을 가져가실 수 있었기를 바랍니다.

 

매일 새로운 회차가 업로드되던 평일 6시를 그냥 지나치려니 허전해서 마지막으로 완결 후기를 준비해봤습니다. 미리 질문을 받지 못해서 아쉽지만, 제가 텔레파시로 여러분이 궁금해하실만한 질문을 파악해서 열심히 QnA도 적어봤답니다:D

 

~내맘대로 QnA~

 

Q. 단행본 출간 일정?

A. 단행본은 연재 완결로부터 3개월의 독점기간을 거친 이후에 리디북스에서 출간됩니다.

 

Q. 단행본 출간 시 추가 외전?

A. 아쉽게도 단행본 출간 시에는 따로 외전을 추가할 계획이 없습니다.

 

Q. 제목을 <애도하는 너에게>로 지은 이유?

A. 본편 에필로그(97화)를 보시면 이해가 가실 것 같습니다. 사실 처음 이 이야기를 구상했을 때는 1화도 결이가 도윤이에게 바치는 독백 형식이었습니다. ‘형이 죽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는데 1화부터 너무 우울하고 슬퍼서 다들 도망가실 것 같아서 나중에 수정했습니다.(…)

또한 결이의 입장에서는 ‘애도하는 너’가 애도의 대상인 도윤을 가리키는 말이고 도윤이의 입장에서는 (나를) 애도하는 결이를 가리키는 말이라 두 사람 모두 제목의 화자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지었습니다.

 

Q. 간단한 프로필


김도윤 ( → 예도윤)

-인도할 도 導, 햇빛 윤 昀 (→ 이를 도 到, 햇빛 윤 昀)

-키 184cm (→ 175cm)

-생일 12월 26일 (→ 7월 17일)

-기일 3월 7일 (동일)

 

한결

-맺을 결 結

-키 187cm

-생일 5월 5일

 

Q. 도윤이와 결이의 캐릭터를 만들게 된 계기?

A. 첫 장면을 떠올렸을 때까지는 그저 ‘선한 주인공’을 쓰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타인을 위해 망설임 없이 목숨을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선한 인물을요. 그런데 명확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아서 뒷부분을 잇지 못하다가, 어느 날 그 선함에 ‘의심’을 한 스푼 넣었더니 김도윤이라는 인물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네요.

 

도윤이는 내면이 무척 복잡한 인물입니다. 누구보다 착하고 다정하면서도 늘 자신의 선의를 의심하고, 자신을 애틋하게 여기면서도 미워하죠. 도윤이가 처음부터 착한 아이였는지, 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서 연습하다가 습관처럼 선행을 베풀게 되었는지는 아마 도윤이 자신도 모를 겁니다.

 

저는 둘 중 어느 쪽이든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도윤이의 다정함이 천성이 아니라면 그게 더 대단한 일이니까요. 하나 확실한 것은, 도윤이는 결국 그가 선택한 모습대로 살게 되었다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예)도윤이와 결이의 어떤 순간을 구원했고, 끝내 자기 자신마저 구원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결이는 어딘가 삐딱한 어른으로 자라버렸지만 천성은 아주 다정한 아이였으리라 생각합니다. 도윤이 앞에서만 내숭을 떠는 것도… 물론 맞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진짜 결이의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예도윤’을 싫어하면서도 모질게 굴지는 못했던 게 그 증거입니다. 결이의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남은 가족들이 조금 더 어른다웠다면, 혹은 도윤이를 조금 더 일찍 만났다면 누구든 도윤이를 대하듯 다정히 대하는 아이로 자라지 않았을까요.

 

결이는 소중한 이를 잃어버린 뒤 그리움과 애도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오히려 기억을 하나라도 더 끌어안기 위해 애를 쓰죠. 어찌 보면 누군가의 기준에서는 비정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인물입니다. 하지만 기억함으로써 사랑을 간직하고, 그로 인해 살아가는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결이가 탄생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죽음 이후에 남겨진 ‘한결’이 있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없기를 바랄 것 같습니다. 아마 도윤이가 기적적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면 결이가 자신을 기억하며 아파하는 것을 알고 무척 슬퍼했을 거예요. <애도하는 너에게>에서는 죽은 이를 기억하는 결이의 이야기를 썼지만, 잊는 것은 결코 죄가 아니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었습니다.

 

Q. 만약 ‘김도윤’이 죽지 않았다면 결이와는 어떻게 되었을지?

A. 이건 제가 생각해 본 적이 있어서 몇 자 적어 봅니다.


대학 졸업 후, 결이는 결국 도윤이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래전자에 입사했을 거예요. 도윤이의 상사가 되어 재회했겠죠. 도윤이는 알고 보니 결이가 회장님 아들, 사장님 동생이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하고 낯설다고 느끼겠지만 티를 내지는 않을 것 같아요. 본편에서 그랬듯이 ‘말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지. 나한테 꼭 말해야 할 필요도 없고.’ 하며 넘어가겠죠. 다만 완전히 다른 세계 사람이라고 느끼며 마음의 벽을 세우는데…… 그걸 결이가 차근차근 허물 것 같습니다.

 

여전히 둘만 있을 때면 대학 시절처럼 귀엽게 굴고, 뒤에서 슬쩍 도윤이 편의도 봐주고, 도윤이가 상사한테 부당하게 혼날 때 감싸주기도 하고, 퇴근하고 같이 저녁도 먹겠죠. 도윤이는 누구나 그렇듯 회사 생활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결이와 만나는 시간만큼은 기다리게 되었을 거예요.

 

그렇게 함께 하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다가 ‘김도윤 사원이 회장님 아들이랑 각별하다더라.’ 하는 소문이 사내에 쫙 퍼질 정도로 서로가 곁에 있는 게 당연해졌을 것 같아요. 비슷한 면이 있는 서로의 상처를 알게 되고 보듬어 주다가 도윤이가 결이의 마음을 눈치채는 순간 관계가 변하겠죠. 그러나 죽음을 건너지 않았더라도, 아주 긴 시간을 돌아서라도 김도윤과 한결은 서로 사랑하게 되었으리라 확신합니다.

 

Q. 작업하면서 많이 들은 곡?

A. 조용히 작업하는 걸 선호해서 가사 있는 노래는 듣지 않고, 유튜브 ‘asmr soupe’ 채널의 잔잔한 asmr을 매일 들으며 작업했습니다. 좋은 영상이 많으니 꼭 한번 들어보세요.

 

Q. 차기작 계획?

A. 전작 외전과 새로운 두 가지 이야기를 즐겁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는 아니더라도, 올해 안에 최소 한 작품 이상은 보여드릴 계획입니다. 하나씩 차근차근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때도 함께해 주신다면 영광일 것 같습니다:)

 

+) 댓글로 받은 질문 추가.


Q. 도윤이 사탕 취향은 진짜 홍삼캔디인가요..?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요..?

A. 도윤이 대신 해명하겠습니다. 일단 도윤이는 홍삼 캔디를 돈 주고 사 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있으면 아무렇지 않게 주워 먹는 스타일이에요. 몸에도 좋다니 그 정도 인생의 쓴맛은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어른이랍니다…….


~내맘대로 QnA 끝~

 

<애도하는 너에게>는 유독 읽으면서 함께 울었다는 감상을 많이 받은 작품인 것 같아요. 아마 여러분 모두 죽음이나 이별에 대한 고민을 한 번쯤 해봤기에 더욱 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 역시 살다 보니 갑작스러운 부고를 전해 들을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가까운 사람이 아닌데도 심장이 쿵, 묵직하게 떨어지며 온종일 신경 쓰이는 그런 죽음도 있었습니다. 그런 날이면 괜히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어요.


소중한 사람들과 나 자신의 죽음은 어떻게 준비하며 살아야 할까? 미리 이별하는 연습을 해봐야 할까, 아니면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최선을 다해 살면 될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의문도 들었습니다. 사람이 늘 오늘을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여기며 살 수 있을까 하고요. 그게 훌륭할지는 몰라도 과연 행복할지는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죽음 따위는 까맣게 잊고 살다가, 눈앞에 닥치면 울음을 터뜨리는 게 가장 건강한 방식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언제 올지 모를 죽음을 내내 두려워하며 살 수는 없으니까요.


무엇이 현명한 방법인지는 제가 아직 현명하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죽음을 잊고 평범하게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해지는 사람도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도윤이와 결이의 이야기를 완성했습니다.

 

불행히도 세상에는 좋은 일보다 슬프고 힘든 일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음과 이별, 고통은 누구든 피할 수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우리를 살아가도록 하는 건 찰나의 행복과 희망, 선의가 아닐까 해요. 입에서 되뇌기만 해도 온기가 느껴지는 것들의 힘은 무척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글을 쓰며 독자님들께 그런 힘을 무수히 많이 받았습니다. 어떤 글을 흠뻑 빠져서 읽어 주시고, 사랑해 주시고, 기꺼이 표현까지 해주시는 여러분의 애정이 감사하다 못해 때로는 놀랍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얼마나 더 추워지면 오시려나, 겨울을 기다렸다는 독자님의 말도 기억에 남네요. 봄은 누구나 기대를 가득 품고 기다리는 계절이지만 겨울을 기다리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을 해요. 그렇기에 이 추운 계절에 울고 웃으며 함께해 주신 여러분께 더욱 감사한 마음입니다.


여러분도 이 글을 읽으며 아주 잠시라도 춥고 힘든 일들을 잊으셨기를, 한 줄의 위로라도 찾으셨기를 바랍니다.

 

저는 더 좋은 글로 여러분께 인사드릴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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