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키야입니다. 


2024년 새해 다들 잘 맞이하셨나요?

전 편집 및 교정 작업을 하며 연초를 보냈습니다.


‘소원’을 꽤 오랜만에 접했는데 동양물이라 그런지 뭔가 전래 동화를 보는 느낌도 들고

여기 스토리가 이랬었지, 하며 당시 소원을 쓰던 때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이 문장 다 뜯어고치고 싶은데!!’ 라는 충동이 여러 번 들어 애를 먹었습니다. 😭😭

가능한 초판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수정 작업 중입니다.


아래는 소원 3차 광고입니다.

발췌만 바뀌고 다른 사항은 모두 같습니다.



※ 주 의 사 항 ※

► 키잡물입니다. 뭘 상상하든 그 이상의 키잡물입니다. 참고로 공이 수 유치를 빼줍니다. 취향을 매ㅡ우 탈 수 있습니다.

► 수가 매우 어린 관계로 본편 1,2부에는 씬이 없으며 외전에만 나옵니다. (안 그럼 제가 철컹철컹 잡혀가요...)

► 초판이 무려 2010년에 나온 만큼 굉장히 예전글입니다. 동양물이어서 시대 흐름이 본문에 녹아 있지는 않지만, 필체, 문장력 등등 미숙한 부분이 많습니다. 발췌보다는 전체글을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 줄거리 및 등장인물 ⛄ 



▮ 본 편 ▮


무영국과 우서국 사이에 큰 전쟁이 일어납니다. 우서국 귀족의 아들인 유보명(수)은 전장에서 부모를 잃고 누이와 도망을 치다 그 누이마저 물살에 휩쓸려 잃고 맙니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말까지 잃게 됩니다.

누이를 찾다 쓰러진 보명을 나쁜 상인들이 발견하고 인간 상인인 포대인에게 넘기게 됩니다. 헌데 말을 하지 못하는 배냇병신이라고 포대인에게도 쫓겨나게 됩니다. 크게 다치게 될 뻔 한순간에 여가(呂家)의 하인인 욱과 상선이 바람처럼 나타나 보명을 구해 여가로 데리고 갑니다. 여가 하인들을 통솔하는 상선은 보명을 가엾게 여겨 여가의 시동으로 삼기로 합니다.

여가에서 시동으로 생활하던 보명은 어느 날 수련이 피는 연못을 발견하게 됩니다. 수련은 보명의 누이가 가장 좋아하는 꽃입니다. 그날부터 보명은 밤마다 의정당 후원에 숨어들어 수련이 만개하길 기다립니다.

보명이 숨어드는 의정당은 당주인 여사헌(공)의 거처입니다. 연못가에 자리한 연성정이라는 정자에서 쉬기 위해 밤늦은 시각 후원에 찾아든 여사헌은 보명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얀 자리옷을 입고 있는 아이를 본 순간 여사헌은 보명이 애기귀신인가 싶습니다. 근데 알고 보니 보명도 여사헌을 어른귀신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게 서로의 첫인상이 귀신인 두 사람이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여사헌(呂思櫶)

나이 : 1부 시작 20살 → 2부 끝날 때는 29살.

직업 : 무영국 제일가는 무가인 여가(呂家)의 둘째 아들이자 당주. 정2품 도총관.

성격 : 성정이 정갈하며 흐트러짐이 없음. 보기완 다르게 생각이 그렇게 깊지 않음. 뭐든 속전속결. 의외로 귀찮아하는 경향이 있음. 귀찮아서 말수를 아낄 뿐 말발 좋음. 애기귀신한테 홀리고도 홀렸는지도 모름. 나중에는 다 알고도 우쭈쭈 하느라 바쁨. 물고 빠는 팔불출 애아버지에서 낭군님이 되어가는 중.

자격증 : 아우으아 알아듣기 1급, 애기귀신 돌보기 특급 소지.


유보명(兪普明)

나이 : 1부 시작은 8살 → 2부 끝날 때는 17살. (9살, 11살 이야기가 상당히 깁니다. 여기서 아웃되는 분들 많이 봤습니다!)

직업 : 우서국 귀족인 유가(兪家)의 아들. 여가 시동으로 와 애기귀신에서 안방마님 자리를 꿰차는 중.

성격 : 귀신을 보면 팥을 던져 물리칠 줄 아는 담대함을 가지고 있음. 먹는 건 반드시 사수하며 욕심도 제법 있음. 남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 꿋꿋하게 걸어 나감. 누이를 잃은 충격에 웃진 않아도 언제든 밝은 기운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잘 지냄.

자격증 : 비질하기 특급, 먹보 특급 소지.



그 외 등장인물


상선(想宣) : 여가 하인들의 대장. 여가의 당주를 3대째 모셔옴. 여가 주인들도 아랫사람이 아닌 할아버지로 여기고 따름. (여기서 상선은 직책이 아니고 이름임.)


태유(太誘) : 여가의 군사. 처음에는 보명을 달갑지 않게 여겼으나 아이의 곧은 성정을 알아보고 저와 같은 군사로 키우기로 마음먹고 스승이 되어 줌.


유보희(兪普凞) : 보명의 누나. 당차고 담대하며 잃어버린 동생을 찾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견뎌냄. 훗날 여가의 장자인 여사월의 안사람이자 여가의 맏며느리가 됨.


여중손(呂重遜) : 무영국 최고의 장수이자 여가 형제들의 아버지. 유가 남매의 부모를 죽인 원수이자 동시에 남매를 살려준 은인. 여사헌보다 자기는 덜 무뚝뚝하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음.


여사월, 여사문, 여사경, 여혜서, 여사성 : 여가의 형제들이며 순서대로 첫째, 셋째, 넷째, 다섯째, 여섯째임. (둘째는 여사헌이라 제외, 저 중에 여혜서는 아들 아니고 딸.)


혜경 송씨 : 여가 형제들의 어머니.


욱, 시중, 순옥 : 여가의 하인들이며 보명이 시동으로 들어온 여덟 살부터 곁에서 보살펴 줌.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나중에 출세함.





▮ 외 전 ▮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이 신혼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때아닌 불청객이 찾아 듭니다.

여사헌의 숙부인 여치손은 여사헌의 짝이 사내아이이며 유보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혼례를 올려라 아무리 압박하여도 반응조차 없는 여사헌 때문에 속이 타다 못한 여치손은 보명을 부르게 됩니다. 

“당주의 배필로 어울릴 만한 무언가를 해보여라!”는 이야기에 보명은 끙끙 가슴앓이를 하게 됩니다.

한편 보위를 이어 받은 황제는 상권 개혁을 위해 여사헌에게 파한국으로 가 일을 해달라고 합니다. 파한국으로 향하는 여사헌의 곁에 보명이 함께 하게 되면서 사건 속으로……는 아니고 때늦은 신혼여행을 즐기게 된다는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반가운 인연을 만나게 되고 여치손이 말했던, 당주의 배필로 어울리고도 남을 일의 단서를 찾게 됩니다.



여사헌(呂思櫶)

나이 : 32세.

직업 : 무영국 제일가는 무가인 여가(呂家)의 둘째 아들이자 당주. 정2품 도총관.

9살짜리를 손수 업어 키운 일등 맘. 어린 색시 우쭈쭈하기 바쁨. 팔불출에서 진화해 뻔뻔하기로는 세계 1등. 보명과 잠자리에 들 때면 그동안 참는다고 억울했던 거 푸느라 요즘 바쁨. 따박따박 말대답을 하게 된 보명이 때문에 말문이 막히기도 함. 귀찮은 일은 하기 싫어하지만 누구 때문에 해야 할지도 모를 상황에 놓여 있음.


유보명(兪普明)

나이 : 20살.

직업 : 여가 안방마님. 근데 본인은 모름.

평생 여사헌만 보고 자라서 당주님, 좋아요! 좋아요! 감정 숨기는 법을 모름. 자기 일은 스스로하자, 똥고집이 보통이 아님. 여사헌에게 일장연설하는 능력 획득. 요즘 당주님께 무슨 선물을 할지 고민 중. 그동안 고생했던 일이 바탕이 되고 그때 맺은 인연까지 더해져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 중.





⛄ 발 췌 ⛄

(포타와 W동에서 1,2부가 올라가 있으니, 발췌보다는 전체 흐름을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며칠 아이의 상태가 이상했다. 여사헌은 처음엔 별거 아니라 여겼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어느새 나흘째. 이렇다 보니 보통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밥을 먹을 때마다 아이가 울상을 지었다. 먹는 것에 자꾸만 겁을 내는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먹는 것에 말이다. 밥을 평소 먹는 양의 반밖에 먹지 않으며 맛난 고기는 손도 대지 않고 나물 중에서도 보드라운 것만 골라먹었다. 

아무리 먹보귀신이라도 아이인데 밥투정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밥뿐만 아니라 한과까지 가렸다. 침까지 똑똑 흘려가며 한과 먹는 것을 보아온 여사헌의 눈에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더 이상한 것은 아이가 연유를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니 가장 속이 상할 것인데 어째서 꽁꽁 싸안고만 있는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금일도 아이는 제 몫으로 내어 준 한과를 몇 개 먹지도 못하고 물렸다. 한과를 쳐다보는 눈동자에 아쉬움이 그득하건만 작은 손이 한과를 쥘 생각을 아니 했다. 

아이를 살피던 여사헌이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명아.”

“아아….”

아이의 눈동자가 속상함을 가득 담아 여사헌을 쳐다보았다. 저의 이름을 불러주니 속상함이 배가 되는 것이다. 여사헌은 그런 점을 파고들어 연유를 들을 생각이었다. 

“어찌 그러느냐.”

“…….”

되물으니 아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그러고는 여사헌의 시선을 피하기라도 하듯 엉덩이 걸음으로 몸을 모로 돌리고 고개 또한 돌렸다. 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몸짓이었다. 하지만 이 모습에 굴할 여사헌이 아니었다. 연유를 알고자 마음먹은 이상 쉬이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명아.”

“아우….”

몸을 모로 튼 채 아이가 고개만 삐죽이 돌려 여사헌을 쳐다보았다. 연유를 말하고 싶지 않지만, 저의 이름을 부르는 사내의 낮은 목소리에 아이의 눈동자가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몇 번이나 이어진 여사헌의 부름에 결국 아이의 눈가가 젖어 들었다. 순한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아….”

여기가 아파요….

아이가 작게 입을 벌리고 손가락을 들어 여사헌에게 무언가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의 손가락이 가리킨 것은 작게 흔들리려 하는 하악 견치(아래 송곳니)였다.



사랑채로 든 여사헌의 눈동자가 방 안을 살폈다. 사랑채와 연결된 모든 문을 열고 살폈지만, 아이의 모습이 아니 보였다. 

여사헌은 어제 아이의 이가 흔들린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아홉이라 하였으니 배냇니가 빠질 나이였다. 이 빼는 것을 반가워할 이가 어디 있으랴. 그 고통은 어른도 싫어하는데 아이라면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을 것이다. 

여사헌이 봤을 때 이가 이미 흔들리고 있어 빼려면 쉽게 빠질 듯하였다. 달리 말해 이가 흔들릴 정도로 아래에는 영구치가 자리를 잡고 있다는 소리였다. 여사헌은 혹여나 덧니가 될까 싶어 당장에 빼려고 했는데 어른귀신의 마음을 어떻게 안 건지 요 애기귀신이 걸음아 날 살려 라고 도망간 것이다. 

이른 아침 여사헌에게 올릴 물도 마다하고 숨어버린 애기귀신이었다. 중반 무렵 배가 고파 슬그머니 나타난 걸 보고 밥 대신 영양죽을 해 먹였다. 이를 뺀다는 언질은 조금도 않고 글공부를 하자는 명목으로 사랑채에 붙잡아 두었는데 여사헌이 본채에 잠시 들렀다 오는 사이 사라진 것이다.

여사헌이 고개를 돌려 저의 뒤에 있는 상선을 쳐다보았다. 상선이 여사헌과 눈이 마주치자 지레 놀란 듯 움찔했다.

“아이는?”

“저, 그것이…….”

“살피라 하지 않았느냐.”

“…잠시 눈을 돌린 새 도망을 간 모양입니다. 찾아보니 신도 없었습니다. 요 조그마한 것이 어딜 갔는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이 방 안에 없다는 게로군.”

“…송구하옵니다.”

방 안을 훑는 여사헌의 눈썹이 제자리보다 조금 위를 향해 올라갔다. 도망쳐봤자 어차피 거기서 거기지만 상선의 말마따나 아이가 워낙 조막만하다 보니 숨을 곳이 너무나도 많았다. 여사헌은 나직이 숨을 내쉬었다. 졸지에 애기귀신과 숨바꼭질하게 생겼다. 여차하면 애기귀신을 붙잡기 위해 뜀박질도 해야 할지 몰랐다.

“욱이나 시중을 불러 함께 아이를 찾거라.”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

여사헌이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문 채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이 작은 서궤에 닿았다. 여사헌의 모습에 상선이 의아함에 입을 열었다.

“당주님, 어이해….”

“―!”

말을 멈추라는 여사헌의 손짓에 상선의 입이 다물어졌다. 여사헌은 상선에게 손짓으로 물러가라 한 후, 사랑채를 나서려던 걸음을 거두고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스르륵- 탁―

사랑채 아자문이 닫히고 방 안에는 고요함이 감돌았다. 여사헌은 발걸음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용히 걸어 아이가 공부하는 작은 서궤로 향했다. 서궤 위에 놓인 종이에는 조금 전까지 아이가 글공부를 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붓끝은 물론이거니와 종이에 적힌 한지에 먹이 채 마르지 않은 상태였다. 여사헌이 방에 들어오기 직전까지 글공부하고 있었다는 증거였다. 

여사헌은 자개농 주변을 천천히 배회했다. 아니나 다를까 젖은 흙이 곳곳에 떨어져 있었다. 필시 신에 묻은 흙이 딸려 들어왔으리라. 아이가 저가 이곳에 없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신을 들고 들어와 자개농에 숨은 것이다. 

어제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 후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추운 것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있어 지금의 날씨는 선선함보다는 쌀쌀함에 가까웠다. 부러 나갈 연유가 없었다. 고 애기귀신이 저 나름대로 머리를 쓴 것이다.

여사헌이 젖은 흙이 떨어져 있던 자개농 앞에 섰다. 그때였다. 

콩- 콩- 통―

자개농 안에서 몸을 뒤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왕 숨은 거 티라도 내지 말던가. 순둥이 애기귀신은 그럴 재주도 없어 보였다. 그래도 아이가 제법 신중한 것이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리고 말소리가 끊기면 사람이 없다 싶어 당장 나와도 나왔을 터인데 밖의 동향을 살피느라 여즉 숨어 있는 것이 꽤 기특하기는 했다. 이쯤 되니 아이의 행동이 웃기기도 하고 어디 더 놀아봐라 싶어 여사헌은 자개농을 열려던 손을 거두었다. 



보명이 눈동자를 데록데록 굴렸다. 자개농 너머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혹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까 자개농을 조금 열어두었는데 그 틈새로 들은 것은 사랑채 아자문을 여닫는 소리가 전부였다. 아이는 웅크리고 있는 다리를 작게 동당거리며 품에 안은 신을 더 꼭 쥐었다. 젖은 바닥 때문에 손을 버려도 개의치 않았다. 손이야 씻으면 되지만 이를 빼는 건 엉엉 울 만큼 아팠다. 그러니 이쯤은 참을 수 있었다.

“…….”

어이할꼬. 언제 나가야 되나. 

아이는 신을 쥔 손가락을 꼬물대며 갈팡질팡했다. 자개농에 공구라도 나 있으면 밖을 살필 터인데 아무것도 아니 보이고 소리로만 알아채야 하니 답답했다.

“어디를 갔을꼬.”

“―!!”

혼잣말하는 여사헌의 목소리에 아이가 화들짝 놀랐다. 방 안에 누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이제 곧 나가려 했던 아이의 움직임이 그대로 멈추었다.

“……!”

당주님 밖에 계시는구나! 날랑 계속 숨어 있길 참말로 잘했지 무에야!

아이는 어두운 공간 속에 꾹 참고 있었던 스스로가 뿌듯했다. 이대로 나갔다면 꼼짝없이 붙잡혀 이를 빼야 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픈지 입술을 씰룩댔다.

“빼지 아니하면 덧니가 될 터인데.”

“……?”

덧니가 무에야?

“덧니가 나면 이가 못나지고 여차하면 덧니는 물론이거니와 그 옆에 이까지 모두 아파서 빼야 할지도 모르거늘.”

“……!!”

참말로? 그렇게 많이?!

덧니를 빼고 그 옆에 이까지 아파서 모두 빼야 한단다. 하나도 아니고 몇 개나. 아이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냉큼 몸을 일으켰다.

덜컹― 쿠당탕―

여사헌은 조금 전 젖은 흙이 떨어져 있던 자개농이 열리자 옳다구나 싶었다. 문이 작게 틈을 보이고 있어 말을 하면 듣겠지 싶었는데 꼬여낸 방법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자개농이 열리고 울상을 지은 아이가 튀어 나왔다. 눈가에는 눈물이 그득한 것이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기세다. 신은 또 얼마나 꼭 쥐고 있는지 손이며 상의에 흙물이 들었다.

“거기 있었던 게냐.”

여사헌의 태연한 목소리에 아이가 쫄랑쫄랑 뛰어 오더니 냉큼 그 앞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입을 벌려 손가락으로 제 입안을 가리키며 궁댕이를 들썩였다. 큰일 날 소리를 듣고 나니 겁이 나는 것이다.

“아, 으아.”

당주님, 참말이여요?

“들은 모양이로구나.”

“아!”

“이가 흔들린다는 것은 아래에서 새 이가 올라온다는 소리다. 한 개씩 나야 하는데 두 개가 자리해 있으면 어찌 되겠느냐. 이가 제자리를 못 찾아 못나게 나니 널 또 아프게 할 것이다.”

“아우, 아?”

아픈 건 싫습니다. 어찌해야 합니까?

“흔들리는 걸 빼면 해결되는 것이다. 이제 이를 뺄 테냐?”

“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를 빼야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아이가 대답을 망설이며 여사헌을 쳐다보았다. 여사헌은 여기서 조금만 더 하면 넘어올 듯 보였다.

“명아.”

“우아….”

“연성정에 가서 이를 빼는 건 어떠냐?”

“아?”

저가 좋아하는 연성정 말이옵니까?

“수련이 필 시기는 아니다만 네가 좋아하던 곳이 아니더냐.”

“…….”

아이는 고개를 주억였다. 수련이 피어서인지, 산나물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어른귀신을 만나게 해준 곳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아이는 연성정을 참 좋아했다. 어두운 것은 무섭지만 이젠 늘 여사헌이 함께 있으니 무서울 것도 없었다. 여사헌의 앞에 오도카니 앉아 있던 아이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빼겠노라 대답한 것이다.

여사헌은 연성정은 어두워 실을 감기 어렵다는 연유로 일단 아이의 하악 견치에 실을 감았다. 실을 감는 동안 겁이 난 아이의 몸이 바들바들 떨었다. 여사헌은 실을 다 감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이의 몸을 일으켰다. 

“연성정에 가기 전에 손을 닦고 옷을 갈아입자. 흙물이 들었다.”

“아.”

여사헌은 아이의 손에 들려 있던 신을 내려놓게 하고 흙이 묻은 손을 젖은 천으로 말끔하게 닦았다. 아이가 흙물이 든 상의를 머리 위로 벗어내기 위해 팔을 들었다. 여사헌이 상의를 벗겨내며 동시에 쥐고 있던 실을 단숨에 잡아당겼다. 거치적댈 것도 없이 견치가 톡, 하고 빠지며 실에 딸려왔다. 보던 것보다 이가 제법 많이 흔들렸던 모양이었다. 

“아.”

“왜 그러느냐?”

“으아.”

이가 조금 전보다 더 아픕니다.

아이는 자리옷차림을 한 채 여사헌의 앞에 서 있었다. 보명은 이가 계속 흔들리는 동안 아팠던 터라 조금 전보다 더 아프기는 하지만 이가 벌써 빠졌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여사헌은 아이를 바닥에 주저앉히고 마실 물과 나무통을 가져왔다. 

“삼키지 말고 물을 뱉거라.”

입가에 조롱박을 대어주자 아이가 찹찹, 소리를 내며 물을 마신 후 여사헌이 시키는 대로 물을 뱉었다. 아이의 눈동자가 화등잔만 해졌다. 뱉은 물에 핏기가 섞여 있었다. 

“으아!”

“이가 빠져서 나는 피니라. 그리 겁낼 거 없다. 다시 헹궈라.”

“아?”

날랑 이를 아직 빼지 않았는데 어떻게 빠지는지요?

여사헌은 아이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입가에 조롱박을 가져갔다. 아이는 다시 찹찹, 소리를 내며 물을 입안에 머금고는 뱉기를 반복했다. 두어 번 더 하던 아이가 갑자기 고개를 발딱 치켜들었다. 물을 뱉다보니 아래쪽에 이가 휑하니 비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아, 아…!”

놀라서 여사헌을 쳐다보던 아이의 눈동자가 마른 천 위에 놓인 실에 묶인 저의 이를 발견했다. 정말로 이가 빠진 것이다.

여사헌은 입안을 더 헹궈라고 말하기 위해 고개를 숙여 아이를 보았다. 웅크리고 앉아 여사헌을 올려다보던 아이의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니 기어코 떨어져 내렸다. 아이의 어깨가 들썩이고 다물어졌던 작은 입이 벌어지더니 울먹이기 시작했다.

“흐에, 흐에….”

“이를 다 뺐거늘 어째서 울…….”

“흐, 흐에, 흐에에엥―.”

“…….”

아이가 우엥- 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웅크리고 앉아 주먹까지 그러쥔 채 뭐가 그리도 서러운지 목 놓아 엉엉 울었다. 아이의 눈동자만큼이나 큰 눈물이 쉼 없이 흘러내렸다. 그동안의 아픔, 먹지 못했던 서러움, 빼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해방이 되고 여사헌의 얼굴을 보니 안도감에 울음이 터진 것이다.

“…….”

여사헌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분명 아프지 않게 이를 빼줬건만, 이제 와 왜 우는지 저 작은 머리통 속이 이해되지 않았다. 

여사헌은 일단 아이의 작은 몸을 품에 답삭 안아 들었다. 엉덩이 아래를 팔로 받치고 어르자 가는 팔이 여사헌의 목을 따라 둘러오며 품에 꼭 안겼다. 목 부근이 당길 만큼 장포 깃을 그러쥔 아이는 울음을 쉬이 그칠 기색이 아니었다.

“흐에, 흐으, 흐에에엥―”

그치는가 싶으면 닭똥 같은 눈물이 똑, 똑, 떨어지고, 이제 되었나 싶으면 우엥- 소리를 내며 울고. 여사헌은 좀처럼 그치지 않는 아이의 울음에 팔을 들썩이며 달랬다. 그러기를 한참, 아무래도 이대로는 그치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한 여사헌은 장포를 하나 꺼내 자리옷만 달랑 입고 있는 아이의 몸을 덮듯 두르고 사랑채를 빠져나왔다.

“흐에, 흐윽, 흐에….”

여사헌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아이의 울음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여사헌은 아이를 안은 채 의정당 후원으로 향했다. 해가 지는 가을 녘의 붉은 노을이 연성정을 배경으로 펼쳐졌다. 하지만 이 멋들어진 배경이 여사헌은 조금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연성정에 다다를 무렵이 되어서야 아이의 울음이 어느 정도 그쳤다. 아이는 여사헌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이리저리 닦았다. 장포가 아이의 눈물과 콧물에 젖어 들었지만 여사헌은 거기에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얼마나 우엥- 우엥- 우렁차게 우는지 아주 사람 혼을 빼놓는다.

여사헌이 아이의 몸을 조금 떨어트려 얼굴을 마주했다. 발간 눈과 코도 모자라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아이의 얼굴을 보니 가관이었다.

“몸은 조막만 한 것이 체력도 좋구나.”

“흐에, 흐에….”

“이제 다 울었느냐.”

“흐, 흐에, 흐으, 흐에에엥―.”

아이가 손에 힘을 주어 장포 깃을 그러쥐더니 다시 매달려 울기 시작했다. 저를 바라보는 검고도 깊은 눈동자에 안심이 되는 것이다.

“허―! 거, 참….”

저가 무얼 어쨌다고 또 이리 우엥- 하고 우는 건지 여사헌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아이를 안고 어르고 달래는 여사헌은 전장에서도 흘려본 적이 없던 진땀을 두 번째로 빼고 있었다. 허긴 그 처음도 요 애기귀신 때문이긴 했다.



여사헌은 아이를 어르기 위해 연성정을 수십 바회 돌아야 했다. 보명이 울음을 그친 것은 노을마저 걷히고 어둠이 내렸을 때였다. 더 이상 울 기운도 없어 아이가 겨우 울음을 그치고서야 여사헌은 연성정을 나설 수 있었다.

이를 빼고 나면 윗니는 지붕 위에 던지고 아랫니는 아궁이에 던져야 한다 했다. 보명은 여사헌의 품에 안겨 이를 어여삐 잘 자라게 해달라고 아궁이에 아랫니를 던졌다. 

사랑채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주먹을 쥔 손으로 눈가를 비비며 여사헌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도리질하고 몸을 가만히 두질 않는 걸 보니 잠투정을 하는 것이다. 도망치고, 숨고, 목 놓아 엉엉 울고, 하루 동안 많이 지쳤는지 아이는 사랑채에 닿기도 전에 여사헌의 품에서 곤히 잠을 청했다. 





⛄ 예 약 사 항 ⛄


【사양 및 변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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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탈자 수정. 내용 변경 없음.

- 편집 변경. 고로, 사양도 변경됩니다. 본편이 400P가 넘는 두꺼운 2권에서 3권으로 변경될 예정입니다. 즉, 본편 1-3, 외전 총 4권이 됩니다.


소원(小願) 본편 1, 2, 3권 각 300P : 33,000원

소원(小願) 외전 330P : 12,000원

본편+외전 : 45,000원


【예약 기간】 

12월 20일(수) ∼ 1월 19일(금) 까지


【예약 주소 변경】

1월 21일(일) 까지


【예약 계좌】 

805502-01-154671 / 국민은행 / 백민영


【배송비】 

예약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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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고 목록 : One for the Road 본편+외전 – 마감

                     Just One – 15,000원

                     Amber Dream – 46,000원

- 판매 일시 : 1월 3일 수요일 ~ 마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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