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잠을 잔듯한 감각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자 천장에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는 육각의 별이 보였다. 노랗게 칠해져 있는 별이 어쩐지 익숙해서, 어쩐지 이 모든 것이 이해가 되어서 끊임없이 눈물이 나왔다.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자신을 위해 희생한 것이 생각나서 가슴이 저렸다. 심하게 슬펐다. 나는 그를 원망하기만 했는데… 그래서 그를 잊어버렸는데.

 “센?”

 먹먹한 목소리가 갑작스레 들려왔다. 그가 침대 옆에 있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니. 조금 놀란 내가 그를 바라보며 불렀다.

 “…오빠.”

 “어?”

 “아…”

 갑작스레 하이튼의 차게 식은 적안이 스쳤다. 자신을 절대로 오빠라 부르지 못하게 했던 하이튼. 그럼에도 저절로 입에서 나오는 그 호칭을, 그의 죽음 앞에서 끊임없이 부르짖었다. 그때의 감정이 묵직하게 나를 덮쳐왔다. 그 아픔에 눈물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리우루스의 얼굴이 어떤 표정인지 볼 수가 없다. 흐려져가는 내 눈앞의 세상에 대해 묻는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까지 뭘 했던 거지?”

 이제와서 내 감정을 깨닫는다는 게 너무 우스웠다. 센도 지젤도 결국 하이튼을 사랑했다. 센을 만나는 하이튼을 지젤은 원망했다. 결국 내가 나를 원망한 꼴이었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센과 지젤을 보며 하이튼이 어떤 감정들을 느꼈을지 나는 도저히 짐작할 수가 없다. 매번 내 앞에서는 웃는 표정을 잃지 않았는데 어째서 하이튼이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알 것 같아서 죄책감이 더 심해진다. 

 내가 천사 였을 때 나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형에 불과했다. 아무런 감정과 목적없이 신을 위해 일했다. 그래서 나는 우리엘이 나에게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어렴풋하게 이해는 하면서도 그것을 감정으로는 느끼지 못했다. 그 감정들을 들여다보는 순간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너게 될 것 같아서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이 세상을 위해 인간으로 환생하기로 결심을 한 것도 결국 보기좋은 핑계에 불과했다. 나는 우리엘의 감정을 감당해내지 못했다. 그래서 외면했다.

 어쩌면 신이 나에게 이러한 감정들을 직면하게 만들려고 환생을 허락한 것일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환생을 결심하고 신에게 청했을 때 신은 흥미롭다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재밌구나. 너의 뜻대로 하렴.’

 하지만 아직 이해가 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왜 스승님에 대한 기억을 이 타이밍에 보여준 걸까. 이어지지 않는 퍼즐이 머릿속에서 빈 공간을 비추며 말했다. 이 빈 공간은 우리엘에 의해 알게 될 거라고. 그럼 드디어 이 기나긴 감정의 회오리 속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분명 내가 잠들기 전까지 우리엘이 있었는데 어딜 간거지?

 “리안.”

 “……”

 “하이튼은?”

 나의 물음에 그의 얼굴에 곤란함이 스쳤다. 그 표정에 불안이 올라온다. 설마 사라진거야?

 “…모르겠어. 너 꽤 오랫동안 잠들었어. 알아?”

 “며칠?”

 “일주일.”

아름다운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글을 읽으면 새로운 세상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좋아서 경험하고 싶은 세상을 글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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