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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머리를 다잡은 정이 보는 시선들이 없는 틈을 타 책상 위로 엎어진다. 

어느덧 2년이 지나고 3년. 한국으로 움직일 준비가 끝나가고, 이곳에서 마무리만 지으면 되는 시기인데 이 놈의 두통은 나아질 생각이 없다.

오늘도 어김없이 내리는 비에 머리가 지끈거리고 서랍을 열어 약통을 찾으면 다 떨어진 듯 빈 통이다.

당연하게도 제하를 찾으면 받지 않는 전화에 왜이지 싶어 호출하면 다른 조직원의 모습에 오늘 일찍 퇴근한다던 것이 떠오른다.

할 수 없이 조직원과 함께 약을 처방받고 일찍이 집으로 향한다. 


이제 친해지고도 남은 우진과의 약속. 둘 모두 도박이라는 것에 푹 빠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최근 쉼이라고는 없을만큼 미친듯이 바빴던 제하와 한국에 가기 전 의대 졸업장, 의사 자격증을 취득해야했으며 올 해가 그 해였던 우진이 머리를 식힐 곳을 찾다 시작하게 된 것이다. 어차피 홍공헤서는 정리할 생각이 없는 사업중 하나였고, 자신의 관리 아래에서 한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뿐더러 곧 한국으로 넘어가면 그곳에서는 하지 못 할 것이기에 너무 빠져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만 하기로 약속아닌 약속을 했다. 

무엇보다 이제 엄연한 성인인데 크게 신경 쓸 이유도 없었고, 무슨 일이던 사고는 타이밍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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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이형 다쳐서 일주일 정도 휴가야. 어차피 이제 홍콩 뜰건데, 다른 사람 교육 시키는 것 보다는 너가 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그래. 많이 다쳤데?"

"그런가봐. 원이형도 병원갔어. 너도 시간나면 가보던가."

"알았다. 어차피 인수인계도 좀 받고 해야겠네. 주말 쉬고 다음주 부터하면 되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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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퇴근과 동시에 도박장을 향하는 제하의 발걸음이 즐겁다.

우진은 병원에서 바로 온다했으니 더 가까운 우진이 먼저 도착해있을 터. 아니나 다를까 먼저 도착해 자리를 잡고있던 우진을 만나 시간가는줄 모르고 신나게 놀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질리지도 않는지 오히려 보고있는 정이 더 질린다는 표정을 지어보지만 그저 웃음으로 답하는 제하일 뿐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옷을 입고 방을 나오면 오늘따라 거실에 앉아있던 정이와 마주친다. 또 나가냐는 말에 그렇다 답하고, 오늘 새벽에 출장인건 아냐는 물음에도 역시나 그렇다라는 대답.

늦지나 말고 오라는 말에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정이 옆에 앉아있던 탄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준 후 집을 나선다. 


시간이 한 참 흐르고 방문이 열리고 방의 빛이 거실을 비춘다. 이내 두 빛이 교차되고 밝아지는 거실. 시간을 확인한 정이 제하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면, 삐삐삐삐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아닌 현관으로부터 도어락 해제소리가 들려온다. 몸을 틀어 현관을 보면 들어오는 사람. 김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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