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08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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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하이큐 통합 온리전 : 하이큐, 코트에 더 오래(하코더) 신간 샘플페이지


대학AU : 그는 모르는 선배 따라서 어디까지 갔을까.

(체대생 아츠무 x 농대생 키타)

(전연령, A5, 무선제본, 88p, 특전O, 축전O)


[아츠키타] 모르는 선배를 따라가선 안됩니다!





“…진짜 바꿔?”

“괘않타니까, 바꿔도.”

“나중에 딴소리하지 마라.”

“아, 안 해 안 한다! 왜 말귀를 못 알아듣고 자꾸 물어보노?”


스나는 그의 ‘괜찮다’가 영 믿음이 가지 않았다. 굳이 수강 신청 정정 마감까지 2시간 남았을 때, 월요일 아침 수업에 귀찮은 조별 과제까지 있는 악명 높은 강의를 바꿔 달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반대의 경우라면 있을 법했으나, 그게 아닌 이유를 더 물었다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절호의 기횔 놓칠 수 있었다.


“……준비해 바로 바꾼다.”

“오! 하나, 둘!”


몇초간 부서져라 마우스 누르는 딸깍 소리만 울렸다. 스나는 더는 그가 다른말 하지 못하게 수강 신청을 완료하였단 팝업창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노트북을 덮고 기뻐하는 그를 두고 멀리 가버렸다. 아츠무는 방금 시간표에 채워진 강의를 보고 벅차오르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했다. 그는 기어이 쟁취해내었다.


* * *


모든 일의 발단은 몇 개월 전이었다.


“열어줘! 사람 갇혔다고!“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질러도 저 멀리 공연장에서 틀어대는 음악 소리에 그의 외침은 묻혀버렸다. 가위바위보에 져서 창고건물까지 무거운 짐을 질질 끌고 가져왔는데 낡은 철문이 뒤틀려 안쪽에선 열리지 않았다. 하필 2층인 데다 캠퍼스 내에서 가장 안쪽에 있는 오래된 건물, 앞에는 나무도 많아 그가 있는 게바깥에서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원래는 창고로나 쓰는데 축제 때문에 사용한 다고 불은 켜져 있었지만, 여러 공연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을 시간대라 오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안 그래도 그 때문에 가위바위보를 하게 된 건데 이러다간 오늘 안에 밖으로 못 나가나 싶은 아츠무는 의미없는 짜증을 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쳐갔다. 하필 짐 더미를 끌고 오느라 연락할만한 수단을 전부 원래 있던 곳에 두고와 오사무나 스나를 부를 수도 없었다.


“사람 있어요! 열어줘! 열어줘…”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보아도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큰일 났다’ 싶은 그는 구석에 몸을 구기며 쭈그리고 앉아 벽에 머리를 기대고 인기척이 들리기를 기다렸다. 소리는 지를 대로 질러서 목구멍이 따끔거렸고 문을 두드린 손도 얼얼했다.


“열어주세요… 시X… 사람 있다고… 젠장 나도 ○○걸스 공연보고 싶어…”


어두컴컴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게 된 그는 문 쪽을 향해 하염없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기다렸는데 발소리 비슷한 것도 들리지 않았 다. 누구 하나 자신을 찾아 줄 거란 기대는 이미 멀리 떠나갔다. 도망이나 가지 말라던 동기 녀석들과 혈육은 아무래도 자신이 놀러 가버렸다고 생각한듯했다.


[덜컹! 쾅!]


“헉! 여기 사람 있어요!”


굳게 닫혀있던 철문이 덜컹거렸다. 아츠무는 문에서 세 발짝 떨어져 마지막 으로 목청껏 소리쳤다. 열린 문으로 복도에 커져 있던 전등 불빛이 한 번에 들어와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어둠 속에 있어 갑자기 들어온 빛에 앞을 제대로 보기 힘들었던 아츠무는 문을 열어준 사람의 실루엣만 겨우 가늠할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오래된 문이니까 닫지 말고 항상 열어두세요.”

“네, 네!”


짐을 들고 있던 실루엣의 주인은 조심하라며 한마디 하고 바로 자리를 떠났 다. 아츠무는 복도로 나와 그가 누군지 보려고 했지만, 이미 그는 보이지 않았 다. 감쪽같이 사라진 사람을 두리번거리며 찾았으나,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아츠무가 기억하는 건 그의 체형과 허리춤에 특이하게 묶여 있던 장식품 정도였 다. 그게 정확하게 무엇이었는지는 도무지 몰라 기억나는 대로 머릿속에 그려 놓고 잊지 않으려 했다.


“어데서 농땡이 부리다 왔노.”

“폰도 지갑도 놓고 잠수를 타?”

“내가 니들 때문에…”

“놀다 온 놈이 말이 많네.”


그는 너무 억울했으나, 차마 창고에서 못 나왔다고 하면 더 놀릴 게 뻔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도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 축제 마지막 날까지 그 주변을 배회해보았다.

그때 보았던 실루엣과 일치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고, 종강 직후까지 그를 찾아다녔다. 그의 이름도 얼굴도 나이도 전공도 몰랐고 아는 거라곤 목소리와 말투 그리고 허리춤에 달고 있던 특이한 장식이었다. 장식이라고 하기도 애매했으나 천으로 묶어서 엮은 듯한 물건이었다.


아츠무는 종강일이 되도록 그를 찾아보려고 갈 일도 없는 창고건물을 서성 이고, 주변에 물어보고 갖은 노력을 하였다. 그럼에도 전혀 소득은 없었다. 아는 정보가 없는 만큼 발로라도 뛰어보며 부단히 노력하였어도 돌아오는 건 겨울방학이었다. 대학 배구팀 연습이 있었으니 학교를 가지 않는 건 아니었고 학기가 끝나버려 더 그를 찾기는 힘들었다.


그리고 불과 몇 시간 전, 개강 첫 주부터 오리엔테이션으로 풀강을 듣고 나오는 스나를 복도에서 마주쳤다. 원래 신청했던 강의가 폐강되면서 어쩔 수 없이 시간표에 넣었다던데 과제도 시험도 모두 까다롭기로 유명했던 터라 그의 얼굴빛이 썩 좋지 않았다.


“풉, 그러게 잘 신청했어야제.”

“시끄러워, 밥 먹으려고 학교 온 주제에…” 

“이 앞에 새로 생긴 츄토로동(中トロ )이 맛있다안카나! 줄 서서 먹어야 한다고!”

“밥도 곱빼기로 준댄다.”

“그래, 이 밥 먹으러 대학 온 쌍둥이들아… 마음대로 해라.”

“니는 그 교양…… 어?“


아츠무는 햇살이 창을 통해 만들어낸 그림자를 보고 눈이 커졌다. 우연이기엔 그때의 그 장식 모양이었다.

그는 다급하게 그림자의 주인을 찾아 무작정 붙잡았다. 가방에 매달려있던건 특이하게 뭉쳐진 목장갑이었고 아츠무가 그걸 잡으면서 가방 주인은 그대로 뒤로 휘청했다.


“야, 너 왜 그래?”

“…….”

“츠무 니 미칬나? 죄송합니다. 인마가 밥을 아직 안 먹어서 정신 나갔나… 정말 죄송합니다.”

“너네 갑자기… 아, 안녕하세요.”

“…….”


튀어 나간 자신을 뜯어내고 먼저 사과를 하는 동생 놈과 친구의 태도가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그렇다 한들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게 찾아다닌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잊은 채 계속 찾은 것처럼 말문이 턱 막혀 있었다.


“용건 없으면 가볼게.”

“네.”

“네, 죄송합니다.”

“츠무 이놈 와이라노? 니 고장 났나?”

“정신 차려.”

“아, 아! 스나, 니 저 사람 우예 아는데?”

“뭐? 저 선배? 방금 같은 교양에서… 아, 이거 놔…”


그와 안면이 있어 보이는 스나의 멱살을 붙잡고 대답을 강요하던 아츠무는 대답이 성에 차지는 않았으나, 일단 손에 힘을 풀었다.


“정말이가?”

“아, 그래. 그렇다고. 왜 그래? 갑자기…” 

“같은 교양…” 

“됐고, 빨리 밥이나 먹으러 가자.”


아츠무는 스나가 인사를 했던 선배라는 사람이 지난번 자신을 구해주었던 사람과 동일 인물인지 확신은 없었다. 그보다도 그의 놀라 동그래진 눈이 꽤나 귀여웠…


“빨리 걸어라, 줄 서고 싶나?”


양쪽에서 스나와 오사무가 아츠무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있는 힘껏 밀었다.

두 사람의 미는 힘에 억지로 다리가 앞으로 움직였고, 계단에서까지 그들이 잡고 가니 무게중심이 휘청거렸다.


“아 쫌! 그만 놔라!”

“한 번만 더 멈춰서면 버리고 가 삔다.”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혈육이 어이없어 고개를 홱 돌려 아직 어깨에 팔을 올리고 있는 스나를 보았다. 그는 아츠무의 불같은 눈을 보고 팔을 내리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는 건물 입구를 나오자 마자 냅다 뛰는 오사무의 뒤를 적당한 거리를 두고 함께 뛰었다. 그새 멀어져 버린 두놈을 따라잡으려 아츠무도 한바탕 달리고 나서야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츄토로동을 영접할 수 있었다. 입에 넣으니 사르르 녹는 맛이 평소 같았다면 두그릇은 먹어 치웠을 텐데 그리한 건오사무 뿐이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먹고 있는 아츠무를 둘은 먹는 동안은 신경 쓰지 않았지만, 배를 채우고 나서도 뚱한 얼굴인 그를 보니 무언가 문제가 있어 보였다.


“야, 정신 차려.”

“밥도 잘 처먹어놓고 임마 와이라노?”

“하, 냅둬!”

“아이고 성질내네.”

“오사무, 너 수업 가지?”

“어, 쟈 어디다 버리삐라.”

“저 새X가…”


자신을 한심하게 보는 혈육과 몇 마디 험한 말을 주고받고는 조금 생기가 돈아츠무는 어떻게 해야 '그 선배'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지금 까지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면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았다.


“하… 망했네, 수강 정정해야 하는데…” 

“시간표가 뭐.”

“방금 그거, 남들 다 피하는데 자리가 거기밖에 없어서 일단 넣었는데 그거 들었다간 과제 폭타…” 

“바꾸자!”

“뭐? 뭘?”

“수업 바꾸자고! 니랑 내랑!”


기껏 수강 신청 기를 쓰고 해서 성공했다고 자신을 놀리던 아츠무가 무슨 저의로 그런 걸 제안하는지 알 턱은 없던 그는 바꾸자고 닦달하는 그의 성화에못 이기는 척 바꿔주었다. 서로에게 이득인지는 몰라도 자신에겐 이득이었다.

그렇게 수업을 바꾸고 나서 아츠무는 알 수 없는 뿌듯함에 가슴이 계속 두근 거렸다. 아츠무는 스나를 괴롭혀서 그 선배의 이름, 학과, 나이 등을 알아내었 다. 그리고 일주일 내내 반쯤 얼빠진 상태로 다음 수업만을 설레하며 기다렸다. 설마 그 선배가 수업을 바꿨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은 있었지만, 자신의 촉으 로는 절대 그는 월요일 아침 강의실에 앉아있을 게 분명하였다.


“설마…”


막상 생각이 깊어지니 불안감이 커졌으나, 아츠무는 알람 여러 개 설정해놓고 이불 속에서 눈을 꾹 감았다.


* * *


“헉!”


아츠무는 벌떡 일어나서 급하게 바닥에 떨어진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했 다. 설정한 알람보다 한 시간 전에 잠에서 깬 그는 다시 누웠다간 일어나지 못할것같아 모자만 눌러쓰고 가볍게 한 바퀴 달리고 왔다. 아침이라 아직 공기가 쌀쌀했지만, 뛰고 나니 열기에 땀이 뚝뚝 떨어졌다.

다시 들어와 미지근한 물로 땀을 씻어내고 전날 골라둔 옷을 챙겨입었다. 거울을 보고 머리까지 신경 써서 매만지고 나서 거울을 한참 바라보고 있으니 세수를 하려고 서 있던 오사무가 들고 있던 수건을 던지며 아츠무를 욕실에서 쫓아 냈다. 1교시 강의를 이렇게 가벼운 몸으로 간 적이 없어서 몰랐던 건지 그 선배를 볼 수 있기 때문인지 바람이 너무도 상쾌했다. 들뜬 마음에 20분 전에 도착하고 보니 강의실은 텅 비어 있었다. 정원이 다른 강의보다 많았음에도 자신과 비슷한 타이밍에 도착한 한두 명 외엔 없었다. 초조해진 그는 급하게 스나에게 라인을 보냈으나, 기껏 시간표를 바꾸고도 그가 이 시간에 일어나 있을 리 없었다.


‘……우짜지?’


심각한 표정으로 아무것도 올려진 게 없는 책상을 바라보며 다리를 떨었다.

차라리 수업 5분 전에 도착해서 그가 앉아있는 걸 확인하는 편이 차라리 나았 을까, 이런저런 수만 가지 가정이 스쳐 갔다. 그때 드륵하고 강의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아츠무는 무의식중에 고개가 열리는 문 쪽으로 향했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난 탓에 의자가 쓰러졌다.


“헉, 아…”


아직 몇 없는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아츠무에게 꽂혔다. 막 강의실에 발을 들인 키타도 멀뚱거리며 서 있는 키 큰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정신을 차린 듯 어깨와 고개를 움찔이고는 쓰러진 의자를 똑바로 세웠다. 그러나 그것 마저 삐끗해서 가방이 떨어졌고 가방에 들어있던 펜이 멈출 줄 모르고 굴러갔다.


‘젠장…’


펜이 겨우 멈춘 곳은 맨 앞자리에 앉은 ‘그’의 발밑이었다. 그냥 저대로 강의가 끝날 때까지 두고 싶었으나, 그게 가지고 있던 필기구의 전부였다. 아무리 이번 주 강의가 사실상 첫 수업이래도 펜 하나 없이 듣기엔 그가 조금, 아니 많이 신경 쓰였다. 그에게 조금이라도 자신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다. 아츠무는 어쩔 수 없이 가방을 든 채 발소리를 최대한 죽여가며 그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

“고, 고맙습…”


아츠무가 다가가기 직전에 그가 자신의 발밑에 있던 펜을 주워 상체를 돌려 자신에게 내밀었다. 그렇게 그는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 선배’ 가 주워준 자신의 펜을 받았다. 그에게 무어라 말도 붙여보지 못해 마음이 아픈 와중에 아츠무는 고개를 돌린 그의 뒤통수에는 분홍색 벚꽃잎 하나가 붙어있는게 보였다. 동글한 두상과 왠지 모르게 부드러울 것 같은 머리카락에 엄지와 검지만으로 최대한 닿는 면적을 줄이려 애쓰며 팔을 쭉 뻗었다. 벚꽃잎은 단번에 잡았으나, 아츠무의 손가락이 키타의 머리카락을 건드려버렸다.


“아, 아… 그러니까, 이, 이게 부, 붙어서…”

“…….”


흠칫 놀란 그의 반응에 아츠무는 꽃잎을 그가 잘 볼 수 있게 손바닥을 활짝펴 보였지만, 너무도 당황해서 꽃잎이 허공에서 떨어졌다. 그 선배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며 알겠다는 말을 대신했고 아츠무는 바보 같은 자신의 행동에 짜증 나게 부끄러워 그와 조금 떨어진 자리에 털썩 앉았다.


‘이… 등X…’


좋은 첫인상은 글러 버린 듯했다.

글러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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