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 들으며 읽으면 좋습니다.


 “…그게 진짜야? 나혜은 이사장이 정규선이랑 관련이 있다고?”


 다성이는 아침을 먹은 뒤 나에게 대현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해 주었다. 대현의 이사장이었던 나혜은은 학교의 돈을 횡령하고 아직 졸업도 하지 않은 아이들을 회사와 현장에 데려다가 싼 값에 일을 시켰다고 한다. 그 아이들은 당연히 집안 사정이 어려워 당장 돈이 필요한 아이들이었을 것이다. 또한 종성구 지역구 의원인 정규선과 결탁하여 재개발을 맡은 지역과 신축 예정 정보를 갖다 바치기까지 하고 있었다고 한다. 다성이는 말을 마치고 답답한 속을 다스리듯 따뜻하게 우린 카모마일 티를 한 모금 마셨다.


 “그게 어떻게 가능해? 어떻게 그렇게까지….”

 “대현에서 그걸 알고 나혜은을 자른 거야. 나혜은이 잘리고 내가 이사장 자리에 들어오면서 바로 판이 짜였겠지. 자기들 뜻대로 언론을 움직여 줄 기자가 필요했을 거야. 그게 박한영이고.”

 “그럼 박한영이, 국회의원이랑도 관련이 있는 거라고…. 그럼 그걸 말하면 안 되는 거야? 나혜은이 정규선이랑 관련이 있다는 거.”

 “증거가 없어. 우리 쪽에서도 대충 낌새만 눈치챈 거라 그쪽에서도 우리한테 증거가 없다는 걸 알 거야. 먼저 드러내고 밝히기엔 회사에 비리 이미지가 입혀질 위험성이 커서 일은 조용히 진행시키려고 한 거고. 아마 거기서도 거래 내역 같은 증거들은 모두 없애 버렸을 거야, 우리가 자기들 비리를 눈치챘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깊은 한숨이 나왔다. 아무리 머리를 뒤죽박죽으로 쓸어 넘겨도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일에 대응할 만한 뾰족한 수단이 튀어나오질 않았다. 다성이와 다시 만나게 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았는데 다시 큰 폭풍과 맞닥뜨리게 된 기분이었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실제 내가 일하는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럼 어떡해?”

 “일단 지금 대현 이사장 자리는 공석이야. 그 자리에 다시 무사히 들어가려면 이 일을 해결하고 언론을 잠재워야 해. 지금은 시간이 지나서 좀 조용해졌지만 다시 언론이 들쑤시면 내가 과거에 저질렀던 범죄랑 대현이 저지른 부당해고 때문에 다시 시끌시끌해지겠지.”

 “그러게 왜 목걸이 때문에 그 집에 몰래 들어가서…!”

 “그래서 지금 목걸이 하고 있잖아, 예쁘게.”


 남다성이 턱으로 자신이 내 목에 채워 준 목걸이를 가볍게 가리켰다. 나는 막막한 와중에도 씨익 웃는 남다성의 미소 때문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 뭐든지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남다성이었다.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우리에게도 계획이 필요했다. 다성이를 무사히 대현으로 올려 보낼 계획, 그 과정에서 방해가 되는 것들을 물리칠 계획,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던 인간들을 바닥으로 떨어뜨릴 계획. 다성이는 생각을 가늠할 수 없는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될까.”

 “…그거 들어본 적 있지. 적의 적은 아군이다.”

 “…들어본 적은 있지. 근데 지금 그 사람들한테 적이 있어?”

 “…만들어야지, 적을.”


 다성이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눈빛을 반짝였다. 수십 가지의 생각이 그 눈빛 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우리를 다시 평화로운 일상 속으로 돌이켜 줄 방법이 그 안에 있길 바랐다.


- - -


 욱신거리는 오른손이 붕대에 감겼다. 주치의 선생님은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한 후 내 방에서 나갔다. 나는 선생님이 나간 후 왼손으로 핸드폰을 들어 전문적인 손길로 붕대가 아주 잘 감긴 손을 사진으로 남겼다. 사랑스러운 걱정인형한테 보내야 할 사진이었다.


 ‘진짜 괜찮은 거지?’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문자에 몇 번이나 정말 괜찮다며 연수를 안심시켰다. 괜히 사람이 많은 병원에 갔다가 곤란한 일이라도 생길까 다시 집에 들어와 주치의를 불렀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연수를 떼어놓고 다시 이곳에 들어오기가 죽기보다 힘들었지만 아침에 연수와 여러 얘기를 끝마쳤기 때문에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천천히 문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왔을 때 봤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 눈을 감고 미간을 문질렀다. 머리가 아팠다. 이것이 최선의 선택인지 수십 번을 고민했다. 하지만 애 같은 나 혼자 떼를 쓴다고 다시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숨을 가다듬은 후 단번에 손잡이를 돌리고 문을 열었다.


 “….”


 벌컥 문이 열리는 소리에 밖에 서서 초조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던 엄마가 이쪽을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쳤을 때 순간적으로 어제처럼 토기가 올라왔다. 그래서 그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손은 괜찮아…? 어제는 어디 있었니?”

 “괜찮아. 좋은 곳에 있었으니까 걱정하지 마.”

 “…어제 그 애 집에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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