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돌아왔다. 누군가는 환희에 차서 그 문장을 중얼거렸고, 또 다른 누군가는 증오에 차서 문장을 짓씹었다. 반면 너무 지쳐서 별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비가 바로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정확하게는 반응을 보이고 싶어도, 더 큰 문제가 있어서 별 반응을 보이지 못한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오늘도 장미 한 송이.”

 

이비는 현관 문고리에 걸린 꽃을 보고 혀를 찼다. 예쁘장한 포장지에 싸인 장미에는 그럴듯한 꼬리표까지 달려있었다. 꼬리표에는 5라는 숫자와 함께 L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5는 지금까지 도착한 장미꽃의 수, L은 당연히 리리스의 머리글자였다. 어디서 뭘 봤는지, 리리스는 하루에 한 송이씩 장미를 이비네 집 현관 문고리에 걸어두고 있었다.

 

“몇 번까지 보내려고 이러는 거지? 설마 100송이?”

 

불현듯 고개를 드는 불길한 생각에 이비는 스마트폰을 꺼내 붉은 장미의 꽃말을 검색했다. 붉은 장미는 몇 송이냐에 따라 의미도 달라진다는 말은 대충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막상 검색해서 알아보니 뭐 이리 다양한 건지 모르겠다. 몇 송이든 받는 사람은 처치 곤란하니까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이비는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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