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겨울의 대공성
Castle of eternal winter
영원한 겨울의 땅.
죽음처럼 몰아치는 폭풍우를 뚫고, 한 불청객이 찾아왔다.
"대공 전하께서 반려를 찾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이 혹한과 어울리지 않게도, 햇빛을 녹여 만든 듯 찬란하고 아름다운 사람.
"저를, 대공비로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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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대공성에는 봄이 찾아올까.
Call of Cthulhu 팬메이드 시나리오
추천 관계: 초면(초면au가능). 키스를 갈겨도 윤리적인 문제가 없는 관계
플레이 시간: 10시간 ~ 25시간
키퍼링 난이도: ★★★ (전투 구간이 존재합니다. 개변에 따라 난이도가 많이 바뀔 수 있습니다. NPC 수가 많습니다.)
플레이어 난이도: ★
추천기능: 근접전(도검), 관찰력
PC
어릴 적 부모님을 잃은 후, 북부의 지배자가 된 젊은 대공. 눈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날이면 끔찍한 고통에 시달립니다.
부모님에게 애정 혹은 이에 상응하는 감정이 있어야 시날의 개연성이 맞습니다. 그러지 않을 시 개변이 필요합니다.
또한, 자신이 지키는 땅에 대한 책임감이 높은 편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적어도 어느 정도의 책임감을 가진 캐릭터의 플레이를 추천합니다.
KPC
탐사자의 앞에 갑작스레 나타난 수상하고 아름다운 대공비. '영원한 겨울의 땅에 찾아온 봄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작중 Kpc의 미모를 묘사하는 문장이 많기 때문에, Kpc의 외모가 평균 이하라면 개변이 필요합니다.
어떨 때는 무심하고, 어떨 때는 미소지으며, 어떨 때는 사라질까 두려울 정도로 허망한 낯을 짓고 있습니다. 다소 속을 알 수 없으며, 불안정한 느낌이 있는 인물입니다.
주의사항
-본 시나리오는 Call of Cthulhu(크툴루의 부름) 비공식 2차 팬 창작물이며, 원작자 Chaosium Inc.와 번역자 도서출판 초여명의 권리를 침해할 의도가 없습니다.
-본 시나리오의 약칭은 '영겨대'입니다.
-본 시나리오는 극도로 로맨스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습니다. 아무 관계가 아닌 캐릭터들이었더라도 끝날 때는 연인 혹은 부부가 되어 나올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고로 친구 혹은 가족 관계의 플레이는 추천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어한 묘사, 부모의 죽음, 환각 등의 트리거 요소가 존재합니다.
-본 시나리오에는 신화생물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시나리오 자체 룰과 창작 주문이 등장합니다.
-탐사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플레이 중 일시적 광기 상태를 겪게 됩니다.
-진상과 스토리 진행에 관련되어 Kpc와 탐사자가 스킨쉽(입맞춤)을 하는 구간이 등장합니다. 만약 이러한 요소가 불편하다면 보다 가벼운 신체접촉으로 개변하여 진행하거나, 이 시나리오를 플레이하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진상과 관련되어 탐사자의 감정을 캐조종하는 듯이 느껴질 수 있는 묘사가 존재합니다. 원인은 Kp 노트 등에 표기해두었습니다. 만약 이 부분이 불편하다면 플레이하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탐사자의 행동이 강제되어, 탐사자가 자신이 하는 행동을 지켜봐야 하는 장면이 존재합니다. 만약 그러한 장면이 불편하다면 플레이하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탐사자가 자신도 몰랐던 비밀과 백스토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를 기존의 캐릭터로 플레이하셔도 문제가 없습니다.
-본 시나리오에는 고문 도구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사용해 고문 장면을 연출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으며, 오로지 위협을 위한 도구로 등장했습니다. 미성년자 플레이어가 고문 도구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일을 금합니다. 고문 도구를 아예 빼거나 검 등의 무기로 개변하더라도 진행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Kpc 로스트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개변을 적극 권장합니다. 다만 개변한 시나리오를 배포하는 일은 금지합니다. (그리고 개변해서 재밌는 결과가 나왔을 경우, 후기폼에 알려주시면 매우 감사합니다.)
-쿠션 없이 이 시나리오를 스포일러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이에는 트위터 등 공개적인 공간에 엔딩 이름을 게시하는 것 또한 포함됩니다. 공개적인 공간에서 엔딩은 번호로만 언급해주시길 바랍니다.
-공개적인 공간에서의 시나리오, 라이터 불호 발언을 금지합니다.
-세션카드 커미션은 허용하고 있습니다.
키퍼링 자료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Qt-7NjLPE9BW7OC1PFQcAOVD37pl47?usp=sharing
-매크로를 포함한 이 시나리오의 배포 자료는 전용으로 만들어졌으므로 타 시나리오에서의 사용을 금합니다. 다만, 같은 라이터의 시나리오를 위해서는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름 삽입 등 간단한 수정 편집은 허락 없이 가능합니다.
전용 브금
눈바람 소리 포함
음악만
유튜브 링크
-본 시나리오의 Bgm은 페르세포네님께서 커미션으로 작업해주셨으며, 선선히 받아주신 점에 감사를 표합니다. 페르세포네님의 트위터와 유튜브 채널은 다음과 같습니다.
X(트위터) @persephone_1910
세계관 특이점
-Kpc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혹은 다른 성별이든, 호칭은 모두 대공비로 고정됩니다. 본 세계관에서 성별 상관없이 권력을 쥔 자가 가장의 위치를 가지게 됩니다. (Ex: 여성도 공작, 황제, 가주 등이 될 수 있음. 여공작 등의 ’여’가 붙은 호칭은 없음.) 이에 따라 성별 상관없이 부부 중 더 신분이 낮은 자, 혹은 상대의 가문에 들어가기로 한 사람이 ‘부인’으로 불립니다.
-이 시나리오는 모든 성별의 페어가 플레이 가능하지만, 시나리오 전개상 탐사자와 Kpc가 함께 후계자를 생산할 수 있음을 상정한 듯한 상황이 등장합니다. 본 세계관은 판타지이므로, 성별 상관없이 아이를 생산할 수 있는 모종의 마법 혹은 신체적 특이점이 존재합니다. 고로 이 설정을 깊게 파고들어갈 경우 오메가버스와 유사해질 수 있음을 미리 알립니다. 시나리오 내에는 자세한 묘사가 나오지 않으므로 이렇게까지 깊게 파고들지 않을 경우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오메가버스와 연관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불편하시다면, 플레이를 재고해보심을 추천드립니다.
시나리오 자체 룰
광기 상태에서 지능 판정을 할 수 없습니다.
광기표를 굴리지 않습니다.
여기부터는 진상이 나옵니다. 키퍼링할 계획이 있는 분만 읽어주세요.
진상
이 세계의 신은 사실 신이 아닙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신화생물이지요. 어리석은 인간들이 멋대로 그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으리라 상상하고 있을 뿐. 아버지라 불리지만 그는 남성도 여성도 아닙니다. 그는 한없이 오래되었으며, 한없이 사악하고, 한없이 공포스러운 존재입니다.
성녀는 그 신화생물의 하나뿐인 딸, 권속입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자신의 아버지와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인간을 향한 흥미지요. 물론 그 흥미가 좋은 방향이었으리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그녀는 신화 속 사악한 신들과 비슷한 연유로 지상에 강림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내려오자마자 두 친우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모종의 이유로 둘을 데리고 다니기로 결심합니다. 다만,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면 바로 인간을 향한 '동화'였죠. 성녀는 완전한 신화생물로 만들어지지 못했고, 불안정한 성질을 띄고 있었습니다.
두 친우와 함께하며, 그리고 자신을 성스러운 존재로 착각하여 추앙하는 인간들을 보며, 그녀는 점차 인간다운 감정에 물들게 됩니다. 진심으로 인간들을 구원해줘야겠다는 마음을 품게 된 것이었죠.
하지만 그녀는 북부까지 닿지 못하고 신화생물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얼어붙은 땅은 본래 신화생물이 선사한 것이었기 때문에, 노여움을 산 것이었죠.
성녀가 봄을 불러오는 능력을 가졌다 여겨지는 것 또한, 그 겨울은 신화생물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권속이니 그것을 반대로 뒤집을 수 있었던 거죠. 반대로 겨울을 불러오는 것 또한 가능하며, 2챕터에서 바람에 창문이 뜯겨나간 것은 Kpc가 감정적으로 동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성녀는 지상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했습니다. 그녀는 신화생물과 모종의 거래를 했고, 또다시 인간이 되어 아래로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막 태어난 아이의 몸을 빼앗는 방법으로요.
이것이 Kpc로, 성녀 시절의 기억은 지워졌습니다. 때문에 자신이 남의 몸을 빼앗은 존재라는 사실은 모르죠. 다만 몇가지 기억만은 남아있어 자신의 두 능력은 알고 있습니다. 봄을 불러오는 능력, 그리고 회귀.
우연일까요. 혹은 과거의 흔적에 이끌린 걸까요. Kpc는 북부의 대공인 탐사자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자신과 함께했던 두 친우 중 하나의 후손이었죠.
여기까지가 Kpc의 이야기입니다.
탐사자는 대공의 후손입니다. 어쩌면, 과거의 대공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죠. 그가 태어난 대공가는 언뜻 굳건해보였으나, 진실은 달랐습니다.
과거 태조 황제가 준 특혜로 인해 대공가는 군사권을 포함해 수많은 권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덕이 높기로 유명해 백성들에게 인기가 많았죠. 대공가를 황실로 세우자는 일부 반란분자들이 있을 정도로요.
그런 대공가를 황실은 경계했습니다. 대가 지낼 수록 그 경계심은 심해져, 대공가를 멸문시키겠다는 목표에까지 다다랐죠.
황실에게는 다행으로 대공가에는 손이 귀했습니다. 탐사자의 부모님, 그리고 탐사자가 사라지고 나면 후계를 이을 직계 후손이 없습니다.
그래서 황실은 탐사자의 부모님을 마차 사고로 위장해 암살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탐사자를 지켜보고 있죠. 탐사자는 혼기가 다 차도록 결혼을 하지 않았고, 황실은 이에 안도했습니다. 탐사자가 후손을 낳지 않으면 알아서 사라질 가문이니 굳이 죽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탐사자가 결혼을 하려는 낌새, 혹은 황실의 힘보다 강해질 느낌만 보이면 곧바로 탐사자를 죽이려 듭니다.
탐사자를 사랑한 Kpc는 탐사자의 죽음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이전에 대단한 존재였다고 한들, 지금 Kpc는 특이한 능력을 가진 인간일뿐이니까요. 그렇기에 그녀/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합니다.
바로 회귀. 탐사자가 죽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죠. Kpc는 지금까지 총 여덟 번 시간을 되돌렸습니다. 그리고 매 생에서 탐사자를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그녀/그는 슬슬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요.
만약 여기서 더 돌린다면, 그때는 Kpc 스스로의 목숨을 제물 삼아야 할 것입니다.
창작주문
『성스러운 숨결』
비용: 마력 10; 이성 1D10
시전 시간: 즉시
성녀 혹은 성녀의 환생만이 사용할 수 있는 주문입니다. 입맞춤을 통해 신성한 기운을 불어넣어, 일시적 광기 상태로부터 치료합니다. 마력 소비량이 불규칙해지지만, 입맞춤이 아닌 신체접촉을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비용: 마력 1d12; 이성 1D10)
0. 영원한 겨울의 땅
이렇게 겨울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밤이면, 북부의 어머니들이 아이에게 들려주는 전설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의 어머니, 대공비 또한 어린 당신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줬었죠.
지금 생각하면 참 귀한 추억입니다. 당신이 열두 살 되던 해, 부모님은 두 분 다 돌아가시고 말았으니까요.
그날 이후로 당신은 북부의 냉엄한 대공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손에서 장난감을 버리고 칼을 들었습니다. 영지민들을 지키는 대신 웃음을 잃었습니다. 어린 나이로 지배자가 된 대가란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당신은 이렇게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날마다 끔찍한 두통을 겪습니다.
San C (0/1D2)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은 고통에 머리를 감싸쥐며, 당신은 어린 시절의 순간으로 되돌아갑니다.
아직 어머니가 살아계셨고, 당신 또한 세상물정 모르고 해맑게만 자란 대공자/대공녀였던……
그 아름다워서 더 잔혹한 어린 시절로요.
...
..
.
타닥타닥.
주황빛의 불꽃이 나무를 살라먹으며 타오릅니다.
벽난로 앞에는 푹신한 카페트가 펼쳐져 있네요. 당신은 그 위에 편안하게 누워있습니다.
어머니: 사랑하는 우리 아가.
어머니의 무릎을 베개처럼 배고요.
당신을 내려다보는 다정한 시선. 어머니는 당신의 이마를 부드럽게 매만지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어머니: 아주 먼 옛날옛날에…… 이 세계에는 겨울밖에 존재하지 않았단다.
머리카락 사이사이를 훑는 손가락에, 기분이 점차 나른해집니다.
어머니: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겨울 속에서, 인간들은 너무나도 쉽게 굶어죽고 얼어죽었지. 그런데 저 높은 하늘에는 동정심 많은 신의 따님이 살고 있었단다.
갈수록 노곤해져서, 눈이 감기고……
어머니: 인간들을 가여워한 신의 따님은, 결국 신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상에 내려오셨어. 그분께서 발을 내딛는 곳마다 눈이 사르르 녹으며 꽃이 피어나고, 드디어 세상에 봄이 찾아왔단다.
당신은 결국 눈을 감은 채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어머니: 인간들은 경외와 사랑을 담아, 그분을 성녀라고 불렀지.
당신의 정신이 점차 몽롱해집니다. 마치 금방이라도 잠들 것처럼.
어머니: 성녀께서 유일하게 발 딛지 못한 곳이 우리 북부였단다. 그 저주로, 우리는 이렇게 영원한 겨울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
잠기운 속에서, 마지막으로 들려온 어머니의 속삭임.
어머니: 하지만 언젠가, 아주 먼 언젠가…… 성녀님께서 북부의 땅을 밟으시는 날이면……
……영원한 겨울의 땅에도 봄이 찾아올 거란다. 나의 사랑하는 아이야……
.
..
...
회상이 끝나자 숨막히던 고통이 좀 나아집니다.
당신은 머리를 감쌌던 손을 풀고 창밖을 내다봅니다.
새까만 하늘 위 하얀 눈발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마치 지금은 당신의 곁에 없는 어머니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며……
그때.
목소리: 주인님?
문밖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목소리: 주인님? 일하고 계십니까? 들어가도 괜찮겠지요?
탐사자가 허락하면 목소리의 주인은 방 안에 들어갑니다. 만약 허락하지 않으면, 허락할 때까지 롤플레이를 해주세요.
이어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익숙한 얼굴이 들어옵니다.
모노클 뒤로 날카롭게 빛나는 회색 눈동자, 길게 기른 새하얀 수염.
이 사람은 바로
지능 판정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드미트리잖아요.
당신의 할아버지 대부터 대공가를 보필해온 충직한 집사장이죠.
어릴 적 부모님이 돌아가신 당신을 키운, 사용인 이상의 존재기도 합니다.
드미트리: ……잠시 쉬고 계셨나 보군요.
그리고 그는 한참 동안 침묵합니다.
아마, 그 또한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당신이 방금 겪었던 일을.
그것은 당신과 그 사이의 암묵적인 비밀입니다. 아무도 먼저 입에 꺼내고 싶어하지 않죠.
당신도 대공으로써 이런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싫었으니까요.
탐사자의 반응을 기다립니다. 반응이 없다면 이어 말합니다.
드미트리: 사실 주인님과 논의하고 싶은 것이 있어 찾아뵈었습니다.
드미트리의 얼굴은 묘하게 초조해 보입니다.
드미트리: 다름이 아니라…… 언제 혼인하실 생각이십니까, 주인님?
아아.
설마 했는데, 역시.
결혼 이야기로군요.
당신의 나이가 혼기를 넘긴 이후로, 전 제국이 당신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수도에 내려갔을 때도 황제가 당신을 재촉했죠.
대공가에도 슬슬 후계자가 필요한데 왜 당신은 결혼을 하지 않냐고요.
...뭐. 황실과 비등비등한 권력을 가진 대공가기에, 굳이 황제의 말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만.
그걸 무시할 수도 없는 게 사실입니다.
드미트리: 빨리 안주인을 맞아 후계자를 만드셔야지요. 선대 대공 전하와 대공비 전하를 위해서라도……
그때, 드미트리의 말소리가 끊겼습니다.
갑작스레 집무실 안에 난입한 하인 때문입니다.
하인: 대, 대공 전하...!
아직 앳되어 보이는 얼굴의 하인입니다.
한 열네 살이나 되었을까.
주근깨가 군데군데 박힌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습니다.
그런 하인을 내려다보며, 드미트리는 불쾌하다는 듯 얼굴을 찡그립니다.
드미트리: 무례하게 무슨 짓이지? 나와 대공 전하가 대화 중이던 것이 보이지 않나?
하인: 그, 그것이...
하인은 입술을 달싹이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요?
대인기능 판정
성공
사용한 판정 기능에 따라, 롤플레이 후.
마침내 하인의 입이 열립니다.
하인: 손,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이라뇨? 그게 무슨 말이죠?
대공성에 찾아올 손님은 없습니다.
나가면 곧바로 사람을 동사하게 만드는 것이 북부의 눈보라입니다. 평생 북부에서 살아온 사람들조차 이 계절이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찾아왔다고요?
드미트리: (크게 확장된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
드미트리 또한 같은 생각인지, 당신과 시선이 마주칩니다.
무슨 일일지 고민하듯 신중하게 자신의 수염을 매만지던 드미트리가, 말합니다.
드미트리: ……현관홀로 내려가 보시겠습니까, 주인님?
당신은 그 말에 동의합니다.
드미트리를 뒤에 대동한 채, 현관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실패시
사용한 판정 기능에 따라, 롤플레이 후.
……하지만 당신의 말은 하인에게 효과가 없었던 걸까요?
아무리 해도 하인의 입은 열리지 않습니다.
하인: ......
결국 그 꼴을 보다 못한 드미트리가 호통을 칩니다.
드미트리: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어서 말해!
하인은 사시나무처럼 떨며, 손가락 하나만을 겨우 들어 올립니다.
손가락은 문 밖을 가리킵니다.
당신은 저게 어디로 향하는 방향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건 드미트리도 마찬가지인지,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칩니다.
드미트리: (놀란 듯이) ……!
다름 아닌 대공성의 현관홀로 내려가는 길이었으니까요.
새하얀 대리석을 깎아 만들어낸 웅장한 현관홀.
그 아래에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당신이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뒷모습이 선명해집니다.
그것은 긴 망토를 입고 있는 여자/남자입니다.
아직 녹지도 않은 새하얀 눈송이가 여자/남자의 모자와 옷 위에 흩뿌려져 있죠.
당신이 마침내 계단참 아래에 도착하자
여자/남자는 찬찬히 몸을 돌립니다.
망토 자락이 무희의 옷깃처럼 나부끼고,
윤기 나는 머리카락이 흩날립니다.
캐락터의 외모에 따라 이 부분 묘사는 개변해주세요.
마침내 드러난 오똑한 콧대와, 붉은 입술. 그리고 맑은 눈동자.
당신은 순간이지만 숨쉬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맙니다.
(*단순히 외모에 홀린 것이 아니라, 회귀 전 삶의 영향입니다.)
Kpc: 당신이 이 성의 주인이신가요?
탐사자의 대답을 기다린 후,
Kpc: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여자/남자는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며 정중히 허리를 굽혀 인사합니다.
Kpc: 저는 (가문 이름) 자작가의 차녀(차남), Kpc라고 합니다.
그녀/그가 살짝 시선을 내리깔자 나비날개처럼 팔랑이는 속눈썹.
그녀/그는 이 차디찬 북부에서는 볼 수 없는 햇살처럼, 찬란하고도 따스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습니다.
마치 영원한 겨울의 땅에 찾아온 봄처럼.
1. 겨울밤의 불청객
다들 홀린 듯이 멈춰있던 것도 잠시.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드미트리가 입을 엽니다.
드미트리: 실례했습니다. 힘들게 찾아오신 손님을 이 꼴로 세워두다니.
그는 하인들을 지휘하기 시작합니다.
드미트리: 다들 뭐하나!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지 않고? 저기 너, 어서 망토를 벗겨드려라!
하인들은 드미트리의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모두 바쁘게 뛰어다니는 가운데,
당신만이 여전히 Kpc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문 이름) 자작가……
분명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죠.
아무리 당신이 수도의 사교계에 익숙지 않다고 하나, 필요한 이름들은 모두 외우고 있습니다.
그러니 (가문 이름) 자작가는 당신이 기억할 필요도 없는 무척이나 한미한 가문이라는 뜻입니다.
당신의 그런 생각을 알아차린 것일까요.
Kpc가 지그시 당신을 응시합니다.
Kpc: 갑작스러운 방문을 용서해주세요.
당신에게만 들릴 크기의 목소리로, Kpc가 부드럽게 속삭입니다.
하지만 상냥한 목소리와 달리
Kpc: 대공 전하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다.
그녀/그의 눈동자는 사자의 것과 같은 형형함을 품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전장에서나 마주했던 종류의 기세입니다.
제법 흥미롭지 않나요.
Kpc의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탐사자?
...
..
.
한참 후, 준비가 모두 완료되자
드미트리는 그녀/그를 손님방으로 이동시킵니다.
그녀/그를 시중들 사용인 몇이 따라붙습니다.
그동안 당신은 집무실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됩니다.
도대체 남부의 하급 귀족이 당신을 찾아올 일은 무엇일까요.
그것도 이런 지옥과 같은 눈폭풍을 뚫고.
지능 판정
성공
……애초에, 어떻게 살아서 도착한 걸까요?
건장한 북부의 사나이들조차 버티지 못하는 것이 겨울의 폭설인데 말이죠.
실패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간절했었나 봅니다.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립니다.
드미트리: …주인님.
아, 드미트리네요.
당신이 문을 열어준다면,
드미트리는 한 손에는 담요를, 다른 한 손에는 김이 오르는 코코아 한 잔을 들고 있습니다.
드미트리: 손님께서는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당신이 응접실로 향하려 한다면,
그 전 드미트리가 당신을 붙잡습니다.
드미트리: 혹시, 이것들을 손님께 대신 전해주시겠습니까? 저는 하인이 친 사고를 수습하러 가야 합니다.
(드미트리도 자신의 말이 무례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알면서도 이런 부탁을 하는 이유는, 손님이 결혼 적령기의 젊은 귀족이라는 사실을 포착했기 때문입니다. 드미트리는 손님이 찾아온 이유가 구혼 때문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니더라도, 대공과 손님이 친해져 호감이 싹트면 좋은 것이죠.)
일개 사용인이 대공에게 하기에는 무례한 부탁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드미트리는 평범한 사용인이 아닌 제2의 가족이기도 하죠.
일하느라 바쁘다는데 이쯤 부탁은 들어줄 수 있지 않나요?
당신이 수긍한다면, 드미트리는 담요와 머그잔을 건네줍니다.
당신의 집무실에서 응접실까지의 거리는 별로 멀지 않습니다.
문을 열기 직전, 잠시 멈칫하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이곳은 바로 당신의 회상 속……
어머니가 당신을 무릎 위에 눕혀놓고 이야기를 들려줬던, 바로 그 응접실이기 때문이죠.
당신이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간다면,
오늘따라 유독,
방 안은 기억 속의 그 풍경이 펼쳐진 것만 같습니다.
주황색 빛그림자를 벽에 비추며 넘실거리는 장작불.
창밖에 보이는 눈보라와는 다르게, 온몸이 노곤해질 정도로 따스한 공기.
곳곳에 펼쳐진 카페트……
그때, 커다란 적색 안락의자 뒤로
빼꼼 나와 있는 옆모습이 눈에 띕니다.
턱을 괸 채로 벽난로 속 불길을 구경하던 그녀/그는
그제야 당신의 존재를 알아챈 것인지
느릿하게, 고개를 돌립니다.
Kpc: ……오셨어요?
당신을 올려다보는 눈길이 티 없이 말갛습니다.
사용인들이 갈아입혀 준 것인지, 그녀/그는 뽀송뽀송한 백색 잠옷을 입고 있습니다.
눈에 잔뜩 젖었던 머리카락도 이제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북부의 겨울바람에 얼어붙었던 귀와 얼굴은 아직 녹지 않아,
어린아이처럼 발그레한 기색을 띠고 있습니다.
한 폭의 그림과 같은 광경입니다.
탐사자의 대사 및 물건 건네주는 롤플레이 기다린 후
Kpc는 두 물건을 받아듭니다.
담요로 자신의 몸을 감싼 그녀/그는, 코코아가 담긴 머그잔을 조심조심 양손으로 잡아듭니다.
그녀/그는 당신을 바라보며 예의 바르게 웃었습니다.
Kpc: 감사해요.
그 순간,
두근.
심장이 덜컹거립니다.
얼굴에 화끈한 느낌이 번지며, 온몸으로 퍼져나갑니다.
Kpc: 대공 전하?
Kpc도 당신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의아한 눈으로 부릅니다.
……기이합니다.
왜 갑자기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요.
당신조차 당신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지능 판정
성공
무언가 기시감이 듭니다. 마치, 아주 오래전에도 이 장면을 보았던 것만 같은……
실패
하지만 생각해보아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상황이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San C (0/1)
다행히 그 이상한 기분은 곧 진정됩니다.
당신은 아무렇지 않은 척 본래의 표정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자신답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이유 모를 감정에 휩쓸리는 것은.
그때 당신은 떠올립니다.
애초에 이 여자/남자를 응접실까지 들인 이유를.
……당신의 입이 열립니다.
탐사자가 왜 찾아왔냐고 질문할 때까지 기다린 후
그 찰나, 창문이 거칠게 흔들립니다.
거센 눈보라가 창문의 유리를 때리듯이 부딪혀옵니다.
마침 창문의 이음새가 느슨하기라도 했던 것인지,
창문은 그대로 뜯겨나갑니다.
새하얀 눈발이 방 안에 쏟아져 들어옵니다.
살이 에일 듯이 차가운 바람과 함께.
타닥타닥 타오르던 장작불은 어느새 꺼지고 없습니다.
대공성에 살면서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겪은 적 없습니다.
기이합니다.
동시에, 익숙한 두통이 찾아오려 합니다.
이성 판정
성공
……그런데, 그 순간이었을까요.
당신은 그녀/그와 눈이 마주칩니다.
휘몰아치듯 흩날리는 눈송이 사이로
서릿발처럼 차갑고도 침착한 눈동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머리의 고통이 천천히 잦아들기 시작합니다.
착각일까요? 혹은 꿈이라도 꾼 걸까요?
실패
극심한 고통이 당신을 지배합니다.
머리 안에 들어간 송곳이 뇌수를 휘젓는 것만 같습니다. San C (0/1D3)
당신은 그녀/그에게 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걸까요? 혹은 평생 참아온 습관일까요. 그 고통을 억누르며 간신히 헐떡입니다.
……그 순간이었을까요.
당신은 그녀/그와 눈이 마주칩니다.
휘몰아치듯 흩날리는 눈송이 사이로
서릿발처럼 차갑고도 침착한 눈동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머리의 고통이 천천히 잦아들기 시작합니다.
착각일까요? 혹은 꿈이라도 꾼 걸까요?
순백색 잠옷 자락이 눈꽃과 함께 너울너울 춤을 추고
그녀/그의 머리카락은 허공에 휘날립니다.
그녀/그의 붉은 입술이 달싹이는 장면이 무척 선명하게 당신의 시야에 박힙니다.
Kpc: 대공 전하께서 반려를 찾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동화 속의 한 장면처럼 환상적인 광경.
Kpc: 저를, 대공비로 만들어주세요.
아주 차갑고도 아름답게, 그녀/그는 웃었습니다.
2. 은밀한 계약
문밖에서 놀란 목소리가 울립니다.
드미트리: 주인님, 괜찮으십니까?
창문이 떨어져 나가며 난 소리를 듣고 온 걸까요.
문을 여니, 드미트리와 하인들이 달려와 있었습니다.
드미트리: 오, 신이시여…… 이게 무슨 일이지?
대공성에 몇십 년 근무한 드미트리도 이런 일을 본 것은 처음인지, 경악해 성호를 긋습니다.
하지만 당황도 잠시.
노련한 집사장인 그는 하인들을 시켜 창문을 막고 바닥에 쌓인 눈을 치우게 합니다.
그동안 주인인 당신은 옆방으로 이동되었습니다.
아랫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난 탓에 티를 낼 수는 없었지만,
이해할 수 없이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대공 전하께서 반려를 찾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그녀/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립니다.
저를, 대공비로 만들어주세요.
난생처음 본 사람에게서 들을 만한 말은 아닙니다. 게다가 그 당당한 태도라니요. 이 상황이 전혀 이해되지 않습니다. 당신이 잘못 들었나 의심될 정도로.
Kpc: ……
그런 당신을, Kpc는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습니다.
한참 후 그녀/그가 먼저 입을 엽니다.
Kpc: 놀라셨으리란 사실은 알아요. 처음 본 여자/남자가, 무슨 미친 소리를 하나 싶으셨겠죠.
……당신의 머릿속을 읽기라도 하는 걸까요? 스스로도 이게 얼마나 미친 소리인지 잘 알았나 보네요.
Kpc: 하지만 저는 진심이에요, 전하.
Kpc는 웃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침착한 얼굴로.
Kpc: 어차피 대공 전하께서도 필요하시잖아요, 부인/남편이.
……아무래도 상대는 당신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듯합니다.
그래요, 결혼해야 하긴 하죠.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황제는 슬슬 압박을 넣고 있고…… 드미트리마저도 당신을 재촉합니다.
귀족 가문의 수장으로서 당신은 혼인을 통해 후계를 볼 의무가 있죠.
그런데도 지금까지 그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은 순전히 당신이 결혼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Kpc: 저는 완벽한 반려가 되어드릴 자신이 있어요.
당신에게 Kpc가 한 걸음 다가옵니다.
Kpc: 집안이 한미하니 대공가에 간섭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할 테고.
한 문장을 끝낼 때마다 앞으로 한 걸음 더 내딛습니다.
Kpc: 대공가의 안주인으로서 필요한 머리도 나쁘지 않아요. 비록 집안에 돈이 없어 입학하지는 못했지만, 아카데미 입학시험에서 차석을 차지했었죠.
Kpc의 몸이 더 가까워지고,
훅 끼쳐오는 그녀/그의 향기.
Kpc: 집안을 다스리는 건 자신있어요. 아픈 어머니 대신 제가 자작가의 재정을 운영했었거든요.
마침내 Kpc는 당신 코앞에 서 있습니다.
자칫하면 숨결마저 섞일 거리.
Kpc는 아스라이 속삭입니다.
Kpc: 그러니까, 나를 선택해요.
탐사자의 롤플레이를 기다립니다. 만약 거절할 경우, Kpc가 끝까지 설득합니다. 황실의 압박 혹은 귀족의 의무, 후계자 등을 언급하면 좋습니다.
*만약 탐사자가 왜 계약결혼을 하려고 하냐고 묻는다면, 집안에서 자신을 늙은 후작의 후처로 팔아넘기려 한다고 답합니다. 그 결혼을 피하고 싶은데 후작보다 지위가 높으면서 결혼이 급한 귀족은 당신밖에 없었다고요.
당신이 마침내 허락하자 Kpc의 얼굴이 환해집니다.
마치 봄꽃처럼 피어나는 웃음과 함께,
그녀/그가 말했습니다.
Kpc: 절대 후회하지 않게 해드릴게요.
Kpc는 당신에게 손을 뻗습니다.
Kpc: 우리의 계약은, 이렇게 성립하는 거예요.
탐사자가 손을 잡을 때까지 기다린 후,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품은,
이 불순하고도 은밀한 계약이.
3.결혼식
눈 폭풍우는 일주일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당신은 그동안 집무실과 침실 안에서만 칩거하며 자신의 흉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씩 멀쩡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당신은 Kpc와 상세한 조항을 논의해 계약서를 완성했습니다.
*핸드아웃
《계약서》
첫째, 이혼 시 재산분할은 없다. 누군가 먼저 죽었을 때 유산도 마찬가지다.
둘째, 후계자를 낳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부부관계는 가지지 않는다.
셋째, 둘은 서로의 정부나 애인에 간섭하지 않는다.
.
.
.
마지막, 둘은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
(*계약서의 마지막 항목은, 이전 생에서 탐사자가 Kpc를 사랑하여 Kpc를 구하려다가 죽는 등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Kpc는 위협을 제거하기 전까지는 탐사자를 향한 사랑을 필사적으로 숨길 생각입니다.)
계약서를 완성했으니 이제는 결혼식을 치를 차례죠.
어차피 누구 부를 생각도 없는 거, 최대한 빠르게 치르고 싶었지만
눈 폭풍 때문에 지연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일주일 만에 드디어 눈보라가 멎은 날.
당신은 지금,
새하얀 설원에 서 있습니다.
신랑/신부의 예복을 입은 채.
온 세상이 백색입니다.
눈이 아플 정도로 하얗게 빛나는 눈밭과, 진주처럼 영롱한 색감을 띈 구름.
마치 온 세상이 오로지 당신의 결혼식을 위해 단장한 것처럼.
그나마 색을 띤 것은 저 멀리 보이는 영지민들의 옷뿐입니다.
북부의 모든 사람들이 오늘 당신의 결혼식을 축하하러 와있어요.
문득 느껴집니다. 그들이 무언가 수군거리고 있다는 점이.
듣기 판정
성공
영지민: 대공 전하시다……! 예복이 잘 어울리시네.
영지민: 선대 대공비 전하와 함께 아장아장 이 눈밭을 걸어다닌게 어저께 일 같은데…… 벌써 결혼하신다니.
영지민: 부디 이제는 힘든 일 없이 행복을 찾으셨으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덕담밖에 없습니다.
워낙 지배자에 대한 애정이 강한 북부기에, 불에 콩 솎아 먹듯 갑작스레 결혼하는데도 뒷말이 나오지 않는듯합니다.
모두 당신의 새 출발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때 한 영지민이 멍하니 중얼거리는 말이 당신의 귀를 사로잡기는 합니다.
영지민: 선대 대공 전하와 대공비 전하께서 돌아가신 곳도, 이런 설원 한가운데였는데……
San C (0/1)
실패
잘 들리지는 않지만, 분위기를 봐서 나쁜 이야기는 아닌 듯 합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영지민들이 두런대던 소리가 모두 멎습니다.
침묵이 내려앉는 설원.
이어 들려온 작은 소리에 의해 적막이 깨지고,
고요하게 멈춰있던 백색의 세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살폿, 살폿.
눈을 밟는 미세한 소리가, 이상할 정도로 선명하게 당신의 귓전을 울립니다.
바닥을 바라보던 당신이 고개를 들자
한 인영이 그 자리에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직감합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당신은 이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임을.
Kpc: ……
반투명한 면사포가 길게 휘날립니다.
창백한 겨울의 햇살은 얇은 천 위로 부서지며 하얀 실선을 만들어냅니다.
그 아래 그녀/그가 서있습니다.
순백의 눈밭에 핀 설강화처럼 위태롭게, 허나 꼿꼿하게.
하아, 하아.
그녀/그가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허공에 피어납니다.
Kpc: ……
세상의 다른 모든 소음이 지워집니다.
영지민들의 시선도, 당신 옆에 서 있는 주례 사제의 존재도 없어집니다.
지평선 없이 새하얀 이 세계에는, 오직 두 사람만이 존재합니다.
당신과 그녀/그.
그녀/그와 당신.
신랑과 신부.
마침내, 살랑이는 베일 틈으로 드러난 연분홍빛 입술이 무어라 달싹입니다.
그녀/그의 입술이 머금은 단어는……
Kpc: 대공 전하.
그녀/그는 웃었습니다.
극지방에 찾아오는 백야만큼이나 찬란하게.
쿵.
자각하기도 전에 내려앉는 심장. 맥박이 빠르게 뛰기 시작합니다. 시야가 어지럽게 술렁입니다. 자신이 왜 이러는지 생각할 정신조차 없었습니다.
(*회귀 전 기억이 몸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녀/그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당신의 세상이 뒤집힙니다.
쿵.
쿵.
쿵.
튀어 나갈 것처럼 뛰는 심장과, 이명이 울리는 머리. 그녀/그의 발걸음을 따라 풍성한 웨딩드레스 자락이 살랑입니다. 마치 서리가 얹힌 듯 섬세한 레이스가 장식된 치마가 꽃잎처럼 부풀었다 원래대로 되돌아옵니다.
저 흔들리는 치맛자락마냥 당신의 가슴 또한 흔들렸습니다.
(*남성 Kpc는 화려한 백색 예복과, 예복 옷자락으로 개변해주세요.)
도대체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요.
그녀/그는 계약 결혼 상대일 뿐인데……
아니, 그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지금 그녀/그는 어두운 겨울 하늘에 홀로 뜬 북극성처럼 반짝입니다.
빛나는 그녀/그에게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계속 바라보면 눈이 멀어버릴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리고 마침내.
그녀/그가 당신 앞에 도달합니다.
Kpc: ……
다소곳이 숙인 고개가 제법 처연합니다.
투명한 베일 뒤로는 추위에 발갛게 얼어붙은 두 뺨과, 마찬가지로 고양이 코처럼 붉어진 코끝이 비춰 보이고 있습니다.
가지런히 모은 양손에서는 청은빛 겨우살이 가지들이 나붓나붓 흔들리고 있습니다. 아마 북부에서 나지 않는 꽃을 대신하기 위함이겠죠.
사슴처럼 긴 속눈썹 위에는 조그마한 눈송이가 얹혀 있습니다.
그것이 팔랑이다가, 이내 눈을 뜹니다.
(Kpc의 눈색)빛 눈동자가 당신을 오롯이 응시했습니다.
두려울 정도로 우직하게……
사제: 오늘 우리는 두 남녀(혹은 두 여자, 두 남자)의 결합을 보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때, 사제의 중후한 중저음이 끼어듭니다.
앞으로 나선 사제가 그녀/그의 손을 잡고 당신에게 이끌어 옵니다. 사제는 두 사람이 손을 맞잡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묻습니다.
사제: 대공 전하, 당신은 이 여인/사내를 신부로 맞겠습니까?
(탐사자의 대답 기다린 후)
고개를 끄덕인 사제는 이어 Kpc에게 질문했습니다.
사제: (Kpc의 성) 영애/영식, 당신은 이 남자/여자를 남편/부인으로 맞겠습니까?
그녀/그가 가만히 입을 열자, 시린 입김이 또다시 새어 나옵니다.
Kpc: 네.
사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선언합니다.
사제: 이제 둘은 부부가 되었습니다. 언약의 입맞춤을 나누십시오.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나옵니다.
영지민들은 손뼉을 치며 당신과 Kpc를 바라봅니다.
……갑작스러운 말입니다.
언약의 입맞춤이 제국 결혼식에서 일반적인 식순이기는 하나, 이것은 계약 결혼입니다.
사랑에 기반된 혼인이 아닙니다.
그런데 만난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사람과 입을 맞춰야 하다뇨.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죠?
그리고 당신은 깨닫습니다.
그간 일주일 동안 두통이 너무 심한 나머지,
사제에게 적당히 하라는 말을 전하는 것조차 깜빡했다는 것을요.
영지민: 대공 전하와 새 대공비 전하를 위하여!
모두가 기대로 반짝이는 눈으로 당신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영지민들부터 주례 사제, 드미트리까지.
당신의 당혹스러움을 공유하는 것은 Kpc뿐입니다.
Kpc: ……
그녀/그는 경직된 얼굴로 뻣뻣이 서 있습니다.
(rp 후)
입술이 살며시 맞닿습니다.
그녀/그의 부드러운 감촉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첫키스입니다. (만약 아니라면 뺍니다.)
머리가 아득해질 정도로 따스한 온기.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오가는 숨결. 귀가 먹먹할 정도로 들려오는 주변의 함성소리와, 오직 서로만이 존재하는 세상.
살며시 눈을 떠보니 그녀/그는 눈을 감지 않고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입술만큼이나 진득하게 두 시선이 얽힙니다. 어딘가 슬프고, 어딘가 절박한……
그리고 당신은.
끔찍한 두통과 함께 바닥에 넘어집니다.
Kpc: 대공 전하? 괜찮으세요?
놀란 듯한 그녀/그의 목소리가 웅웅대며 울립니다. 사제와 영지민들이 당신에게 달려오는 소음이 들립니다. 하지만 그뿐, 당신은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저 머리를 붙잡고 야수처럼 기괴한 신음을 뱉으며 경련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머릿속에 파고든 갈고리가 뇌수를 헤집습니다. 방금 전 입맞춤의 따스한 온기는 지워지고 없습니다. 이곳은 지옥입니다. 당신만을 위해 만들어진 지옥.
눈보라가 치는 날이면 찾아오는 지옥.
하지만 왜일까요. 지금은 바람조차 불고 있지 않은데……
??: 기억나지 않아?
모든 잡음을 뚫고, 한 목소리만이 뚜렷하게 들려옵니다.
그 소리를 들은 순간.
당신의 정신은 까맣게 암전됩니다.
4. 환상
눈을 살며시 뜨면, 익숙한 풍경이 당신 앞에 비춥니다.
은은하게 켜진 노란빛 촛등과 천장에서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성화 속 천사들. 당신은 이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습니다.
바로, 대공성 안에 있는 예배당입니다.
어릴 때 당신은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여기서 기도를 드리곤 했었죠.
그때 무엇을 빌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어린아이다운 소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일 디저트를 한 개 더 먹게 해주세요, 가정교사 선생님이 아파서 수업 쉬게 해주세요, 같은 것.
……그런데 왜 이곳에 있는 걸까요?
당신은 조금 전까지 설원에 서 있지 않았던가요.
정신이 혼란스럽습니다. San C (0/1)
그때, 새소리처럼 가녀린 음성이 들려옵니다.
(*Kpc의 성별 및 목소리에 따라 개변합니다.)
Kpc: (탐사자의 애칭)?
Kpc……?
그녀/그가 왜 여기에 있죠?
게다가 옷은 언제 갈아입은 거고요.
아까 입고 있었던 웨딩드레스와 다르게, 그녀는 흰옷이기는 하지만 초라한 원피스 차림입니다.
면사포는 온데간데 없고, 보석으로 장식했던 머리카락은 평범하게 늘어뜨리고 있습니다.
(*남성 Kpc 경우에는 초라하고 낡은 백색 정장.)
Kpc: (탐사자의 애칭), 왜 그래요?
그녀/그는 당신을 말간 눈동자로 올려다봅니다.
……그녀/그가 당신을 이름으로 부를 때마다, 심장이 당황으로 얕게 뜁니다.
원래 대공 전하라고 부르지 않았던가요.
당신의 애칭은 도대체 언제 안 거죠?
지능 판정
성공
저것은 당신의 부모님만이 부르던 애칭입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는 아무도 당신을 그 이름으로 불러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안 걸까요? 우연이라기에는 공교롭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기억을 회상한 당신은, 머리를 찌르는 것 같은 두통을 잠시 느낍니다. San C (0/1)
실패
당신의 이름은 제국 전역에 퍼져있습니다.
당신의 계약 상대인 Kpc가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하죠.
하필 애칭인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뭐, 아마 멋대로 줄여 부른 거겠죠.
(Rp)
(*지금 Kpc는 과거 삶의 Kpc입니다. 현재에서 온 탐사자가 아무리 질문해봤자 이해하지 못할 뿐입니다.)
예상 질문
왜 자신을 애칭으로 부르나?
-당연하지 않나? 연인 사이인데. 당신이 먼저 애칭을 허락했다. (앞서 판정에서 실패했다면 탐사자가 먼저 '알려줬다'는 표현은 써서는 안 됩니다.)
옷은 언제 갈아입었나?
-원래 이 옷이었는데?
왜 갑자기 장소이동을 했나.
-아까부터 멍하더니 탐사자가 이상하다. 계속 여기 있었지 않나.
너는 누구지?
-(탐사자가 장난을 치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나는 탐사자를 매우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다. 혹은 나는 탐사자의 연인 Kpc다.
이곳은 아까와 같은 시간대가 아닌가? 혹은 꿈인가?
-탐사자가 아까부터 이상해 보이더니 걱정된다. 잠이 덜 깬 것인가.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만약 이것을 묻는다면 바로 다음 지문으로 넘어갑니다.
Kpc의 손바닥에는 은빛의 반지 한 쌍이 놓여 있습니다.
그제야 당신은 이곳에서 무얼 하고 있었던 건지 깨닫습니다.
결혼식.
오직 둘만의 결혼식입니다.
하객도 없고, 주례도 없습니다. 그녀/그가 웨딩드레스라고 입고 있는 원피스는 변변찮기 그지없습니다.
심지어, 보석 하나 박히지 않은 반지는 백금도 아닌 은으로 보입니다. 귀족의 예물치고는 참으로 궁상맞죠.
그런데도 그녀/그는.
Kpc: 사랑해요, (탐사자의 애칭).
발그레한 뺨으로, 세상을 모두 가진 것처럼 웃고 있습니다.
참으로 이상합니다.
저리도 찬연하게 웃는 그녀/그가, 그리고 그 웃음에 술렁이는 당신의 가슴이……
그때, 당신의 입이 멋대로 움직입니다.
(*이 대사는 강제적입니다. 키퍼가 탐사자 캐릭터를 움직여 대신해 말해주세요. 이 대사가 나오는 동안 탐사자는 행동할 수 없습니다. 말투의 경우 캐릭터에 따라 개변 부탁드립니다.)
탐사자: 황실에 쫓기느라 화려한 결혼식은 해줄 수 없어서 미안해. 하지만 모든 일이 해결되면…… 그대를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부로 만들어줄게.
……아니, 이게 무슨 일이죠?
당신의 몸인데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것이 아닌 감정이 밀려들어 옵니다.
가슴 깊이 느껴지는 은애, 그녀/그를 향한 안타까움, 위태위태한 상황을 향한 불안……
경악에 숨이 막힙니다. 이것들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하나부터 열까지, 불유쾌한 감각입니다. 당신인데 당신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이것은. San C (0/1d2)
만일 지능 판정을 하면 얻을 수 있는 정보 (이외 다른 판정이어도 적당히 허용해줍니다.)
성공
……그나저나, 황실에 쫓긴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이죠?
대공가와 황실은 사이가 좋은데요.
황제는 대공가를 너무 걱정한 나머지, 얼마 전에도 당신에게 결혼하라며 닦달하지 않았던가요.
물론, 대공가의 힘이 너무 큰 나머지 언젠가 황실을 넘어설 거라며 지껄이는 분자들도 있긴 하지만……
황실은 대공가의 충성심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설마 그런 말에 귀 기울이지 않겠죠.
실패
……그나저나, 황실에 쫓긴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이죠?
대공가와 황실은 사이가 좋은데요.
황제는 대공가를 너무 걱정한 나머지, 얼마 전에도 당신에게 결혼하라며 닦달하지 않았던가요.
속눈썹을 길게 내리깐 그녀/그는, 당신을 향해 손을 내밉니다.
고운 손가락 끝에는 반지 하나가 쥐어져 있습니다.
당신의 손을 잡고 느릿하게 반지를 끼워준 그녀/그는.
고개를 도로 올립니다.
(*마찬가지로 거부할 수 없습니다. 만약 탐사자가 뿌리친다는 등의 롤플을 할 경우, 그렇게 한다고 생각했으나 정신을 차리니 반지를 끼고 있었다고 하세요.)
Kpc: 당신, (탐사자의 풀네임)은 (Kpc의 풀네임)을 신부로 맞겠습니까?
아까 주례 사제가 한 것과 같은 대사입니다.
그러나 그녀/그의 입에서 그 말이 흘러나오자, 감흥이 무언가 다릅니다.
행복감이 가슴에 차오르는듯한…… 이것 또한 당신의 감정이 아니겠죠.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저절로 움직입니다.
당신은 승낙의 대답을 내뱉습니다.
당신의 대답을 들은 Kpc는 기쁘게 눈매를 접으며, 당신에게 남은 반지 하나를 넘겨줍니다.
아마 자신에게 끼워달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끼워주는 롤플)
그녀/그의 손 위에서 투박한 은반지가 빛납니다.
분명 다른 사람에게도 모두 달린 손인데, 그녀/그를 볼 때면 당신은 두려워집니다.
유리처럼 섬세한 이 손이 깨지기라도 할 것 같아서……
Kpc의 웃음소리가 맑게 예배당 안을 울립니다.
그녀/그는 당신의 목을 양팔로 휘감으며, 귓가에 달게 속삭입니다.
Kpc: 이제 두 사람을 부부로 선포합니다. 언약의 입맞춤을 나누도록 하세요.
당신이 거부하기도 전에, 그녀/그의 입술이 맞닿습니다.
온몸의 피가 아릴 정도의 황홀감과, 상반되는 불안감이 지독하게 치솟습니다.
그녀/그의 입술은 설탕처럼 달콤합니다.
마치 어린 시절에 더 먹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곤 했던, 디저트처럼요.
어른이 된 당신은 이 예배당에서 새로운 소원을 빕니다.
그녀/그는 알지 못하게, 속으로 고요히.
부디 그녀/그를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
..
.
휘이.
휘이이이.
서늘한 겨울바람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소음 너머로, 귓전에 박히는 목소리가 하나 있습니다.
Kpc: 대공 전하!
누군가 당신의 어깨를 흔들고 있습니다. 간곡할 정도로 절박하게. 마치 당신을 잃을까 두려운 것처럼……
느릿하게 눈을 뜨면, 조금 전까지 보고 있었던 것과 똑같은 얼굴이 보입니다.
Kpc: (놀란 눈으로) 전하, 깨어나셨어요?
……하지만 그 얼굴이 담고 있는 감정은 다릅니다. 그녀/그는 더 이상 혀가 저릴 정도로 달콤한 표정으로 당신을 응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신이 그녀/그의 얼굴에서 느끼는 인상은 서늘함. 봄날처럼 화사한 생김새에도 불구하고, 이 겨울바람처럼 무표정합니다.
……이런 사람을 향해 잠깐이나마 그런 꿈을 꾸다니. 말도 안 됩니다.
둘은 계약자일 뿐인데……
Kpc: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지셨어요. 괜찮으세요?
Kpc에 집중해있던 정신은, 뒤늦게야 웅성거리며 당신을 둘러싼 영지민들을 알아차립니다.
당신이 무사히 깨어났다는 사실에 다들 안도의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신에게 감사하다며 성호를 긋는 이들이 보입니다.
Kpc는 걱정스럽게 당신의 팔을 붙잡습니다.
Kpc: 부축해드릴게요. 어서 대공성으로 돌아가요.
(만약 탐사자가 얌전히 부축을 받아들이면 Kpc와 드미트리가 탐사자를 성까지 부축합니다. 아니라면 홀로 걸어가도록 합니다.)
대공성으로 돌아가기 직전.
당신은 불현듯 뒤를 돌아봅니다.
눈앞에 무한하게 펼쳐진 설원과, 저 멀리 보이는 검은 돌산을 응시하며……
당신의 머릿속에 두 문장이 겹칩니다.
하나는 계약서 속의,
마지막, 둘은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리고 하나는, Kpc의 목소리로……
사랑해요, (탐사자의 애칭).
……과연 두 문장 사이 진실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당신은 도로 고개를 돌려 걸어갑니다.
5. 당신의 준비를 돕기 위하여
대공성 앞에 도달하자, 어느새 해가 지평선에 걸려있습니다.
아마 겨울에는 해가 빨리 지기 때문이겠죠.
눈밭이 석양에 의해 따스한 연주황빛으로 물듭니다.
이내 고딕풍의 조각이 된 장엄한 흑색 문이 열리고,
당신은 대공성 안으로 들어섭니다.
체스판 무늬의 희고 검은 대리석 바닥이 깔린 현관홀이 드러납니다.
당신이 그녀/그를 처음 만난 것도 이곳에서였죠.
막 결혼식을 마친 대공 부부를 축하하기 위해, 사용인들이 도열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예상치 못한 말입니다.
드미트리: 대공 전하께서 쓰러지셨었다! 대공가의 주치의를 불러라.
드미트리의 다급한 선언에 사용인들의 눈이 놀람으로 확장됩니다.
자신이 섬기는 주인이 쓰러지셨다니, 동요한 거겠죠.
……하지만 이런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습니다.
당신은 북부를 다스리는 대공인걸요.
함부로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당신의 백성들이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야 하죠.
무엇보다 어차피 이런 일에는 익숙하잖아요, 당신.
(드미트리를 만류하는 Rp. 대인기능 판정을 사용해도 좋습니다.)
(만약 탐사자가 의사를 불러오길 희망할 경우, 의사 Npc 캐릭터를 생성하여 짧게 Rp합니다. 주치의는 대공성에서 상주하고 있기에 금방 나타납니다. 진찰해도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나오지 않습니다.)
드미트리: ……대공 전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드미트리의 회색 눈에는 걱정이 가득합니다.
그것은, 그래요. 단순히 주인을 향한 충성심이 아닌 마치 손자를 걱정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네요.
하지만 드미트리는 그 말을 끝으로 물러납니다. 당신의 뜻에 순종적으로 복종하며.
Kpc: ……
한편, Kpc는 대공성까지 돌아오는 동안 말이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에서는 생각을 읽을 수 없습니다.
(탐사자가 쓰러진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방금 전 그가 쓰러지던 모습과 전생에서 그가 화살을 맞아 무너지던 장면이 겹쳐지며 공포를 자아냅니다.)
(심리학이나 관찰력 판정을 사용하면 Kpc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무슨 감정인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당신은 그녀/그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시선이 마주치기 전에 고개를 돌립니다.
.
..
...
우윳빛 목욕물 위로, 붉은 장미 꽃잎이 떠다닙니다.
손바닥에 목욕물을 담아 올리자 당신의 얼굴이 흐릿하게 비춰 보입니다.
흐드러지도록 풍기는 장미 향기가 좋긴 하지만, 제법 당황스러운 상황입니다.
당신은 평소 이런 목욕을 즐기지 않았거든요.
온갖 호사스러운 향유며 입욕제를 사용하는 남부의 귀족들과 다르게, 당신은 목욕시중조차 받지 않고 간단히 씻는 편이었죠.
드미트리가 늘 당신에게 시중 좀 받으라 애걸하는데도요.
그런 사치스러운 일을 할 시간이 있으면, 안건을 하나라도 더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게다가 귀족들의 입욕제 하나 값이면 가난한 가정을 일주일은 먹여 살릴 수 있는데 왜 굳이 그런 돈 낭비를 하겠습니까?
……하지만 오늘은 무작정 이런 목욕물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당신이 명령한 것도 아닌데 무슨 일이죠? 한번 따져보는 것이 어떨까요?
마침 욕실 문밖에 기척이 느껴집니다. 아마 드미트리/하녀장일 겁니다.
(탐사자가 남성이라면 드미트리, 여성이라면 하녀장입니다.)
(문밖의 사람을 부르는 rp 후)
문이 열리고, 드미트리/하녀장이 들어옵니다.
드미트리/하녀장: 부르셨습니까, 대공 전하?
드미트리/하녀장은 공손히 두 손을 모은 채로 당신에게 묻습니다.
(Rp)
드미트리/하녀장은 놀란 듯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심리학 판정
성공
심지어 그 눈은 약간의 한심함마저 담은 것 같기까지 합니다.
당신을 어릴 적부터 지켜봐 온 사이기에 가능한 것이겠지만……
아니, 그래서 왜 이러는 거죠?
뜬금없이 이런 시선을 받아야 한다니 황당합니다.
실패
아니, 도대체 무엇에 놀란 거죠?
곧 드미트리/하녀장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쉽니다.
드미트리/하녀장: 대공 전하께서 이런 부분에 대해 서투신 것은 알았지만……
그리고 누군가를 향해 안쓰럽다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당신을 연민하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듣기 판정 등을 할 경우
성공
작게 혼잣말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드미트리/하녀장: 새 대공비 전하는 어떡하지…… 저런 눈치없는 분을 남편/부인으로 삼아서……
(*이 파트에서 눈치없는 듯한 모습이 탐사자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을 경우, 개변해주세요.)
그리고 드미트리/하녀장은 당신에게 조심스레 묻습니다.
드미트리/하녀장: 대공 전하,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시지요?
(탐사자의 대답을 듣고)
드미트리/하녀장: 초야입니다. 혼인 초야! 준비하셔야지요.
아.
그걸 말하는 거였던가요.
당연히 당신도 알고 있습니다.
제국 법전에 따라 혼인이 성립되려면, 반드시 초야를 치러야 하니까요.
당신은 적당히 증거를 조작하여 황제에게 보낼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죠?
어차피 계약 결혼이잖아요.
아직은 후계자가 급한 것도 아니니, 진짜로 치르지도 않을 건데……
드미트리/하녀장: ……
하지만 드미트리/하녀장은 당신을 말없이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건 무슨 시선이죠.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드미트리/하녀장: 같은 시각, 대공비 전하 또한 사용인들에게 관리받고 계십니다.
……그러니까 관리를 왜?
어차피 같은 침대에서 자지도 않을 건데?
드미트리/하녀장이 이어 말합니다.
당신을 반드시 침실로 밀어 넣고 말겠다는 결연함이 담긴 눈빛으로.
드미트리/하녀장: 후계자를 만드셔야죠, 전하!
……무언가 오해라도 하는 것 같아요! 계약 결혼일 뿐인데?
아니, 쓰러졌다며 걱정했던 것이 조금 전이잖아요? 그런데 이런다고요?
예상질문
계약결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나.
-계약결혼이어도 상대에게 잘생기고 예쁘게 보여 나쁠게 뭐가 있나? 그리고 아무리 가짜여도 결혼식이란 큰 이벤트인데, 평소 안 누리는 호사 좀 누려보시라.
왜 만난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사람과 진짜 초야를 치르게 하고 싶은 것처럼 구느냐. 혹은 왜 후계자를 만들라고 닦달하냐.
-어쨌든 전하에게 후계자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지금 당장 급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낳아야 할 후계자고, 시간은 흘러간다. 하루라도 빨리 만드는 편이 낫다. +) 계약서에도 예외사항으로 후계자를 위한 동침이 있지 않았나.
방금 쓰러진 사람에게 무슨 초야 타령인가.
-괜찮다고 한 것은 대공 전하 아니셨나. 그리고 내 눈에 지금은 멀쩡하다 못해 건강해 보인다. 그것은 그거고 이거는 이거다.
(탐사자가 반박하지 못할 때까지 Rp를 합니다. 그래도 끈질기게 거부한다면, 선대 대공과 대공비 전하를 위해서라도 후계자를 봐주라고 하세요. 대공 전하가 가정없이 외로이 사는 것을 안다면 그분들이 얼마나 슬퍼할까, 호소하면서요. 물론 이후 진짜로 수위 Rp가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은 더 이상 반박하지 못하고 입을 닫습니다.
당신의 틈을 발견한 드미트리/하녀장은 눈을 매처럼 번뜩였습니다.
드미트리/하녀장: 그럼 피부 관리부터 받으시지요, 전하. 이번에 남부에서 새로 들여온 향유가 있는데, 쓰고 나면 살결이 아기처럼 고와지실 겁니다.
당신은 결국 피부 관리며 머리카락 팩에, 전신 마사지까지 받아버리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그런 건 어디서 배운 걸까요? 오늘 같은 기회만을 기다려왔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허투루 말한 것은 아닌지 모든 관리가 끝나자 온몸의 피로가 싹 풀려있습니다. 체력 1 회복
드미트리/하녀장은 평소 잘 입지 않는 고급스러운 실크 잠옷까지 꺼내줍니다.
살갗에 매끄럽게 감기는 감촉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거울을 바라보니, 두통에 늘 지쳐있던 자신과는 다르게 생기가 도는 남자/여자가 비춥니다.
드미트리/하녀장은 옆에서 당신을 뿌듯하게 바라봅니다.
드미트리/하녀장: 얼굴에서 빛이 나십니다, 전하.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립니다.
출입을 허락하자 문을 열고 나타난 사람은 바로 대공성의 사용인입니다.
사용인은 고개 숙여 예를 갖추며 말합니다.
사용인: 대공비 전하께서는 침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준비도 완료되었고.
이제 슬슬 가볼까요, 탐사자?
6. 혼인 초야
은은한 촛불이 켜진 방에, 하얀 캐노피가 길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반투명한 천 뒤로 섬세한 실루엣이 보입니다.
가까워질수록 그녀/그의 인영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캐노피 너머에서 속눈썹을 깜빡이는 것마저 보일 정도입니다.
잠시 후, 당신의 인기척을 알아차린 것인지.
Kpc: ……대공 전하?
의아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녀/그의 그림자가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립니다.
하지만 시야를 가리며 드리운 캐노피 탓에 보이지 않는지, 되물을 따름입니다.
Kpc: 대공 전하세요?
(짧게 Rp합니다. 롤플레이 중에 탐사자가 캐노피를 걷어냈다면, 다음 등장하는 문장은 쓰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은 느릿하게 손을 뻗습니다.
왜인지 떨리는 심장을 붙잡고,
캐노피를 걷어냅니다.
(*전생에 연인이었던 기억 때문입니다.)
그러자 그녀/그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Kpc: ……
말없이 달싹이기만 하는 붉고 촉촉한 입술.
당신을 멍하니 마주 보는 (Kpc의 눈색)빛 눈동자.
다리를 다소곳이 모은 채 우아하게 앉아있었던 자세까지.
(*성격에 안 맞으면 자세 개변하거나 문장을 삭제합니다.)
시간이 멈춘듯,
그녀/그의 모든 것이 당신의 시야에 박힙니다.
캐노피 밖으로는 촛불이 넘실대고 있습니다.
그 빛의 각도에 따라 Kpc의 머리카락 또한 색감이 변화합니다.
왜일까요.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모든 언어를 잃어버린 것처럼.
(Rp합니다. 탐사자와 Kpc 중 누가 침묵을 깬 것인지는 자유롭게 정하면 됩니다. 어색함을 풀기 위해서인 듯 이야기해주세요.
추천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갑자기 치장시키길래 얼마나 놀랐는지. 혹은 얼마나 오래 걸리고 힘들었는지.
-탐사자의 몸은 괜찮은지.
-둘을 이렇게 한 방 안에 던져놓은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지 않은지.)
Kpc는 결국 어색하게 웃었습니다.
Kpc: 어차피 이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할 것 같은데, 이렇게 계속 이야기나 해요. 전하.
(탐사자의 승낙을 들은 후)
Kpc: 거기 서 있지 말고, 여기 와서 앉으세요.
Kpc가 자신의 옆자리를 손으로 두드립니다.
Kpc: 손대지 않으니 걱정하시지 말고요.
시답잖은 농담마저 뱉으며.
(탐사자가 자리에 앉으면)
기나긴 겨울밤 동안, 당신과 Kpc는 함께 고립되었습니다.
아까 Kpc가 말했듯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게다가 오랜 시간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할 사람이니까요.
알고 있는 피상적인 정보 말고 더 깊숙한 것들도 알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이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침 Kpc가 입을 뗍니다.
그녀/그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당신에게 묻습니다.
Kpc: 그래도 아내/남편이 될 사람인데, 전하께서는 제게 궁금한 게 없으세요? 지금이라면 무엇이든지 답변해드릴게요.
키퍼를 위한 행동강령
1.탐사자가 진상과 관련된 곤란한 질문을 할 경우, 적당한 거짓말을 지어냅니다. 자연스럽게 말을 돌리며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시나리오의 재미를 위하여 적당한 힌트를 흘리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2.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분위기가 되도록 유도합니다. Kpc가 먼저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도록 합니다. Kpc가 말하는 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개변 가능합니다.)
Kpc는 후계자를 편애하는 부모님 아래에서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아카데미에 반 차석으로 합격했으나 '너는 결혼해서 후계자에게 도움이나 되어라.'는 말을 듣고 가지 못했습니다. 결국 부모님은 돈만 많은 중년의 후작에게 Kpc를 팔아넘기려 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탐사자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씁쓸함, 슬픔, 분노 등의 감정을 드러내며 Rp해주면 더욱 좋습니다. 늘 가면을 쓰고 있던 Kpc가 처음으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은 분위기로요.
3. 2번 항목을 활용하여 탐사자 또한 자신의 돌아가신 부모 이야기를 하도록 유도합니다. 직접적으로 묻기보다는 가족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 꺼내 탐사자 또한 자연스레 말하게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4. Rp 중간에 다음의 지문을 출력해줍니다. 그 후에는 다시 Rp를 이어갑니다.
그녀/그의 목소리 사이로 바람 소리가 섞여 들려옵니다.
눈 폭풍우가 다시 시작된 걸까요. 일주일 계속되다가 겨우 하루 멈춰놓고, 지독하네요.
순간 두통이 다시 치밀 뻔했으나 다행히 당신은 정신을 붙잡습니다.
갈수록 창밖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가 거세집니다.
새까만 어둠에 잠긴 창문을 바라보면, 커다란 눈발이 유리를 때리고 있습니다.
머리가 점차 지끈거리기 시작하네요.
문득 팔뚝을 붙잡는 손길이 느껴집니다.
Kpc입니다.
당신의 팔을 조심스럽게 짚은 채, 그녀/그가 묻습니다.
Kpc: 괜찮으세요?
(탐사자의 대답을 듣고)
……아마도 괜찮을 겁니다. 늘 있던 일이니까요.
당신은 언제나 이렇게 버텨오지 않았던가요. 당신은 모두를 책임져야 하는 대공이니까. 결코 흔들려서도 무너져도 안 되니까.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견디는 일에는 익숙합니다.
그나마 아직은 맨정신이라 다행입니다. 그녀/그 앞에서 흉한 꼴을 보이지 않아도 되니까요.
눈 폭풍은 여전히 창밖에서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휘이, 휘이이이잉.
그 소리는 마치 다 죽어가는 생명의 비명을 닮았습니다. 어쩌면 저 을씨년스러운 바람 소리는 눈 폭풍 가운데서 조난된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아닐까요.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입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감촉이 당신의 발목을 휘감습니다.
익숙한 예감이 듭니다. 동시에 치미는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익숙해질 수 없는 두려움입니다.
당신이 고개를 내리면,
어머니: (탐사자 애칭), 살려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존재가 하나 보입니다.
새빨간 덩어리가 되어, 검은 피로 얼룩된 시체.
그것은 당신에게 절박하게 손을 뻗으며 매달립니다.
어머니: 구해줘……
살이 에일 것처럼 차가운 손이 당신의 온몸을 더듬거립니다.
그것에게는 눈이 없습니다. 안구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커다란 구멍만이 나있습니다.
그 구멍에서 뾰족한 우박이 떨어집니다. 뚝, 뚝. 그것은 얼어붙은 눈물일까요. 혹은 무엇일까요. 아무리 궁금하더라도 당신이 알아볼 방법은 없습니다.
그것은 원망스레 당신에게 울부짖습니다.
어머니: 우리는 죽었는데, 너는 왜 혼자 살아있니?
그것의 손이 마침내 당신의 얼굴에 도달합니다. 갈고리처럼 휘어진 손가락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집니다. 그것은 자신의 손가락을 당신의 입 안에 처넣습니다. 뾰족한 손톱이 목젖을 긁으며 파고듭니다. 갈수록 깊숙이……
마침내 당신의 두개골 속까지 도착합니다.
앙상한 손마디가 당신의 머릿속을 휘젓습니다. 마치 당신의 뇌를 빼내려는 듯이. 그렇게 당신 또한 자신과 같은 시체가 되기를 바라는 듯이. 당신은 뇌가 파헤쳐지는 고통을 견디며 몸부림칩니다.
이미 모두 당신에게는 익숙한 일이죠.
아, 그래요. 탐사자.
당신이 겪는 것은 단순한 두통이 아니었죠.
만약 머리가 아플 뿐이라면 그 사실을 백성들에게 그렇게 필사적으로 숨길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들킬까 봐 이렇게까지 두려워할 이유가 없지요.
당신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당신은.
영원한 겨울의 땅을 다스리는 대공은.
아주 오래전에 미쳐버렸습니다.
San 5 감소
시나리오 자체 룰, 지능 판정을 할 수 없습니다.
다음 챕터의 현실 파트에서 일시적 광기 도입
7.비밀
서리가 불규칙하게 어린 창문.
당신이 후, 하고 숨을 불자 유리 위에 하얀 성에가 번져나갑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것은 백색의 눈밭밖에 없네요.
찍힌 발자국 하나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드미트리: ……도련님/아가씨.
뒤를 돌면, 대공가의 충실한 집사 드미트리가 보입니다.
그는 당신의 할아버지 대부터 대공가를 보필해온 터라 나이가 무척 많습니다.
긴 수염에는 갈색과 흰색이 반반 섞여있네요. 다행히 아직 완전히 백발이 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드미트리는 우려가 가득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드미트리: 벌써 세 시간 동안 이러고 계셨습니다. 대공 전하와 대공비 전하께서는 이번 밤 중으로 돌아오실 겁니다. 그러니까 부디 그만하고 와서 따뜻한 우유라도 한 잔 마시세요.
맞아요.
당신이 계속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던 이유는,
바로 부모님이었죠.
황제의 부름을 받아 남부로 내려가신 부모님이 오늘 돌아오신다고 하였으니까요.
몇 달 동안 보지 못하는 동안 너무 그리웠습니다.
돌아오시는 날짜만을 기다리며 매일 밤 달력을 지워나갈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당신은 드미트리의 말을 따르기로 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쉽게 뒤를 돌아보지만, 여전히 새하얀 창밖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
.
.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났습니다.
어느새 새까만 밤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잠잘 시간을 한참 넘어선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도착하지 않으셨습니다.
드미트리와 사용인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린 당신 앞에서 티 내지 않으려 했겠지만, 어리다고 해도 눈치는 있습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사실쯤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죠.
설상가상으로 창밖에는 겨울의 눈보라가 휘몰아칩니다.
귀가 아플 정도로 거센 바람 소리를 쏟아내며.
드미트리: ……마차가 눈보라에 휘말리시기라도 했다면……
사용인: 살아남을 수…… 누군가 찾으러 가야 합니다.
드미트리: 불가능하네. 저 눈 폭풍을 뚫고 갈 수 있을 사람은……
복도의 드미트리와 사용인에게 들키지 않게, 당신은 살금살금 방 밖으로 빠져나옵니다.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빠르게 달립니다.
현관홀에 도착할 때쯤이 되자 다른 이들이 당신을 알아챕니다.
드미트리: 도련님/아가씨!
다급하게 그들이 당신을 쫓아옵니다.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당신은 거대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휘이, 휘이이이.
나오자 펼쳐진 것은 눈앞조차 보이지 않는 눈보라였습니다.
두꺼운 눈발이 회오리치며, 발을 내딛기조차 힘들게 앞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것을 고스란히 맞으며 무작정 달렸습니다.
우박과도 같은 눈송이가 당신의 어깨를 때리는데도.
북부 사람들은 흔히 말합니다.
이곳은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라고.
그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저 눈보라겠죠.
건장한 장정조차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 북부의 눈 폭풍입니다.
그럼에도 북부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아주 가끔, 그 눈 폭풍을 뚫고도 살아남는 사람이 있다고.
목숨을 바쳐도 좋을 만큼 소중한 것이 있는 사람.
자신이 죽을지라도 이 바람을 뚫고 가야 할 곳이 있는 사람.
북부에는 그렇게 눈 폭풍을 뚫고 간 사람들에 대한 전설이 내려옵니다.
그렇기에 당신은 이 폭풍 한가운데서도 달릴 수 있었습니다.
자그마한 아이의 몸을 하고도.
얼마나 달렸을까요.
눈앞이 보이지 않으니 자신이 왼쪽에서 왔는지 오른쪽에서 왔는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눈이 잔뜩 내려앉은 머리 위가 무겁습니다.
당신은 잠시 멈춰서 주변을 헤맵니다.
그때입니다.
간절한 당신의 마음을 신께서 들어주신 걸까요.
눈바람 너머로, 무언가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간신히 발을 앞으로 내딛을수록 그 형체는 선명해집니다.
쓰러질 것 같은 바람 속에서도, 당신은 그곳만을 바라보며 꿋꿋이 걸어갔습니다.
마침내 그 앞에 도착하자.
형체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뒤집어진 마차입니다.
반쯤 부서지고, 바퀴가 날아간 마차.
당신은 다급하게 마차 문 앞에 쌓인 눈을 파헤칩니다.
두꺼운 눈을 긁어내느라 작은 손이 동상으로 빨갛게 얼어붙었습니다.
한참 후에야 마차 문이 열릴 수 있을 정도로 눈이 사라지고.
당신은 마차의 문을 엽니다.
그리고……
당신은 보았습니다.
새빨간 고깃덩어리가 되어있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
..
...
그것이, 어머니가, 당신의 귓가에 속삭입니다.
어머니: 왜 이렇게 늦게 왔니?
어머니: 네가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우리는 살 수 있었을 텐데.
어머니: 왜 아직도 밝혀내지 못했니?
어머니: 우리를 그렇게 만든 것이 누군지.
당신은 더 이상 아이가 아닙니다.
당신은 이제 어른이 되었습니다. 드넓은 북부를 다스리는 대공이고, 수많은 백성의 지배자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렇게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왜냐면 당신은 너무나도 무능력하니까.
몸은 자랐지만 정신은 하나도 자라지 못했습니다.
눈보라가 치는 날이면, 당신은 언제나 되돌아갑니다.
부모님의 시체를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어린아이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고는 아직도 단순한 마차 사고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당신이 본 것은 분명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죠.
바닥에 쓰러져서 비명만 지르는 어린아이의 횡설수설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모든 지위와 권력을 갖추고도, 왜?
왜 당신은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는 걸까요?
돌아가신 부모님의 한을 풀어드릴 수 없는 걸까요?
그렇게나 무능력한 당신, 탐사자는.
죽어 마땅합니다.
어머니: 너는 우리가 없는 세상에서도 잘살고 있구나! 부모 따윈 어차피 죽던 말던 상관없었던 거겠지!
아니에요.
아닙니다, 어머니.
저는, 그게 아니라……
당신은 양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발작적으로 중얼거립니다.
발끝부터 머리까지 얼음조각이 되어가는 기분입니다. 이대로 메두사의 석상처럼 죽음을 맞이해 아버지와 어머니 곁으로 돌아가는 거겠죠. 나도 이제 갈게요, 어머니.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스스로도 알 수 없습니다.
미친듯이 광소를 터트렸다가도, 울면서 머리를 내리칩니다.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목을 조릅니다.
이 지옥에서 당신을 구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또한 없어야만 합니다.
당신은 끝까지 이 지옥에서 고통받아야만 하니까.
구원받을 자격이 없으니까.
??: 정신 차리세요.
그때, 아득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저를 보세요, 대공 전하!
누군가 당신의 얼굴을 거칠게 잡아채 들어 올립니다.
당신은 멍하니 상대를 바라보기만 합니다.
눈앞은 멀쩡히 잘 보이지만,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인식할 수가 없습니다.
상대의 이목구비가 마냥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아, 이 사람은 누구였던가요.
당신이 알고 있는 사람인가요.
기억이 나지 않네요.
??: 제발……
참담한 목소리로, 상대가 애원합니다.
??: 제발 이렇게 괴로워하지 말아요.
그리고 입술에 무언가 맞닿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기도 전에, 상대는 당신의 턱을 기울여 입이 벌어지도록 합니다.
입안에 따뜻한 숨결이 파고듭니다.
당신은 그제야 맞닿은 게 무엇인지 자각합니다.
상대의 입술입니다.
『성스러운 숨결』
비용: 마력 10; 이성 1D10
시전 시간: 즉시
성녀 혹은 성녀의 환생만이 사용할 수 있는 주문입니다. 입맞춤을 통해 신성한 기운을 불어넣어, 일시적 광기 상태로부터 치료합니다. 마력 소비량이 불규칙해지지만, 입맞춤이 아닌 신체접촉을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비용: 마력 1d12; 이성 1D10)
아까 낮에 했었던 입맞춤과는 다릅니다.
가슴이 아릴 정도로 절박하고, 숨이 막힐 정도로 애절한 이것은.
마치 인공호흡 같은 키스입니다.
당신은 입 맞추는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해냅니다.
Kpc입니다.
Kpc는 당신의 입술에 계속해 숨을 불어넣습니다.
봄날의 바람결처럼 따스한 숨결을요.
탁했던 머릿속이 점차 맑게 개기 시작합니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습니다.
진득한 손길이 달라붙던 피부 또한 이제 깨끗합니다.
원래대로 돌아온 시야 앞에 Kpc의 얼굴이 보입니다.
당신을 절실하게 응시하는 (Kpc의 눈색) 눈동자……
일시적 광기, 치료.
(Rp. 탐사자가 캐묻더라도 모든 답변에 침묵하세요. 진상을 직접적으로 알려줘서는 안 됩니다. 다만 간접적으로 힌트를 흘리는 것은 재미를 위해 괜찮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입맞춤의 이유는 '호흡하지 못하시는 것 같았길래 숨을 불어넣어주었다'입니다.)
그렇게 둘의 초야가 저물어갑니다.
8.탐색
아침에 눈을 뜨자, Kpc는 이미 사라지고 없습니다.
당신의 옆자리 헤집어진 이불만이 그녀/그가 한때 여기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뿐입니다.
북부의 겨울답지 않게 맑은 햇살이 창문을 투과해 반짝이며, 그녀의 빈자리를 비춥니다.
저 햇빛을 보니 평소 일어나는 시간을 넘은 것 같습니다.
대공으로서 당신의 일과는 정해져 있습니다. 일단 식당으로 내려가 조찬을 들며 드미트리의 보고를 들어야 하죠. 새벽에도 영지에는 온갖 사건사고가 벌어지기 마련이니까요.
만약 지금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면 늦을 것 같네요, 탐사자.
(탐사자가 식당으로 향하면)
웅장하게 치장된 대공성의 다른 방들과 다르게, 비교적 화사한 느낌의 식당입니다.
벽의 조각에는 찬란한 금박이 장식되어 있고 천장에는 곱게 피어난 꽃송이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관찰 판정 혹은 지능 판정을 할 시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이것은 어머니의 취향이었죠.
아무리 바빠도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늘 말씀하셨으니까요. 어머니는 자식을 엄격하게 키우는 다른 귀족들과 달리,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따스한 추억이 되길 바라셨습니다.
그래서 밝고 아름답게 식당을 장식한 거죠.
천장에 피어난 저 꽃들은 어머니의 동경이기도 하였습니다.
이 땅에는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 봄을 향한……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 당신은, 머리에 치미는 두통을 느낍니다.
San C (0/1)
당신이 늘 앉는 자리 옆에, 드미트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드미트리: 대공 전하, 기침하셨습니까.
어?
그런데 뭔가 이상하네요.
그는 평소와 달리 손에 서류철을 들고 있지 않습니다.
보고는 어떻게 하려는 걸까요?
(탐사자가 묻기를 기다린 후)
드미트리: 오늘은 결혼 후 처음 맞는 아침이잖습니까? 그런데도 설마 일할 생각이셨나요?
……이런. 아직도 그 기대를 하고 있나 보군요.
당신과 Kpc가 진짜 부부처럼 사이가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요.
드미트리: 대공비 전하와 오순도순 식사를 드셔야지요. 늙은 저는 빠져드리겠습니다.
어?
드미트리는 마치 Kpc가 당신과 같이 있던 줄 아는 것처럼 말합니다.
당신이 묻자, 드미트리의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드미트리: 예? 아직 침실에 계신 것 아니었습니까? 보이지 않으시길래, 당연히 그런 줄 알았습니다.
……이상하네요.
드미트리도 모른다니요.
Kpc는, 아침도 먹지 않고 어디에 간 거죠?
드미트리: 어차피 오늘 일정은 제가 다 빼두었으니, 식사하신 후 대공비 전하를 찾으러 가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하루 동안 두 분이 시간을 좀 보내시지요.
그 말과 거의 동시에, 문이 열리더니 사용인이 음식을 가지고 나옵니다.
드미트리는 어서 먹으라는 듯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탐사자가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면)
자, 그럼 Kpc를 찾으러 가봅시다. 탐사자.
있을 만한 장소가 몇 가지 생각나네요.
만일 심심해서 나간 거라면, 지금쯤 대공성의 [도서관]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곳의 도서관은 크고 장서가 많기로 유명하니까요.
또한, 손님으로 왔던 첫날 배정받은 [Kpc의 방]에 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현실의 Kpc와는 관련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환상 속에서 보았던 [예배당]이 떠오르네요.
마지막으로 그도 아니라면 바깥으로 나갔을지도 모르겠네요. 한번 [정원]을 뒤져볼까요?
(*마지막에 정원을 가도록 유도합니다. 정원에 가면 바로 조사구간이 끝납니다.)
도서관
문을 열자, 오래된 책 냄새가 훅 끼쳐옵니다.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듯한 기분 좋은 향기입니다.
대공성의 도서관은 매우 거대합니다. 끝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높은 천장에, 벽 전체가 책으로 채워져있지요.
게다가 희귀한 고서나 절판된 금서까지 모두 보유하고 있기에 그 가치는 따질 수 없을 정도입니다.
Kpc는 이 수많은 책장 사이에 있는 걸까요?
(Kpc를 찾아 도서관을 헤매는 Rp를 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아래의 지문을 출력합니다.)
그때, 무언가 당신의 눈에 띕니다.
책상 사이 끼어있는 그것은, 무척이나 오래된 표지를 한 책 세 권입니다.
낡은 가죽 표지가 벗겨져 속살을 드러내고 있네요.
이런 책이 왜 여기에 있지요?
이곳은 고서 구역이 아닌데 말이죠.
귀중한 고서가 손상되는 것을 막으려면, 원래 자리에 옮겨두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당신이 책 세 권을 빼내자, 의아한 점이 하나 보입니다.
바로 모든 책에 제목이 없다는 것이었죠.
세월이 지나 흐려진 것일까요? 아니면 원래부터 없었던 걸까요.
특이하네요.
원래 자리에 가져다 놓으려면,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잘못된 구역에 두면 안되니까요.
무슨 책을 열어볼까요, 탐사자?
책 세 권은 각각 이렇게 생겼습니다. [보석이 박힌 책], [꽃이 그려진 책], [작고 붉은 책]
보석이 박힌 책
열어보니, 생각만큼 오래된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영롱한 보석이 반짝이는 표지만큼이나 책 안도 화려하네요.
섬세한 삽화가 페이지마다 장식되어 있어요.
그때, 익숙한 문양이 당신의 눈에 띕니다.
이것은 바로……
황실의 문장입니다.
《건국 신화》
아주 오래 전, 세상에는 오로지 겨울만이 존재했다.
국가도 도시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사람들은 추위 속에서 목숨을 지키는 데에 급급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성녀가 이 지상에 내려왔다.
전설에 따르면 그때 성녀가 처음으로 만난 것은 마침 사냥하고 있던 두 친우였다.
첫 번째 친우는 햇살처럼 따사롭고 다정했으며, 두 번째 친우는 겨울의 돌산처럼 묵묵하고도 우직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성녀가 자신의 사명을 설명하자 두 친우는 기꺼이 돕겠다고 나섰다.
그리하여 성녀와 두 친우는 온 대륙을 누비며 세상에 봄을 가져오게 되었다.
그러던 중, 성녀는 아버지의 부름을 받아 하늘로 돌아가게 되었다.
육지에는 아직 그녀가 밟지 못한 땅이 남아있었다. 바로 대륙의 북쪽 끝.
두 친우는 떠난 성녀를 기리며 그녀가 사랑했던 이 대륙을 지키기로 했다.
그리하여 첫 번째 친우는 자신의 따사로운 성격과 같이 밝은 햇살이 비추는 남쪽을, 두 번째 친우는 저처럼 우직한 돌산이 버티고 있는 북쪽을 맡기로 하였다.
당신도 이미 알고 있는, 제국의 건국 신화네요.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인가 했더니 그건 아닌가 봅니다.
꽃이 그려진 책
당신이 책을 열자 오래된 종이가 손끝에서 바스락거립니다.
자칫하면 찢어질 것 같네요. 조심해야겠어요.
고대에 그려지기라도 한 것처럼, 빛바랜 삽화가 보입니다.
그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이는 것은……
한 여자? 그래요. 새하얀 후광에 둘러싸인 한 여자의 형체입니다.
《성녀의 권능》
……는 아주 오랜 시간 성녀의 행적에 대한 연구를 거듭해왔다.
성녀에 대한 모든 것은 추상적인 표현으로만 남아있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바로 이 세상은 정말로 영원한 겨울에 고통받고 있었고 성녀가 마침내 봄을 가져왔다는 것.
그 반증으로 현실에서 영원한 겨울에 시달리는 지역이 있으니까 말이다. 전설 속에서 성녀가 밟지 못한 유일한 땅인 북부. 북부의 위치를 계산했을 때 자연적인 이유로 겨울만이 계속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고로 성녀는 '봄을 가져오는 권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의심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오래된 문헌들을 찾아 종합한 결과, 성녀에게는 한 가지 권능이 더 있었다는 것.
그 권능은 바로 ■■.
새까맣게 번진 얼룩에 글자가 가려져 있습니다.
그 이후는 글자가 모두 번져 더 이상 읽을 수 없네요.
하지만, 그 뒤로 무언가 비출락 말락 하는 것이
자세히 보면 무슨 글자가 쓰여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관찰력 판정
성공
강조하듯이 커다란 필기체로 쓰여있습니다.
나는 반드시 돌아오리라.
(*성녀가 했던 말입니다.)
실패
뭔가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은 당신의 착각인가 보입니다. 얼룩은 얼룩일 뿐입니다.
작고 붉은 책
세 권의 책 중 가장 얇고 초라합니다.
마치 정식 출간된 책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선전물처럼요.
《■■》
폭군 황제를 타도하라!
오랜 통치 기간을 거치며 황실과 제국은 점차 타락해왔다. 귀족들이 화려한 파티를 벌이는 저택들 뒤에서는 아이들이 하루 식량을 구걸하고 있다.
성녀의 축복을 받은 이 제국은 대륙에서 가장 풍요로운데도 불구하고, 굶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그런데, 곡식 한 톨 나지 않는 혹독한 북부에서는 막상 굶는 이가 없다. 모두 대공가의 선정(善政) 덕분이다.
이 제국에서 부패하지 않은 귀족은 대공가뿐이다! 우리의 희망은 대공 전하와 대공비 전하다!
게다가 북부는 황실에 버금가는 뛰어난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 대공 전하를 설득할 수만 있다면, 이 나라는 바뀌리라!
음?
이건 뭐죠?
금서잖아요?
물론 도서관이 금서도 많이 소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가문이 언급되는 것을 보니 당황스럽습니다.
남부 수도의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몇 번 들은 것 같기도 했습니다. 대공가를 내세워 불순한 짓을 벌이려는 무리가 있다고요.
하지만 당신은 늘 그 말을 별생각 없이 넘겼습니다. 황제는 대공가가 배신할 리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테니까요. 누군가 황실과 대공가를 이간질하더라도 듣지 않으리란 믿음이 있습니다.
당신이 책을 고서 구역에 내려놓고 나면, 도서관에서 나가게 됩니다.
이 안에 Kpc가 없는 것은 확인했으니까요.
자, 그럼 다른 곳을 한번 탐방해볼까요?
Kpc의 방
문을 열자, 은은한 (Kpc와 어울리는 향기)가 느껴집니다.
Kpc의 곁에 다가가면 맡았었던 냄새입니다. 그 사실만으로, 당신은 이곳이 Kpc의 방이 맞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당신과 같은 방에서 잔 어제를 제외하면 Kpc는 일주일 동안 여기서 생활했겠지요.
새하얀 몰딩과 화사한 벽지로 장식된 작은 방 안에 진한 생활감이 느껴집니다.
Kpc의 물건들이 여기저기 흐트러져 있네요.
문이 살짝 열린 [옷장]부터, 폭신한 이불이 덮인 [침대]와 그 옆의 [탁자], 책과 종이가 흐트러진 [책상]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옷장
평범한 옷장입니다.
문틈 사이로 Kpc의 옷들이 걸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문을 연다
Kpc가 지금껏 입는 것을 보았던 옷들이네요.
첫날 입고 온 [망토]도 있습니다.
또한, 옷장 가장 깊은 곳에 박힌 무언가가 눈에 띕니다.
새하얀 옷감이 삐져나와 있네요.
그것을 꺼내거나 관찰력 판정을 하면
바로 설원의 결혼식에서 그녀/그가 입었던 결혼 예복(웨딩드레스)와 면사포입니다.
이상하네요. 왜 이리 깊숙이 숨겨두었을까요.
심리학 판정을 하면
곱게 다림질한 채로 걸려있는 것을 보아, 무관심해서 안에 쑤셔넣어둔 느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귀중한 것을 깊은 곳에 숨겨 보관하는듯한……
결혼 예복 혹은 면사포를 자세히 본다
결이 매끄러운 백색 비단 위에 서리꽃을 닮은 레이스가 수놓아져 있습니다. 면사포의 반투명한 천은 실내광 아래서도 영롱하게 빛납니다. 급하게 준비했음에도, 과연 대공비의 결혼식에 어울리는 고급품입니다.
……그때 한 기억이 당신의 머릿속에 들어오네요.
결혼식날 보았던 환상 속, 그녀/그가 입었던 초라한 흰 원피스(정장).
이 옷과는 너무나도 대조되는 그것이 지금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요.
망토를 자세히 보면
진한 색의 벨벳으로 만들어진, 긴 망토입니다.
들춰보니 안이 모피로 덧대어진 것도 아니네요.
겨우 이것으로는 북부의 강풍을 견디기 힘들었을 텐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온 걸까요.
그리고 어떻게 동사하지 않고 살아 들어왔을까요.
당신 또한 눈 폭풍을 뚫고 간 경험이 있긴 하지만…… 죽을 뻔했다고 들었습니다. 반면 그녀/그는 너무나 멀쩡해보였어요.
인간으로서 불가능한 일이죠.
(*봄을 불러오는 능력 덕입니다.)
망토를 살피다 보니 주머니 하나가 있습니다.
주머니를 살핀다고 선언하면
안에서 무언가가 바스락거립니다.
손을 넣어 그것을 빼내면, 종이쪽지 하나를 발견합니다.
*핸드아웃
오늘, 당신을 만나러 가요.
대공성으로 출발하기 전에 쓴 것일까요?
유려하게 기울어진 필기체마저도 Kpc를 닮았네요.
침대
대공성에서 손님방에 모두 사용하는, 고급스러운 흰 이불과 베개가 놓인 침대입니다.
이불을 만지거나 앉아본다
몸이 이대로 이불에 감겨들 것처럼 무척 폭신하네요. 여기서 그대로 한숨 자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불을 들춰본다
흰 시트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베개를 만지거나 살핀다
어라, 이상하네요.
베개 위의 이 얼룩은 무엇이죠?
관찰력 판정
어려운 성공 이상
눈물자국입니다.
그것도, 엷기가 다른 눈물 자국 여러 개가 겹쳐져 있네요.
마치 매일 밤 여기서 울었던 것처럼요.
성공
눈물자국입니다.
……그녀/그는 여기서 울었던 걸까요?
실패
진하지 않은 얼룩이라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베개를 들춰본다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입니다. 열쇠? 구릿빛의 작은 열쇠네요.
어디에 쓰는 걸까요?
탁자
침대 옆에 장식된 탁자입니다.
위에는 자기 전에 쓰기 위해 놓아둔 듯한 [등잔]과, 푸른 깃털로 장식된 [깃펜], 투명한 [물병]이 있습니다.
또한 아래에는 [서랍]이 두 개 달려있네요.
등잔
평범한 등잔입니다. 대공성에서 흔히 쓰이는 디자인인지라, 당신 눈에도 익숙하네요.
다만, 무언가 괴리감이 들기는 하네요. 이유가 무엇일까요……
지능 판정
성공
원래 대공성의 손님방에는 등잔이 기본적으로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Kpc가 사용인들에게 따로 요청했다는 뜻이네요.
밤에 등잔을 쓰는 것은 일반적으로 무언가 읽거나 쓸 때니까…… 침대에서 비슷한 활동을 한 것 같습니다.
Kpc는 무엇에 등잔을 사용했던 걸까요?
실패
생각해보아도 잘 모르겠네요. 아마 착각이었나 봅니다.
깃펜
빛에 따라 오색 찬연한 색을 띄는 파란 깃털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아마 남부에서만 사는 새의 깃털로 만들어진 깃펜 같네요. 옆에는 작은 잉크병이 같이 놓여 있습니다.
지능 혹은 관찰력 판정
성공
왜 깃펜과 잉크병은 있는데, 종이는 없을까요?
실패
정말 예쁘네요. 북부의 투박한 새들만 봐온 당신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이 아름다운 빛깔입니다.
물병
사용인을 부를 수 없는 야심한 시각에 물을 마시기 위해 준비해놓은 듯한 물병입니다.
투명한 액체가 유리병 안에 담겨있네요.
(*탐사자가 마셔보거나 살펴도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그냥 물입니다.)
서랍
두개의 서랍이 있습니다. 아래쪽 서랍에는 자물쇠가 걸려있고, 위쪽 서랍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위쪽 서랍을 연다
서랍을 열자, 청은빛의 앙상한 가지들이 잘게 흔들립니다.
이것은……
그녀/그가 결혼식 날 꽃다발 대신 들었던 겨우살이네요.
심지어 부케를 묶은 리본까지 예쁜 모양으로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냥 버렸을 줄 알았는데, 이걸 간직하고 있었던 걸까요?
열쇠공 판정 성공 혹은 침대에서 열쇠를 찾아서, 아래쪽 서랍을 열면
작은 가죽 수첩이 안에 들어있습니다.
오랫동안 사용한 것처럼 손때가 타있네요.
수첩을 연다
수첩을 연 순간, 당신은 깨닫습니다.
이것은 그냥 수첩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건……
Kpc의 일기입니다.
*핸드아웃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들다.
부모님과는 단 하루도 같은 곳에서 살고 싶지 않아.
자식을 돈에 팔아넘기려 하는 사람을 과연 부모라고 부를 수는 있는 걸까……
나는 이 형편없는 인생을, 단 하루를 기다리며 버티고 있다.
나의 ■■을 ■■ 만날 그날.
다른 쪽을 보면
*핸드아웃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여덟 번째.
마지막일까?
(*회귀의 횟수를 쓰며 혼잣말한 것입니다.)
(**다른 페이지를 더 살펴도 특별한 내용은 없습니다. 그냥 일상적인 일기입니다. 대공성에 오고부터는 기록이 없습니다.)
책상
종이와 책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책상입니다.
정리가 되어있지 않아 그런지 특별히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없네요.
만약 책상을 정돈하면
책 한 권의 제목이 유독 눈에 띕니다.
《심화 독약학》이라고 쓰여있네요.
독약학……? 그런 책을 Kpc는 왜 가지고 있는 걸까요?
책을 펼쳐보면
*핸드아웃
■■는 역사적으로 많은 왕실과 귀족가에서 쓰여왔다. 그것의 가장 큰 특징인, 사용했을 때 흔적 없이 급사로 완벽하게 위장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런 ■■는 정적이나 증오하게 된 전 연인 등을 암살하는 데에 최적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의 제조법은 지금 소실되었다.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그것을 알고 있으리라 추정되며……
다음 페이지는 찢겨나간 듯 대부분이 소실되었습니다.
(찢겨나간 부분을 자세히 살피면, 다음 문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핸드아웃
하지만 는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것의 제 법은
(*다음 챕터에서 등장하는, 황제가 보낸 초콜릿 속 독이 ■■입니다. 전생을 통해 그것이 무엇인지 짐작하고 있던 Kpc는 대비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보고 있던 것입니다. 페이지가 찢겨나간 이유는 그것을 보고 해독제를 제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예배당
환상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모습의 예배당입니다.
금빛 촛대 위로, 고즈넉하게 켜진 촛불이 너울거리네요.
조금 전까지 누군가 있었던 흔적입니다.
누가 왔다 간 걸까요?
그때, 머리카락 한 올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머리카락을 자세히 본다고 선언하거나, 관찰력 판정
당신에게도 익숙한 빛깔이네요.
(Kpc의 머리색)입니다.
Kpc……?
Kpc일까요?
기도하러 이곳에 들렸던 걸까요? 신실한 편인지는 몰랐네요.
지능 판정
성공
……그런데, 여기까지는 어떻게 찾아온 걸까요?
예배당은 대공성의 꽤 구석진 곳에 있는데 말이죠.
게다가 본래라면 대공의 가족 말고는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서, 길을 아는 사용인도 거의 없습니다.
적어도 당신은 여기까지 어떻게 오는지 알려준 적이 없습니다. 만약 드미트리가 알려준 거였다면 Kpc가 어디에 있는지 알았을테니, 그도 아니고요.
이상하네요.
도대체 예배당의 존재를 어떻게 안 걸까요.
실패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예배당 내부를 다시 바라보면, 수십 개는 될 [금 촛대]와 그 위에서 넘실대는 불꽃이 눈에 띕니다.
일렬로 선 촛대들 뒤에는 보기만 해도 거룩한 기분이 드는 [성화]가 그려져 있네요.
그 아래엔 마호가니로 만든 [예배상]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예배드릴 때 성서 등을 올려놓고 사용하는 상, 탁자를 예배상이라고 합니다.)
금 촛대
순금으로 빚어낸 촛대들입니다.
이 많은 금 촛대를 장식해놓은 것을 보면 대공가의 재력을 알 수 있네요.
하지만 현재 불꽃이 켜진 양초는 한두 개입니다. 아마 Kpc가 켜고 간 것이겠죠.
촛대는 꽤 크키가 커서 버거워보이지만, 잘하면 당신도 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근력 판정에 성공시 촛대를 들 수 있습니다. 촛대 말고 양초만 빼내어 든다고 하는 경우에도 가능합니다.)
성화
신비로운 색감으로 그려진 유화입니다.
당신도 아는 이야기가 세 개의 그림에 나뉘어 담겨있네요.
어떤 그림부터 자세히 살피시겠어요?
첫 번째 그림
첫번째 그림은, 성녀의 강림입니다. 찬란한 후광에 둘러싸인 성녀가 온통 눈에 뒤덮인 세상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성녀의 표정은 만물을 굽어살피는 어머니처럼 자애롭습니다. 이렇게까지나 생생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다니, 실력이 뛰어난 화가로군요.
관찰력 판정 시
그림을 잘 살피면, 아래쪽에 두 남자의 인영이 작게 보입니다. 둘은 사냥용 활과 화살을 들고 있네요. 아마 전설 속에 등장하는, 성녀를 도운 두 친우인가 봅니다. 디테일이 놀랍네요.
두 번째 그림
두번째 그림에는 두 남자가 성녀에게 충성을 약속하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아득하게 펼쳐진 설원과 대조되게, 성녀가 밟고 선 땅에는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습니다. 기적과 같은 광경입니다. 아마 두 친우 또한 그 경이로운 모습을 보고 성녀를 믿게 된 것이겠죠.
성녀는 축복하듯이 두 친우의 이마에 손을 가볍게 대고 있습니다.
관찰력 판정 시
두 남자의 표정이 서로 다르네요. 첫 번째 친우, 즉 건국왕은 환하게 웃고 있는 반면. 당신의 조상인 대공은 다소 무뚝뚝한 얼굴인 것이 느껴집니다. 둘의 성격 차이를 표현했나 보아요.
세 번째 그림
마지막 그림 속에는 하늘로 돌아가는 성녀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허공에 떠 있는 그녀가 두 친우에게 손을 흔드네요. 두 친우는 무릎을 꿇은 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성녀가 사랑했던 이 땅을 지키겠다는 맹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저 높은 곳 구름 사이, 빛나는 형체가 보입니다. 아마 성녀의 아버지, 즉 신이시겠죠.
이후 이어지는 역사는 당신도 알고 있습니다. 대공은 북부로 올라와 당신의 조상이 되었고, 그가 했던 맹세는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지요. 북부의 대공가는 언제까지나 황실과 제국을 수호합니다.
관찰력 판정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 의아한 점이 드러납니다.
바로 그림의 붓 자국입니다.
이렇게나 완성도가 높은 그림인데, 붓 자국은 눈에 거슬릴 정도로 강하게 남아있어요.
……아니, 잠깐.
이건 붓 자국이 맞나요?
무언가 흘러내린 듯한 자국이 있는데요?
촛불을 그 자국에 가까이 가져다 대면
불길에서 가까운 곳에서부터 찬찬히, 그림이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색색깔의 액체가 바닥으로 흐릅니다. 새하얀 예배당 바닥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일 때까지.
그렇게 녹아내린 그림 뒤로 드러난 것은……
다른 그림입니다.
성녀와 두 친우의 모습은 여전히 같습니다.
달라진 것은……
신의 형체입니다.
'그것'의 색감을 말로 표현할 방법이란 없습니다.
그림인데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것'.
'그것'은 당신을 압도하며 어지럽히고 숨막히게 합니다.
이게 무슨……
저것은 도대체 무엇이죠?
San C 1/1D10
(*삿된 방식으로 진실을 알게 된 화가가 그린 그림입니다. 아마 그 이후 화가는, 파멸을 맞이했겠죠.)
예배상
고딕풍의 양식으로 우아하게 조각한 마호가니 예배상입니다. 그 매끈한 표면 위에는 은빛의 아름다운 [묵주함]과 두꺼운 가죽으로 만들어진 [성서]가 놓여있네요.
성서
표지를 살피면
가죽 표지에는 낯선 문양이 하나 새겨져 있습니다. 아마 어느 가문의 문장처럼 느껴지네요.
지능 판정
성공
아, 이것은 Kpc가 두고 간 물건인가 봅니다. 그렇다면 이 문양은 (Kpc 가문 이름) 자작가의 문장인가 보아요.
실패
대공가의 문장은 아닌데, 어떤 가문의 것일까요. 다른 사람이 두고 갔다는 점은 분명해요.
책 안을 열면
종잇장을 펼치자, 유려한 글씨로 인쇄된 내용이 보입니다.
*핸드아웃
아버지가 성녀를 부르니 마침내 하늘로 도로 올라갈 시간이 되었노라. 인간들이 무릎 꿇고 떠나지 말 것을 애원하매 그 울음소리가 천 리 밖까지 퍼져나갔더라.
성녀께서 눈물 흘리는 자들을 위로하며 미소 지으시길
"나는 반드시 돌아오리라."
그제야 그들이 안심하고 성녀를 보내니라.
당신도 알고 있는 성녀의 결말이군요. 하긴, 천상에서 온 존재가 영원히 인간들과 함께할 수는 없었겠죠.
그때, 페이지에 무언가 이물감이 느껴집니다.
이상하네요. 종이가 이렇게 두꺼웠던가요?
자세히 살피면,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가 붙어있습니다.
떼어낼 수 있을까요?
손재주 판정
성공
붙어있던 페이지가 분리되며, 그 사이에서 무언가 툭 떨어집니다.
작은 메모입니다.
*핸드아웃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 이런 방식을 의미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여기서 추가로 살핀다는 선언 혹은 관찰력 판정을 하면
메모는 성서의 다른 페이지들과 달리 사람의 손글씨로 쓰여 있습니다. 왠지 당신 눈에 익은 글씨체……
(*Kpc의 손글씨입니다. 이후 추가 판정 등을 통해 Kpc의 손글씨라는 사실을 알려주셔도 괜찮습니다.)
실패
무언가 묻어서 붙었나 봅니다. 안 떼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요.
묵주함
섬세하게 덩굴무늬를 새겨넣은 묵주함이 은빛으로 빛납니다. 장인의 예술혼이 느껴지는 소품이로군요. 이 아름다운 묵주함 안에는 무엇이 담겨있을까요.
열어보면
남색 벨벳 위에,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놓여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무 장식 없는 은반지 한 쌍입니다.
선언 혹은 지능 판정
성공
분명 흔하디흔한 은반지일 뿐입니다.
이 세상에 똑같이 생긴 반지가 만 쌍을 넘겠죠.
그런데도…… 유독 저 반지 한 쌍을 향한 기시감이 듭니다.
……이 반지.
환상 속 결혼식에서 Kpc가 똑같이 생긴 반지를 건네주지 않았었던가요?
실패
분명 흔하디흔한 은반지일 뿐입니다.
이 세상에 똑같이 생긴 반지가 만 쌍을 넘겠죠.
그런데도…… 유독 저 반지 한 쌍을 향한 기시감이 듭니다.
반지를 집어 들거나 껴보면
아주 오랫동안 당신의 것이었던 것처럼 감촉이 익숙합니다……
그때, 반지에서부터 찌릿찌릿한 감각이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그 감각은 당신의 손가락을 타고 팔 전체를 휘감아, 결국 온몸을 지배합니다.
몸이 마비된 듯 움직이지 않고, 시야가 아득하게 암전됩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무력하게 그 변화를 감내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정신을 차렸을 때 보이는 것은.
또 다른 환상입니다.
(*탐사자는 행동할 수 없습니다. Kp가 대신 탐사자의 대사를 출력해주시길 바랍니다.)
.
..
...
새하얀 눈밭 위에 발자국이 찍힙니다.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멀리 떠나야 하는 도망자 신분이건만, Kpc는 마냥 환하게 웃으며 당신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웨딩드레스 대신 입었던 흰 원피스 자락을 그러쥔 손에서 은반지가 빛납니다.
그것을 본 당신은 괜히 목이 멥니다.
탐사자: 미안해.
Kpc: 왜요?
……세상의 가장 귀한 것들을 주어도 모자란 사람이니까요.
그런 초라한 결혼식에 이런 도망자 신분이라니. 게다가 결혼반지마저도 볼품없죠. 이런 것들만 주려고 Kpc를 연모했던 것이 아닙니다.
당신만 아니었더라면 Kpc는 이런 취급을 받을 이유가 없었겠죠. 평범하게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을지 누가 알까요.
탐사자: 결혼반지까지도 스스로 준비하게 했잖아. 반드시…… 이번 일만 끝나면 황관에 달린 것보다도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를 너에게 줄게.
Kpc의 눈이 동그래집니다. 여전히 당신의 손을 잡고 눈밭을 달리면서, 그녀는 불현듯 웃습니다.
Kpc: 아까 괜찮다고 했잖아요. 나는 이게 행복한걸요. 다이아몬드 같은 것은 필요 없어요.
그리고 장난스레 물드는 Kpc의 얼굴.
Kpc: (탐사자의 애칭), 비밀 하나 알려줄까요?
Kpc: 사실 이건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영지에서 열린 장에서 산 물건이에요. 상인이 연인과 반지를 맞추면 그 사랑이 영원히 간다고 하길래, 어린아이답게 그 말을 믿었죠.
Kpc는 당신의 양손을 맞잡습니다. 두 개의 반지가 서로 부딪히며 빛납니다.
Kpc: 당신이 내가 찾은 영원이에요.
고요한 설원 속 떨리도록 선명한 서로의 숨소리.
언제 끝날지 불확실한 도망 생활과,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목숨.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은 선언합니다.
이 모든 불확실성 속에서 당신들의 사랑만은 불변할 것이노라고.
Kpc: 나는 이 반지를 볼 때마다 언제까지나 (탐사자의 애칭)을 떠올리겠죠.
왜인지 서글프게 느껴졌던 Kpc의 미소……
Kpc: 몇 번의 생이 지나도, 비록 당신은 나를 잊었을지라도……
...
..
.
환상은 Kpc의 속삭임과 함께 끝맺습니다.
눈을 다시 뜨면 당신은 예배당에 돌아와 있습니다.
마비된 것 같았던 몸이 다시 움직여집니다.
환상 속 손끝에서 느껴졌던 온기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아름답기만 했던 예배당이 왠지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비어버린 것처럼……
정원
사람 하나 없는 대공성의 정원은 고요합니다.
꽃 하나 피지 않는 정원에 존재하는 생명이란, 침엽수 몇 그루와 앙상한 가지를 흔들며 다 죽어가는 나무밖에 없습니다. 땅에는 초록빛 잔디 대신 흰 눈이 깔려있네요.
분명 삶보다는 죽음이 가득한 광경이지만 나름의 정적인 운치가 있습니다. 조용히 정원을 거닐면 눈이 소복소복 밟히는 소리만이 들려옵니다.
몇 가지 지형물이 눈에 띄네요. 바로 회색빛의 돌로 깎인 [조각상]과 새하얀 눈이 가지 위로 쌓인 [침엽수], 그리고 발자국 하나 없이 깨끗한 [눈밭]입니다.
조각상
거대한 검을 땅에 짚고 있는 남성의 조각상입니다. 누구인지 따로 생각하거나 조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바로 초대 대공입니다.
아무도 맡지 않으려 하는 혹독한 땅을 지키겠다 맹세한 자랑스러운 조상. 어린 당신은 이 조각상을 바라보며 당신도 뛰어난 지배자가 되겠노라 결심을 되새기곤 했죠.
미소 하나 없는 무표정한 얼굴은, 어릴 때는 위엄있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왠지, 쓸쓸해 보인다는 생각이 드네요……
행운 판정
성공
그때, 무언가 당신의 눈에 띕니다.
바로 조각상의 받침대 부근이에요. 늘 눈에 덮여있던 부위인지라 단 한 번도 신경 쓴 적이 없었죠.
하지만 불현듯 궁금해지는 것도 같습니다. 받침대에도 뭔가 있을까요?
받침대에 덮인 눈을 파헤치면, 꾹꾹 누르듯 새겨진 문장이 보입니다.
언제까지나 기다리겠습니다.
실패
어릴 때부터 봐왔던 조각상인지라, 더 이상 볼 것은 특별히 없습니다.
침엽수
온통 백색인 세상에서 유일하게 푸른빛을 띠고 있는 식물입니다. 침엽수에 가까이 다가가자 특유의 시원하고 기분 좋은 향기가 느껴지네요. 진녹색 바늘잎을 장식한 눈송이들은 마치 디저트 위에 뿌려진 설탕을 보는 것 같습니다.
왜일까요. 오늘 따라 이것을 보니 정신이 아득하네요.
마치 꿈속에서 이 장면을 이미 보았던 것처럼.
침엽수를 만지거나 그 아래에 앉으면
.
..
...
오래된 꿈을 꾸었던 것 같습니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슬픔만은 생생합니다.
아주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잊어버린 것처럼. 그저 먹먹하고 서글픈 이 기분은……
??: 쉬이. 조금 더 자요.
다정한 손길이 당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습니다.
겨울바람에 바늘잎들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의문의 상대는 당신을 정말 다시 재우려는 듯이, 작게 자장가를 속삭이기 시작합니다.
??: 눈 내리는 날에 태어난 아가…… 하얀 눈밭을 이불 삼아, 겨울 오두막을 베개 삼아 어서 자련……
맑은 목소리가 읊조리는 노랫가락은 달콤합니다. 이대로 영원한 잠에 빠져도 좋을 것처럼. 하지만, 아쉽게도 당신은 이미 잠에서 깨어난 지 오래입니다.
당신이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Kpc: (탐사자의 애칭), 깼어요?
엷게 미소 지으며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Kpc의 얼굴입니다.
새하얀 역광이 그녀/그의 머리 뒤에서 비춥니다. 마치 사람이 아니라 지상에 강림한 천사를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짙푸른 침엽수 가지들이 당신과 Kpc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우네요. 그 사이로는 구름 한 점 없는 겨울 하늘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린 듯이 완벽하고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당신의 머리 아래로 느껴지는 것은 분명 Kpc의 허벅지입니다.
아, 그래요. 기억납니다.
당신은 Kpc에게 무릎베개를 받으며 짧은 낮잠을 취하는 중이었죠.
Kpc: 조금 더 주무세요.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정원 한가운데서 그렇게 된 이유가 뭐냐면…
Kpc: (어두운 표정으로) 그렇게 과로하신 줄 알았으면 함께 산책하러 가자는 말은 하지 않았을텐데.
급한 안건이 생겨 며칠 밤을 새웠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Kpc가 걱정하길 바라지 않았던 당신은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산책하러 가자는 말에도 함께 나갔죠. 당신의 피로감 따위보다는 Kpc가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훨씬 중요했으니까요.
산책 도중 갑자기 휘청이며 바닥에 넘어지고 나서야 사실을 털어놓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급하게나마 Kpc가 자신의 무릎을 빌려주며 쉬게 한 것이고요.
그때, 몸이 묘할 정도로 상쾌하다는 점을 깨닫습니다.
분명 잠깐만 잤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며칠 밤을 샌 피로가 모두 사라지고 없습니다.
또한, 밖에서 갑자기 쓰러져 잤으니 몸이 얼어붙어야 마땅한데 춥기는커녕 오히려 훈훈한 온기가 돕니다.
(*Kpc의 권능을 사용해 돌봐주었습니다.)
그리고 점차 잠을 깨며, 당신은 중요한 사실을 하나 더 깨닫습니다.
바로 이곳은 환상 속이라는 사실을.
현실의 당신은 사라진 Kpc를 찾아 헤매는 중이었죠. 그런데 여기선 Kpc가 바로 눈앞에 있으니 묘하기만 합니다.
지능 판정
성공
……그런데 이상하네요.
환상 속에서는 몸을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것 아니었던가요?
항상 몸이 굳은 듯한 괴이한 기분이 느껴졌었습니다.
헌데 지금은 그런 느낌이 없습니다.
입을 열거나 움직이면, 그냥 되려나요?
실패
다른 환상들과는 무언가 다른듯하지만,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 경우 Kpc가 탐사자에게 질문해서 답하게 하는 등,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도록 유도해주세요.)
(Rp 구간)
추천하는 Rp
-눈사람 만들기
-눈싸움
-마저 산책
-무릎베개하고 대화
(다른 환상과 마찬가지로, 탐사자가 환상 등에 관련된 자신의 의문을 물어봤자 Kpc는 답할 수 없습니다. 성녀나 Kpc의 정체에 대한 물음은 어물쩍 넘겨주세요.)
...
..
.
스르륵 눈을 뜨면, 당신은 침엽수 아래에 누워있습니다.
환상에서 처음 깨어났을 때와 마찬가지로요.
하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Kpc가 당신의 곁에 없습니다.
당신은 오롯이 혼자입니다.
이 겨울의 정원 속에서.
눈밭
당신은 저벅저벅, 새하얀 눈밭 위에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이내 눈이 뽀드득 밟혀나가며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백지 위에 당신의 흔적이 아로새겨집니다.
어쩌면 그것을 바라보는 당신은 눈을 처음 보았던 어린아이처럼 묘한 뿌듯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네요. 혹은 깨끗하던 눈밭이 더럽혀지는 것 같아 안타까울까요?
어쨌거나, 하나만은 확실합니다.
발자국 하나 없는 이 눈밭에 길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사람은 당신 하나뿐이라는 것.
홀로 남은 발자국이 쓸쓸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왜일까요, 대공으로서 당신의 삶이 생각나는 것은……
그때, 무언가 당신의 눈에 띕니다.
관찰력 판정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꽃입니다.
(Kpc의 상징색) 꽃.
자칫하면 밟고 지나갈 정도로 작디작은 꽃망울이 두터운 눈 이불을 뚫고 피어나 있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이곳은 북부잖아요. 꽃이 필 수 없는 북부.
받아들일 수 없는 무언가를 발견한 당신, 혼란에 빠져 이성이 흔들립니다. San C 0/1d2
(모든 조사가 끝나면)
휘이, 휘이이이. 스산한 겨울바람이 귓전을 간질이고 떠나갑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당신은 깨닫습니다.
바람 소리에 언젠가부터 다른 소리가 섞여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그것은 노랫가락입니다.
흐느낌처럼 여리고 구슬픈 음색이 희미하게 들려옵니다.
만약 그 소리의 진원지를 향하여, 당신이 고개를 든다면 한 풍경이 보입니다.
활짝 열린 창문.
그 창문턱에 누군가가 앉아 다리를 달랑이고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아래로 추락할 듯 위태롭게.
이것은, Kpc……?
9. 당신이 나를 잊을지라도
당장 대공성 안으로 뛰어 들어간 당신은, 미친 듯이 계단을 내달립니다.
다행히도 당신은 그녀/그가 창문턱에 걸터앉아있던 방이 어디인지 알고 있습니다. 대공성의 지리는 손바닥 안처럼 잘 아니까요.
도착해 문을 열어젖히자, 한 뒷모습이 보입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가냘프고 연약하게만 느껴지는 뒷모습이.
겨울의 새하얀 햇살을 받으며, 그녀/그는 아슬아슬하게 몸을 앞뒤로 흔들고 있습니다.
당신의 소리를 들은 것인지, 그녀/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립니다.
그리고 당신이 마주한 것은.
하얀 햇살을 받아 빛나는 Kpc의 옆얼굴입니다.
공기 중으로 흩어질까 두려울 정도로 공허한.
Kpc: ……
인간의 것 같지 않게 텅 비어있는 그 눈동자가 당신을 응시합니다.
창백한 입술이 당신을 향해 몇 번 달싹입니다.
무어라 말하려는지 알아듣기도 전에, 그녀/그의 몸이 크게 휘청입니다.
창문 너머를 향하여.
민첩 판정
성공
당신은 창문 바로 앞까지 도달했습니다. 여기서 팔만 뻗어 Kpc를 잡으면……!
실패
Kpc를 향해 내달리던 중, 당신은 그만 발을 헛디뎠습니다.
다시 일어나려던 찰나, 당신의 시야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아로새겨집니다.
바로 낙화하는 꽃 한 송이처럼 바닥을 향해 추락하는 Kpc.
당신은 다급하게 아래를 향해 내달립니다.
지금 가봤자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든 것이 늦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금이라도 돌이킬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질주합니다.
……그리고 정원에 도착한 당신의 눈에 비추는 것은.
백색 눈밭 위에 채 바닥에 누워있는 Kpc의 몸입니다.
그녀/그는 마치 동화 속의 공주처럼 눈을 감고 있습니다.
두려울 정도로 아름답게.
(관찰력 판정 혹은 Kpc를 확인해보는 롤플 후)
새하얀 숨결이 위로 피어오릅니다.
줄곧 눈을 감고 있던 Kpc가 느릿하게 눈꺼풀을 엽니다.
이어 보이는 것은 위층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멍하기 그지없는 눈동자였습니다.
(*Kpc가 멀쩡한 것은 아래 깔린 두꺼운 눈이불 덕분입니다.)
이전 판정 성공시, 근력 판정
성공
Kpc의 몸이 창문 밖으로 넘어가기 직전, 당신은 그녀/그의 옷자락을 붙잡습니다.
여전히 밖을 향하여 휘청이는 몸을, 굳건한 힘으로 끌어당깁니다.
Kpc의 몸은 당신의 품속에 안착합니다.
그녀그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온기가 느껴지네요.
Kpc: ……
방금 있었던 일에도 불구하고, Kpc의 표정은 허망할 뿐입니다.
동요 하나 없이 무감각한 얼굴.
그것은 흡사 인형과도 같았습니다.
실패
다급하게 다가가 Kpc의 옷자락을 붙들었습니다.
그러나, 손끝에서 무참할 정도로 가볍게 빠져나갑니다.
당신의 시야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아로새겨집니다.
바로 낙화하는 꽃 한 송이처럼 바닥을 향해 추락하는 Kpc.
당신은 황급히 아래를 향해 내달립니다.
지금 가봤자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든 것이 늦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금이라도 돌이킬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질주합니다.
……그리고 정원에 도착한 당신의 눈에 비추는 것은.
백색 눈밭 위에 바닥에 누워있는 Kpc의 몸입니다.
그녀/그는 마치 동화 속의 공주처럼 눈을 감고 있습니다.
두려울 정도로 아름답게.
(관찰력 판정 혹은 Kpc를 확인해보는 롤플 후)
새하얀 숨결이 위로 피어오릅니다.
줄곧 눈을 감고 있던 Kpc가 느릿하게 눈꺼풀을 엽니다.
이어 보이는 것은 위층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멍하기 그지없는 눈동자였습니다.
(*Kpc가 멀쩡한 것은 아래 깔린 두꺼운 눈이불 덕분입니다.)
탐사자, 당신은 Kpc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나요.
왜인지 두려웠나요? 혹은 무모한 행동에 화가 나나요. 그녀/그의 의도가 궁금해질지도 모르겠네요.
어느 쪽이든 하나만은 확실합니다.
그녀/그에게 직접 묻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창문턱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당신이 질문하면,
Kpc는 아스라이 미소 지었습니다.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몽롱하게.
Kpc: 그냥…… 옛날 생각을 조금 하고 있었어요.
그 순간, 머리가 깨지는듯한 두통이 치밉니다.
그리고 당신의 의지에 반하여 고막을 지배하는 목소리.
??: 당신은 또다시 나를 잊겠죠.
??: 지난번에도, 지지난번에도, 지지지난번에도. 늘 그랬듯이……
??: 하지만 괜찮아요.
??: 아무리 당신이 나를 잊어버려도, 나는 당신을 찾아갈 테니까.
환각과 현실 사이에서 Kpc의 얼굴이 비칩니다.
손을 대면 흩어져버릴 것처럼 처연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
당신은……
탐사자는……
그 찰나.
당신이 미처 생각을 끝마치기도 전에, 요란한 트럼펫 소리가 정신을 깨웁니다.
이건…… 설마?
그리고 이어 드미트리가 허겁지겁 뛰어옵니다.
드미트리: 주인님, 여기 계셨습니까?
드미트리의 옷매무새는 잔뜩 흐트러져 있습니다. 그만큼 급하게 뛰어왔다는 뜻이겠지요. 대공성의 집사로서 기품을 지켜야 한다며 늘 몸가짐 하나 허투루 하지 않던 드미트리입니다. 그런데 저 산발이 된 백발이며…… 불안한 얼굴은 무엇일까요.
만약 당신이 드미트리에게 물으면, 그가 애써 침착한 척 말합니다.
드미트리: 황실의 사자가 찾아왔습니다.
……이렇게나 갑자기?
10. 황실의 사자
금장을 두른 소파들이 배치된 응접실.
세 사람이 앉아있습니다.
두 사람은 같이, 한 사람은 홀로.
혼자 앉은 사람이 입을 엽니다.
황실의 사자: 갑자기 왔는데도 불구하고, 환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과 Kpc는 황실의 사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래요. 정말 갑작스러운 방문이었죠.
통신구를 통해 황실에 결혼 소식을 전한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빨리 온 걸까요?
이동 스크롤을 쓴 것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속도인데……
설마, 진짜일까요? 한 장이 저택 한 채 값에 필적하는 그 이동 스크롤을 사용했다고요?
겨우 결혼식 축하를 하기 위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생각에 빠지기 전에, 사자의 목소리가 정신을 깨웁니다.
황실의 사자: 황제 폐하의 뜻을 대변하여, 제가 대신 인사드립니다. 결혼을 경하드리옵니다, 대공 전하.
황실의 사자는 다소 능글맞게 눈웃음치며 손가락을 튕깁니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인들이 가져온 선물을 내려놓습니다. 커다란 상자들이 바닥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황실의 사자: 이번에 속국에서 공물로 들어온 물건 중에서도 가장 귀한 것들을, 황제 폐하께서 직접 엄선하셨습니다.
이 자리에서 뜯어봐도 된다는 듯이 손짓을 하네요. 당신의 속마음이 어떻든, 그 권유에 굳이 반대하지 않고 선물상자를 열어보는 편이 이로울 것 같네요.
뚜껑을 열 때마다, 뭇사람들을 놀라게 할만한 물건들이 펼쳐집니다.
손톱만한 다이아몬드가 박힌 황금 와인잔, 멸종되어가는 오색빛깔의 새 깃털로 만든 머리 장식, 백수정과 오닉스를 깎아만든 체스판, 고대 왕국의 유물.
……황제 폐하께서 확실히 신경을 써주셨나 보군요. 대공인 당신조차 구하기 힘든 물건이 몇 섞여 있습니다.
그러던 중, 선물 상자 하나가 눈에 띕니다. 다른 것들보다 유난히 작은 상자 하나가.
황실의 사자: 아. 저것을 보고 계셨습니까?
황실의 사자는 미소 지었습니다.
황실의 사자: 이것이야말로, 황제 폐하께서 내리신 특별선물입니다. 한번 열어보시지요.
……이 대단한 물품들 사이에서 특별선물이라니. 도대체 무엇일까요.
당신이 상자 뚜껑을 열면, 예상과는 다른 무언가가 보입니다.
까만색에, 달콤한 향을 풍기는 이건……
……초콜릿?
황실의 사자: 황실의 파티쉐가 만든 최고급 초콜릿입니다. 백 년에 한번 열린다는 귀한 열매를 넣고, 위는 금박으로 장식했지요.
얘기를 들으니 귀한 것 같기도 한데, 여전히 납득은 가지 않네요. 아무리 그래도 초콜릿이 특별선물이라니……?
황실의 사자가 당신을 채근합니다.
황실의 사자: 자, 어서 하나 먹어보십시오. 황제 폐하의 성의입니다.
그 찰나입니다.
당신의 옆모습을 찌르는듯한 시선이 느껴지는 것은.
당신이 고개를 돌리자, 줄곧 조용했던 Kpc가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늑대의 것처럼 형형한 눈길.
그녀/그가 조용히 입술을 달싹입니다.
입 모양으로 읽히는 문장은……
"먹지 마세요."
그리곤 당신이 막기도 전에, Kpc는 웃음을 지으며 손을 뻗습니다.
Kpc: 감사합니다. 맛있겠네요.
까맣고 동글동글한 초콜릿 한 알이 Kpc의 입술 안으로 사라집니다.
(*Kpc가 독을 먹은 이유는, 심문 챕터에서 언급될 법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황실의 사자를 잡아 증거를 만들려면 대공가의 누군가가 독을 먹는 수밖에 없었죠. 탐사자에게 먹일 수는 없으니 자신이 먹은 것이었고요.)
황실의 사자는 다소 당황한 표정입니다.
황실의 사자: 그, 그…… 대공비 전하보다는 대공 전하가!
왜 이리 더듬거릴까요? 그는 어쩔 줄을 몰라 합니다.
마치 계획했던 무언가가 어그러진 사람처럼.
그리고 다음 순간.
Kpc의 얼굴이 눈에 띄게 창백해집니다.
Kpc: ……
핏기 하나 없는 입술이 무어라 말하려는 듯 달싹입니다. 하지만 그 소리는 끝까지 나가지 못하고, 입술은 도로 닫힙니다.
Kpc의 몸은 허수아비처럼 힘없이 휘청거립니다. 그리고.
그녀/그의 몸이 아래로 쓰러집니다.
사용인: 꺄악!
누구인지 모를 사람의 비명이 귀가 아플 정도로 울려 퍼집니다.
의원을 불러야 합니다. 대공성에 상주하는 의원은 어디에 있는 거죠?
정신을 차리니, Kpc를 방의 침대로 옮긴 후입니다.
Kpc는 그 시간 내내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하얀 이불 위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으로 누운 Kpc는 마치 새하얀 백합이 쌓인 관에 누운 시체처럼 보입니다.
호흡을 확인해보면, 불규칙하고 여린 숨만이 느껴집니다. 언제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그녀/그는 이대로 죽는 걸까요. 의원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호흡을 확인하느라 둘의 거리는 가까워진 상태입니다.
당신이 몸을 떼어내려고 한 찰나였을까요.
자칫하면 듣지도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가 웅얼거립니다.
듣기 판정
성공
Kpc: 주머니 안에……
실패
Kpc: ……안에…… 있어요.
(탐사자가 Kpc의 옷을 확인해본다고 선언했을 때)
아니나 다를까, 드레스 치맛자락 사이에 작은 호주머니가 달려있습니다.
그 안을 뒤져보면……
작은 유리병 하나가 손에 잡힙니다.
그것을 꺼내면, 오묘한 빛깔의 액체가 영롱하게 빛납니다.
투명한 것 같기도, 색을 띤 것 같기도 한 신기한 느낌.
당신은 어떻게 할 건가요, 탐사자?
(만약 탐사자가 Kpc에게 액체를 먹이면)
새파랗게 질렸던 얼굴이 점차 혈색을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립니다. 이내 보인 (Kpc의 눈색) 눈동자는, 당신을 오롯이 마주 보았습니다.
Kpc: ……대공 전하?
그래요. 당신입니다. Kpc의 대공인 탐사자.
또한 당신의 대공비인 Kpc.
그녀/그가 드디어 눈을 떴습니다.
(Rp 후)
다만, 의문이 드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Kpc는 어떻게 알고 해독제를 주머니 속에 가지고 있던 걸까요?
마치……
줄곧 이날을 기다려온 사람처럼.
(*Kp 정보. 초콜릿에 들었던 것은 Kpc의 방에서 발견되는 핸드아웃 속 독과 동일합니다. 매 생마다 황제는 그 독으로 탐사자를 암살하려 시도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찢겨나간 페이지는 Kpc가 뜯은 것이고, 해독제 제조법입니다.)
한 번 질문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탐사자?
대인기능 판정
성공
Kpc는 아스라이 미소 지으며 대답합니다.
Kpc: 늘 있었던 일이니까요.
……남부에서 늘 독살 위협에 시달리기라도 했던 걸까요?
실패
그녀/그는 살짝 당신의 시선을 비끼며 대답합니다.
Kpc: ……혹시 몰라서 늘 가지고 다녀요.
마치 항상 독살위협에 시달리기라도 하는 것 같은 말이네요. 하지만 한미한 가문이지 않았나요? 그럴 일이 있나?
당신이 추가로 더 질문하기도 전에, Kpc는 당신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급하게 부탁합니다.
Kpc: 대공 전하, 어서 황실의 사자를 붙잡으세요. 황실은 증거가 없다며 빠져나가려 할 거예요. 얼른요!
당신은 결국 그녀/그를 침실에 두고 빠져나갑니다. 복도에 대기하고 있던 병사를 이끌고, 응접실로 향합니다.
다행히 황실의 사자는 아직 여기에 남아있습니다. 얼굴이 종잇장처럼 새하얗게 질려 덜덜 떨고 있기는 하지만요.
당신이 명하자, 병사들은 사자의 팔다리를 붙잡습니다.
사자는 발버둥치며 악을 지릅니다.
황실의 사자: 내가 누군지 알고도 이러는 건가? 나는 황제 폐하의 사자다! 나를 감히! 어서 놔! 놓으란 말이야!
당신이 눈짓하자 병사들은 황실의 사자를 끌고 어딘가로 향합니다.
아마도 지하감옥의 심문실로 이동시키려는 거겠죠.
……다행히 Kpc를 살릴 수 있었지만, 끝맛이 깔끔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당신의 시선이 Kpc가 있을 방향으로 향합니다.
이 감정의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요.
11. 심문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귓전을 울립니다. 뚝, 뚝, 뚝.
지하감옥 안은 기분 나쁜 습기로 가득합니다. 마치 걸음걸이마다 축축함이 달라붙는 것만 같습니다.
당신이 걸어가자 간수들이 허겁지겁 일어나 인사를 해옵니다. 하지만 그 인사를 일일이 받아줄 시간은 없습니다.
지금 당신에게는 가야 할 목적지가 있거든요.
지하감옥 가장 깊은 곳.
고문실 옆에 자리한 작은 독방 하나.
대대로 대공성의 심문실은 고문실 옆에 자리했다고 하죠. 옆방에서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을 들어야, 자신이 그렇게 되기 전에 어서 실토해낼 테니까요.
미리 가지고 온 열쇠로 철문의 문을 열자, 쇠창살로 인해 나누어진 방이 보입니다. 공간의 반은 죄수의 자리로, 나머지 절반은 심문자가 있을 곳으로.
들어가자마자 귀가 찢어질 것 같은 소음이 들립니다.
황실의 사자: 날 놓아줘! 당장 놓아주라고!
눈물 콧물에 범벅된 얼굴이 흉하게 울부짖고 있습니다. 양손은 쇠창살을 잡아 흔들려하고 있네요. 어리석기도 하죠.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쇠창살이 꿈쩍할 리는 없을 텐데.
당신을 발견한 그는, 벌개진 눈으로 엉금엉금 최대한 쇠창살 가까이 붙습니다. 그리곤 협박하듯 외치는 말.
황실의 사자: 나에게 이러고도 멀쩡할 것 같소, 대공? 나는 황제 폐하의 전령이오! 당신이 지금 저지르는 일은 황제 폐하를 향한 반역이나 마찬가지야!
꽤 일리 있는 말이네요.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그는 제국의 역사에 관해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듯합니다.
초대 대공은 태조가 이 나라를 세울 때 함께한 친우입니다. 그 공로를 인정해 태조는 북부의 방대한 땅을 떼어주었으며, 여러 권리를 인정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사병을 유지할 권리이며, 개중에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대공 및 대공비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람이 나타날 시, 대공가는 그 사람을 자의적으로 처분할 수 있다. 설령 황실과 관련된 인물일지라도.」
당신이 그 사실을 황실의 사자에게 일깨워준다면, 그의 얼굴은 창백해집니다.
황실의 사자: ……아,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그리곤 발작적으로 손톱을 깨물며 중얼거리기 시작합니다.
황실의 사자: 폐하께서는 분명 나를 보호해주겠다고 하셨는데……
무슨 일인지 정확히는 몰라도, 그도 황제에게 이용당한 모양입니다.
뭐, 하지만 당신에게 중요한 일은 아니죠.
문득 주머니에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만약 당신이 물건을 꺼내 보면, 그것은 바로 영상석입니다. 사건을 촬영해 고스란히 다시 볼 수 있게 해주는, 값비싼 아티펙트.
아까 지하감옥에 내려오기 전에 미리 준비했었죠.
황실의 사자가 정신이 팔린 사이 어서 바닥에 놓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황실의 사자가 잘 담기는 각도로 그것을 배치하고 나면……
심문을 시작할 시간이네요.
방 안에는 심문을 위한 여러 가지 물품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첫째로는 죄수를 겁주는 용도로 놔둔 고문 도구. 당연하지만, 아무리 자의적인 처분이 가능하다고 해도 상대는 황실의 사람이니 겁만 주는 것이 좋겠죠.
(*Kp 노트: 고문 도구라는 묘사가 불편하다면, 검 등의 평범한 무기로 개변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두 번째로는 당신의 보좌관이 미리 놔둔, 황실 사자의 가문과 관련된 문서들. 친척이 저지른 범죄행각부터, 황실 예산을 야금야금 빼돌린 일까지. 온갖 죄목이 적혀있네요. 좋은 협박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자의 가족 초상화가 하나 놓여있네요.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가족이란 족쇄로 쓰기에 가장 좋은 주제이죠. 가족과 함께 투항하라 권유하든, 혹은 좀 더 악랄한 말을 하든……
(Rp 구간.)
얻을 수 있는 정보
-황제가 날 보낸 것이 맞다.
-대공을 죽이려 하는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대공을 황제로 세우려 하는 반역도들이 존재한다. 또한, 사병조직과 태조로부터 부여받은 권리를 가진 대공가를 두려워하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한다.
-선대 대공과 대공비 또한 황제가 죽였다. 눈보라에 휘말린 마차 사고로 위장하여 암살자를 사용한 것이다.
-황제가 당신의 결혼을 바란 것은 상투적인 말이었을 뿐이다. 대외적으로 대공가와 사이좋은 황실이 오랫동안 미혼인 대공을 가만히 두면, 정치계의 의심을 살 테니 말이다. 사실은 당신이 부모와 관련된 트라우마로 인하여 가정을 만들지 않을 거라 믿고 있었다. 당신만 결혼하지 않으면 대공가의 대가 끊길 테니 문제도 없고 말이다. 그런데 결혼을 해버리니 위협을 느꼈고, 독살 시도를 감행했다. 만약 성공했다면 새 신부에게 죄를 뒤집어씌웠을 것이다.
-초콜릿에 든 독은 황실의 비기로 전해 내려오는 것이다. 독이라는 증거 성분이 남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선물들에는 독이 없다. 값비싼 선물들을 보낸 이유는, 대공이 황제의 호의를 의심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대공이 죽었을 때 회수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모든 것을 털어놓고, 황실의 사자는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습니다.
바닥에 놓인 영상구에서 마침 깜빡이는 빛이 퍼져 나오네요. 녹화 시간이 끝났나 봅니다.
……늘 당신을 위하는 척 굴었던 황제였습니다. 어릴 적 부모를 잃은 당신에게, 이제 자신을 삼촌으로 생각하라며 위로하기까지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런 모략을 숨기고 있었다니요.
이제 당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탐사자.
비밀을 알게 된 이상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모든 것이 결정될 기준점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살아남을지, 혹은 죽을지.
12. 꿈속
이후 며칠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참모진과 논의해보았지만, 당신은 아직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입니다.
함부로 정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지요.
당신의 선택 하나에, 북부 사람 전체가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릅니다.
……그 며칠 동안, 당신은 Kpc를 통 보지 못했습니다.
가끔 마주치더라도, Kpc는 금방 시선을 피하며 다른 곳으로 가버렸지요. 다른 할 일이 있다면서요.
의아한 것투성이입니다.
수상한 Kpc, 대공성에 닥친 위기……
어느새 밤이 되어, 침대에 누울 시간입니다.
지도자로서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해야죠, 탐사자.
당신이 쓰러지면 모두가 무너져요.
당신이 눈을 감으면, 곧 정신이 암전됩니다.
.
.
.
당신은 도망치고 있습니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펑펑 내리는 새하얀 눈송이 사이로, 희멀건 재가 섞여 날아옵니다.
온통 두렵고 차가운 이 혹한의 세상에서 느껴지는 온기란 하나밖에 없습니다. 당신을 붙잡은 Kpc의 손.
Kpc: 달려요, 대공 전하.
겁에 질린 얼굴로, 그녀/그가 말합니다. 어쩌면 그 목소리는 절박하기까지 합니다.
Kpc: 멀리멀리 가셔야 해요, 대공 전하. 설령 저와 함께 가지 못할지라도.
……하지만 당신은 Kpc를 두고 가고 싶지 않습니다.
Kpc는 당신의 연인입니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연인.
Kpc는 자신을 두고 가라고 말했는데도, 당신의 발걸음은 자꾸 속도 느린 Kpc에 맞춰 멈춰 서게 됩니다.
그리고 돌아보게 됩니다.
당신이 떠나온 뒤를.
그을음에 새까맣게 물들어, 시뻘건 불길이 살라먹고 있는 대공성을.
Kpc: 전하!
Kpc가 당신의 얼굴을 잡고 도로 앞으로 돌립니다. 그러나 당신의 시선은 자꾸 뒤로 향합니다…… 걸음은 자꾸 느려집니다……
비단 Kpc뿐 아니라, 당신에게는 지켜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키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공가의 사용인, 영지민들……
못난 주인을 둬 죽임당할 자들.
내버린 생명의 무게가 발등을 짓누릅니다. 당신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만듭니다.
Kpc: 전하, 안 돼요. 정신 차리세요.
Kpc는 그런 당신의 얼굴을 붙잡고 시선을 맞춥니다. 간곡하게 애원합니다.
Kpc: 전하께서 무사해야 대공가도 구할 수 있어요. 일단 도망치세요. 제발, (탐사자의 애칭)……
그녀/그의 애원에 멈췄던 당신의 발이 다시 움직입니다.
그녀/그와 함께 눈바닥을 지르밟으며 뛰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나 봅니다.
도망갈 수 있을 때 도망치지 않고 안일하게 군 벌을 받는 걸까요.
뾰족한 화살촉이 당신의 등거죽을 뚫고, 심장까지 박혀듭니다.
핏물이 목젖까지 차오릅니다. 당신의 입에서 흘러나온 붉은 피가 백색 눈밭을 적십니다.
당신은, 바닥으로 쓰러집니다.
느리게, 또 느리게.
Kpc: 안돼!
죽음 전에 세상이 느려진다는 것은 이런 걸 의미했나 봅니다.
쓰러지는 당신을 향해 손을 뻗는 Kpc가 또렷하게 보입니다. 그녀의 뺨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눈물의 궤도가 선명합니다.
Kpc: ……안돼, 나의 전하. 이럴 순 없어……
Kpc는 당신을 부여잡고 주저앉아 허망하게 중얼거립니다. 안된다는 말을 반복하는 모습은 광인 같기도 합니다.
둘의 세상은 멈춰있는데 주변은 여전히 움직이네요. 승리의 함성을 지르는 병사가 말을 타고 달려옵니다.
조금만 있으면 Kpc마저 사살당할 것입니다.
도망쳐, 도망치라고. 외치고 싶지만, 당신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그 찰나.
Kpc: 걱정하지 말아요, 나의 전하.
Kpc의 눈이 번들거립니다.
또 다른 화살이 날아옵니다. 그것이 Kpc의 목을 꿰뚫기 직전.
Kpc: 이번에도 내가 당신을 구할게요. 이번에도 되돌려서……
눈이 멀 듯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옵니다.
그리고, 그것이 기억의 끝입니다.
13. 마지막
당신은 낯선 고함에 깨어납니다.
??: 진격하라!
어디선가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과, 박자 맞춰 울리는 수백의 발소리.
무언가……
지독하게도 익숙한 소음입니다.
왜냐면 방금 깨어난 꿈속에서도, 당신은 비슷한 소리를 들었거든요.
그리고 울리는 사자후.
??: 반역자 (탐사자의 이름)을 처단하라!
……그건 당신의 이름이잖아요.
당신이 자리에서 일어나면, 침실 밖으로 난 창이 하나 보입니다.
그곳을 통해 빼곡하게 모여 대공성으로 진격하고 있는 병사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치 정말 꿈속의 광경처럼.
관찰력 판정을 하거나 창밖의 풍경을 자세히 보면, 간간이 휘날리는 황금빛 깃발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황실의 상징이지요.
이들은 황제가 보내온 군대입니다.
며칠 전 사자를 추궁해 알아낸 것처럼, 황제는 당신을 위협으로 생각하고 있지요.
사자가 성공 소식을 보내오지 않으니 독살이 실패한 것을 알고, 다급해졌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당신을 반역자로 모는 거라고요?
황실에 몇백 년 동안이나 충성해온 대공가를?
허무하기 그지없는…… 결말입니다.
그때, 소리 없이 다가온 손길이 당신의 손목을 붙잡습니다.
Kpc입니다.
Kpc: 대공 전하, 도망쳐야 해요.
절박한 얼굴로, Kpc가 당신의 팔을 잡아당깁니다.
Kpc: 어서 가요, 제발……
당신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Kpc의 말대로 도망치느냐, 혹은 꿈속처럼 개죽음을 맞이할지라도 남느냐.
탐사자는 영원한 겨울의 땅을 다스리는 지배자로서, 당신의 백성들을 지키겠습니까?
도망친다-> 엔딩1
도망치지 않는다-> 이어서
남겠다는 당신을 보며, Kpc는 허망한 눈빛을 합니다.
그녀/그의 손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습니다. 아마 두려움에 의해서겠죠.
하지만 이미 알고 있나 봅니다. 이 정도로 단호하게 결심한 당신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Kpc: 그래요.
그녀/그는 가까스로 미소 지었습니다.
Kpc: 제가 어찌 전하의 선택을 가로막겠어요. 그렇다면,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Kpc는 침실 벽에 장식용으로 걸려있던 검 액자를 하나 뜯어냅니다. 비록 각종 보석이 박힌 예장용 검이지만, 검신만은 날카롭게 갈려있습니다. 이국의 장인이 만든 것을 예전에 선물 받았었죠.
Kpc는 망설임 없이 액자를 바닥에 던집니다.
와장창!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액자 유리가 부서집니다.
바닥에서 검을 들어 올리는 Kpc의 모습은 꽤 익숙해 보입니다. 연약한 남부인으로만 보였는데…… 이런 건 언제 배운 걸까요?
(*Kpc의 기능치에 따라 다른 무기로 바꿔도 좋습니다.)
Kpc: 저 하나 지킬 힘은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전하도 어서 검을 챙기세요, 빨리!
당신이 검을 챙기면, Kpc가 당신의 다른 손을 잡아끌며 달려 나갑니다.
Kpc: 설명할 시간은 없어요. 조금만 더 지체하면 대공성이 잿더미가 되어버릴 테니.
……그 말에, 새하얀 재가 날리던 꿈속 풍경이 생각납니다.
당신과 Kpc는 계단을 질주합니다. 숨이 막히고 시야가 어지럽지만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를 악물어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하죠.
마침내 대공성 밖으로 나가면, 맞서 싸우고 있는 대공령의 사병들과 황실군이 보입니다.
Kpc는 당신의 어깨를 붙잡고 단단히 눈을 마주칩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이 어지러운 광경 가운데 둘만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Kpc: (탐사자의 애칭), 잘 들어요. 설명할 기회는 한 번뿐이니까.
당신의 애칭을 부른 것이 신경 쓰이지만, 그것을 지적할 새는 없습니다.
Kpc: 황실군은 진을 삼 겹의 형태로 치고 있어요. 첫 번째 겹은 일반 병사들이에요. 전하라면 어려움없이 그들을 처치할 수 있겠죠. 두 번째 겹은, 황실 기사단이고요. 기사단장만 처치한다면 쉬울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은……
Kpc는 묘하게 뜸을 들입니다.
Kpc: 황제입니다.
……말도 안 됩니다.
검도 들 줄 모르는 황제가 직접 여기까지 왕림했다고요?
당신의 생각을 읽은 듯, Kpc가 비어있는 미소를 짓습니다.
Kpc: 사실이에요. 매 생 그랬으니까. 아마 북부의 대공가를 직접 무너뜨렸다는 이야기를 역사서에 남기고 싶은 거겠죠.
하지만 자세한 설명을 할 시간은 없습니다.
멀리서 당신을 발견한 병사가 외칩니다.
병사: 반역자다! 반역자가 저기에 있다!
Kpc는 황급하게 당신에게서 떨어져 나갑니다.
멀어지기 직전 귓가를 간질이는 애절한 목소리.
Kpc: 반드시, 살아남아 줘요. 내가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그리고, 주변의 졸병들이 당신에게 달려들기 시작합니다.
전투 도중 체력 0이 될 시 -> Ending 1 중간부터
(*Kp 노트: 테플 결과, 생각보다 데드엔딩 볼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살길 원하신다면 키퍼의 재량대로 적의 명수를 조정하거나 판정시 융통성을 발휘해주세요. - 너프했습니다. 난이도 관련 제보 부탁드려요.)
병사 1D2명
체력 8
근력 55 건강 30 민첩성 60 (회피 30) 크기 50 정신력 50 외모 40 지능 50
근접전(도검) 30
도검(중형) 1D6+1+피해보너스
이런 졸병들과 싸우는 일은 당신에게 가벼운 운동과 다름없습니다.
당신은 다른 누구도 아닌 북부의 군주니까요. 이 척박하고 위험한 땅을 수호하는.
Kpc의 말을 떠올려 봅시다.
세 겹으로 이루어진 진영이랬죠.
그녀/그의 말을 따라 진격해 나가면,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보입니다.
기사: 반역자 대공이다! 폐하께서 그를 처치하는 자에게 작위를 내려주시기로 약조하셨다!
기사들이 일제히 당신에게 달려듭니다.
기사 1D2명
체력 10
근력 70 건강 40 민첩성 70 (회피 35) 크기 60 정신력 65 외모 60 지능 70
근접전(도검) 45
도검(중형) 1D6+1+피해보너스
쓰러진 은색 갑옷들 너머로,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무언가가 눈을 사로잡습니다.
바로 황실 기사단장의 갑옷입니다.
황실의 문양으로 도금된 것이 무척이나 화려한 모양새군요.
기사단장: ……오랜만이군.
그는 당신과도 안면이 있는 사이입니다.
아니, 겨우 그쯤으로는 표현할 수 없겠죠.
제국의 양대 무력 조직의 수장으로서 서로 교류해왔으니까요.
기사단장: 미안하지만, 죽어라.
(*대인기능/롤플로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 또한 가능합니다.)
기사단장
체력 14
근력 90 건강 70 민첩성 80 (회피 40) 크기 70 정신력 65 외모 60 지능 70
근접전(도검) 55
도검(대형) 1D8+1+피해보너스
……당신을 가로막던 기사단장마저 사라지고, 마지막을 향해 나아갑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어느새 핏빛으로 물든 전장을 지르밟고 걸어가면, 화려한 막사 하나가 눈에 띄네요.
잔혹한 전장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막사가.
본래라면 지키고 있는 기사들이 있었겠지만, 그들은 지난 전투에서 모두 사망한 것 같습니다.
막사의 문을 열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황제: 그래, 여기까지 왔구나.
황제는 벨벳 소파에 편안히 앉아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얼굴에는 언제나 띄고 있던 푸근한 미소를 지으면서요.
황제: 짐을 죽이러 왔느냐?
황제는 검을 사용할 줄 모릅니다.
뒤룩뒤룩 살이 찐 그의 몸은 전투하기엔 무리지요.
스스로 자신이 살아남을 방법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그는 양팔을 벌리고 당신을 마주합니다.
황제: 자, 젊은 대공이여! 어서 이 가슴에 그대의 칼을 박아넣거라! 부모의 원수를 갚거라!
당신이 칼을 들어 황제에게 달려들면,
새빨간 핏물이 허공에 튑니다.
뜨거운 그것이 당신의 얼굴을 적시고, 목젖을 타서 흘러내립니다.
황제는 멍한 눈을 하고 찬찬히 쓰러집니다.
어느새 그의 눈동자에는 생명의 흔적이 없습니다. 흐리멍덩한 죽음만이 가득할 뿐.
이것이 끝인가요.
진정 마지막인가요, 탐사자.
당신의 부모를 죽인 원수를 드디어 찾아내 죽였습니다.
지긋지긋한 환영과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순간인가요.
그 순간을 맞이한 당신의 기분은 어떻습니까?
가슴이 벅차오르나요, 혹은 배신한 황제에게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나요, 아니면 그저 허무한가요…… 그 모든 것이 섞인,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일지도 모르겠네요.
그 어느 쪽이든, 하나만은 확실합니다.
이 끝은 당신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
고개를 돌리면, 당신 눈앞에는 닫힌 막사 문이 보입니다.
전장의 절규로 시끄럽던 귓전은 어느새 고요해진 지 오래입니다.
당신은,
그 문을 열고,
앞으로 나아가겠습니까?
14.진실
탁한 백색 하늘. 그 위로 새하얀 눈발이 휘날립니다.
바닥에 수북하게 쌓인 시체의 산 위로 눈송이가 하늘하늘 내려앉고 있습니다.
하늘은 땅의 참담한 사정을 신경쓰지 않는 것인지, 잔혹할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당신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하얀 진눈깨비가 바닥의 붉은 핏자국을 지워나갑니다.
그리고 고개를 들면, 당신은 발견할 것입니다.
시체의 산 위에 서있는 Kpc를.
검은 어디에 간 것인지, 그녀/그의 손은 비어 있습니다.
텅 비어버린 눈동자가 아래의 시체들을 바라봅니다. 죽은 병사들을 지르밟고 긴 치맛자락을 휘날리는 그녀/그의 모습은 너무도 이질적입니다.
동시에 비극적으로 아름답기도 합니다.
이내 꼿꼿하게 세운 고개가 당신을 향합니다.
새하얀 진눈깨비가 당신과 Kpc의 사이를 가로막고 휘날립니다.
이 시간이 박제된 것만 같습니다. 스노우볼 안의 한 풍경처럼.
Kpc의 허무하게 비어있는 시선과 당신의 눈길이 지독하게 얽힙니다.
백색의 풍경과 대조되어 더욱 붉은 입술이 달싹입니다.
Kpc: 고마워요. 살아남아 줘서.
그녀/그는 알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울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억누르려는 듯 무표정을 간신히 유지합니다.
Kpc는 시체의 산에서 내려와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다가오다 입술을 사리물고 멈추어 섭니다. 차마 여기서 더 가까워질 수는 없다는 듯이.
Kpc: ……
기나긴 침묵입니다.
겨울바람만이 조용하게 둘의 사이를 스쳐 지나갑니다.
Kpc의 머리카락이 길게 휘날립니다. 가만히 멈춰있는 제 주인과는 다르게.
……어쩌면, 지금이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Kpc에게 진실을 물어볼.
모든 것을 미리 알았던 듯이 행동하는 모습. 이상한 꿈들. 고통을 잦아들게 했던 입맞춤……
Kpc는 과연 누구일까요?
당신은 과연 Kpc를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이 Kpc에게 진실을 묻는다면,
그녀/그는 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를 숙입니다. 그리고 이어 흘러나오는 것은……
Kpc: 전하는 성녀의 존재를 믿으시나요?
어린 시절에 들었던 어느 동화입니다.
Kpc의 이야기
Kpc는 성녀의 환생입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릴 때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삶, Kpc는 배우자를 찾으라며 떠밀려 간 무도회에서 탐사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우연한 만남으로 사랑이 싹텄고, Kpc와 탐사자는 연인 사이가 됩니다. 하지만 탐사자는 의문사를 맞이하였습니다. Kpc는 오열하며 회귀의 능력을 자각합니다. 시간을 되돌려 탐사자를 살려냅니다.
시간을 되돌리면 탐사자와 만나기 이전의 시점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알던 연인으로서의 탐사자는 사라진 것이죠. 그러나 괜찮았습니다. 다시 만나면 되는 거니까요. 다음 삶에서도 둘은 연인이 되었고, 탐사자는…… 또다시 죽었습니다.
회귀를 반복하며 Kpc는 그 배후가 황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독살 시도 등 황실의 몇 가지 패턴도 익혔습니다. 하지만 Kpc는 한미한 가문의 자식이라 황실의 권력을 막을 방법도 없는 데다가, 성녀로서의 능력도 한정적이었습니다. 탐사자를 살리려 최선을 다하며 어떨 때는 연인으로, 어떨 때는 부부로, 어떨 때는 멀리서만 지켜보는 조력자로 살았지만, 모두 실패하고 탐사자는 죽었습니다.
이번 생은 회귀할 수 있는 마지막이었습니다. 탐사자에게 접근해 주변을 지켜보기 위한 방법으로 계약 결혼을 택했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면,
당신은 발견하게 됩니다.
숙인 고개 아래로 뚝뚝 떨어져 내리는 투명한 눈물을.
Kpc: 당신이 나를 믿지 않아도 괜찮아요.
Kpc는 울음소리를 내리누르며 간신히 말합니다. 멀쩡한 척 고개를 꼿꼿하게 세우고, 입을 엽니다.
Kpc: 미안해요. 만약 내가 처음부터 당신을 속이고 접근한 것 같다면.
하지만 당신을 바라보는 눈길만은 숨길 수 없습니다.
애절할 정도로 구슬픈 눈빛. 오로지 당신만이 담겨있는 (Kpc의 눈동자색) 눈동자.
……생각해보면 Kpc는 항상 당신을 이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죠.
당신이 몰랐을 뿐, 혹은 알고도 착각으로 치부했을 뿐……
Kpc: (탐사자의 애칭), 당신은 이런 나를 받아들여 줄 수 있나요?
바람이 계속해서 불어옵니다.
Kpc: 이번에는, 계약이 아닌 진짜 반려로.
이 순간은 두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는 결말일까요.
혹은 새로운 동화의 첫 장일까요.
당신도 Kpc를 사랑하고 있다-> Ending 2
Kpc를 반려로는 받아들이겠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Ending 3
Kpc를 받아들이지 않겠다 / 탐사자의 대답이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 -> Ending 4
Ending 1. 당신의 해피엔딩
당신은 끝내, Kpc의 간절함에 응하기로 했습니다.
둘은 손을 맞잡고, 계단을 뛰어 내려갑니다. 그리고 아직 포위되지 않은 대공성의 뒷문을 찾아냅니다.
문을 열자, 새하얀 설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오직 둘만이 존재하는.
눈조차 내리지 않는 고요함 속, 둘이 눈밭을 내달리는 소리만이 소박 소박 들려옵니다. 이 차가운 세계에 존재하는 온기란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체온뿐입니다.
당신의 시선이 그녀/그에게 향하자, Kpc도 당신을 마주 바라봐옵니다. 영원처럼 얽히는 두 눈길.
이것은 새로운 시작을 향한 서장일까요. 누군가는 말했죠. 도망친 자에게는 낙원이 없다고. 하지만 둘이 함께라면 도착한 그곳에 새로운 천국을 건설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도 찾지 못할 작은 오두막에서 새로 시작하는 인생. 더 이상의 의무도 책임도 없이, 오직 두 사람의 인간으로 존재하는 삶……
그런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당신과 Kpc는?
Kpc: ……대공 전하.
마침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지, 그녀/그의 입술이 달싹입니다.
그녀/그의 시선은 왜인지 위태롭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Kpc: 무사히 도망치면,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아니, 드려야만 하는 말씀이……
하지만 당신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합니다.
그 순간 울리는 고함.
병사: 반역자를 찾아냈다!
푹!
소름 끼치는 소음과 함께, 날카로운 화살촉이 당신의 등을 뚫고 박혀듭니다.
Kpc의 비명이 흐릿하게 고막을 울립니다.
Kpc: 대공 전하!
Kpc의 손을 맞잡은 손에서 점차 힘이 빠져나갑니다. 단단하게 얽혀있던 손가락이 스르르 흘러내리지만, Kpc는 절대 빠져나가게 두지 않겠다는 듯 당신을 꽉 붙잡습니다. 그럼에도 새하얀 눈밭 위로 무너지는 육체는 어쩔 수 없습니다.
Kpc: 대공 전하…… 나의 (탐사자의 애칭) 안돼……
당신을 끌어안은 Kpc를 병사들이 포위합니다. 하지만 Kpc는 그런 것 따위는 보지 못하는 것처럼 울부짖기만 합니다.
병사: 비켜라! 폐하께서는 대공비는 생포하라 하셨다. 하지만 비키지 않으면 너도 쏠 것이다.
병사 하나가 Kpc의 팔을 거칠게 잡아챕니다.
그 찰나, Kpc의 눈이 매섭게 빛납니다.
그리고……
겨울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합니다.
차갑고도 고고한, 동시에 사람의 살을 베어버릴 듯 잔인한 칼바람이.
작은 실바람에서 시작한 바람은 점차 큼직한 눈송이가 섞인 눈바람으로 변화해갑니다.
그것은……
당신과 Kpc를 원으로 둘러싼 채 불고 있습니다.
북부의 거센 바람에 익숙하지 않은 병사들은 눈을 가리며 당황해합니다.
병사: 윽, 이게 뭐야?
곧 더욱 강해진 바람에 병사들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게 됩니다.
그것은 마치 벽처럼 당신과 Kpc를 가두고 있습니다.
Kpc: ……
Kpc는 조용히 눈물만 뚝뚝 떨굽니다.
그 와중에도 당신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운 나쁘게도, 정확히 중요 장기를 관통한 화살. 대공가의 후계자로서 오랫동안 무예를 수련한 만큼 당신은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요.
Kpc: 미안해요.
Kpc는 불현듯 울다 웃습니다. 간신히 웃는 것처럼 입꼬리를 파들파들 떨며.
그녀/그의 손이 당신의 차게 식은 뺨을 조심히 매만집니다.
Kpc: 이번이 마지막이었어요. 더 이상 되돌리려면……
알 수 없는 말만 중얼거리네요.
Kpc: 제물이 필요해요. 아버지가 인정할 만한 제물이.
당신을 매만지는 Kpc의 손으로부터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무척이나 애틋한 눈으로, Kpc는 당신의 얼굴을 낱낱이 뜯어봅니다.
마치…… 마지막으로 눈에 담는 것처럼.
Kpc: 사랑해요.
화아아!
백색의 빛무리가 당신의 시야를 채웁니다.
Kpc의 목소리마저 흐릿하게 들려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이마를 내리누르는 입술이 느껴진 것 같기도 합니다.
Kpc: 부디 당신의 해피엔딩을 맞이하기를……
설령 그 옆자리에 내가 없을지라도.
.
..
...
이렇게 겨울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밤이면, 북부의 어머니들이 아이에게 들려주는 전설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의 어머니, 대공비 또한 어린 당신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줬었죠.
그것은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원한 겨울에 고통받는 인간들을 위해 하늘의 영광을 뒤로 하고 지상에 내려온 여자.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인류를 온전히 지키지 못하고 결국 하늘로 돌아갔어야 했던 여자……
타닥타닥 타는 장작 소리를 들으며 창밖을 내다보자니, 오늘 따라 감상적인 생각이 치미네요.
인간들을 두고 돌아가는 성녀의 기분은 어땠을까요.
슬펐을까요, 아니면 목표를 이루지 못해 아쉬웠을까요. 혹은……
자신이 남긴 말처럼, 언젠가 돌아올 테니 괜찮다고 생각했을까요?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니?
익숙한 손길이 당신의 어깨를 감쌉니다. 돌아보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
바로 당신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줬던 장본인입니다.
당신이 고개를 돌리면, 어머니는 온화하게 미소 지으며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머니: 혹시 일하는 데 방해한 거니, 우리 아들/딸?
어머니는 멋대로 당신을 꼬옥 껴안더니, 이내 의자에서 잡아 이끕니다.
어머니: 저녁 먹을 시간이란다. 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셔. 그이도 참. 너에게 대공위를 물려주고는 온종일 먹고 자기밖에 안 한다니까.
당신은 어머니에게 이끌려 일어나며, 마지막으로 한번 더 창밖을 내다봅니다.
검푸른 하늘 위로 휘날리는 새하얀 눈송이.
익숙한 풍경인데 왜 이리 가슴이 아릿해지는 걸까요……
하지만 어머니의 재촉에, 당신은 도로 고개를 돌립니다.
당신은 (탐사자의 풀네임).
영원한 겨울의 땅을 다스리는 대공입니다.
Ending 1. 당신의 해피엔딩
탐사자 생환
Kpc 로스트
엔딩 보상: 플레이 중 깎인 이성치 회복
Ending 2. 나의 봄을 위하여
눈이 내립니다.
소복소복, 바닥에 가득한 시체와 핏자국을 덮으며.
세상의 모든 괴로운 것들을 백색으로 가려버립니다.
그 눈 내리는 풍경 속에서 당신과 Kpc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대답을 듣고도 Kpc는 미동 하나 없습니다.
기나긴 시간 후에야 달싹이는 그녀/그의 입술.
Kpc: 거짓말.
그녀/그의 눈매에 서린 눈물이 투명하게 반짝입니다.
Kpc: 거짓말이죠?
맺혀있던 눈물은 이내 흘러, 추위에 발갛게 얼어붙은 뺨을 타고 내려갑니다.
이윽고 눈밭 위에 떨어져 사라져버립니다. 한때 존재했다는 흔적도 없이.
당신이 말하기도 전에, Kpc가 한 발짝 앞으로 다가옵니다.
Kpc: 아홉 번의 삶을 살았어요. 어떤 삶에서는 당신이 나를 사랑했고, 어떤 삶에서는 내가 누군지도 몰랐고, 어떤 삶에서는 혐오했지요.
긴 머리카락이 하늘하늘 흔들리며 허공에 곡선의 궤적을 그립니다.
Kpc: 그 어떤 삶에서도 해피엔딩은 없었어요. 논리적으로 안 맞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때때로는 내 사랑이 당신을 죽이나 싶을 정도로.
Kpc는 자주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처럼 보였습니다.
당신은 이제와 그것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녀/그는. Kpc는……
정말 언제든 사라질 준비가 되어있었으니까.
Kpc: 그런데 이렇게 모든 것이 완벽할 리 없어.
긴 팔다리에서 힘이 풀립니다.
바닥에 주저앉은 Kpc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멈춰있습니다.
Kpc: 세상이 당장이라도 모든 건 농담이었다고 하면서 내게서 당신을 앗아갈 것 같아요……
눈물이 하염없이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울음소리조차 없이 고요히, 그녀/그는 당신이 알지 못할 무수한 세월을 홀로 삼켰습니다.
당신은 Kpc의 눈물이 가진 무게를 알고 있나요.
아홉 번의 삶, 그리고 여덟 번의 회귀. 당신은 상상할 수도 없는 외로움 속에서 그녀/그는 몇 번이고 세상을 되돌리고 또 되돌렸겠죠.
오직 당신 하나를 구하기 위하여.
어쩌면 지금은.
당신이 Kpc를 구해줄 차례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Kpc를 향해 다가가자, Kpc는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당신을 멍하니 올려다봅니다.
새하얀 눈송이가 Kpc의 머리 위에 레이스 미사보처럼 쌓입니다.
Kpc에게 말을 걸다 보면, 어느새 눈이 멎어있습니다.
울음에 붉어진 눈매를 접어, Kpc는 환하게 웃었습니다.
Kpc: 나의 대공 전하.
Kpc는 몸을 일으키며, 당신의 손을 맞잡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잡아 이끌기 시작합니다.
눈에 파묻힌 전장에는 시체가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모두 하얀 언덕처럼 보일 뿐이지요.
Kpc는 그로부터 멀리, 또 멀리 당신을 데리고 갑니다.
더 이상 그 어떤 잔혹의 흔적도 없는 곳으로.
그리고 당신은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합니다.
둘이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곳의 눈이 사르르 녹습니다.
드러난 맨땅에는 빠르게 싱그러운 풀이 돋아나고, 작은 들꽃들이 피어납니다.
뒤를 돌아보면 둘이 걸어온 곳에 봄의 궤적이 남아있습니다.
Kpc: 잘 봐요.
당신의 손을 꼬옥 붙잡은 Kpc가 발을 힘차게 내딛자, 봄이 퍼져나갑니다.
대공성 주변의 눈이 녹고 있습니다. 지붕 위에 얹혀있던 눈 이불이 거둬집니다. 정원의 앙상한 나무들에 푸른 잎새가 돋아납니다.
문득, 발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을 내려다보자 Kpc를 닮은 빛깔의 꽃입니다.
어째서일까요. 당신의 머릿속에 언젠가 했던 말이 스쳐지나갑니다.
결혼반지까지도 스스로 준비하게 했잖아. 반드시…… 이번 일만 끝나면 황관에 달린 것보다도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를 너에게 줄게.
(*예배당 조사시 나오는 대사입니다.)
당신이 이전 삶들을 모두 기억하는 것은 아니니 알 수 없지만, 둘의 결혼식은 언제나 불완전했던 것 같습니다.
도망 중에 급하게 치르거나, 사랑도 없는 계약 결혼……
하지만 이번만은 다를 겁니다.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성대한 결혼식을 치러줘야죠.
동화 속 마지막 페이지에 등장하는 왕자와 공주의 결혼식처럼.
그러려면 먼저, 청혼부터 다시 해야 하지 않을까요?
당신의 머릿속에 남부에서는 꽃을 얽어 반지를 만들기도 한다는 정보가 기억납니다.
꽃반지를 만드는 과정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니까요.
Kpc: 대공 전하, 왜 바닥에서 그러고 계세요. 어서 일어나세요.
Kpc는 당황해서 당신을 일으켜 세우려는 중입니다.
완성한 한 쌍의 반지를 당신이 보이자, Kpc의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당신이 Kpc에게 반지를 끼워준다면, 그녀/그의 손은 달달 떨리고 있습니다. 마치 반지가 깨져 없어질까 두렵다는 듯이.
그리고 당신의 반지를 끼워주면서, Kpc는 왠지 울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합니다.
Kpc: 신랑/신부는 눈앞의 남자/여자를 영원한 반려로 받아들이겠습니까?
(승낙한다면)
Kpc: 그럼 둘은 맹세의 입맞춤을 나누십시오.
둘이 서로의 숨결을 나누는 동안, 멀리서는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마 봄이 찾아온 것을 알게 된 영지민들이겠지요.
날선 겨울바람이 아니라 봄의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둘을 휘감으며 간지럽힙니다.
.
..
...
당신의 인생은 영원한 겨울에 빠져있었습니다.
그 겨울 속에 한 사람이 난입합니다.
죽음과 같은 눈 폭풍을 뚫고 찾아온, 이 혹한에 어울리지 않게도 햇살처럼 찬란한 사람.
이것은 그 불청객과 당신이 얽어낸 동화입니다.
당신의 겨울에 찾아온 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의 봄,
Kpc에게.
Ending 2. 나의 봄을 위하여
탐사자 생존
Kpc 생존
엔딩 보상: 플레이 중 깎인 이성치와 체력 회복
Ending 3. 말할 수 없는 고백
찰나지만, Kpc의 얼굴은 무너졌습니다.
공허하게 비어있는 그 눈동자.
하지만 당신이 말하기도 전에, 그녀/그는 간신히 입꼬리를 끌어올렸습니다.
Kpc: 고마워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Kpc는 웃었습니다.
아니, 언뜻 보면 행복해 보일 정도로 고운 미소입니다.
Kpc: 내가 당신의 곁에 남을 수 있게 해줘서.
.
..
...
북부는 황제의 독살 시도와 공격, 그리고 선대 대공 부부의 암살 혐의를 빌미 삼아 제국으로부터 독립했습니다.
이제 대공령이 아니라 대공국이라고 불러야 하죠.
당신과 Kpc는 새 국가의 지도자로서 많은 일을 해냈습니다.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했죠.
그러다 보니 사랑은 아니더라도 동료애가 싹튼 것은 당연합니다. 당신은 Kpc를 자신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 것도 모두 옛날 일……
당신은 지금 죽음을 앞둔 노인이 되어있네요.
그런 당신의 곁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Kpc가 있습니다.
Kpc는 당신의 모든 병간호를 직접 하며 종일 떨어지지 않았죠.
지금 Kpc는 무언가 소리지르고 있네요. 화난 걸까요? 늙은 귀 때문에 제대로 들리지 않습니다.
Kpc: 오늘 밤……라니 무슨 ……인가!
Kpc의 곁에 있는 듯한 사람이 말합니다.
??: 송구합…… 대공비 전하. 이제 때가……
당신이 그 말소리에 관심을 보이는 듯 하자, Kpc는 말을 멈췄습니다. 부드러운 낯을 하며 당신의 손을 맞잡아주네요.
당신에게 잘 들리도록 또박또박 뚜렷하게 말합니다.
Kpc: 미안해요, 여보. 아무 일도 아니에요. 마저 주무세요.
그리고 어르듯 당신의 이마를 쓰다듬어주자, 당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내 눈이 감겼습니다.
.
..
...
당신은 멍청하지 않습니다.
아까 Kpc가 하던 대화의 뜻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있지요.
사실은 이미 직감하던 참입니다. 당신의 몸은 당신이 가장 잘 알지 않습니까.
별빛이 창문을 뚫고 비추는 밤이 되어, 당신은 눈을 떴습니다.
Kpc는 의자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고 있네요. 며칠째 당신을 밤새워 지켜보느라 잠을 자지 못했죠.
그러다 Kpc가 퍼뜩 눈을 엽니다.
Kpc: 여보?
주무시지 않고 뭐하냐며, Kpc는 상냥하게 당신의 이불을 여며주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다시 잘 생각이 없습니다. Kpc 눈에도 그렇게 보인 모양이로군요. 왜냐면, 이렇게 말했거든요.
Kpc: 잠 많이 안 오시면, 오랜만에 같이 누워있을까요?
목소리에서 억누른 울음기가 느껴집니다.
Kpc는 당신의 곁에 나란히 눕습니다. 몸이 맞닿아있는 것이 아닌데도, 상대의 온기가 여실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네요.
두 사람이 누운 이불 위로 밤하늘이 별빛의 그림자를 그립니다.
오늘은 마지막 밤입니다.
당신은 언젠가부터 늘 궁금하던 것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감히 이것을 물어볼 자격이 없을지 모르지만…… 오늘이 아니면 영원히 물어볼 기회가 없겠죠.
바로……
Kpc는 아직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을까요?
만약 당신이 Kpc에게 묻는다면, Kpc의 몸이 옆에서 느껴질 정도로 굳습니다.
옆에 누워있기 때문에 표정은 볼 수 없네요.
한참의 침묵이 둘 사이에 자리합니다.
그리고 흐느낌과 다름없는 답변이 들려옵니다.
Kpc: 사랑하지 않아요.
Kpc는 당신의 몸을 껴안고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기댑니다. 마치 당신이 자신의 표정을 못 보길 바라는 것처럼.
Kpc: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랑하지 않았어요.
당신의 어깨를 적시는 눈물과 이에 대조되는 목소리.
Kpc: 그러니까…… 마음 편히 먹으셔도 돼요. 당신이 갚아야 할 마음의 빚 같은 것은 없어요.
Kpc는 당신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Kpc: 비록 파트너일 뿐이었지만 당신과 부부로 살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둘은 그렇게 껴안고, 밤을 함께 지새웠습니다.
검푸른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드는 새벽이 되었을 때, 당신의 호흡이 점차 느려집니다.
시야가 새까매지고, 몸의 감각이 둔해지네요.
이제 때가 된 것 같네요.
그런데 당신이 그저 자는 줄 아는 것인지.
등 뒤에서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Kpc: 사랑해요. 사랑해요, 나의 (애칭)……
그 소리를 마지막으로, 당신의 의식은 끊겼습니다.
Ending 3. 말할 수 없는 고백
탐사자 생존
Kpc 생존
엔딩 보상: 플레이 중 깎인 이성치와 체력 회복
Ending 4. 끝나지 않는 겨울
Kpc의 입술이 찬찬히 열립니다.
Kpc: ……전하의 뜻은 알겠어요.
세상이 느려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녀/그가 몸을 돌리자 펄럭이는 옷자락이, 휘날리는 머리카락이. 시야에 박히듯이 선명합니다.
그리고 그녀/그는 당신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둘 사이에 흩날리는 싸락눈이 마치 사이에 드리운 커튼처럼 느껴질 정도로,
멀리, 또 멀리.
그녀/그의 뒷모습이 사라지기 직전.
그녀/그가 멈추어 섭니다.
착각인가 싶을 정도로 흐릿하고 멀게 들려오는 목소리.
Kpc: ……사랑해요.
그렇게 그녀/그는 사라져갔습니다.
새하얀 지평선 너머의 점이 되어.
.
..
...
새하얀 성에가 가득 핀 창문.
그 유리에 기대자 살갗에 한기가 전해져옵니다.
생각에 빠진 당신을 깨우듯, 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드미트리: 대공 전하.
'그날' 이후로 드미트리는 당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봅니다. 아마 당신이 Kpc를 그리워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의 생각은 맞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녀/그를 찾는 것은 다른 이유일 수도 있지요.
성녀의 존재가 필요해서, Kpc가 다 말하지 못한 것들이 궁금해서, 혹은 그냥 걱정되어서……
드미트리: ……죄송합니다, 대공 전하.
드미트리는 죄인처럼 고개를 숙입니다. 그의 손에는 서류와 초상화 한 장이 있습니다.
당신이 시켜서 그려오라고 한 초상화입니다.
바로 얼마 전 Kpc의 목격담이 들어왔었기 때문이었죠.
드미트리: 분부하신 대로 초상화가와, 대공비 전하를 아는 하인을 그 지역에 내려보냈으나 다른 사람이라고 합니다. 혹시 몰라 초상화를 가져왔으나……
그는 말을 잇지 못합니다. 그는 당신에게 초상화를 건넵니다.
받아서 확인해보면, 머리색과 눈색 말고는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Kpc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남부의 친정 가문에 확인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위치를 알기는커녕 Kpc의 험담부터 하더군요. 그녀/그가 어떤 대접을 받고 살아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숨을만한 북부의 산맥과 민가들도 병사를 풀어 모조리 뒤져보았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눈 폭풍에 휘말려 죽었을 거라는 설도 있었으나 그 시점에는 폭풍이 찾아오지 않았고요.
지금은 현상금을 걸어 평민들 사이에서 찾는 중이나 매번 헛짚을 뿐입니다.
그냥, 그녀/그는 증발해버렸습니다.
마치 공기처럼.
드미트리: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전하.
당신의 눈치를 살피던 드미트리가 곧 자리를 피합니다.
이제 남은 것은 당신 혼자입니다.
성에 어린 창문……
그 너머로 하얀 눈밭이 보이네요.
발자국 하나 없이 깨끗한 설원이.
당신은 저 설원 위에 발자국이 찍히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성녀가 떠나간 땅에는 봄이 찾아오지 않고,
대공성에는 영원한 겨울이 계속됩니다.
Ending 4. 끝나지 않는 겨울
탐사자 생존
Kpc 실종
라이터 후기
여름의 시작에 쓰기 시작해, 가을의 중반에 끝마쳤습니다. 겨울 시나리오를 여름에 쓰다니 아이러니하군요. 여름 휴가를 갔을 때는 짙푸른 여수 바다를 바라보며 귀로는 눈바람 Asmr을 듣기도 했습니다.
주변의 시간은 여름이었지만 《영겨대》를 쓸 때 제 시간은 겨울에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시리도록 차가운 입김과 새하얀 눈발, 꽁꽁 얼어붙어 발개진 손끝 같은 것들. 그 겨울을 저는 너무도 사랑했습니다.
이 시나리오를 플레이하는 당신도 저의 겨울을 사랑해주시길 감히 바라겠습니다.
후기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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