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스승에 대해 말하자면, 우울한 사람이었다. 스승은 제다이의 길과는 영 맞지 않고 그렇지만 누구보다 더 제다이다운 사람이다. 그게 바로 제다이 기사 몰이 우울한 이유였다.


“마스터.”

“음.”

“제다이를 그만두면 뭐가 되나요.”

“사원의 일을 돕거나 농원으로 갈 수 있다.”


에즈라는 한쪽 눈을 떴다. 마스터는 꼿꼿이 허리를 편 채 그의 맞은 편에 정좌하고 있었다.


“아뇨, 그거 말고. 제다이랑 아무 상관 없는 그런 거요.”


그 말에 몰은 난감하다는 듯 콧등을 찡긋거리다 눈을 떴다. 에즈라는 재빨리 모른 척 눈을 감았다. 소년은 살피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시선은 스승이 다정한 편이어서가 아니고 단지 그가 문제아인 편이기 때문이다.


“아마... ”

“아마요?”

“글쎄. 간혹 타락하여 떠나간 이들이 있었고, 나머지는 은퇴하여 식물을 돌보거나 장서를 관리하는 일을 했다.”

“나가서 메일루런 파이 가게를 연 제다이는 없었어요?”


에즈라는 무심코 눈을 뜨며 물었다. 파다완의 맥락 없는 망상으로 출발한 질문에 마스터는 안색이 좋지 못했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물론 몰은 항상 붉은색이었지만 에즈라에겐 그 나름의 판단 기준이 있다.


“없어.”

“왜요?”


봐, 인상이 더 탁해졌잖아. 에즈라는 히죽 웃고 싶은 것을 참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명상 시간은 약속한 것의 반도 남지 않았다. 마스터는 예민하긴 하지만 조금 단순하신 편이지. 항상 진지하고. 그래서 어떤 실없는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몰은 쥐어 짜내는듯한 목소리로(그러나 듣기 좋았다)(어떠한 취향을 배제하고서도) 말했다.


“그들이...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원했는데 못한 건 아니에요? 메일루런 파이 가게를 열고 싶었는데, 그러면 마스터 윈두같은 사람들이 안 좋아해서 그랬던 거죠.”

“그건 알 수 없다, 에즈라. 누구도 타인의 마음을 알 수 없어.”


파다완은 그의 마스터가 심각해지는 지점에 종종 의문을 갖곤 했다. 무언가 연설을 늘어놓을 것 같은 눈빛에 에즈라는 다시 눈을 감았다.


“이제 집중할게요.”

“......”


다른 말 없이 침묵이 내려앉았다. 여전히 느껴지는 시선에 소년은 생각한다. 마스터는 자기 거라고 확인시켜주면, 어쩔 줄을 몰라 하니까. 그러니까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아직도 어려워하는 거지.


바보같다.


거리의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매일 하루만을 살아간 대가로 미래를 두려워하게 된다. 어리고 어린 브리저 또한 그랬고 때문에 깨끗한 옷을 입고 사원의 도련님들 사이에 섰을 때 결심했다. 제일 재미없어 보이는 사람을 마스터로 골라야지. 그래서 붙잡은 것이 파다완은 받지 않겠다며 줄곧 시큰둥한 얼굴로 서 있던 몰이었다.


지루한 사람이라면 아마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정해줄 거야.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똑같은 시간에 잠들며 똑같은 시간에 식사하는 삶이라면 에즈라 브리저는 안심하고 제 멋대로 난동 부리며 살아갈 자신이 있었다. 그게 소년이 공포를 이겨내는 방식이었다. 그가 내일을 미뤄두고 명랑하게 자라날 수 있는 바탕이었고, 그래서 에즈라는 항상 웅덩이를 흐리는 삶에 익숙한 아이였다. 어디에나 질서는 있으며 하물며 시장바닥에도, 그리고 그 물렁한 틀을 헤집으며 악동 취급 받는 것이 에즈라의 삶이었다. 그래도 혼자니까 아무도 뭐라 하지 않지.


어린 데다 사원에 늦게 들어왔으니 아직 파다완이 되기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무뚝뚝한 목소리에 에즈라는 고개를 꺾어가며 온통 검게 차려입은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답답해 보일 정도로 목 끝까지 칭칭 감긴 튜닉과 단정한 로브, 약간 치켜들어 안에 든 뼈를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이 도드라진 턱선과 무심한 눈. 그림자에 반쯤 가리워져 칙칙한 잿빛의 시선에 어린 브리저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들 이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겠구나. 재미없고 진지한데다 음침한 사람이 인기 있기는 정말 힘들다. 에즈라는 입가를 우물거리다 밝게 웃으며 젊은 기사의 옷자락을 잡고 늘어졌다. 다리에 착 달라붙어 하늘 대신 눈을 올려다보며,


“파다완이 되고 싶어요.”

“... 브리저, 너는 아직, ”

“저는 엄마 아빠가 없으니까 쟤네들처럼 집에 가고 싶다고 안 울어요.”


난감한 빛이 스치는 것을 보았다. 에즈라는 겹겹이 동여매진 천 아래로 희미하게 느껴지는 온기에 부드럽게 기댔다.


“귀찮게 안 할게요.”

“브리저. 너는 어리고 충분히 시간이 있으니 내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마스터가 너를 가르칠 거다.”

“싫어요. 마스터 해주세요.”

“에즈라, 기사님이 곤란해 하시잖니.”


크레슈 마스터가 당황스러운 웃음과 함께 에즈라를 도닥였다. 물론 쉽게 떨어져 나갈 생각이 없었으니 아이는 그저 낯선 기사님의 무릎께에 얼굴만 푹 파묻을 뿐이었다.


“파다완이 될래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조금은 부드러워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다이가 되고 싶으냐.”

“네.”

“네가 그걸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은 하고 싶어요.”

“파다완이 되고 싶은 것인지, 제다이가 되고 싶은 것인지 말해봐라.”


에즈라는 조금 축축해진 얼굴을 떼어내 다시 눈을 맞췄다.


“저는 혼자 있는 게 익숙해요.”

“그래.”

“파다완이 되고 싶어요.”

“그래.”

“아저씨의 파다완이요.”


에즈라, 아저씨라니, 옆에서 크레슈 마스터의 한숨이 들려왔지만 소년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오직 이 무뚝뚝하고 어색한 낯을 한 젊은 제다이에게 마음이 쏠려 있었다.


에즈라는 영링들의 크레슈가 싫었다. 애들이 너무 많아서, 기분이 나빠. 엄청 싫은 건 아니지만. 에즈라는 가장 가깝게 지내는 또래인 키리나가 파다완으로 선택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면 화가 났다. 키리나는 자주 외로워하니까, 마스터들이 데려가지 않을 걸.


“... 그래.”





마스터는 의외로 어린 것들을 챙길 줄 알았다. 에즈라는 그의 무뚝뚝한, 동생이 둘 있었다, 하던 얼굴을 기억한다. 옷깃을 정리해주던 손도. 어쩐지 제법 섬세한 움직임에 기분이 이상했었다. 그는 다정한 형이었을까? 그래봤자 까마득하게 어린 나이에 사원에 왔을 테니까, 형이었던 시간도 짧았겠지.


“이제 마스터라고 부르거라.”

“네, 마스터 몰.”

“......”

“왜요?”

“아무것도 아니다.”


그는 망설이더니 조심스럽게 나의 뺨을 문질렀다.


“... 그만 울어.”

“네, 마스터.”

“......”

“왜요?”


마스터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파다완이 된다고 전부 제다이가 되는 건 아니다.”

“알아요.”

“어쩌면 제다이가 되더라도 농장에 가는 게 나았을 거라 후회할 수도 있다.”

“왜요?”


에즈라는 뒤를 돌아 걸어 나가는 새 마스터를 따라잡으며 한 번 더 물었다.


“왜 후회해요?”


제자가 짧은 다리로 잘도 걷는 것을 보자 몰은 걸음을 늦췄다.


“제다이는 자신을 죽여서라도 타인을 위해 살아가기 때문이다, 작은 브리저.”

“에즈라라고 불러요.”

“에즈라.”

“네.”


몰은 문득 멈춰서서는 제자를 내려다보았다.


“너무 작구나.”

“금방 커요. 마스터도 이 나이에는 작았을 걸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스터는 역시나 재미없고 지루한 사람이었다. 에즈라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몰은 정말로 재미없는 사람이어서, 에즈라가 어떤 사고를 쳐도 화내지 않았다. 있지도 않은 양친을 찾아대도, 다른 파다완과 주먹다짐을 하고 돌아와도, 수련을 게을리해도 화내지 않았다.


“에즈라.”

“마스터 일찍 왔네요?”


몰은 종종 파다완을 떼어두고 짧게 단독 임무에 나서곤 했다. 에즈라는 칭칭 싸맨 옷을 비집고 소매 아래 간신히 드러난 붕대를 흘긋 보았다. 또.


“네 거다.”

“와! 고마워요.”

“타르트라는 건 있더군.”


응? 에즈라는 눈썹을 까딱이며 스승의 무표정한 옆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않고 하얀 박스를 살살 열어보았다.


“메일루런이네요.”

“먹어.”

“마스터는 뭐 이런걸 사와요. 유치하게.”


에즈라는 천연덕스럽게 말을 뱉어놓고는 냉큼 타르트를 집어 한입 베어 물었다.


“명상은 했느냐.”

“이제 할게요. 이거 먹고.”


에즈라는 씩 웃으며 피곤한 표정의 마스터를 보았다.


“저는 마스터 밖에 없는 거 알죠?”

“... 브리저.”


그의 마스터는 정말이지 제다이의 길에는 영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에즈라는 시럽 코팅이 너무 달지 않나 싶은 타르트를 양손에 하나씩 집어 들었다. 이 자리에서 다 먹어치울 생각이었다. 아무도 못 먹게, 마스터도.


“마스터, 에지요.”

“입 다물고 먹기나 해라.”


몰은 결코 다정하지 않다.


에즈라는 그의 마스터가 우울한 사람이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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