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의 마음씀씀이는 고마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일을 스쿠나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가 거처의 변화를 달갑게 받아들일 리 없는 것이야 불 보듯 뻔한 일이나, 그래도 사전에 이 일을 알려두는 것과 숨기고 있다가 발각되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전자는 적어도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갈등이 발생할 테지만, 후자는 사태가 어떻게 번질지 나로서도 짐작할 수 없었다. 어차피 이쪽의 움직임은 아무리 숨겨본들 어떤 식으로든 쌍둥이 양측에 모두 알려진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선택의 여지 같은 건 없었다.

그렇다곤 해도 이 일을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전달하는 건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꼴일 터였다. 유지가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한 게 아니라, 내가 정말 어쩔 수 없이 유지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는 식으로 사정을 꾸며야 한다. 그게 얼마나 먹힐지는 몰라도…….

근심을 품고 메신저 앱을 열어보니, 마지막으로 스쿠나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아직도 ‘읽음’이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 참고로 그 메시지는 「그건 그렇고 응급실 비용 얼마 나왔냐니까」 였다 – . 갚을 건 갚겠다는 게 그렇게 맘에 안 들었나. 하지만 스쿠나에게 신세를 지는 것은 나중에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만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찜찜하다. 그렇다고 내 입장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는 건 또 안 좋아한단 말이지. 그는 언제나 메시지보다는 통화를 선호했고, 통화보다는 직접 얼굴을 맞대는 걸 좋아했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에 만나자고 하는 건 위험성이 클 터…….

메신저 앱을 열어두기만 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골머리를 앓고 있자니, 유지가 슬그머니 곁에 다가와 앉았다. 아차 싶어 얼른 휴대폰을 내려놨는데, 그새 화면을 본 건지 아니면 감으로 알아차린 건지 유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급한 일도 아닌데 벌써 연락할 필요는 없잖아. 어차피 그 녀석 지금 일본에도 없고.”

“일본에 없다고?”

무슨 소리인가 싶어 돌아보자, 유지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집에 자꾸 등기가 와서 가져가라고 연락하니까, 그 녀석 부하라는 놈이 지금 그놈은 국내에 없다던데. 그러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단 뜻이야.”

그보다, 라고 말하며 유지가 허리로 손을 뻗었다.

“―그런 녀석 말고 나한테 집중해주면 안 돼?”

대답도 하기 전에 이마와 눈가, 뺨으로 뽀뽀 세례가 쏟아졌다. 간지러워서 눈을 감았더니 유지가 웃으며 콧등에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췄다. 이윽고 눈을 뜨자 보이는 건 아직도 천진난만함이 남아있는 커다란 눈동자.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기에 하는 수 없이 답례로 입술을 살짝 부딪쳤다. 유지는 에헤헤, 하고 어린애처럼 웃더니 일순 강한 힘으로 몸을 끌어당겼다.

“있지…… 나 좀 쌓였는데…….”

후시구로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도 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라며 유지가 간청하듯 눈을 깜박였다. 그렇다고 오른팔의 깁스가 걸리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나는 끝내 고개를 젓지 못했다. 뭐, 한쪽 팔을 못 쓴다고 섹스를 못할 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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