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가..."

  "응?"

  "이토록 팍팍 나는데..."

  "네?"

  "설마 모르진 않겠지?"


뚝뚝. 

완쟈님 4

w.절대정국



 석진은 중얼거리며 열심히 채색중인 윤기를 바라 보았다. 하얗다 못해 창백한 귀여운 얼굴. 집중해 매서워진 눈으로 원고 채색을 하는 윤기는 바빠 서너개는 되도 모자랄 손을 약 한시간 전부터 푹 쉬게 하는 석진을 슬그머니 째려보았다. 


  "형이야말로 설마 마감인거 모르는건 아니오?"

  "어후야~ 짬시~ 쉬어야 일의 능률도 오르지! 엇그제부터 작업실 감금되서 작업만 했거덩. 이게 대체 사람 사는거냐?"

  "작품 잘되 타진 들어올때 열작하는 거라고 김석진 작가님이 그러셨구. 프로작가는 모름지기 독자와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함이 애독자들을 위한 보은이다... 형님. 니가 그러셨슴다."

  "야~ 넌 무슨 어시가 담당보다 더 까탈하냐?!"

  "내가 이래서 형 명성에 기스가 안나는걸 고맙게 생각하쇼. 좀."


 틀린말이 아니다. 확실히 석진의 마감을 케어, 가드하는 윤기덕에 김석진의 명성은 잔상처없이 지켜진다. 


 하여간, 저 잔소리 대마왕 민윤기...하며 툴툴. 궁시렁 대는 김석진. 몹시 잘나가는 웹툰 작가다. 약관의 나이에 대형 플랫폼 웹툰 공모전에서 당당히 대상을 거머쥐며 데뷔 2년차에 석진은 초히트 작가가 되었다. 김석진이 초히트 작가. 대세 작가의 반열에 오른것은 워낙 명랑지랄 맞은, 범인은 절대 이해불가한 고차원적 개그가 판치는 작품도 그렇지만. 김석진의 빼어난 외모도 한몫 했다. 


 데뷔작 이후작이 무서운 흥행세를 이어가며 중국과 일본 정식판이 출시되었다. 흥행세가 좋아 작가 인터뷰를 했는데. 그로 더 대박을 쳤다. 삶은 즐겁게! 나는 더 즐겁게!| 아하하하핰♡♡♡♡♡라며 심히 인생의 룰루랄라를 강조한 짙은 개그성과 달리 작가 김석진은 지나치게 꽃미모였기 때문이다. 작가인 그가 매스컴을 타면 탈수록 더해지는 인기가 지금은 넘사벽이다. 그 유명세에 일주일 무려 세꼭지의 마감을 하고 있다. 


 무려 세꼭지! 연재를 진행하던 차 그간 어시도 수차례 바뀌었다. 그나마 양많고 빡센 석진의 작업을 버티는건 오래 동고동락한 민윤기뿐이다. 윤기는 원래 스토리 전담 작가지만 어느때부턴가 석진의 작업을 돕고 있다. 친분덕 어쩔수 없이 2년을 돕다보니 왠만한 어시보다 스킬이 좋아졌다. 칼마감파 김석진이지만 때때로 이게 사람 사는거냐며 저리 속편히 딴짓을 한다. 그 딴짓을 태클 걸어 김석진을 원 궤도로 돌리는 것도 민윤기의 일이다. 윤기에 투덜투덜 한소리 들은 석진이 확실히 지치긴 지쳤다보다. 스토리가 막혀 끙끙대다 보니 이번 연재는 좀 힘들게 풀었다. 한주 쉴까도 생각했지만 독자와의 약속은 중한 것!이라 스스로 몇차례나 못박았다. 여직 꽃미남 칼마감 성실작가 김석진님이라 칭송 받았구만 여기서 무너짐은 여러모로 가오가 안산다. 결국 엇그제부터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민윤기와 자진 감금 마감중이다. 


  "아..."

  "...?"

  "아까 뭐보고 그런거에요?"

  "푸웁~~ 아, 마감인거 모르냐규~ 면박 겁내~~~주시던 양반이 왜그러실까앜? 알려주기 시러랔~~ 시른뒈? 슥진이 안가르쳐줄건뒈~~?"

  "... 마쇼. 그름. 피곤해 보여서 그참 좀 쉴까 했더니...."

  "...!!!!!! 아닙니다! 아니에요옼! 윤기님!!! 사실을 고합져!!! 여쭈시는대로 고할께옄!!! 제발... ㅠㅇㅠ!!!"



 하여간 애걸도 시끌하게 하는 형님이다. 착하게 즐거워서 보는 이들의 미소를 절로 부르는 석진의 작품은 작가 김석진 그대로다. 무덤덤. 시큰둥한 윤기앞에 넙쭉 절하며 두손 모아 애걸하는 석진을 보며 윤기는 입동굴을 활짝 개방해 웃었다. 


  "출출한데 우리 감바스나 해 먹져."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 위에 새우살과 마늘 소스를 올린다. 그대로 한입에 앙!하는 석진 앞에 윤기는 포도쥬스를 따라 내었다. 입안 가득 감바스와 토스트를 오물대며 석진은 아수운듯 웅얼였다.


  "에이... 감바스엔 와인인데..."

  "작업 바로 갈까요?"

  "... ..."



 윤기의 으름장에 석진은 바로 딴청을 핀다. 윤기는 피식 웃으며 석진의 디카를 들여본다. 카메라속 사진을 보던 윤기의 창백한 낯에 은근히 미소가 차오른다. 하아...


  "...좋아 죽네."

  "마! 봐! 야! 윤기 너도 알겠지? 걍 봐도 바로 티 팍팍 나지?"

  "...일케 서로가 눈알에 꿀이 뚝뚝인데 모름 바보게요?"

  "긍까 말이다..."

  "에? 몰라여? 진짜?!!"

  "...글쒜에..."


 기겁하는 윤기에 석진은 말꼬릴 늘리며 다시 사진을 주시했다. 


  "모른척 하는건지. 정말 모르는 건지..."




  

 디카에 담긴건 작년 여름 아주 잠시한 휴가의 족적. 사진이다. 

 지금보단 마감이 덜 빡셌을 시절 김석진, 민윤기, 김태형, 전정국은 펜션을 잡아 여름맞이 힐링을 했더랬다. 성인 남자 넷이 모여 이렇다 뭔가를 한건 없다. 빡빡한 도시 일상을 벗어나 시골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었을 뿐이고. 넷은 그 바램을 3박 4일 일정동안 원없이 풀었다. 


 잡다하게 각자가 하고픈건 다했던 힐링. 자료에 필요한 뭔갈 get할수도 있겠거니 해서 가져간 카메라는 3박4일의 일정동안 거의 무용지물이 되었다. 전문가용 고가 카메라의 소유주는 잘나가는 김석진이건만. 몇컷 찍었던가? 휴가중 카메라의 사용자는 정국이 대부분이었고. 그 다음이 태형이었다. 미적 감각이 탁월한 정국은 주변 정경이 마음에 든다며 사진을 찍었다. 휴가 끝무렵까지 그랬기에 지켜보던 석진과 윤기는 처음엔 정말 정국이 주변 정경이 마음에들어서. 마.음.에. 든.다.는. 주.변. 정.경.만. 찍을줄 알았다. 그러다... 


  "어?"

  "...아..."



 마음에 든다던... 전정국이 주변 정경이 마음에 들어 찍는다던 카메라 속에는 무수한 초록이보다 점점 초록빛 속 무수한 김태형 사진이 뚜렷히 많았다...아주.



  "딱 들켰져. 얘. 이때. 형도 기억하죠? 우리 마지막 밤 술 엄청 먹고 슬쩍 정국이 찔렀잖아요."

  "아~~~못잊지잌. 잊겠냐? 전정국...푸핰! 야...전정국이 그거 묻는거에 대답도 못하고 걍 술만 들이키고...! 이히히힠! 아이고오...! 전정국...아하하핰...야야! 그날 전정국 네발로 방에 기어 갔잖냐?!"

  "...크크. 솔직히 꿀 뚝뚝. 사진만 봤을때 긴가민가 했는데. 전정국이 눈알 동공 쓰나밀 바로 앞서 보니 와... 사람들이 왜 남의 연애에 굳이 열광하는지 그때, 쫌 알겠덥디다..."


 윤기는 픽 웃으며 디카 버튼을 누른다. 


  "에라, 귀여운 색히들^^"


 빨간 얼굴로 질문을 회피하며 연거푸 맛있네~ 이거!함서 처음 마셔보는 막걸릴 줄차 따라 마셨다. 무안함을 벗어나고자 자작하는 전정국 바로 옆에서 이미 넉다운되 꾸벅꾸벅 술취해 졸던 겨울곰... 윤기와 석진은 사진을 보다 그것이 떠올라 눈을 마주치고 파하하 웃었다. 


 심장이 간질해서 웃는거다. 이런 기분은 비단 당사자 둘뿐만이 아닌갑다. 전염성이 있다. 분명 타인의 마음인데 알것 같아...간질간질 하다. 짐작해서 간질간질 하다. 


  말도 못하게. 



 "겨울곰 이것도 한편으론 바본데 요망해. 이거봐. 이거. 겨울곰이 이 사진 찍을때 나 바로 옆에 있었잖냐?"

  "그랬어요?"

  "은근 많이도 찍었다야. 겨울곰 이거...하. 윤기야 이정도면 우리 얘한테 여직 농락 당한거 아니냐?"

  "그렇게 우김 그럴수도 있겠네요."


 김태태... 바보겨울곰인줄 알았는뒈...분해라...중얼이는 석진의 눈엔 그러며도 억울함이 단 1도 없다. 태형이 찍은 사진속 이쁜 정국만큼 태형도 석진엔 너무나 이쁜 동생이라 그렇다. 


 꿀 뚝뚝한 이 시선이. 바라보기만인 시선에서 끝나지 않고 서로에 깊숙히 닿길 바람은...아무리 친하다한들 어쩔수 없는 타인이라서 내뱉는 무책임한 오지랖일까? 



  "정말...모를까?'

  "또. 그소립니까."


 윤기는 살짝 짜증 솟은 눈으로 중얼이는 석진을 힐끔였다. 


  "형은 쟤들이... 알고 잘되길 바래서 그러는 겁니까? 아님, 끝끝내 모른척 걍 모르고 각자 살길 가길 바라는 겁니까?"

  "나?"

  "... ..."


 석진은 감바스 오일소스 묻은 포크를 입술로 쭉 빨며 살짝 미소 지었다. 무어든. 


  "나는 무어든 둘 다 행복하길 바래."

  "...그렇담 그 바램을 실현시킬 몫은 둘차지에요."

  "...그렇지?"

  "응. 그리고... 내 생각엔 아마..."

  "...?"



  ...아마도... 


 윤기는 동그라니 눈을 크게 뜨고 저를 보는 석진 앞에 보라빛 와인병을 드밀며 말했다. 쫜!!!!


  "이거 한병 마셔도 마감은 문제 없을듯 합니다만."

  "오오~~~ㅠㅇㅠ♡ 민윤기느님! 느님! 자애로우십니댴! 구래~구래~딱! 일병 하고 오늘은 제끼쟠♡ 까짓꺼 마감 달달거림 탱자 놀 겨울곰 불러 굴림 되지! 아하핰...! 1+1이라고 분명 전정국이 딸려올텐데~~!!! 마감?!!! 뭐가 걱정이얔?! 노예가 둘인뎈?!!! 이히힠..."

  "...석진형. 전부터 전정국이 형 벼르고 있는거 알곤 있슴까?"

  "괜차나~ 괜차나~~ 난 오늘만 살아! 아하하핰...얼릉! 윤기느님! 좌~~아! 오프너~~~~~♡"


 전정국과 김태형을 안주로 와인 일병 할 생각에 김석진의 조증은 터보 부스털 달았다. 괜히 깠나... 3분도 안되 민윤기는 아차!!! 싶었지만 뭐...할수 없지. 어떠랴...싶다. 


 그들을 안주로 삼는다 한들...쓰디쓰지도 않을. 분명 안주 삼는내내 간질간질한 가슴빡을 북북 긁으며 기분좋게 일병을 마칠테니까. 이쁜 동생 두 사람을 기분 좋은 안주로(?) 함께 삼을수 있는 사람이 석진이라 윤기는 참 다행이다...감사한다. 민윤기가 둘을 아끼는 만큼, 김석진이 그에 못잖음을 너무나 잘안다. 윤기도 석진처럼 그러니까.



  무어든, 둘다 행복 하길 바란다. 



 그런데...! 진짜진짜진짜! 감사한건! 

 두 형님이 아끼는 두마리(?) 동생들은 아마도...다행히 둘 다의 행복에 가까이 가는...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민윤기는!!!


 

 휴가의 마지막. 올만 인사차 잠시 태형 본가에 들렸다. 

 딸기농사를 크게 짓는 태형의 집. 김태형을 제외한 나름 도시새럼(?)인 세사람은 난데없는 딸기농장 체험학습을 했더랬다. 석진은 딸기농장 체험학습은 뒷전이고 어느새 수확물을 정리중인 이모님들과 투머치 수다 삼매경이다. 하우스 안 작은 평상에 앉아 전날밤 과음으로 멍한 넋을 추스리는 윤기앞에 태형이 차가운 오미자차를 내밀었다. 쌩유우~~! 직접 수확해 만들었단 오미자차는 맛있었다. 둘이서 평상에 앉아 멍히 딸기수확에 여념없는 정국을 바라보았다. 


  "형! 형! 와...! 이거! 이거 봐바여! 디게 이뻐! 이거 디게 맛있겠져?! 이거 따서 정말 다 가져가도 되는거?!"

  "농사 지신거 싸그리 거덜랠래? 인마야. 애지간히 욕심내라~!"


 말은 그러면서도 윤기의 창백한 얼굴속 입동굴은 정국에 오픈되어 있다. 귀여워 죽겠는 진실의 광대가 이쁘게 올라가고 입동굴은 행복하게 오픈되어 있다. 아...꾹이 다 갖고가고픈뒈에~~~안돼여?! 와...정말?!! 먹음직한 딸기수확에 기분 업뎃 정국을 부드러운 눈으로 응시할차.


  찰...칵. 


 부드러운 셔터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윤기의 머리가 왠지 존재감 크게 들린 그 소리에 돌려졌다. 


  "... ..."


 아마...지금의 제 얼굴. 제 눈. 제 표정을 보지 않아도 윤기는 알것 같았다. 


  분명...난 미소 짓고 있으리라. 



  "태형형! 이 딸기! 이거 꼭...아하하...! 어제 술먹고 꽐라된 형 같아...!"

  "뭐래~ 바보야. 꽐라된건 전정국 너거든? 너네. 너!"



  뚝뚝. 

  말하지 않아도 바라보고. 마주하는.

  무한정.

  뚝뚝. 꿀 떨어지는.

  이미 닿아진 행복한 시선에. 

  


  ...나는, 미소 짓는다. 



  "에라, 귀여운 색히들^^"

  

  Fin or To be continued 

  뚝뚝.

w.절대정국



 ...이들 그리고, 그들을 보며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입니다. 무어든... 행복하길. 

기승전 전정국3 쓰다말고...왠지 생각나 썼습니다. 하하. 왜그랬지...? 걍? 이런저런 생각에...? 아하항...(모르니 외면) 느닷없는 단편. 짧고 작고 소소하지만 부디 즐기심서 힐링 되셨길...

굳밤 되세여. 

  


  





  


  



 


  


  



 

 






Only Absolute fiction🐰🐻 국뷔는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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