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현이와 나는 서로 열렬히 사랑했었다. 우리의 첫 만남은 설레임으로 가득했고 두번째 만남은 달콤함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셀 수도 없는 만남이 지나자 나는 태현이를 안일하게 생각했다. 언제나 내 곁에 있겠지, 언제나 나를 사랑해주겠지 라는 멍청한 생각으로 태현이를 대한 것이다. 눈치 빠른 태현이는 나의 행동이 소홀해졌다는 것을 금방 눈치 챘을거다. 사고가 나기 몇 일 전 부터 태현이는 무리하더라도 약속을 잡아 나와 밥을 먹곤했다. 

"형 사랑해요."

헤어지기 전에는 나에게 웃으며 사랑을 속삭였다. 나는 그마저도 가볍게 받아들였다. 결국 우리가 만난 지 2주년이 되는 11월 21일날, 태현은 결국 내 앞에서 울며 말했다.

"형, 나를 사랑하는 거는 맞는 거예요?? 난 언제나 기다렸어요. 항상 형은 나보다 형이 먼저였죠?"

내 앞에 앉아 흐느끼며 말하는 태현에 나는 잘못되었다는 생각보다 귀찮다는 생각에 한숨을 쉬었다. 내가 한숨을 쉬자 태현은 말하던 것을 멈추고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말했다.

"이럴거면 우리 그만해요."

나는 이제서야 고개를 들어 태현이를 쳐다보았다. 태현이는 서럽게 울면서 말했다.

"나는 큰 것을 바란 게 아니예요! 그저..난 그저... 나에게 형이 사랑한다는 느낌만 주면 되는 거였어요.. 그런데 형은...형은..."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태현은 일어나서 나갔다.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태현을 따라나갔지만 태현은 이미 택시를 잡고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택시 문을 잡고 태현에게 말했다.

"너..잘 생각해. 너도, 나도 우리 서로가 없으면 안되는 거 알잖아."

"그런 사람이 어떻게 그래요?"

태현은 탁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고 택시는 그렇게 출발했다. 화가 나고 답답해 머리를 거칠게 헝클였다.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 순간 귀를 찢는 듯한 커다란 파열음이 일어났고  고개를 돌려 그 광경을 봤을 때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태현이 타고 간 택시가 전복되어 있었다. 처참하게 굴러떨어진 파편과 모여드는 사람들. 나는 움직여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떼어 뛰어갔다.

제발..제발..

나의 바램과는 다르게 태현은 의식을 잃은 채 바닥에 누워 있었다. 나는 인파를 헤쳐나와 태현의 손을 잡았다. 

"안돼...안돼...태현아...제발..눈 좀 떠.."

남들이 보면 미친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나는 숨조차 겨우 쉬고 있는 태현에게 말을 걸었다. 

"누가 제발 이게 꿈이라고 말해줘요. 제발 다시 한 번만 기회를 줘요...난 태현이에게 못해준 게 너무 많단 말이예요.."

이루어지질 않을 말들이 허공으로 퍼지는 순간 사람들의 웅성거림,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 전복된 차의 가스 빠지는 소리가 마법처럼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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