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 썰프리라고 썼는데 연성해버렸네요..ㅋ.ㅋㅋㅋㅋㅋ

언젠가 연성할것 같네요...


자세하게 서술한 글콘티? 같은 느낌입니다.



세미는 고등학교 졸업후 타지역 타학교의 배구팀에 들어갔다. 스포츠 추천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주전에서 뛰지 못한다는 것은 스포츠 추천을 받을 확률이 낮다는 의미였음으로 세미는 그동안 미뤄 두었던 공부를 시작했다. 아무리 운동을 하더라도 공부를 소흘이 여기지 말라고 했었던 부모님의 교육방침 덕분에 성적을 복구하는 것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물론 그만큼 배구에서 멀어지긴 했으나, 세미가 추구하는 플레이 스타일은 아니었다. 차라리 서브 연습을 죽을 정도로 하는 편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 생각하면서 연습했다. 감독도 코치도 그런 세미의 마음가짐을 아는지 나머지 연습에 참여하지 않아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세미는 스포츠 추천을 받지 않고 배구팀에 레귤러 1학년으로 들어가게 된 것을 모두가 신기하게 여겼다. 공부도 스포츠도 잘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세미는 그 학교에서 가장 커트라인이 높은 법학과에 들어갔다.

성적은 조금 부진했지만, 세미는 배구팀에서 활약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때 갈고 닦았던 서브로, 그동안 펼치지 못했던 자신만의 스타일로 경기를 이끌었다. 그 결과는 고등학교때는 결코 만족시키지 못했던 것들을 가져다 주었다. 누군가를 보조하기 위한 세터가 아닌, 자신의 능력과 팀을 아우르는 팀의 지휘자로서의 능력과 자질에 대해 인정받고 펼칠 수 있게 된 해방감.

그것이 대학생이 된 세미 에이타의 기쁨이었다. 영영 맛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배구의 기쁨을 그렇게 다시금 맛보았다. 시라토리자와 배구팀 출신, 이라는 꼬리표는 세미의 오점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들어본 적 없는 팀이군."

"원래 강하긴 했는데, 이번에 새로 들어온 세터랑 다들 궁합이 잘 맞는거 같아서 급부상 했다고 해."


준결승전, 고등학교의 숙적이었던 오이카와 토오루가 속한 팀을 고등학생 때 처럼 이기고 나온 후에 반대편 코트에 마주하게 된 사람은 자신의 전 세터였다. 세미 에이타. 세미는 고등학생 때 처럼 눈을 마주치고는 살짝 웃으며 손을 들어 아는 척을 했다. 고등학교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키도 체격도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의 분위기가 변했다.

세미는 그 팀에서 즐거워 보였다. 그 작은 변화에서 부터 우시지마 와카토시는 세미의 가장 큰 변화를 단번에 알아 보았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 변했다. 사실 변했다는 말 보단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표현하는 쪽이 더 옳았다. 세미가 1학년때 공을 올리던 느낌과 비슷했다. 많이 본 적은 없었지만, 적어도 우시지마가 지금것 경험하지 못했던 세미 에이타라는 것은 확실했다.

세미의 팀은 강하다. 우시지마가 속한 팀도 강하다. 더 강하고 노련하며 우수한 팀이 이긴다. 그 경기에서 더 우위에 있는 팀은 세미가 속한 팀이었다. 카라스노 고등학교에게 진 것 보다 더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시지마가 알고 있던 세미는 이미 변해 있었다. 자신만이 과거의 그림자를 붙잡으며 마음을 품었던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왔다.

우시지마가 좋아하던 세미 에이타는 이제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숨이 막혀오는 기분이었다.

고등학교가 아니니 마주치지도 못했다. 조금 만질 줄 아는 핸드폰으로 SNS를 찾아 보았으나 세미는 SNS를 전혀 하지 않았다. 드문드문 그 학교의 배구팬이 올리는 사진들이나, 배구팀 공식 계정, 학교 공식 사이트에서 올라오는 사진에서 흐릿한 모습으로 바뀌어 버린 세미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찾아낸 세미에게서 과거의 그림자를 찾으면서도 달라진 세미에게 더 열렬한 감정을 품게 되었다. 이제야 좋아하는 감정이 아닌, 사랑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2학년때까지 주전으로 뛰다가 하반기 경기서 부턴 세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세미가 고등학교 때 처럼 주전에서 밀려났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안심하는 자신이 있었고, 그런 자신을 혐오하는 우시지마가 있었다. 세미보다 잘난 세터인가 싶었으나 그것도 아니었다. 훨씬 더 형편없었다. 전국대회에 올 수 있었던 것은 다른 팀원들 덕분일 것이다.

왜 세미가 나오지 않았는지를 찾아 보았다. 배구팀에 소속된 사람들, 그 배구팀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계정을 찾다가 사복을 입고 있는 세미가 팀원들과 식사를 하는 사진을 찾았다. 그리고 그 아래에 달린 리플을 찾았다. '세미 선배 그만둔거 너무 아쉬워요. 선배라면 분명 프로도 할 수 있을텐데.'

세미는 그 팀에서 유일하게 체육학과가 아닌 학생이었다. 자신을 그렇게 뒤흔들어 놓고, 충격을 선사하고 나서 먼저 도망가는 것에 화가 났다. 일방적인 감정이라는 것을 알지만 터질 것 같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결국 우시지마는 다음날 세미가 있는 지역으로 가는 열차 티켓을 끊었다. 같은 팀인 텐도가 '나도 데려가지!' 라는 메시지를 보냈으나 이미 열차에 몸을 싣은 후였다.

우시지마는 가서 고백을 할 생각이었다. 연락은 하지 않고 무작정 교문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세미와 자신은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배구팀 주장을 만났다. 무슨 일로 서 있냐고 묻는 말에 우시지마는 '세미 에이타를 찾고 있다.' 는 말을 했다. 말을 전하고 두 시간이 넘어서야 세미가 보였다.


"와카토시... 무슨 일이야?"


손에는 두꺼운 법전, 안경을 쓰고 크로스백이 아닌 무거운 가방을 들고 있었다.


"너를 보기 위해서 왔다. 시간 괜찮을까."


세미가 아는 우시지마는 불쑥불쑥 찾아오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렇게 까지 자신을 찾아온 것을 보면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같은 학교인 텐도와는 그나마 자주 연락하는 사이였는데, 텐도 조차 아무런 말이 없었던걸 생각하면 심각한 일임이 분명했다.

세미는 전공 수업을 가지 않고 그대로 우시지마와 함께 학교 근처의 카페로 향했다. 가장 한산한 카페로 들어갔다.


"세미, 난 사실 오이카와 외의 세터는 잘 보지 않아서 네가 시라토리자와에 입학하고 나서야 너라는 세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미는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에 휘핑 시럽추가, 우시지마는 레몬 에이드를 시켰다. 그리고 세미가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우시지마가 말을 시작했다.


"아- 그랬었지. 알고 있었어."


세미는 웃어 넘겼다. 빨대로 휘핑크림을 한번 떠 먹으며 여전히 웃고 있었다. 쓴웃음이 아닌 진짜 추억이라 생각하며 홀가분하게 넘기는 것 같았다. 다 지난 일, 다 과거의 일, 이미 중요하지 않은 일, 비중있는 일이 아니라고 하는 것 같았다. 우시지마는 그런 세미의 태도가 초조했는데, 자신이 세미를 향해 품었던 감정과 품고있는 감정이 전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것 같았다.

우시지마는 천천히 자신의 회고록을 입에 담았다. 듣는 세미는 그것이 점점 자신에게 초점이 모인다는 것을 알았다. 우시지마가 자신에게 감정을 품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약간의 후회를 했다. 조금 더 일찍 고백할걸, 그냥 막 질러볼걸.

세미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부터 우시지마를 좋아했지만, 결국 그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 우시지마는 모든 일에 순수한 감정으로 임했다. 순도 99.9% 금과 같은 사람이었다. 우시지마에 대한 마음을 접은 결정적인 이유는 고등학교 3학년때, 주전에서 떨어지고 나서 시라부와 배구를 할 때 더 후련하고 더 기뻐 보이는 것을 보고 마음을 접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졸업할 때에는 우정 이상의 감정은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과거의 일이었고 우시지마에 관해서는 별다른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는 그랬다.


"날 좋게 봐 줘서 고마워. 근데 나는... 지금은 너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어. 미안."


왜 굳이 지금은 이라는 단어를 썼을까, 당시 우시지마는 깨닫지 못했고 세미는 자신의 방정맞은 입을 탓했다. 그것이 본심을 조금 들어낸 말이라는 것을 여전히 자각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구나. 시간 뺏어서 미안했다."


지금이라도 사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관계를 유지할 자신도 없었으며 그 때만큼 우시지마에게 감정을 쏟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갑자기 찾아올 정도로 자신을 좋아하는 우시지마에게 동등한 감정을 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까지 바래다 줄게. 여기까지 왔는데 혼자 보내기가 그러네."


카페에서 나오고, 역에 도착했다. 우시지마가 열차에 오르는 것을 보고 학교로 돌아가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다음에 또 보자. 할 수 있다면 배두고 같이 하자."


당연히 긍정적인 대답을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우시지마는 잠시 세미를 바라보았다.

"세미, 너는 내가 또 너에게 찾아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세미는 말실수를 했다고 생각했다. 방금 고백을 찬 사람이 또 보자고 말하는 건 이상한 일임이 분명했다. 아무리 친구라고 선을 긋는다 하더라도 실례인 행동이었을 것이다.

굳어져 있는 세미를 보며 변하지 않는 모습이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아마 돌아가서도, 세미가 보이지 않더라도 세미를 사랑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발자국 더 다가가서 세미를 안았다. 갑작스런 행동에 놀랐고, 그대로 한동안 움직이지 않는 것에 당황했다.


"저기... 와카토시? 이제 열차 출발할것 같은데."

"잘 지내라 세미. 아프지 말고, 슬프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라."

"뭐야 그게. 네가 우리 부모님도 아니고."


세미가 작게 웃었다. 우시지마는 이렇게 나오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했고, 세미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이유는 몰랐다.
우시지마는 다시 보고 싶으면서도 보고 싶지 않은 감정으로 뒤도 안돌아보고 기차에 올라탔다. 분명 창가 자리인데 바깥을 단 한번도 보지 않고 돌아갔다.

세미는 우시지마가 떠나는 것을 보면서 그 자리에서 눈물 뚝뚝 흘렸다. 왜 서럽고, 왜 슬프고, 왜 가슴이 아픈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결심했다. 우시지마의 말대로 절대 아프지 않고, 기쁘고, 하고싶은 것을 하기로 했다.

세미는 혹시나 우시지마 말했던 것들을 지켜내고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SNS를 시작했다. 검색해 보니 우시지마도 하고 있었다. 올라오는 것은 없었지만, 존재하고 있었다. 가장 처음 올린 사진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료수와 디져트를 먹으며 전공책을 공부하는 사진이었다.

세미는 그해 여름, 배낭여행을 갔다. 조금 지나서는 사고 싶었던 전자기기를 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회사의 게임도 시작했다. 잘은 하지 못했다. 감동적일는 영화도 보았다.

그렇지만 행복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SNS에 올리지 않았다.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자각한 뒤로 세미는 기쁘다, 즐겁다, 신단다 라는 표현은 자주 썼지만, 행복하다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그때부터 우시지마의 마음을 거절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사회인이 되었다. 동창회에서 연락이 올법한 나이가 되었다. 세미는 대부분의 동창회에 참석했지만 세계적인 배구 선수가 된 우시지마를 볼 수가 없었다. 단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것이 거듭 됨을 알면서도 세미는 또 동창회에 참석하였다. 시라토리자와 배구팀 OB회였다.

세미는 회사의 법무팀에 들어갔다. 이런저런 사람에게 선자리를 제의 받았으나 거절했다. 우시지마를 만나 말하기 전 까지는 약간의 오점이라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 OB모임에 우시지마가 왔다. 우시지마는 그 가운데서 가장 인기가 많았다. 세미는 동창회라 하면 자주 오는 사람이었기에 평소처럼 어느 한곳에서 식사와 술을 곁들였다. 바라만 보는 것이 힘들어 결국 세미는 잠깐 일어났다.


"담배 좀 피고 올게."


근처에 앉은 카와니시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반쯤 태웠을 때, 누군가 뒤늦게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것을 알았다. OB회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오늘 모임에는 세미가 아는 흡연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따라 올 사람은 너무 뻔했다. 망상일지도 모르지만, 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와카토시, 난 그 동안 한번도 아픈적이 없고, 기쁘고, 하고 싶은건 다 하면서 살아왔는데 말야."


세미의 그 말에 발걸음 소리가 멈추었다. 부정하지 않는 것을 보니 우시지마가 맞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행복하진 않더라"


눈물이 날거 같았다. 분명 할 말을 생각해왔는데,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프고, 슬프고, 하고 싶은 걸 다 못해도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아프지 말고, 슬프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걸 하라고 했었다. 영영 만나지 못했더라면 우시지마가 자신에게 남긴 유언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세미가 담배를 끄고 뒤를 돌아보니 우시지마가 가만히 서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이제는 우시지마의 얼굴이나 눈을 보며 그 마음을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세미는 우시지마에 관한 것에 무지한 사람디 되었다.


"지금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욕심이지 않을까, 너무 이기적인 말이 아닐까. 그리 생각했지만 우시지마는 다가와 세미를 껴안아 주었다. 기차역에서 떠나기 전에 껴안았던 것 보다 더 강하게,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세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자꾸만 세미의 얼굴을 품에 가리려고 했다. 이렇게 껴안은 상태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계속 답답하게 안으려는 행동에 그 간절했던 마음과 소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없어진 것이 아니라, 마치 고등학생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왜 자꾸 얼굴을 가리려고 그래. 나 답답해."

"네가 울것 같은 얼굴이라서 그랬어."

"애도 아니고, 이젠 아저씨라 감성이 말라서 이런걸로는 안 울어. 하면서도 안겨있고"


울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울지 않았다. 담배냄새 날텐데.


"행복하다."


몇년 만에 그렇게 느꼈다. 그 말에 우시지마가 더 힘있게 껴안아 주었다. 자신의 메세지가 닿은 모양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사랑이 전해졌다.

쓰고싶은 것을 쓰고 있습니다. 맛있으면 다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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