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져나간다

흘러나간다

사라져 간다

손에 가득 담았는데도

어느샌가 증발해 있다


그렇게도 싫었던 걸까

금세 빠져나가는 노을 아래 썰물처럼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증발해 있다


하이얀 결정의 노을,

그 아래 서 있었던 날을 기억하며

나는 허리를 굽혀 한 줌의 모래를 쥔다

모래는 조금도 머물기 싫다는 듯이 빠져나간다


빠져나간다

흘러나간다

사라져 간다

모래알의 수만큼 있었는데도

어느샌가 증발해버린 기쁨처럼

모래는 내 손에서 빠져나간다

He is a man. Just a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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