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것은 참 쉽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시인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들었어요
말하지 않는 자들은
침묵으로
무엇을
그리
시인하려 하는지
눈 감고 떠올려봅니다
한겨울 꽁꽁 얼어붙은 처마 끝, 비춰보이듯이 투명한 고드름
흔들리는 죽순, 간밤 온 마당 홀딱 적셔 하나둘씩 떨어지는 빗방울
바람 그치고 나면 매섭게 덮쳐오는 상쾌한 녹음의 기운까지...
참으로 평범한 광경이라 하지만
누군들
감탄하지 않을 수 있을런지
침묵은 그 곳에서부터 나온다 해요
그래서 세 걸음 멀리 떨어져
시인들은 바른대로 말합니다
저마다
놀라웠다고
차가웠다고
아름다웠다고
외로웠다고
시인하는 자들의 목소리가 출판되는 곳
시 쓰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당신은
무엇을 시인하려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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