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되었다고 거짓말처럼 찬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며, 가을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 실감 납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아무래도 창문을 열 생각이 선뜻 들지 않는데요. 환기를 하자니 가을과 함께 찾아올 미세먼지가 걱정이고, 그렇다고 환기를 안 하면 여기가 사람 집인지 먼지 집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눈에 보이는 먼지들과 공존해야 하는 것이 고민입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은 조금 먼지 냄새 나는 짤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위의 짤입니다. 이 짤에는 '건조기 필터 청소를 잊어버렸을 때'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요. 주로 사용하시는 기기가 무엇이냐에 따라 건조기 부분을 청소기나 공기청정기 등으로 바꿔서 생각하시면 더 공감이 가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때때로 새가 아닌 것의 사진을 올려 놓고 새라고 우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곤 하는데요. 하지만 오늘의 짤 속의 오래 묵은 먼지 뭉치는 새가 맞습니다.


정말 복슬복슬합니다. 옆으로 넘기시면(복슬복슬) 같은 현장의 다른(복슬) 사진을 보실 수(복슬뽁슬) 있습니다(복슬복슬)
관찰당하는 복슬이입니다. / © Andrew Dobson

위 사진이 오늘의 짤의 원본으로, 아무리 선명하게 보아도 먼지 뭉치로 보이는 귀여운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2007년 5월경 촬영된 것으로 보이며, 유감스럽게도 원작자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는데요. 다행히도 같은 현장을 촬영한 다른 사진의 원작자는 찾을 수 있었으며, 이 두 사진은 같은 사람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늘의 사진은 BirdLife International의 2008년 3월 뉴스에 첨부되었던 사진으로 보이는데요. 아쉽게도 원출처인 해당 기사는 현재 남아 있지 않으니, 아쉬운 대로 같은 현장의 다른 사진이 실린 뉴스 링크라도 달아놓도록 하겠습니다.


이 먼지 뭉치는 색이 좀 밝은 편이군요. / Depotgrl on Wikimedia commons먼지를 전부 털어내면 이렇게 됩니다. / © Joe Bourget, Photo 88051380 / iNaturalist

이 먼지 뭉치의 정체는 2017년에 소개한 적 있는 커하우 새끼입니다. 당시의 포스트에서 커하우는 둥지 침수 때문에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이주시켜진 새라고 소개했는데요.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원래 커하우들의 번식지는 작은 바위섬들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태풍과 해수면 상승으로 둥지가 파괴되거나 침수되며 이 바위섬들은 커하우의 둥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죠. 그래서 2005년부터 새끼 커하우들은 더 높고 넓고 안전한 논서치 섬(Nonsuch island)의 인공 둥지로 옮겨지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짤 속 먼지 뭉치도 이렇게 논서치 섬으로 옮겨진 커하우 중 하나이죠.


글을 쓰며 몇 번을 살펴보았습니다만 여전히 머리가 어느 쪽인지는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커하우에 관해서는 이미 소개한 적 있으니 이쯤 알아보기로 하고, 이 밑으론 다른 바다새 새끼들의 충격적으로 보송한 모습들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는데요. 타락한 노루궁뎅이버섯같이 보이는 이 보송보송한 것은 놀랍게도 새가 맞습니다. 솜 사진을 갖다 놓고 새라고 우긴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구체적인 새 이름을 말해보자면, 한국에도 드물게 찾아오는 새인 흰배슴새(Bonin petrel)의 새끼이죠. 흰 배가 들어가는 이름에 걸맞게 새끼도 흰 배를 가지고 있는 새입니다만, 이 사진만으로는 배가 어디인지는 커녕 어느 쪽이 머리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군요.


보송... 뽀송.... 보송보송....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이어서 살펴볼 것은 세 종류의 먼지 솜털이 함께 있는 사진입니다. 왼쪽부터 검은먼지 흰먼지 큰먼지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만, 사실은 트리스트럼바다제비(Tristram's storm petrel)와 흰배슴새와 검은발알바트로스(black-footed albatross)의 새끼라는 것을 알려드리는 것이 맞겠지요. 그렇다면 이 먼지들은 어쩌다가 이렇게 한 장소에 모이게 된 것일까요. 사실 우리가 모르고 있었을 뿐, 먼지 같은 아기새들은 주기적으로 회합을 가지며 각종 사회 현안과 솜털 관리법에 관해 의견을 나누곤 하는 것일까요.


작은 먼지 둘을 조금 더 크게 보도록 하겠습니다. / USFWS - Pacific Region on Flickr

사실 이 솜털들은 오늘 소개한 커하우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서식지를 떠나 안전한 새 터전으로 이주한 새들입니다. 2018년 4월, 53마리의 흰배슴새와 25마리의 트리스트럼바다제비 새끼들은 며칠 동안 배를 타는 강행군을 거쳐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동하였는데요. 여기에는 이미 22마리의 검은발알바트로스 새끼도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먼지 회합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아주 당당해 보이는 아기 슴새입니다. / Andre Raine/Kaua'i Endangered Seabird Recovery Project (USFWS - Pacific Region)

지금까진 완전한 먼지 뭉치들을 살펴보았으니, 과도기의 반먼지반새도 하나 보여드리도록 하겠는데요. 이 멋진 먼지 코트를 입고 계신 분은 하와이슴새(Hawaiian petrel)의 새끼입니다. 이 사진 역시 지금까지 살펴보았던 다른 사진들과 마찬가지로, 보호종의 새끼들을 안전한 둥지로 이주시키는 과정 중에 촬영된 사진인데요. 하와이슴새의 기존 서식지에서는 새끼를 노리는 포식자들이 가장 큰 위협이었다 합니다. 


마지막으로 흰배슴새 새끼의 흰 배를 제대로 보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 Forest and Kim Starr on Flickr

오늘은 안전하게 옮겨진 먼지새들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히려 개체수가 적은 새일수록, 보호를 위한 활동 중 촬영된 선명한 사진들을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희귀한 새들의 모습을 잘 볼 수 있으니 좋은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얼른 개체수를 회복하여 이런 사진이 더는 찍힐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예전에 소개했었던 다른 솜공들에 관한 포스트 링크(1) (2) (3) 첨부하며, 오늘의 포스트는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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