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날씨는 맑았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떠오른 햇살은 막 잠에서 깬 눈에는 지나치게 화창했고 그렇기에 애써 눈을 비비며 비실거리는 걸음을 옮기던 중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낯익다. 아직 잠 기운이 남은 귓가에 듣기 좋게 스며드는 부드럽고도 안정적인 미성.

"뭘 할까요? 가신의 목을 벨까요? 사찰을 불태워 버릴까요? 원하시는 대로 부디 명령을."

"……."

그러니까 맑게 울리는 새소리와 반짝이는 햇살과 신선한 공기가 어우러진 상쾌한 아침에, 막 일어나서 까치집이 된 머리를 대충 묶고 기어나온 사람한테 그런 말 던지지 말란 말이다. 그것도 듣기만 해도 썸 탈 것 같은 훈훈한 목소리로는 더더욱! 깬다고. 확 깬다고. 대체 눈곱도 안 뗀 사람한테 세숫물 대령은커녕 살인과 방화를 운운하는 건 어느 나라 법도더냐. 몇 번이나 입 밖으로 나올락말락한 말을 삼키며 카네는 침묵했다.

오늘도 여전히 혼마루의 아침은 상큼살벌하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 뿐 본체는 도검이니 생각하는 것이라던가 의식 자체가 다를 거라는 예상은 했었다. 무엇보다 이미 하치스카를 통해 경험한 바가 있었으므로.

그런데 매일마다 새삼스러우면 어쩌자는 건지. 누구누구 씨가 한 말처럼 "늘 짜릿해! 새로워!" 하는 것도 아니고. 이놈의 도검들은 조금만 대화를 나눠 보아도 인간과 다르다는 것이 확 와닿는지라 긴 대화를 이어 나가기 힘들었다. 겉만 인간인 외계인들이 우글거리는 사이에 홀로 낀 기분인지라, 그 사실에 조금은 외로움을 느끼는 카네였다.

도검들은 소유자였던 주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하던가. 애초에 츠쿠모가미라는 존재들이, 검에 남은 기억이나 사념 등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니 당연한 결과였다. 검에 가장 많은(짙은) 사념과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존재가 주인 외에 누가 있겠느냐고. 그리고 도검들의 주인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많은 경우 사무라이들이었다. 즉 살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던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도검이라는 것 자체가 신사에 바치거나 하는 등의 기원을 위한 것이 아니고서는 원래 사람을 해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지기에, 그들 옆에 있다 보면 카네는 가끔 정신적 공황이 오곤 했다. 그나마 가장 성격이 다정하고 상식적(인 것처럼 보이는)인 축에 속하는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조차도, "주인이 사람을 벨 때 옆에 있던 촛대까지 함께 베었다는 이유만으로 내 이름을 이렇게 지어서 마음에 안 들어."라는 말을 하고 있으니 말 다했다(그리고 카네는 일주일간 미츠타다 옆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래. 시대적 상황이 다르고 저 때는 권력자가 제 비위를 거슬렸다는 이유 하나로 사람을 베던 게 당연시되던 때이니 이해하자…… 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런 류의 대화를 듣는 게 반복되면 멘탈이 피폐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마치 오늘 저녁 반찬은 무엇인가 하는 투로 사람을 이렇게 베고 저렇게 죽이고─ 이쯤 되면 인간의 탈을 쓴 외계인은 고사하고 사이코패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멀다. 진짜 멀어."

"무슨 소리지?"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리고 카네는 고개를 휘휘 저으며 웃어 보였다. 옆에서 의아한 시선을 보내 오던 이시키리마루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카네의 표정에 안심한 듯, 다시 기도를 시작하는 것이 보인다. 본래 신사에 바쳐진 검이라고 했던가. 그래서인지 옆에만 앉아 있어도 뭔가 온화하고 부드러운 안정된 공기가 몸을 감싸는 것만 같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정화되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혼마루에 모인 도검들 중 몇 안 되는 온건파 중 하나라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 비록 전투에 나섰을 때 물러서는 법은 없지만, 적어도 평상시에 뭘 베었다 어쨌다 하는 살벌한 말은 하지 않으니까.

그렇기에 미츠타다니 하치스카니 하는 잘생긴 도검들을 놔두고 요새 카네가 가장 자주 붙어있는 도검남사이기도 하다. 물론 이시키리마루는 근래 들어 갑자기 찰싹 달라붙어 있는 카네가 의아한 듯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였다. 그 초연하고 담백한 성격은 신사에 바쳐진 검이기 때문일까. 경건한 모습으로 기도를 하는 이시키리마루를 옆에서 흘깃대던 카네 또한 다소곳이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감았다.

혼마루 신이시여, 오늘도 혼마루의 평화를 지켜 주소서.
저 아닌 척 하면서 은근 호전적이고 얼굴만 정상인 도검들이 뭔가 사고를 치지 않도록. 저들끼리 싸우지 않도록.
나무아미타불. 러브 앤 피스.


……그래. 그저 무조건 평화로운 게 최고다.









>>백설두의 한마디
오작교가 부재중인 이유, 첫 번째.
아직 견우들이 직녀와 만날 날은 멀다.
…이쯤 되면 연애는 고사하고 혼마루 생존기라고 불러도 될 듯.

이것저것 내키는 대로 쓰고 그리는 멀티러. 절대고수를 향해 노력중입니다. 근데 달성까지가 너무 멀어…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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