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pice] 할로윈

2년후 처음으로 맞이 하는 10월 30일








"할로윈?.. "

"지역마다 다르지만... 10월의 마지막 날 즈음 해서, 사람들은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다고 믿고 -성대한 축제를 하곤 해." 



주방에서 앉아 넓게 펼쳐진 도마 위에서 호박을 파내며 상디가 답했다. 



"그게 호박이랑 무슨 상관인데?" 

"이 축제는 귀신들의 잔치 이기도 하거든, 그 귀신들 중에 가장 유명한게 - 잭 오 랜턴, 호박 귀신이야." 



깎아 버려진 호박을 옆에서 주워 먹던 루피에게 그가 말을 이었다.



"그거 다 먹지 마. 호박죽 할 거니까" 

"응, 알았어" 



이미 대부분이 그의 입속으로 가지고 들어갔지만 개의치 않았다. 



"근데 왜... 밖에서 안 해? 같이 하면 다들 좋아할 텐데" 



몇시간 내내 조각칼과 망치로 두꺼운 호박을 파내느라 - 벌게진 요리사의 손을 보고는 루피가 다시 물었다. 너저분하게 버려져 있는 호박들은 그가 오기 전에도 몇번의 시도가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서걱서걱.

호박을 파내는 소리가 멈칫했다. 잠시의 침묵이 주방을 매웠다.



" .. 이런 건 미련이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야." 

" 미련 ? " 



 요리사는 끝내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에 마주 본 선장의 입에 잘 익은 호박을 몇 개 더 넣어주며 '저녁 메뉴나 생각하라'라며 덧붙여야만 했다.


주방의 창밖으로 보이는 달은 유독 밝게 느껴졌다.





*


작은 귀신 모양의 열쇠고리 가 수첩 사이에서 달랑거렸다. 서재에 앉아 책을 보다 눈에 들어온 작은 반짝임은 오늘이 할로윈 이라는 사실을 그녀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이전에 정박 했던 마을에서 경품으로 받았던 값싸고 조잡한 열쇠고리였다.


일당은 크리스마스, 새해 같은 기념일은 이름에 걸맞게 성대한 연회를 열곤 했지만 - 어쩐지 할로윈은 대체로 잔잔하게 넘어가곤 했다. 


지나간 사람들이 돌아오기 바라는 축제는 이 배에는 어울리지 않음을, 모두가 알고 있는 까닭이었다. 


로빈이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


자신은 할로윈을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었다. 갑판에 앉아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음악가가 생각에 잠겼다. 


이러한 모습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정박한 마을에 갈 때면 '때 이른 할로윈'이냐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럴 때 마다 담담하게 웃어넘겼다. 너무 무거워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죽은 자들이 돌아와도 해줄 말이 없는데.

나는 아직 그들이 맡긴 일을 다 하지 못했는데.

나는 아직 이룬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기억나지 않는 먼 옛날 최초의 할로윈 파티는 조금 더 즐거웠으리라 생각 할 뿐 이였다.




*



귤껍질을 재주 좋게 분리 해 낸 다음 그 위에 몇번의 칼질로 만들어낸 훌륭한 잭 오 랜턴이 - 그녀의 손바닥에 들려있었다. 작고도 아담한 크기기에 향긋한 귤 향은 그녀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루피! 이것 좀 볼 ... " 


그러다 문득 그녀는 이 날의 기원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아주 천천히 손바닥 위의 잭 오 랜턴을 움켜쥐었다. 잠시 후 손바닥 위에 남은 것은 볼품없는 귤껍질 이였다. 



"나미? 나 불렀어?" 

"아니, 안불렀어" 

" ? "



서늘한 감각이 머리를 차갑게 시켰다. 

10월의 마지막 밤의 바다는 파도 조차 잔잔했다. 



*





일당 중 가장 최근에 '상실'을 겪은 것은 루피였다. 그런 그에게 죽은자가 돌아오는 날 을 축하 하자고 말 하는 크루는 없었다. 적어도 자신은 그럴 용기가 없었다. 


갑판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며 우솝이 생각했다. 주머니속에서 꺼낸 거미모양 사탕을 우물거리고는 그대로 - 남은 것은 바다에 던져넣었다.


차라리 시간이 좀 더 지났었다면, 그의 상처가 무뎌진 것이 보였다면 조금 더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했었다. 하지만 아직 루피는 그 시간을 짊어지고 있었다. 본인은 자각이 없겠지만 밤중에 에이스를 부르며 잠꼬대를 하는 날도 있었다. 아직은 그의 앞에서 사자의 생환 을 이야기 할 시기는 아녔다. 




"얘들아- 상디가 호박죽 먹으라는데 " 



한동안 이 배에서는 10월 30일은, 그저 호박요리를 먹는 날 이 되겠지.

그의 목소리를 듣고 우솝이 작게 냉소했다. 내년 할로윈은 다 같이 연회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주머니에 있는 사탕을 모두 바다에 털어넣었다.











Out to Sea? The Plastic Garbage Project, 2006 ©Paulo Maurin/NOAA.


Fin

ECT기준)아직 10월30일
Happy Halloween 🎃!



저도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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