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56


By.둥휘


  "있잖아~나 우리 이야기

  글로 쓰고 싶은데 괜찮을까?"


어느날 묻는 성운의 물음에 

나는 잠시 생각했다


우리의 이야기를 쓰려면 대휘와

재환을 빼놓고 쓸 수는 없을테니까


  "재환이랑 대휘는 어떡하게?"


  "재환이한테는 허락 받아야지

  대휘는 만날 수 없으니까..

  빼고 써야하지 않을까.."


재환에게 허락을 받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에게

글을 쓰고 싶다고 허락을 받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모든 것을

설명해야 했으니까


우리가 사귀고 있는 걸 안다고 해서

재환이 성운과 사귈 당시에

나와 만나고 있었다는 걸 

아는 건 아니었으니까


  "재환이 때문에 고민이야?"


성운이 내게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무래도..글로 쓰면

  어쨌든 김재환도 다 알게 되는거잖아"


  "...그렇긴하지..내가 잘 말해볼게"


성운은 조금 자신 없는 듯한 말투로

내게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환에게 말하는 일은 내가 대신

해줄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야 나와봐"


출근하자 밤번근무를 하고도 퇴근하지

않고 나를 기다린 듯한 재환이

피곤한 얼굴로 나를 불렀다


  "어..?어어.."


그가 담배를 꺼내 내 입에 물려주었고

자신 역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불..안붙여?"


괜히 눈치를 보게되는 재환의 분위기에

조심스레 묻자 그는 아..하는 소리를

내더니 라이터를 꺼내 그와 내 담배에

차례로 불을 붙였다


후우-하는 한숨같은 소리와 함께

재환이 담배연기를 내뱉었다


그 옆에서 아무런 말 없이 담배를 

피우던 나는 담배를 지져끄며 

그가 다 피우기만을 기다렸고


그는 내 앞에서 총 네 대의 담배를

줄로 피워댔다


  "야 미쳤냐? 속버려 미친놈아 그만펴"


  "야"


다섯번째 담배를 입에 무는 재환을

말리자 그가 대답대신 낮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어..?"


  "나 너 한대만 쳐도 되냐"


그 순간 올 것이 왔다는 생각 뿐이었다

한대가 아니라 열 대라도, 백 대라도..

그의 마음이 풀릴때까지 언제든 

맞아줄 수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한참이 지나도 오지않는 주먹에

실눈을 뜨고 그를 살피자 그는

내 앞에서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안때려..?"


  "진짜 줘패주고 싶은데...

  성운이형이 그러지 말래"


그의 말에 물기가 어려있어 

할 수만 있다면 그의 손을 잡고

나를 아주 세게 때리고 싶을 정도로

죄책감이 몰려왔다


  "재환아.."


  "진짜 시발.. 하아...존나

  멍청하지 않냐 헤어진 애인이

  바람을 피우고 있었는데 그 

  헤어진 애인이 바람핀 상대를 

  제발 용서해달라고, 아프게 하지

  말아달라고 빈다고 그대로 하는

  멍청이가 여기있네"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의 입에 담배를 하나 물려주었고

그는 불을 붙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예상은 하고 있었어 대충.."


  "뭐..?"


의외의 말에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모르게 하기위해 꽤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엔..바보같이 아무것도 몰랐는데

  형이 나를 볼 때보다 너를 볼 때 더 많이

  웃더라고...그리고..네가.."


  "..."


그가 하기 힘든 말을 하는 듯 연기를

내뱉으며 입술을 떨어댔다


곧 울기라도 할 듯이.


  "네가 나한테...미안하다고 했잖아"


  "..내가?"


  "어..술마시고 집에 데려다 준날..

  그날 듣고 모든게 확실해졌어

  아..둘이 만나고 있던거구나..하고"


그날 그가 깨어있을 줄은 몰랐다

나는 그날을 회상했다


술에 취한 재환을 침대에 눕혀주고는

나는 잠든 그에게 속삭였었다


  '재환아 진짜 미안하다...

  진짜로..너무 미안해

  네가 진짜로 하성운을 

  잊으면...너 잘먹고 잘산다고

  그때 전해줄게'


  "아..."


그럼 그날, 그에게 미안하다 말하고 그의

집을 빠져나와 성운과 함께 시시덕 거릴때

너는 얼마나 큰 절망감과 괴로움에 빠져있던 걸까

그 어두운 방에서 홀로...


그와 나의 상반된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져 괴로워졌다


내가 행복할 동안 너는 그 어둠을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까 방황하고

있었겠구나


이제야 내가 그에게 지은 죄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깨달았다


  "...재환ㅇ.."


  "됐어..성운이 형한테 글 쓰라고 했으니까

  그런 줄 알아 그리고..진짜 잘해줘야돼

  성운이형..힘들게 살아온 사람이잖아"


그는 내 말을 가로막고 담배를 툭툭 털었다


  "응...알지 고맙다"


  "그리고 약속했거든..형이랑 헤어질때

  형이 진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진심으로 축하해 주겠다고.."


그런 약속을 했을 줄은 몰랐다


어쩌면 재환이 괜찮아졌다고,

성운을 잊었다고 생각한 건

나를 위한 합리화였을지도 모르겠다


재환은 내 상상 이상으로 성운을 

사랑했고 아직 사랑하고 있다


  "그냥..잘해줘..힘들었던 만큼

  행복하게 해줘 난 그거면 돼"


그의 목소리가 아주 아련하게 

귓가를 스쳤고 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평생 그의 말을 가슴에

사무치게 새겨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언제나 떳떳할 수 있게

그가 성운을 놓아준 것을 후회하지 않게.



https://blog.naver.com/wjs_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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