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ri_mingming

* 썰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글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ㅁ;

* 맞춤법, 띄어쓰기 안 돌렸어요! 사투리 잘 모름!

* 트리거워닝(Trigger Warning) : 군대, 전쟁, 비행기 사고








네임버스로 아츠야치 보고싶어.


군인 아츠무 참전 하게 됐는데, 야치한테 꼭 살아서 돌아오겠다고. 돌아오면 결혼하자고 반지 끼워주고 떠나는 거지. 둘은 서로 네임도 가지고 있었고, 이 네임에서 서로가 살아있음을 알려주듯 맥박도 느껴지고 온기도 도니까 야치도 늘 기도하며 하루하루 기다렸지.



하루하루 마음을 졸이며 일상을 보내고 있던 야치. 벌써 아츠무가 떠난 지 한 달이 넘었다. 가끔 전해 듣는 소식은 희망적이었다. 이제 다 끝나간다. 곧 돌아올 수 있을 거다. 끝까지 안심할 수는 없지만, 야치는 행복했다. 제 왼손 네번째 손가락에 적힌 아츠무의 이름은 아직 선명했으니까.

그렇게 두 달이 다 되어가던 때.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고, 이제 정말 돌아오는 일만 남았다는 소리에 야치는 대청소를 시작했다. 아츠무가 제일 먼저 돌아올 곳이니까. 당분간은 집에서 푹 쉬는 걸로 데이트를 대신해야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어느덧 해는 지고 있었다.

내일이면 아츠무가 돌아오는 날이야.

야치는 그렇게 포근한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주말이라 출근 대신 집에서 쉬고 있던 야치는 슬슬 시간을 확인했다. 곧 출발한다는 이야기가 뉴스에서도 들릴 법 한데 좀처럼 들려오는 소식이 없어 무슨 문제라도 생긴걸까 불안했지만 아직 선명한 네임에 야치는 애써 마음을 달랬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미야 오사무]


평소 같았으면 반갑게 받았을 전화인데, 어쩐지 지금은 받고 싶지 않았다. 괜히 가슴이 떨리고 불안해서. 한 번 울리고 끊긴 전화. 다시금 전화가 울렸지만, 야치는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몇 번 더 울리고 끊긴 전화. 그리고 도착한 메세지 한 통. 야치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별 일 아닐 텐데. 그냥. 조금 늦어지는 거라고 이야기해주려고 전화한 걸 텐데.


'전화 좀 도.'


짧은 문자 한 통. 오사무의 말은 그게 다 였다. 다른 말은 하나도 없이. 야치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통화 버튼을 눌렀다. 뚜──. 뚜──. 뚜──. 정확히 세 번의 신호음 끝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고. 다급한 한 마디. 야치는 입을 열었다. 집이에요. 오사무는 다급하게 움직이는지 전화 너머에서는 우당탕탕 소리가 들렸다.


"놀라지 말고 잘 들어라."


오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속보입니다! 전쟁에 참가했던 군인들이 탄 비행기가 방금 전 상공에서 추락했습니다."


틀어놨던 뉴스의 아나운서 역시 다급하게 말했다.


"츠무─, 탔던 비행기가─."


오사무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안에 타고 있던 군인들의 생사 여부는 현재 전해지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떨어진 곳에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일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아나운서가 말했다.


"떨어졌단다─."


오사무가─, 말했다.


야치는 파르르 떨며 제 왼손을 내려다 보았다. 네번째 손가락에 선명하게 적힌 아츠무의 이름이 보였다.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오사무의 목소리와 티비 속에서 들려오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전해지지 않았다. 자꾸만 시야가 흐려졌다. 그것 때문인지 아츠무의 이름도 흐릿해지는 것 같아 야치는 손등으로 눈물을 거칠게 닦아냈다.

어─.

흐려졌다.

서서히.

점점 없어져 간다.


"야치! 내 목소리 듣고있나! 정신 차리라! 내 지금 갈게. 허튼 생각하지 말고 집에 있어라. 알겠제."


"아─, 안, 돼. 아─, 아─!"


핸드폰을 집어 던졌다. 오른쪽 손으로 제 손가락을 부여잡았다. 아니, 사라져 가는 아츠무의 이름을 부여잡았다. 사라지지 않도록. 더는 없어지지 않도록. 아─, 아─!만 외치며 제 손가락을 부여잡는 야치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떨어졌다.


"안─, 돼! 아, 아니─, 아니야!"


분명 돌아온다고 했는데. 돌아오면 결혼하자며 수줍게 웃으며 반지를 끼워줬는데. 공주─ 하며 저를 껴안고 사랑한다고 속삭여줬는데.


'공주야─, 사랑해.'

'내 진짜 힘들다─. 우리 공주랑 결혼하고 싶은데. 응?'

'오늘 어땠노. 그 팀장 아직도 그러나. 내가 함 패주까.'

'공주야, 내 조심히 다녀올게. 꼭 살아서 돌아오께.'

'다녀오면─, 내랑 결혼하자.'


안아줄걸. 떠나는 날─, 자지 말고 배웅해줄걸. 야근이 뭐라고. 사랑한다고 더 자주 말해줄걸. 부끄러운 게 뭐라고. 더 일찍─, 프로포즈 받아줄걸. 아니, 내가 프로포즈 해서라도 함께 할걸. 더 오래. 같이 있을걸. 더 자주 입 맞춰줄걸. 더 자주. 더 많이─.

눈물이 흘렀다. 후회가 밀려왔다. 이제와서 후회한들 뭐가 달라진다고. 미친듯이 떨리는 손이 이만 현실을 자각하라는 것 같았다.


"다시 전해드립니다. 상공에서 추락한 비행기에 불이 붙어 현재 생존자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주변에는 온통 나무밖에 없어─."


전부 꿈이었다. 아니, 꿈이어야만 했다. 믿을 수 없었다. 방금까지도 제 손가락에 선명하게 있었던 이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처음부터 '미야 아츠무'라는 이름은 없었던 것처럼. 아니, 그런 사람은 없었던 것처럼.


'공주 네번째 손가락에 내 이름 있는 게 너무 좋다.'

'응? 왜요?'

'왼손 네번째 손가락은 결혼 반지 끼우는 자린데, 내 이름이 거 있으니까 우리가 결혼한다는 소리 아니겠나.'

'에에─?'

'와! 내랑 결혼 안 할끼가! 공주야─, 내는 우리 공주바께 읍따─.'

'음─, 조금 생각해볼게요.'

'하아, 우리 공주랑 결혼 할라믄 열심히 노력해야겠네. 평생도 기다릴 수 있으니까 딴 놈이랑 결혼하지말고 내랑 해야댄다. 알았제.'


주변 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시선은 여전히 손가락에 닿아 있었다. 아츠무의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있던 손가락에는 그가 끼워준 반지만이 반짝거린 채 야치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었다.

그렇게, 야치의 눈이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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