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세 달 전이었다.


며칠 전엔 결국 한수미가 샀던 것과 흡사한 연핑크로 맞춰 옷을 사고 한복까지 골랐고, 어제는 오전에 예식장 잔금을 송금했고, 지금은 신혼집을 알아보러 한수미를 태워 부동산에 가고 있었다. 한수미가 다 맡아서 하고 정말 필요한 부분만 함께 하는 건데도 할 일이 산더미였다.




"두재희, 두재희."
"한 번만 불러도 들린다고."
"난 주택이 좋은데."
"안 돼. 아파트."
"왜!"
"어차피 삼 년 살고 팔아야 하잖아. 주택은 관리도 힘들고, 나중에 팔 때도 피곤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알겠어... 하고 대답하길래 슬쩍 돌아보자 한수미가 한껏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리 불쌍한 척을 해봐라 그걸 들어주나.



부동산에 도착하자 인상 좋은 사장님이 반겨주셨고, 한수미와 나란히 손님용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테라스 넓게 나온 아파트로 볼 수 있을까요. 주변 녹지도 좀 좋고, 그런 곳으로요."
"그럼요."




사장님은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자신의 책상 앞으로 가서는 컴퓨터를 뚫어져라 보았다. 매물을 확인하려 이리저리 바쁜 사장님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한수미가 내 팔을 툭툭 치더니 말했다.



"웬 테라스?"
"뭐."
"테라스에 녹지에, 너 내가 주택 살고 싶다고 해서 그러지?"
"아닌데."
"맞잖아!"
"아니라고."




한수미는 낄낄거리며 내 팔을 찰싹 때리더니 말했다.




"맞으면 맞다고 하면 되지~ 부끄럽냐~?"
"아니라고."
"너도 참~"



맞긴 맞는데, 저 다 안다는 듯한 표정에 아주 약이 올랐다. 아직도 낄낄거리고 있는 한수미에게 인상을 찌푸려주고, 소파에 기댄 몸을 일으켜 마우스를 달칵거리고 있는 사장님을 향해 말했다.



"사장님! 죄송한데 테라스 없는......"
"야, 야, 야! 야! 취소, 취소! 사장님! 아니에요! 무시하시고 그냥 하시던 일 마저 하세요!"



다급하게 내 말을 끊는 한수미와 그런 한수미를 흘겨보는 나를 번갈아 가며 본 사장님은 어색하게 하하 웃으며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고, 한수미가 내 팔을 또! 찰싹 때리며 말했다.



"으이구~ 언니가 모르는 척해줄게~ 우리 재희 부끄러우니까~"




아오. 성질 뻗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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