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예방접종과 중성화이다.

흔히 강아지를 '정상적으로' 키운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예방접종과 중성화는 지극히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실상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강아지 중 상당수는 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유자가 막 3차 접종을 끝내고 집 옆에 있는 공원에 잠깐 잠깐 산책을 다닐때 였다. 수의사 선생님이 아직 접종이 다 끝나지 않았으니(최종은 5차이다) 되도록 다른 강아지와의 접촉을 피하라셨기에 웬만하면 다른 강아지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던 차였다.


공원에 와서 신난 유자

그러나 쉽지 않았다. 동네 특성상 흔히 반려견 키우는 사람의 메너로 통하는 "인사해도 될까요?" 라고 묻고 자신의 개를 들이대는 행위는 전혀 알지 못하는 중노년들이 무척 많았고, (초면인데) 화가 나서 크르릉 거리거나 극도로 흥분해서 헥헥 거리는 미친 말티즈/푸들을 유자에게 무척대고 들이대는 일이 이어졌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상대 견주에게 "아직 접종이 다 안끝나서 다른 개와 만나는건 안될 것 같아요" 라며 거부하곤 했다.

그러다가 어떤 말티즈 견주가 

"어? 접종? 그거 얼마나 해야하는데?"(일단 반말 박고 들어온다)

"5차까지 해야하는데 3차까지 했어요"

"어? 우리 00이는 얼마나 했더라.. 한번인가 두번 맞은 거 같은데? 그거 꼭 5번이나 해야하나?"


뭐 이런 식이었다. 실제로 보면 굳이 다 맞춰야 하나 하는 식의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고, 이게 전부 수의사들 상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자주 본다. 그리고 수의사에게 화가 난 것을 나에게 풀곤 했다...


중성화 역시 하지 않은 경우가 무척 많다. 내가 유자를 키우며 의도치 않게 설문조사를 하게 된 (대화중에 굳이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결과 그 이유는

1. 쓸데 없이 비싸다.

2. 불쌍하다(생식 능력을 잃는 것에 무척 이입한다)

3. 굳이...?

4. 수의사들 상술이야 전부~~


뭐 이런 이유인데 이들의 말투나 하는 짓을 보면 그냥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식으로 대충 근거없는 믿음으로 사는 사람들 같아 보였다.(상종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달까...)

상종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아~ 예~예~' 하면 되겠다 싶었지만, 문제는 이들이 이걸 나한테 주입하려 한다는 점이었다.

예방 접종 이야기가 나오면 "굳이 맞춰야 하나~ 옛날에는 이런거 없이 키웠다" 라고 뻔한 레퍼토리를 풀고, 중성화를 언제 언제 한다고 하면 "그 고자 되면 불쌍해서~ 안해도 돼~ 우리집 애는 안하고 잘 살아~~" 같은 소리를(꼭 반말로) 지껄이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나의 생각은 전혀 바뀌지 않은채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이런 쓸데없는 대화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에 매번 기분이 무척 좋지 않았다.

한국엔 대충 나이 좀 먹었다고 본인이 나보다 똑똑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무척 많은데, 개 키우는 사람들 중에서는 더더욱 많았다. 

어린 강아지를 산책 시키는 젊은 사람이 앞에 지나간다? => 일단 다가가서 자신의 개 키우기 철학을 설파한다...


이런 사람을 특히 유자가 어릴때 많이 만났는데 너무 많다보니 나는 이런 사람들을 "어반 빌런"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마치 옛날 포켓몬스터 게임에 나오듯 내가 앞에 지나가면 머리 위에서 느낌표가 딱! 뜨면서 다가와서 시비를 터는 것 같달까.



각설하고...


유자는 집에 온 직후부터 시작하여 칼같은 주기로 5번의 예방 접종을 하였고, 마지막 접종 후엔 항체 검사를 하였다. 항체검사비가 그렇게 비싼줄 모르고 검사했지만, 그래도 항체는 잘 형성 되었었다... (운다)

그 후 일주일인가 쉬고 중성화 수술을 하였다.


불쌍한 꼬깔콘


다 지나서 되돌아 보면, 이 모든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꾸준히 동물병원에 가야했고, 갈 때마다 몇 만원씩 돈이 드는데 이게 도대체 끝이 안나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뭔가 처음 들었던 것에서 이것 저것이 추가되는 기분이었다...  광견병 주사를 맞춰야 한다거나... 항체 검사가 추가된다거나.. 뭐 내가 처음 안내 받을때 잘 못 들어서 그런거겠지 싶었지만 찜찜한 기분은 그대로였다.

의외로 괜찮았던 점은, 고양이와 다르게 강아지는 산책 가듯 병원에 데리고 가면 되고 유자가 병원을 막 무서워 하거나 그러지 않아서 병원에 가는 행위 자체에는 부담이 없었다는 것. 간호사 선생님이 주시는 간식도 받아먹고, 어찌됐든 밖에 나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거라서 유자는 마냥 즐거웠다. 반면 콜비의 경우엔 병원에 가려면 너무 패닉이 심하게 와서 무척 힘이 든다.


스케일링을 하고 마취가 풀리길 기다리는 슬픈 꼬깔콘


가장 큰 문제는 돈이었다.

처음 데리고 왔을때 용품이니 뭐니 하면서 돈이 많이 들었는데, 데리고 와서도 병원비로 수십만원이 깨지다보니 안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돈이 딸리는데 더더욱 힘이 들었다. 

그래도 이것만 견디면 이제 사료값이랑 약간의 간식값만 들겠지 하면서 버텼지만 이건 완전한 오산이었다... 유자 완전 돈먹는 하마다.


반려동물 건강은 "pay now or pay later"라고 했다. 

이 말을 마음에 새기고 지금도 열심히 건강 관리를 해주고 있다. 양치질도 매일 하고, 이런 저런 케어도 빼먹지 않고 해주고, 산책도 열심히 시키고... 


유자가 앞으로 쭉 건강했으면 한다.


쩜프!






평소 잘 모르다가 글을 쓰다보니 세상을 참 삐딱하게 보고 있다는 걸 많이 느끼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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