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쉬에이] 돌아가자 (part 0. 프롤로그)




상석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는 눈동자에는 오만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저보다 열등한 것들을 바라보는 시선. 같잖은 말을 꽥꽥 내뱉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다 그는 앉고 있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의자에서 일어난 그 단순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열띤 토론을 이어가던 존재들은 조개처럼 입을 닫았다. 그러자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내부. 얕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이 상황에 남자는 한쪽 입꼬리를 올려 피식 웃었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얼굴을 붉힐 만큼의 모욕일 텐데 그럴 텐데, 사람들은 남자의 웃음에 포식자 앞의 초식동물인 것처럼 몸을 떨 뿐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못하는 거겠지만. 이 주제에 관하여 얘기가 나온 게 며칠이 지났는데, 여전한 모습에 남자는 짜증이 한껏 담긴 북풍과도 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까지 이럴 거지.”

“그, 폐하 그것이…. 워낙 정하기 어려운 시안이다 보니….”

“어려운?”

남자, 황제는 하나의 귀족이 내뱉은 단어에 눈썹이 꿈틀거렸다.

“”어려운”이라니, 그 단어가 지금 나올 줄 몰랐어.”


곧잘 정하는 일 일 텐데 말이지.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는 말에 회의장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굳어버렸다. 어렵지도 않은 일을 어렵다고 하는 자신들. 그리고 그것은 여태까지 얼마나 일을 하지 않았는지를 절로 알 수 있는 말이라서. 네놈들은 일을 단 하나도 하지 않았구나. 머릿속을 '쾅' 하고 울리는 황제의 속뜻에 소름이 끼쳤으니까. 핏기없이 창백해지는 귀족들과 천천히 눈을 마주치던 황제는 고개를 돌리며 발을 내디뎠다. 뚜벅뚜벅하는 발걸음 소리에 맞춰 검은색 일색의 예복을 감싸고 있는 망토 자락이 사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황실의 상징인 황금색 사자가 물결치는 움직임에 따라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것처럼 일렁거렸다. 마치 황제가 바로 앞에서 압박하는 것과 같은 두려움에 어느 한 귀족은 자리에 앉은 채 부들부들 떨었다. 앞을 보고 있어도 뒤를 돌아보고 있어도 오금이 저릴만한 공포가 귀족들을 덮었다.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귀족들 위로 황제의 말이 떨어졌다.


“오늘 자정 전까지.”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적 속에서 떨어진 것은 기간이었다.

“자정 전까지다.”

그것은 독촉이 아닌 완벽한 협박 그 자체였다. 흉흉하기 그지없는 기세로 말하는 황제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그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을 끝으로 대회의실 밖으로 나가는 황제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귀족들은 허리를 숙였다.


달칵.


“후….”

문을 나서면서 나오는 황제의 긴 숨에 회의장을 지키는 기사는 흠칫했으나, 거의 닫히는 문 사이로 큰 소리를 내며 회의를 하는 귀족들의 모습에 감탄을 내뱉으며 고개를 숙였다. 경애와 충성을 담아. 황제는 그런 기사를 가볍게 지나치며 걸었다. 산더미와 같은 서류들이 남아있는 집무실로.


“황제 폐하.”


그러나 도착한 집무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절로 머릿속이 환해졌다. 황제는 조금 전에 지었던 웃음과는 다르게 눈꼬리를 휘어 웃으며 집무실 안으로 발을 옮겼다.


“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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