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차영빈, 마약 투약 논란… "클럽서 엑스터시 들이켜"




대형특보가 터졌다. 문제는 남들 입에 오르내리기 좋은 이 특보가, 자신에게는 머리 터지기 좋은 것이라는 점이다. 은갑은 얼굴을 있는 대로 구기고서 낮게 욕설을 뱉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빠진 손이 휴대폰 액정을 줄기차게 터치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차영빈은, 그 정도로 돼먹지 못한 놈은 아니다. 물론, 머리가 안 돌아가는 놈도 아니고.






-






짧은 시곗바늘이 숫자 2를 막 지나쳤는데도 아직 침대 위에서 뭉그적거리는 몸은, 막 침입한 자에 의해 보기좋게 걷어차였다.




"…윽!"


"일어나 새끼야. 내가 준 핸드폰은 꺼놓지 말랬지."


"…씨바. 아침부터 웬,"


"너 실검 떴다 이 새끼야."


"…뭐… 시놉 들어 온 거라도 있어?"




마약 사범 시놉시스나 안 들어오면 다행이다 새끼야. 낮게 중얼거리고서 침대 구석에 처박힌 리모컨을 쥔다. 곧바로 신호에 응답한 티비의 화면이 밝아지고 남녀가 한 데 엉긴 정사 장면이 눈 한 가득 들어온다. 이 새끼가, 하고 쏘아보니 잠에서 덜 깬 눈으로 반문한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아무랑도 자면 안 된다며.




"…지랄도 아주 가지가지다."


"난 뭐든 한 가지로 끝내지 않는 거 알면서."


"농담 아니야. 일어나. 짭새들 온다."


"…뭐가 와?"


"경찰. 새끼야."


"그게 왜 오는데."


"…왜 오겠냐."




어리둥절한 낯을 마주하고 짧은 한숨이 흐른다. 다행이기도, 한심하기도 한 표현이었다.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모른다는 저 다행스런 반응은 간밤에 제가 술과 섞어 들이킨 게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고 때문에 더 한심스러운 것이다. 그러게 술 좀 줄이라고 닳도록 말했건만 귓등으로도 안 듣지.


평소대로라면 멀끔하게 정장 입고 비율 좋게 탄 가르마가 돋보이도록 무스를 한껏 발라올렸을 머리가 조금 흐트러져있다. 밝은 갈빛 눈동자가 눈앞의 사내를 위아래로 스캔하자마자 이를 알아채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제야 무언가를 좀 실감한 모양이다. 은갑이 서둘러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흩어진 옷가지들을, 발로 치워버리고선 침실 안 쪽 드레스룸으로 거침없이 향한다. 깔끔히 다림질까지 된 빼곡한 수트들 사이, 가장 단정해보이는 블랙 수트를 두어 개 끄집어내렸다. 시계는 이걸로. 넥타이는 저걸로. 


은갑이 주문한대로, 그가 건네는 옷을 주섬주섬 받아들어 입기 시작한 그는, 은갑이 정성과 사심 다해 키워낸 차세대 반열에 오른 톱스타, 차영빈이다.









Give and take






다용도로 쓰이는 연락처 목록을 죽 훑던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려진다. 필시 무언가를 계산하는 눈치다. 그리고 몇 초 후에 계산을 마친 눈은 구르기를 멈추고 감겼다 다시 떠진다. 고급 커프스 버튼이 핸들에 닿아 차량 전등 불빛 아래서 빛난다. 번쩍임이 요란스럽다. 한참 핸들링하던 손이 멈추고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경찰서다.


워낙 긴급한 사안이다보니 동행할 이는 굳이 데리고 다니지 않는다. 서 안에 발을 들인 자가 입구에서 서 내부 안내판을 훑더니 지체없이 '광역수사대 - 마약수사' 라고 적힌 부서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스타일링한 머리와 정장 차림이 이곳에서는 어색하게 빛난다. 부서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니, 가장 먼저 눈이 마주친 순경이 쩔쩔 매는 얼굴로 일어서서 물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여기 대장이 누구야."




초장부터 상대의 기를 꺾어야 내가 산다는 좌우명 아닌 좌우명으로 서른을 넘겼으나 지금 이곳에서는 잘못 먹혔다는 것을 인정해야했다. 부서 내의 얼굴들이 모두 은갑에게로 쏠림과 동시에, 일순간 분위기가 차게 굳는 것이다.




"…대장은 아니고. 팀장이라면 있는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응답하며 멀리서부터 거구의 사내가 일어선다. 어림잡아, 저와 비슷한 체구를 가진 자인 듯 보였다. 웬만한 사내들은 압도하는 큰 키에, 상대를 압도하는 무게까지 실려있는 자다. 꽤 먼 데 위치한 자임에도 불구하고 눈을 마주하니 덜컥 위축이 되는 게, 아무래도 기를 꺾인 쪽은 이쪽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아무렇지 않은 척, '대장'임을 자처한 자에게로 곧장 걸어간다. 책상줄 너댓 개를 제치고 마주한 자는, 예상보다 훨씬 살기등등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첫 대면부터 마치 독사를 떠올리게 하는 얼굴이다.




"내가 옥앤갑 대표인데, 차영빈 건으로 얘기 좀 하고 싶어 왔습니다."


"…아."




마주한 얼굴이 웃느라 구겨진다. 사나운 웃음이다. 그러나 피하지 않으려 눈 한번 깜빡이지 않는다.




"이거 참. 형사 생활 몇 년 만에, 연예인도 만나보고 연예 회사 사장도 만나보고 참 신기하네요. 누구 말로는 그렇게 만나보기 어렵다던데."




뱀같은 눈초리가 일순, 가늘어지는가 싶더니 곧 식어버린다. 그러나 마주한 낯은 더할나위 없이 온화해보여 속을 가늠할 수가 없다.




"근데요 김은갑 대표님."




이름을 알고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조사하고 있는 자가 차영빈이니, 그의 매니지먼트사 대표 이름 정도는 알아두었으리라. 회사 명에, 이름 한 자 따서 넣었으니 아마 당연히 그럴 것이다.




"나도 누구 말마따나 만나보기 쉽지 않은 사람이라서 말입니다."


"뭐요?"


"내가 지금 좀 바빠서. 나가서 기다려요. 아시겠지만, 이렇게 남의 일터에 불쑥 들어오는 건 대단한 실례라."


"ㅇ,이게 무슨…!"


"내보내."




마지막 말은 은갑이 아니라, 이미 그 주변에 서있던 다른 이들에게 내려진 명령이다. 그 명령에, 전장터 한가운데 서있던 은갑은 내던져진 먹잇감으로 전락한 기분을 맛보아야했다. 달려든 형사들이 잘 손질된 온몸에 좋지 않은 흔적을 남겨두었다. 쫓겨난 직후, 맛보는 이백원 남짓한 종이컵에 담긴 믹스 커피가 느끼하게 목에 걸렸다. 이런 대접을 받다니. 터무니없어 헛웃음이 다 나온다. 비록 밑바닥부터 시작했다고는 하나, 회사 대표 자리에 앉아서부터는 남들 정수리 보는 것이 하루에 시계보는 횟수보다 훨씬 잦았는데 말이다.


박창민 경위. 저를 밖으로 끌어내던 형사 중 하나가 그를 경위라고 호칭했던 것과 책상 위에 있던 명함 석 자를 커피와 함께 씹어삼킨다.


만만치 않은 놈이 걸렸다. 이를 테면, 지금 들이키는 이 싸구려 커피보다도 더 찝찝한 게 목구멍 안쪽에 달라 붙는 것 같다고 여긴다.




그로부터 세 시간 남짓을 복도에서 허연 전등 올려다보며 보내고나니, 경위란 작자가 찾아왔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마치 쇼타임을 알리는 호스트처럼 찾아와 얼굴을 구겨 웃는데 왠지 모를 섬뜩함에 깊숙한 곳에서부터 소름이 돋는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예 뭐."




숨겼다고는 하나, 아까보다 기가 한껏 누그러진 것이 확실하다. 이렇게 쉬운 속을 가지고 대한민국 연예계판을 좌지우지 하는 위치에 올랐다니. 참 희한한 일이다. 가볍게 웃으며 따라오라는 눈짓을 뒤로 하고 계단을 오른다. 얌전히 제 뒤를 좇는 손님을 옥상 위까지 안내하고 차게 부딪는 바람을 한껏 들이킨다. 아까보다 더욱 매서워진 찬바람에, 화려한 수트 차림을 한 자는 여간 놀란 기색이다. 느긋하게 쳐다보니 그제야 이쪽으로 시선을 맞춘다. 용건을 말하라는 눈짓이었다. 알아들은 듯, 서슴지 않고 입이 열린다.




"차영빈 말입니다."


"엑스터시 투약한 그 친구요?"


"아,아이… 투약이 아니고 그거 누가 줬다니까! 비타민이라고 그러면서.. 차영빈이 걔가 그걸 알았겠냐고. 팬이에요~ 하고 주니까 받아 먹은 거지."


"그래서요."


"……."


"그래서 차영빈이 먹은 게 비타민입니까, 마약입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차영빈이 무혐의로 풀어달라 이거잖아요 아니야?"


"……."


"왜요. 의외로 말이 잘 통해서 놀랐나. 나, 말 잘 통하는 사람입니다. 근데 대표님도 그럴 지는 잘 모르겠네."




떠보는 말에, 눈썹이 여덟 팔자로 변하고 찌푸린 표정을 짓는다. 무슨 소린가 반문하는 표정이다.




"뭔가를 부탁하러 왔을 때는 그에 상응하는 것을 들고 와야 수지타산이 맞지 않겠어요?"


"……."


"기브 앤 테이크. 내가 차영빈을 내주면, 대표님은 나에게 뭘 해줄 겁니까?"




바람에 수없이 움찔거리던 얼굴이 거짓말처럼 굳고 그새 바싹 마른 입술이 허옇게 드러난다.




"…뭘… 원합니까?"




우─우웅 소리 내며 부는 바람에, 낮은 저음이 파묻혀 들린다. 그럼에도 알아들은 상대는 씩 웃는 얼굴로 답하는 것이다.


속을 가늠할 수 없는 눈이 뱀처럼 가늘어지고 




"먼저, 들어준다고 약속하면 알려주지."




보기좋게 입 열어 내보이는 혀가,

어쩐지 끝이 갈라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각일까.










안투라지 더 비기닝 기념.

아직 은갑이 잘 모르지만… 팔딱팔딱 튀는 고등어만 같았으면 좋겄습니다 희희



연성나라

댜비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