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았어

또다른 누군가를 내 맘에 담을 수 없어서

그렇게 혼자 오래 있다 보니 적적함에 싫증이 났고

다시 눈을 뜬 순간에는 

아무라도 붙잡고 싶었어 다시 사랑하고 싶었어

그런데 명순응에 실패한 걸까 

어둠이 더 짙어지고 있어

그 누구도 보이질 않네 


갇혀 버렸어


이젠 조금 두려워

그 이는 내 전부였으니 난 내 전부를 잃은 지 오래인 거네

모든 걸 되찾길 바라는 것도 아닌데

그냥 나 다시 영화 한 편 찍게 해줘

아주 슬픈 영화일지 아주 예쁜 영화일진 몰라도 돼

그 이가 등장하지 않는 각본이라니

조금 웃기긴 하다 그치


넌 나만큼이나 외로워 보였어

조용하기 짝이 없어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던 날 처음으로 건드렸으니까

네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울고 있길 바랐어

한편으로는 나로 인해 다시 웃게 되길 바라고 있었겠지


널 계속 쫓아다녔어

네가 네 애인과 웃고 있던 싸우고 있던

네가 무너지고 있던 간에 상관없이

그모습이 참 날 닮았었거든

쫓고 쫓겨지던

긴장 따윈 없던 그 추격전

너도 즐기는 거 같던데 

맞지


난 분명히 널 붙잡았는데

그렇게 쫒다가 넌 결국 내게 잡혔는데

널 만질 수가 없었어

그치만 그럴리가 없잖아

말도 안된다며 난 소리를 질렀지

반대로 네가 날 잡아주면 되지 않느냐고 외쳐댔어

하지만 넌 날 바라보지 않았어

넌 내게 왜 그랬을까

우리 괜찮았잖아 아플 때마다 서로 감싸줬는데


우리 참 예뻤는데 말야


넌 내게 위로받았고

난 널 통해 새로운 빛을 보았어

넌 미소지었고

난 활짝 웃었어

넌 날 따라오라며 손짓했고

난 망설임없이 달려갔어


그리고


난 함께하자며 널 붙잡았고

넌 그런 날 모른 척했어


무서웠어

내 진심을 지나친 네가 이번엔 또 어떤 행동을 할지

혹시나 날 영영 떠나버리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어

아니 정말로 그럴 것만 같았어


그래서 내가 먼저 달아나버렸지


함께 웃을 사람이 없단 건 참 슬픈 일이야

하루의 끝을 어루만져 줄 사람이 없단 건 참 씁쓸한 일이야

어떤길이든 같이 걸어갈 사람이 없단 건 참 외로운 일이야


너 없이 제대로 숨쉴 수 없는 나 자신이 멍청해


아직 조금 사랑해

우린 분명 사랑을 한거야

아닌것 같아도 확실한 사랑

불안하지만 온전한 사랑

희미하지만 두터웠던 관계


이제 더 이상 눈을 감지 않아

숨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사랑을 다시 시작하진 않을래

묻혀있고 싶지도 밝게 광을 내고 싶지도 않아


오늘도 나의 새벽은 참 예쁘게 빛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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