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출간, 외전, 노블

A. 출간 시기는 아마도 여름, 출간처는 아마도 다 아시는 그곳(파란집)이지 않을까 싶은데, 저도 아직 잘 모릅니다. 외전은 가급적 출간과 함께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여의치 않으면 본편만 먼저 나올 거예요. 제가 올 초부터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미래의 불확실한 일정을 장담하지 않겠다 다짐해서, 확답을 못 드리는 점 죄송합니다. 다만 삭제한 노블 회차는 전부 들어간 19세 미만 구독 불가 단행본으로 나옵니다.



Q. 조아라 회차 번호와 이북

A. 회차 번호는 사라지고 소제목만 남을 것 같아요. 각 소제목 아래로 몇 개씩 에피소드를 묶어볼지 말지는 지금 고민하는 중입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삽입곡을 회차 번호로만 정리해뒀네요. 조만간 포스타입 삽입곡 게시물에라도 소제목을 기재해둘게요. 트위터 타래는 수정할 방법이 없는 것 같아 부득이하게 내버려 두겠습니다.



Q. 표지

A. 저도 디자인 표지를 좋아합니다.



Q. 소장본

A. 일단은 없습니다. 엄두가 안 나요.



Q. 인용 부호

A. 나오는 언어가 하도 많아 구분이 필요했습니다만, 사실 제가 큰 고민을 하고 정한 건 아니고요. 그냥 해당 언어에서 보편적인 인용 부호를 가져와서 썼어요. 독일어의 거위 발 인용 부호(„“)는 낯설으실 거라 생각하긴 했습니다만, 이탈리아어에 쓴 기유메(«»)는 괜찮으셨나요? 독일에서 그걸 뒤집어서 »Hallo!« 이렇게 쓰기도 하는데, 제 생각에 그럼 더 헷갈리실 것 같았거든요. 너무 눈에 안 들어오면 다른 좋은 방법이 있나 제가 좀 궁리해보도록 할게요.



Q. 구상 계기

A. 대단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요. 처음에는 꿈에 배신당한 남자가 다시 꿈을 갖게 되고, 남의 꿈으로 사는 게 지겨웠던 소년이 누군가를 항상 꿈꾸게 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최초의 구상에서부터 대척지에 있는 인물 둘을 생각하고, 공통점으로 음악 하나를 줬습니다. 그래서 재희랑 선겸이는 여러 반대되는 속성이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영속하는 것에 대한 집착이라든가, 존재를 증명하려는 태도라든가, 형체가 없는 것에 대한 믿음 같은 데서 정 반대의 입장을 취하는 것 등이 있었어요.

조금 두루뭉술한 이미지로 치면 팽창하는 것과 수축하는 것,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것과 (욕조의 하수구처럼) 한 지점으로 빨려 내려가는 것, 형태 없이 세력을 넓히는 것과 꽉 뭉친 구 같은 것… 그런 것들이 있었어요. 이 경우 전자가 재희, 후자가 선겸이입니다. 이런 위치나 이미지가 둘이 사랑하게 되면서 흔들리거나 뒤섞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과정에서 재희에게 선겸이는 끝도 없이 펼쳐지는 세상 같은 것이 되고, 선겸이에게 재희는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요.

물론 이건 전부 최초의 구상 계기일 뿐입니다. 컨셉이나 설정 같은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구체화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했어요. 재희의 경우는 처음보다 더 다정하고 신중한 성격이 됐고요, 선겸이는 껍질은 더 단단해지고 속은 더 물러졌네요. 둘의 초기 설정 보시면 웃으실 거예요. 제가 QnA 쓰면서 다시 뒤적거리다가 엄청 웃었거든요ㅎㅎ



Q. 동거와 정착

A. 뮌헨에서 동거합니다. 별일 없다면 뮌헨에서 쭉 살 것 같아요. 크레모나에는 가끔 놀러 가거나 박람회 때 가지만 근시일 내에 거기서 살 일은 없을 듯합니다. 재희가 뮌헨에는 아무 감상도 없고(지독한 녀석) 크레모나를 더 좋아하긴 해도, 사실 그건 선겸이가 거기 오래 살아서 그랬던 거고요. 학교야 곧 졸업이라 쳐도 연주자는 비행기 많이 타야 하는 직업이라 국제공항이 있는 대도시가 좋거든요. 선겸이는 재희랑 같이 지내면 어디든 괜찮기도 하고, 뮌헨 집을 좋아하기도 해서 그냥 몸만 뮌헨으로 홀라당 왔습니다. 크레모나에 짐도 얼마 없었고요. 게다가 선겸이는 사실 도시형 인간이라 대도시를 더 편하게 느껴요.

한국에서 정착하려면 더 오랜 세월이 흘러야 할 것 같아요. 다만 선겸이가 재단을 만들면 그건 한국 법인일 테니까 오가는 일이 잦겠네요. 서울 집은 주기적으로 관리하면서 그냥 비워둡니다. 아까워서 염변이 가끔 세주라고 말하지만 선겸이가 매번 싫다고 해요.



Q. 선겸이 몸은 좀 어떤가요?

A. 체력은 바닥 찍고 올라오는 중입니다. 곧 건강해질 거예요. 그렇다고 재희한테 맞출 수 있는 체력은 못 되겠지만요. 마음이 아무리 편해져도 타고난 하드웨어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에요.



Q. 선겸이 정신과 치료받나요?

A. 상담만 받고 약은 복용 안 해요. 근본적인 불안이 해소되고 욕구가 충족돼서 약에 의존할 필요는 없어졌어요. 근데 요즘 선겸이라면 약 먹어야 한다고 강요해도 드럽게 쓰네 어쩌네 투덜대면서 잘 챙겨 먹을 것 같네요. 통원 상담은 하고 나면 상쾌해져서 주기적으로 갑니다. 보통은 가서 선생님이랑 수다나 떨고 돌아와요.



Q. 선겸이 귀는 괜찮나요?

A. 양쪽 청력이 심각하게 차이 나는 수준은 아니라 그냥 적응하고 살아요. 악기 만들 때도 큰 지장은 없습니다. 원래 귀가 유독 좋기도 했고요. 다만 그 이후로 귀가 좀 약해져서 감기 걸리거나 컨디션이 안 좋으면 귀부터 신호가 오기는 합니다.



Q. 선겸이 목소리 이제 안 들리나요? 정확하게 뭐였나요?

A. 네, 안 들려요. 그건 선겸이가 자기 의지와 무의식을 총동원해 억눌러온 것들의 총체거든요. 선겸이는 자기감정이나 생각에 솔직하지 못하거나, 인식하지도 못하거나, 아니면 인정해도 자꾸 제동을 걸려는 습성이 있어요. 한 예시로 가끔 너무 행복해지면 토할 것 같다고 느낍니다. 지나치게 행복해지는 걸 몸이 경계하게 된 탓이에요.

선겸이의 지난 십 년은 전부 참아내는 시간이었거든요. 자기혐오가 강한 성격이었고, 그 모든 것들 중 가장 열심히 견뎌야 했던 건 자기 자신입니다. 재희의 악기 일 때문에 온갖 스트레스가 쌓인 데다가 새 악기 제작까지 하게 되면서 몸과 마음에 부하가 걸리고, 간신히 눌러둔 게 천천히 올라와요. 십 년간 쌓인 찌꺼기들이 역류해서 작고 금이 간 싱크대를 서서히 메우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목소리가 처음 들렸을 때는 재희 때문에 너무 행복했을 때예요. 이 경우는 새로운 종류의 기쁨을 경계하는 무의식이었습니다.

동물 이야기가 많은 건 선겸이가 어릴 때 많이 좋아했지만 거의 잊은 것들이라서요. 열여덟 이후의 선겸이는 그런 걸로 자신을 보듬고 즐겁게 해줄 여유가 없었거든요. 선재네 집에서 며칠 쉰 거로도 불안해하는 어른으로 자랄 수밖에 없었어요.

내용이 위와 같았다면, 형식(형태)이 재희의 목소리인 건, 단순하게 선겸이가 재희를 너무 많이 자주 강도 높게 생각해서입니다ㅎㅎ본인도 이해 못할 정도로 엄청 좋아했거든요. 아주 깊은 무의식에는 사실 어떤 소리를 들어야만 한다면 그 어떤 악기의 소리도 아니고 재희의 목소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는 이것마저 선겸이를 겁먹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만….

다시 결론으로 돌아와서, 이제는 안 들릴 거예요. 겉보기에는 재희가 엄청 적극적이고 전개를 다 이끌어가는 것 같지만, 사실 거의 모든 사건을 시작하거나 규모를 키우는 건 선겸이거든요. 이야기의 시작부터 그랬어요. 그 모든 선택의 기저에는 제거하지 못한 나쁘고 슬픈 감정과 기억이 있는데요, 그게 해결됐으니 선겸이도 이제 괜찮아요. 제가 선겸이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선겸이는 1편부터 108편에 이르기까지 진짜로 괜찮았던 적이 한 번도 없는 애라서요.



Q. 선겸이 무대공포증은 어떻게 되나요? 연주하는지, 이제 미련은 없는지?

A. 없어졌지만 공식적인 무대에 서는 일은 없습니다. 그렇게 호락호락한 세계도 아니고요. 원한다면 돈 써서 개인적으로 홀 대관해 뭔가를 해볼 수도 있겠지만 선겸이가 관심 없어요. 기본적으로 굉장히 목표지향적이고 실용주의적인 성격이라 그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안 들면 신경도 안 쓸 거라서요. 그리고 선겸이 이제 미련 요만큼도 안 남아서, 이제 와 청중을 위해 연주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지도 않습니다. 악기 만들고 수리하는 거 생각보다 많이 좋아해요.

선겸이가 아니라 오히려 재희가 같이 하고 싶어 할 것 같기는 한데 들어줄 리가 없습니다. 재희 커리어는 재희보다 선겸이가 신경 쓰니까요. 대신 둘이 이것저것 해보며 잘 놀 것 같아요. 가끔은 선겸이가 노는 소리에 재희가 눈뜰 때도 있을 거고요. 선겸이는 이제 아무 억하심정 없이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하니까 매 순간 즐거울 거예요. 그리고 선재의 결혼식 정도의 무대라면 선겸이도 마다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인 찬스로만 부를 수 있고, 조금 박력 있게 밀어붙여야 얼결에 알았다고 수락합니다.



Q. 그 몸으로 돌아오자마자 했나요?

A. 네. 왜냐하면 선겸이가… 그거 좋아해요…ㅎㅎ원래도 관계 중엔 몸에 밴 긴장이나 무의식적인 불안이 없어져서 좋아했는데요(본인은 이유를 몰랐습니다만), 이젠 더 좋겠죠. 마음은 편하고 재희가 더 많이 좋아졌으니까요. 그리고 지금 셈해보니 거의 서너 달쯤 안 했더라고요. 이런 상황에서 선겸이가 먼저 하자고 붙어오면 재희도 이성이 조금 느슨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여러 의미에서 정도를 조절하는 건 다시 재희 몫으로 남겨져요.



Q. 재희 반지 프러포즈 성공하나요?

A. 그거 프러포즈 아니고 커플링 증정식이에요! 이 얘기는 제가 외전에서 대강 알려드릴게요. 일단 선겸이 손가락에 커플링 끼우는 건 어찌어찌 성공하는데, 사실 재희가 바로 프러포즈 못하는 이유가 있기는 있습니다. 본편에서 지나가듯 나온 거라 혹시 짐작하시는 분이 계실지 궁금하네요. 맞추시면… 출간 전에 제일 먼저 맞춰주시는 분께 제가 선물 드릴게요!(진심)



Q. 둘이 공개 연애 하나요?

A. 한적한 골목에서 둘이 손잡고 걸어 다니고, 타이밍이 잘 맞으면 뮌헨 공방 유리 벽 너머로 뽀뽀하는 둘을 볼 수도 있고, 재희 연주 때는 가끔 터무니없이 먼 곳이어도 관람하러 온 선겸이를 볼 수 있고, 선겸이 뮌헨 공방 SNS 계정 잘 보면 재희 악기 가방 같은 거 보이기도 하고, 한쪽 눈 감고 봐도 둘이 똑같은 반지 끼고 다니고… 그러나 공개 연애는 하지 않는, 그 정도입니다. 아직은 그래요ㅎㅎ



Q. 박살 난 과르네리의 상태와 행방

A. 선겸이가 복원 전문가에게 맡깁니다. 최대 2년 잡으라고 해서 잊고 있을 거예요. 근데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 겉보기에 멀쩡하게 복원은 해도 이전의 소리는 안 납니다. 잃은 조각도 너무 많아요. 박물관행일지 아닐지는 복원해봐야 알겠지만 일단 재희를 잘 감당해왔던 그 악기는 이제 죽고 없습니다. 재희가 진짜 야무지게 밟아놨어요.



Q. 새 악기는 얼마나 좋은 악기인가요?

A. 많이 좋은 악기입니다. 요즘 시대에는 스트라디바리나 과르네리가 활약하던 시기만큼 질 좋은 음향목을 구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새 악기는 선겸이가 틈새에서 찾아낸, 그 정도 급의 아주 좋은 나무로 만들었다는 설정입니다. 재희라는 존재랑 조금 비슷한 면이 있는 나무였어요. 그리고 선겸이가 몸 마음 영혼 눈물 등등 갈아낼 수 있는 건 전부 갈아내 만들어서, 어떤 악기를 쥐여줘도 늘 그냥 악기구나… 하던 재희가 순간 정신을 놓을 뻔할 정도로 좋고 건강한 악기입니다. 남의 손 안 탄 악기라 원하는 대로 길들일 수 있다는 것도 재희가 좋아하는 부분이고요.

말씀해주신 대로 재희가 내심 껴묻거리로 원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요ㅎㅎ저런 악기는 인류를 위해 오래 남겨줘야 하므로(누구 들으라고 하는 말) 쭉 누군가의 손에서 연주될 거예요. 먼 미래의 일이라 제가 쓸 일은 없겠지만, 선겸이가 만든 재단에서 장래가 유망한 연주자에게 대여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엄연히 선겸이가 붙인 공식 이름이 있지만, 좋은 악기는 전 소유자의 이름을 ‘ex-’ 뒤에 붙이는 관례가 있는 세계라, 거기에 재희 이름 붙여서 남을 것 같아요.



Q. 재희는 언제부터 새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지

A. 스트라드 대여 5년 끝나면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스트라드 대여 받아요. 사실상 영구대여지만 재희가 악기 길들이는 시기가 끝났다고 판단하면 돌려줍니다. 완결 시점으로부터도 수년 걸리겠네요. 재희가 서른 되기 전에는 새 악기가 메인 악기가 될 거예요. 그전에도 야금야금 무대에 올리기는 합니다.



Q. 재희의 세레나데들 계속 음반으로 나오나요?

A. 네, 나옵니다. 세레나데라는 표현 정말 좋네요. 선겸이 한국 나이 기준으로 붙은 숫자들이라 24번 이전은 없지만요, 이번에 EL. 24부터 29까지 디지털 음반으로 나왔고, 몇 년에 한 번씩 모아서 또 나올 거예요. 수요가 많으면 실물 음반으로도 나오지 않을까요? 근데 모든 음악이 전부 녹음되지는 않습니다. 재희가 생각보다 많이 작곡하고 많이 폐기해요. 그리고 녹음되지 않은 모든 곡마저 전부 기억하는 사람은 재희, 다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선겸이겠네요.



Q. 재희는 얼마나 유명해질까요?

A. 연주자로서의 재희는 사실 어떻게 서술하고 풀어내야 하는지 많이 고민한 부분 중 하나였어요. 얘가 나름 설정상 이 세계관 내 최고의 천재인데, 너무 예찬적으로 가면 부담스럽고 느끼할까 봐요. 무엇보다 쓰는 제가 그런 걸 잘 못 견디는 성격입니다…! 굉장히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런 찬사는 조금 오버인가 싶을 때 실제 평론을 찾아보고 오면 조금 진정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얼마나 무미건조한 인간인지 알게 됐어요ㅎㅎ현실이 더 화끈해요. 그래도 나름 담백하게 서술해보고자 했는데 잘 됐는지는 모르겠네요.

이건 그냥 제 지나간 고민이었고요. 연주자로서의 재희는 최상급 이상입니다. 지금은 오히려 너무 어려서(+얼굴이 예뻐서) 평가절하되는 부분이 있다는 설정이에요. 이십 대 후반만 돼도 지금 따라다니는 이런저런 별명들보다는 리빙 레전드라는 소리를 더 자주 들을지도요. 선겸이의 평대로 재희는 재희 이후의 연주자들이 숙제처럼 익히고 도전해야 할 연주자가 될 거예요. 니나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재희를 더 성심성의껏 가르치며 아꼈고, 같은 이유로 걱정했어요. 참새 같은 양육자에 대한 음악 의존도가 너무 강한 것 같아서요. 결국 한 번은 니나가 예상한 일이 벌어졌지만요.

덧붙이자면 전시대의 행운 어쩌고 하는 선겸이의 독백, 그건 다 포기한 듯 보여도 어린 재희를 청중이나 후견인이 아니라 연주자의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었던 선겸이의 무의식적인 열등감이 드러난 부분이에요. 제가 동시대의 청중이라면 그저 재희가 어여쁘고 소중하기만 할걸요. 동시대의 연주자라도 다 재희를 부담스러워하진 않을 거고요. 한 예로 레미가 있습니다. 정상범주의 인간은 아니지만…. 여하튼 재희는 많이많이 유명해집니다. 지금도 꽤 유명하긴 해요. 클래식 음악 문외한인 조르주 리샤르도 재희를 보자마자 알아봤거든요.



Q. 선겸이 브릿지 사업 진짜 하나요?

A. 가까운 시일 내에는 못해요. 목재 수급하고 상품 양산화하려면 생각보다 해야 할 게 많아서요. 그리고 선겸이는 소리 밸런스 맞추는 데 재능이 있기 때문에, 브릿지 브랜드를 만드는 것보다는 각 악기에 맞춰서 브릿지를 조정해주는 걸 더 잘해요. 물론 좋은 목재를 알아보는 재능도 있습니다만, 공방 하나 운영하는 것과 브랜드 유통하는 건 전혀 다른 일이라서요. 한다고 해도 조금 더 훗날의 이야기입니다. 선겸이도 별생각 없이 막연하게 꺼낸 얘기였어요. 사실 브릿지 사업을 하겠다는 것보다, 선겸이가 아무 생각 없이 확정되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재희와 의논해본다는 점이 저는 더 기특했습니다ㅎㅎ



Q. 선겸이가 제일 좋아하는 재희의 곡은?

A. 스물네 살 생일에 제일 처음에 받은 곡이요. 돌이켜보면 엉성한 구성도 있고 미흡한 부분이 많지만 선겸이가 살며 받아본 선물 중에 제일 좋은 거였어요. 그거야말로 재희가 세상에 없던 걸 처음으로 준 거고요. 선겸이는 재희가 주는 모든 처음을 좋아합니다.



Q. 선겸이는 재희의 곡에 이름을 붙여주나요?

A. 그냥 내버려 둡니다. 선겸이가 작품번호 없음과 넘버 표기를 마음에 들어 하니 재희도 다른 걸 고집할 이유가 없고요. 사랑의 기억이라는 넘버링은 조금 민망해하지만 그건 선겸이의 디폴트값이라 신경 안 써도 됩니다. 각 악장의 표제는 전부 재희가 정해요. 그래서 막상 곡이 나오면 선겸이는 기억의 불일치로 아리송할 때도 있을 거예요. 재희의 감상이 곧 표제가 되니까요. 그리고 애초에 그건 재희만 건드릴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서, 재희가 별 기상천외한 제목을 붙여도 잠깐 씩씩대고 말 거예요.



Q. 선겸이 여름 씨 아버지께 밉보인 거 괜찮은지, 사돈 식구들에게 사랑받는지

A. 사실 여름 씨 아버지도 사정(많이 순화된 ver.) 듣고 안쓰럽다고 생각은 하시는데요. 지극히 사랑하는 막내딸의 결혼식이 미뤄진 게 속도 상하고, 자존심도 있어서 더 엄하게 구십니다. 근데 선겸이가 매번 너무 오들오들 떨어서 속으로는 조금 당황하셨어요. 사내새끼가 저렇게 대가 약하니 마음의 병이 생기지 쯧쯧 비쩍 말라가지고는… 하며 겨울쯤에 선재를 시켜 뮌헨으로 고산 쌍화차 박스를 보내실 분입니다. 그러나 선겸이가 호달달거리며 전화로 감사합니다 하면 (네가) 바쁘니까 끊으라고 무섭게 말씀하실 분…. 이탈리아에는 칼바니 씨가, 한국에는 사돈어른이 계셔서 선겸이 심장근육에 한 번씩 무리가 와요ㅎㅎ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다들 좋아해 주실 거예요. 말씀 주신대로 선겸이가 특히 어른들한테는 자꾸 신경 쓰이는 애라서요. 최근의 선겸이야 위태로운 면이 줄어서 그것도 조금 덜하겠지만, 눈에 자꾸 밟히는 존재인 건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Q. 선겸이 돌아가고 크레모나 사람들한테 혼났나요? 이제 같이 일 안 하나요?

A. 네, 엄청 많이… 그날 선겸이 먹은 거 전부 얹힐 정도로요. 그 와중에 귀도네서 식사도 얻어먹었는데, 리소토보다 욕을 더 많이 먹었어요. 그 동네 아는 사람들한테는 전부 한소리씩 들었어요. 근데 의외로 나중에 칼바니 씨는 건강하게 잘 살아있으면 됐지 왜 유난들이야! 해서 다들 깜짝 놀랐습니다. 선겸이가 뮌헨으로 옮겨가서 이제 공방 식구들과 일은 같이 안 합니다. 선겸이 공방 짐 빼는 날 파비오는 서운해서 울었어요.



Q. 선겸이 노아네 가족들 만나러 가나요?

A. 재희가 스위스 공연이 잡히면 겸사겸사요. 신세 진 걸 자각하면 안 갚고는 못 견디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더구나 에른스트 씨가 제네바에서 악장으로 있기 때문에 선겸이가 제네바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반가워해요. 간 김에 결국 못 먹은 홀리카우 버거 먹고 올 것 같습니다ㅎㅎ



Q. 선겸이는 재단 설립해서 뭘 하고 싶어 하나요?

A. 일단은 음악 사업 위주로, 악기 대여와 음악 영재 후원, 특히 교육 프로그램 제공과 공연 기회 제공, 콩쿠르 주관 등이요. 원래는 염변에게 유언으로 맡기려고 했으니 막연한 생각만 있었는데, 요즘 들어 음악 영재 발굴 및 후원은 좀 구체적인 방법을 궁리 중이에요. 어디에서 맨발로 악기 켜는 애가 둘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겠죠. 머리 아프고 복잡하다 투덜거려도 막상 하면 선겸이 잘할 거예요. 일단 뭘 하려고 하면 제대로 안 돌아가는 꼴을 못 보는 성격이라ㅎㅎ재희 이름도 팔아먹고, 여기저기 아는 인맥도 꽤 돼서 후원도 잘 따올 겁니다.



Q. 호칭은 변하나요?

A. 재희의 당신/자기는 안 변하고요. 선겸이의 자기콩나물도 당분간은 계속될 것 같아요. 근데 선겸이가 다른 것에 꽂히면 또 바뀔지도요. 겸이가 콩나물 앞에 뭘 붙이는 걸 좋아해요. 똑똑콩나물, 드루이드콩나물, 변태콩나물, 천재멋쟁이콩나물, 바이에른고수콩나물(한식대첩 본 직후) 등….



Q. 재희가 청소년관람불가 화풀이를 하는지

A. 재희가 선겸이한테는 유독 순하니까요. 화풀이라기보다는 기껏해야 울컥해서 잠깐 자제 못하는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선겸이 그렇지 않아도 부실하고 체력도 최저점 찍은 상태라, 전에도 하다가 픽 잠든 적 있는데 이번에 그러면 진짜 죽을지도…. 근데 생각해보니 그게 화풀이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선겸이는 감당 못하는 주제에 숨넘어가게 울면서 좋아할 것 같아서요ㅎㅎ참 웃기는 녀석….



Q. 라벨은 언제부터 앵무조개 안에 있었나요?

A. 바이올린 일로 한창 시끄럽고, 선겸이가 뮌헨에서 라벨을 뜯어놓아야겠다고 마음먹기 바로 직전에요. 재희는 마지막에 가서야 선겸이를 이해하게 되지만 줄곧 선겸이의 변화에 예민했기 때문에, 선겸이가 좋지 않은 발상이라는 걸 스스로 알면서도 저지르고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결국 그걸 다른 데가 아니라 열쇠고리 안에 넣어둔 건 등잔 밑이 제일 어둡다는 계산 조금, 나머지는 그걸 선겸이에게서 숨겨야 한다고 해도 선겸이에게 맡겨두고 싶은 마음 때문에요. 재희가 뭔가를 주거나 아주 중요한 걸 맡겨두고 싶어 하는 사람도 선겸이 뿐이에요.



Q. 루이지 브루노는 왜 악기를 돌려주었나요?

A. 이게 재희 입으로만 나와서 설명이 자세하지 않았죠. 악기를 돌려준 이유는 복합적인데요. 속된 말로 요약하자면 현타가 진하게 왔어요. 정직하게 돌려주고 간 재희와 당시에 제가 재희 팔이라도 잘라갔다는 듯 울먹거리던 선겸이를 떠올리면, 내가 이거 팔아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 어린애들한테… 그런 의식의 흐름이 있었고요. 그리고 조금 무섭고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제가 분량 조절하느라 자세히는 안 썼지만, 레미의 매니저 쪽에서는 좁고 폐쇄적인 필드라 일을 벌여도 크게 요란해지지 않을 거라고 설득했을 거거든요. 그런데 예상외로 일이 너무 커지고, 처음엔 정말 돈이 절실하게 필요해서 그랬던 건데 돈 단위가 점점 이상해지고, 갑자기 유수의 경매회사들이 등판하고, 가끔 재희 동영상을 찾아보면 제집에서 자고 있는 악기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고 있고…. 일평생 평범하고 조용하게 살아온 루이지가 감당할 만한 일은 아니었어요. 아마 악기 돌려주고 후련한 마음으로 재희 연주 들었을 거예요. 바로 옆에서 선겸이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동안 루이지는 마음이 따뜻해졌을걸요. 그리고 좀 덜 외로워졌을 거고요. 돌려준 이후로 재희랑 종종 연락하며 지내요. 조만간 악기 운명한 얘기를 듣고 놀라지나 말아야 할 텐데요….



Q. 선겸이는 언젠가 갈등이 생길 걸 예감하고 있었나요?

A. 네. 본인도 본인 상태를 잘 몰랐으니 확신한 건 아니지만,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후회할 거라고 느꼈어요. 그리고 원인 제공은 자신이 할 거라는 것도요. 그런데도 결국은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강해져서, 재희가 좋으니까 넘어간 거고요. 선겸이의 불안은 시한폭탄 같은 거라, 말씀해주신 대로 언젠간 일어나야 할 일이었습니다. 때문에 제 기준에서 크리스마스이브의 도주는 극약처방이었어요. 20년 약물 치료하며 나을 것을 수술하고 한 달 정도 쉬면서 낫는 거랑 비슷한 느낌으로요. 달리 말하면 재희와 선겸이가 제일 빠르고 깔끔하게 행복해질 방법이었습니다.



Q. 재희는 과르네리 부술 때 수리될 거라고 생각했나요?

A. 네… 재희가 연주나 잘하지 이런 건 하나도 몰라서, 가루로 곱게 빻아도 선겸이가 어떻게든 잘 고쳐줄 거라고 무한히 신뢰했어요.



Q. 10부의 재희 시점 추가 가능성

A. 이건 나름의 이런저런 계산 하에 빠진 거긴 한데요, 제가 전체 분량과 흐름을 다시 점검해보고 조금 추가할 수 있으면 해보겠습니다. 근데 재희가 늘 잡생각 없이 단순해서, 서술해둔 것 이상으로 복잡하게 고민하거나 힘들어하지는 않았어요. 선겸이처럼 1을 던져주면 1억까지 생각해버리는 성격이 아닌데다가, 10부 초반 이후의 재희는 이전보다 마음을 덜 사리고 있어서요. 게다가 오두막-제네바-일하느라 뮌헨 및 기타 유럽 지역으로 비행-다시 제네바-오두막… 이걸 반복하느라 진짜 바빠서 일할 땐 일만 열심히 했습니다ㅎㅎ성실콩나물이에요.



Q. 애증 키워드

A. 저 키워드 지분의 9할은 선겸→재희, 1할이 재희→선겸입니다. 이 이야기의 거의 모든 감정이 그랬듯 격렬한 염오라기보다는 자신들도 당황할 정도로 미운 감정에 더 가까워요. 선겸이의 경우는 열등감과 불안, 두려움을 포함한 부정적인 감정 일체고요. 재희의 경우는 원망의 색이 조금 더 짙습니다. 9부의 마지막부터 10부에 걸쳐서나 등장하는 키워드인데다가 단순한 증오도 아니라 저도 조금 고민했는데요. 둘 다 서로에게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미움의 감정마저 경험하는 것이 이야기의 흐름에서 뺄 수 없던 요소라 키워드도 그냥 붙였습니다.



Q. 재희 유전자는 대체 어디에서 왔나요?

A. 돌연변이입니다. 한국인 부모의 친자식이고요. 재희는 애초부터 설정이 틈에서 솟아난 아이, 여기에서 음악하고 사랑하라고 잠시 보내진 아이, 이쪽보다 저쪽에 더 친화력을 느끼는 아이 등이었거든요. 친엄마와도 별로 안 닮았고, 특히 하명수랑은 닮은 부분이 단 한 군데도 없어요. 그래서 하명수가 재희를 더 특별하게 사랑했습니다. 자기 삶을 재희를 위해 그릇되게 갈아서 바쳐줄 정도로요.



Q. 재희의 친엄마

A. 친엄마는 어딘가에서 잘 살아 있습니다. 살다 보니 재희 얼굴 한 번 안 접할 수가 없어서 알기는 알지만 아는체하거나 연락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예요. 그럴 이유도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고, 크게 애틋해 하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음악은 자주 들을 거예요.



Q. 재희는 아버지 일을 극복했나요?

A. 네. 가끔 좋지 않은 모습으로 꿈에 나와도 재희는 괜찮아요. 사실은 선겸이를 좋아하기 시작하던 때부터 괜찮아졌어요. 재희는 사고가 직관적이고 단순한 편이라 눈 앞에 있는 것에 최대치로 집중하지 이미 지나간 것이 자신을 괴롭히게 두지 않거든요. 컨셉상 하명수가 오지도 않은 미래에, 선겸이가 고치지 못한 과거에 집착한다면, 재희는 그냥 지금 오늘에 매진하는 사람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열일곱 이후의 재희가 아빠가 꿈에 나와서 어쩌고 하며 선겸이에게 어리광 부리면 순도 99.9% 수작질입니다. 재희가 서울에서 확실히 배운 스킬 두 개는 약한 척하기, 그리고 선겸이가 머뭇거릴 때 밀어붙이기거든요. 그게 날로 진화해 오늘날에 이르렀어요.



Q. 재희가 집착광공처럼 찾지 않은 건

A. 그것은 하재희가 진짜로 광공도 재벌공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찾을 만한 방법이 진짜 없어서 그게 최선이기는 했어요. 어느 모로 봐도 실종이 아니라 성인 남성이 자기 의지로 어딘가로 간 거라 찾을 수도 없고, 뮌헨이 암만 대도시라 해도 한국처럼 CCTV가 많지는 않거든요. 게다가 재희가 온갖 합법적·비합법적 채널을 전부 동원할 수 있는 재벌도 아닌지라, 선겸이가 유럽에서 마음먹고 잠수 타면 영원히 못 찾습니다. 재희도 사실 여러 조사업체에 의뢰하고 선겸이랑 연 닿은 사람들과 연락을 유지하는 것 말고는 그 대륙에서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걸 알아서 힘들었을 거예요. 어른스러워도 이제 스무 살 갓 넘어 사회생활 하는, 대학 졸업도 못 한 청년이거든요. 그렇다고 다 내팽개치고 찾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만에 하나 선겸이가 다시 돌아오면 자기 때문에 재희 경력 망친 걸 너무 미안해할 거라서요. 그리고 이 시기 재희는 선겸이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껴서 더 혼란스러웠을 거예요. 그렇다고 그리움이나 사랑이 작아지는 건 아니었거든요. 이때 재희가 폭삭 무너지지 않고 견딜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 역시 그 와중에도 팽창을 멈추지 않는 음악이었습니다. 이것도 조금 이상한 일이죠.



Q. 재희가 생각하는 본인의 재능

A. 재희는 본인의 재능을 자신과 떨어뜨려서 생각하지 않는 특징이 있어요. 자기가 숨 쉬는 거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재희는 그 재능이 완벽한 자신의 일부, 혹은 자신의 바탕이라고 생각해요. 이런데다 비관적인 성격이라면 일련의 사건들로 무너지기 쉬웠을 텐데, 재희가 자기 부정에 빠지는 성격이 아니라서 다행이었죠. 그것 때문에 아버지 일도 선겸이 일도 겪어야 했지만, 영민한 재희는 두 사람 모두 사랑을 감당하지 못해서 그랬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이것 때문에, 이것만 아니었어도… 하는 절망적인 생각으로 흐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어려서 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두 번째는 결국 선겸이가 본인의 사랑을 감당할 수 있도록 만들어요. 만든다기보다는 길을 터주는 것이지만요.

그리고 재희의 자기 인식과는 별개로 재희의 재능에 대해서 말하면, 하명수의 교육이 대단했던 건 아니고 오히려 제약이었습니다만, 심지어 그런 환경에서도 알아서 꽃피는 재능입니다. 조금 다른 시선으로는, 자기 외에는 안중에도 없던 선겸이가 한국에 남아 돌아가고 싶지 않은 집에 다시 들어가고, 얼굴 안 보고 싶은 박 교수 등에게 재희를 부탁하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의 연결고리들까지 다 참아가면서 재희가 안정적으로 한 해를 보낼 수 있도록 자기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재능입니다. 오직 그 음악을 다른 사람들이 들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요.

음악적 재능 외에 다른 재능도 많아요. 아버지가 그렇게 재희의 특별함을 주입하면서 유소년기를 보내게 했는데, 거기에 전혀 영향받지 않은 것도 재희가 가진 재능 중 하나고요. 남의 시선 하나하나에 동요하지 않는 것(이선겸 제외), 타인의 연주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선겸 제외), 직관과 이성을 적절히 조합한 자신의 해석을 불안하게 여기지 않는 것(그래도 선겸이한테는 잘 보이고 싶어서 두근두근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초조해하지 않는 것 등이요. 사실 전부 재희가 음악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들입니다. 본인이 자각하고 있는 건 아니고, 선겸이를 비롯한 가까운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게 보일 거예요.



Q. 재희 다른 콩쿠르도 나가나요?

아뇨. 재희는 이 세계관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 콩쿠르 우승자라 다른 대회에는 더 나갈 필요가 없어요ㅎㅎ저의 소소한 설정에 의하면, 재희는 파이널 채점표 기준 심사위원 20명의 점수 중 최댓값·최솟값 제외하고도 산술평균 만점으로 우승했습니다. 세미파이널까지도 점수는 쭉 좋았지만 만점은 아니었어요.



Q. 재희는 왜 브릿지에 집착하나요?

A. 선겸이가 아직도 브릿지 깎고 거기에 본인 서명이나 도장 대신 ㅎㅈㅎ라고 휘갈겨 써두거든요. 그냥 그거 자기 혼자 갖고 싶어서요. 좋은 나무로 만든 브릿지를 솜씨 좋은 사람이 세팅해주면 울림이 달라지긴 해요. 선겸이는 소리를 잘 잡아주는 제작자라 악기가 낼 수 있는 제일 좋은 소리를 여러 세팅으로 뽑아내 주는데, 깎는 것도 잘 깎아주지만 사운드 포스트와 브릿지 위치 조정을 기막히게 해준다는 설정입니다. 그거 맛 들이면 다른 공방 가서 브릿지 안 깎을 테니까 선겸이 일이 더 늘기도 할 거고요. 특히 프리츠 같은 넉살 좋은 애들이 브릿지 세팅을 핑계로 공방에서 죽 때리다 가는 것도 재희는 싫어하고요.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최대한 순화해서 튀어나오는 독점욕입니다ㅎㅎ브릿지 그거 뭐… 한 달에 한 번 손봐줘야 하고 그런 건 아니거든요. 그냥 괜히 저러는 거예요.



Q. 선겸이 재산은 대체 (+재희)

A. 제가 예전에 이걸 정리하면서도 과연 내가 이런 것까지 설정할 필요가 있나 싶었는데… 역시 사람은 준비하면 결국 써먹게 되네요.

선겸이의 경우 전부 원화 기준으로, 서울 집+뮌헨 집+서울 각지와 분당의 크고 작은 상가 빌딩 네 채=총 여섯 개 합친 실물자산 약 458억, 여기에서 매달 들어오는 임대수익금(염변이 공실률 관리를 잘해요)이 있는데 일부만 예금으로 남기고 다른 곳에 투자됩니다. 그 외 금융자산으로는 부모님이 창업자였던 회사 주식 지분 6%, 그리고 PB에서 관리하는 여러 상품 등이 있는데, 활발하게 투자 중이므로 금융자산은 꾸준히 변동 있습니다.

선겸이가 유럽에서 쓰는 통장에는 약간의 여윳돈만 들어있고요, 처음 올 때 넣어온 돈이 아직 남아있어요. 그리고 자산 변동이 계속 일어나므로 선겸이는 총자산을 정확하게 몰라요. 거액의 돈을 맡기고 전혀 참견하지 않는 유형의 슈퍼리치예요. 그리고 전부 유산인 건 아니고 10년 사이 자산을 불려 산 건물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태 용돈(통장과 카드) 받아 쓰던 하재희… 이제는 나름 타이틀 홀더에 경력과 나이 치고 개런티가 아주 높은 편이라 선겸이에게 뵈젠도르퍼도 사줄 수 있었습니다. 연주료는 더 올라가겠죠. 그런데 거기에 광고 수입과 저작권 수입 기타 등등을 더해도 재희가 재력으로 선겸이를 넘어서는 날은 이번 생에는 없습니다ㅠㅠㅎㅎ재희는 연주를 해야 돈을 벌지만 선겸이는 낮잠을 자도 돈이 들어오거든요. 비공식 감정가 천만 달러의 악기라도 있었으면 좀 나았을 텐데….

물론 노동력 대비 수입은 재희가 월등하게 좋습니다. 선겸이가 좋은 악기를 만드는 제작자기는 한데 악기 팔아서 버는 돈은 그리 많지는 않아요. 일단 뭘 만들어야 파는데, 연재분 기준으로는 재희 악기 카피 뜨고 연구하느라 바빠서 많이 못 만들었고요. 완결 직후 시기를 기준으로는 체력 달려서 남들만큼 많이 못 만들기도 하고요.

여담으로, 선겸이가 한창 경매를 염두에 두고 있을 때 염변에게 돈을 얼마나 마련할 수 있냐고 물어본 건 당장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을 물은 것이라 부동산 금액과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이 경우는 원금손실을 보더라도 투자자산을 물려서 해당 금액을 최대한 빨리 만들 수 있느냐는 말이었어요. 아무래도 당장 120억 원 정도 마련하는 건 힘든 일이니까요.

그리고 선겸이는 도합 57억 상당의 단독주택 두 개를 재희에게, 38억 상당의 작은 상가건물 하나를 선재에게 유증하려고 했습니다. 선재가 난리 칠 걸 알아서 제일 조그만 건물을 주려고 했어요. 아직도 호시탐탐 소매넣기할 계획 중인데 이선재도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 이 모든 경제 사정을 대충 알면서 겸이한테 요만큼도 안 받으려고 하는 선재의 사랑도 좀 이상하지만 진짜라고 생각해요.



Q. 하재희·이선겸 이름

A. 재희는 발음하기 쉬운 것 같으면서도 제대로 발음하기는 어려운 이름을 생각하다가 나왔어요. 받침이 없어서 걸리지 않는 소리가 났으면 해서 성씨는 하로, 정하고 보니 계이름 시가 독일 음이름으로는 하(H)인 것도 마음에 들어서 정했습니다.

선겸이는 단정하고 반듯한 느낌의 이름이기를 바랐어요. 어렸을 때 선겸이는 대충 봐도 도련님 같은 꼬마였거든요. 사시사철 몸에 딱 맞는 교복 입고 악기 가방 메고 스쿨버스로 등교하는ㅎㅎ그리고 재희 이름은 발음하면 바람이 살살 새는데요. 반대로 이쪽은 이름을 불렀을 때 입술이 꼭 닫히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성은 그냥 붙였을 때 자연스럽고 흔한 것으로 했습니다.

뭐 이런 것까지 생각해놨냐 싶으실까 봐 좀 부끄럽긴 한데 한자로는 河栽曦, 李嬋兼입니다. 재희는 심을 재, 햇빛 희를 쓰고 선겸이는 고울 선, 겸할 겸을 씁니다.



Q. 제목의 의미

A. 재희가 선겸이에게 줄곧 주고 싶어 했던,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마음이에요. 그리고 하나의 통일된 이름을 갖지 못했던 재희의 오랜 편지 꾸러미,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게 하는 사랑, 그걸 가능하게 하는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 그리고 이후에 재희가 어떤 음악을 얼마나 만든다고 해도 절대 영향받지 않을 작품번호입니다.



Q. 소제목과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A. 소제목은 전부 책 제목이지만, 원 책의 내용이나 주제 의식과 전혀 상관없이 그냥 제 눈에 들어오고 전개와 잘 들어맞는 것들을 따왔어요. 소제목이 내용에 영향을 준 건 ‘창백한 불꽃’이나 ‘백야’ 정도인데, 이것도 그냥 어휘 자체의 의미만 따왔고 내용과는 관계 없습니다.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는 재희가 선겸이를 좋아하는 마음을 자각하면서 선겸이에게 작은 경외심마저 품게 되는 부분과 맞아떨어져서 가져왔어요.



Q. 재희 키가 계속 크나요?

A. 6부 기준 190.5cm, 10부에서는 191cm로 컸어요. 이제 슬슬 멈춥니다.



Q. 둘이 외국어를 잘하게 된 이유

A. 선겸이의 경우, 독일어는 조기교육(+뮌헨 자주 오가며 다시 습득), 이탈리아어는 진짜 절박해서 못 배우면 멸망뿐이라는 각오로 그렇게 된 거고요. 재희는 한국에서 선생님 끼고 급하게 배워서 처음에는 그렇게 잘하지는 못했는데요. 명색이 여기서 공부하는데 선겸이보다 독일어 못하면 쪽팔리니까 이 악물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잘하고 싶은 부분을 못 하는 걸 진짜 싫어하는 성격이기도 합니다. 소재 특성상 별로 티 날 일은 없었지만 호승심이 있어요.

막 왔을 땐 배운 독일어랑 다른 방언 구사 지역이라 재희도 속으로 욕 많이 했습니다만, 어차피 어울리는 한국인도 없어서 생존독일어 습득했어요. 등장은 적었지만 프리츠랑 몇 년 어울리면서 훅 늘고, 도장 다니면서 또 늘고, 니나가 굴리면서 늘고, 동네 사람들과 잡담하면서 늘었어요. 니나랑 옆집 할머니·할아버지가 표준독일어를 거의 안 써서 스파르타로 굴려졌습니다. 영화랑 만화, 책도 열심히 봤고요. 만화는 독일어 더빙판 심슨가족, 캡틴블루베어, 위베어베어스 많이 봤다고 합니다. 책은 발터 뫼르스, 영화는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 열두 번쯤 봤어요. 재희가 매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싶어 하는 건 사실 투슬리스예요. 은밀한 소원이라 선겸이도 모릅니다.



Q. 레미는 뭐 하고 사나요? 처음부터 저럴 사람이었나요?

A. 레미는 그간 하와이에서 잘 먹고 잘 지냈어요. 턱 놀라울 만큼 잘 붙었고, 어금니 잘 심었고, 연주 활동에 지장도 없습니다. 감 떨어진 건 금방 올라와서 곧 다시 일 시작하겠죠. 레미는 가진 재능과 배경, 폐쇄적인 음악계라는 환경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소시오패스 소리 안 듣고 살아간다는 설정이에요. 그리고 원래부터 그 사고를 치기 위해 등장한 인물입니다. 선겸이를 알음알음 스트레스받게 하고 재희를 짜증 나게 하라는 부가적인 임무도 있었지만요.

그 와중에 레미는 재희와 여러모로 대비되기를 바랐어요. 유서 깊은 집안, 엘리트 교육, 이른 데뷔 같은 환경을 포함해서요. 레미가 밑도 끝도 없이 재희를 좋아하고 재희는 명확한 이유 없이 레미를 싫어하던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레미는 선겸이가 원하는 사랑과 가장 동떨어진 애정만 줄 수 있는 사람이라, 그런 쪽에서도 재희와 대조돼요.

재희와 선겸이를 나름대로 엄청 좋아하긴 했습니다. 지루하고 지겨운 것뿐인 주변에 갑자기 떨어진 재밌는 사람들이라서요. 레미도 나름 바쁜데 진짜 돈 쓰고 시간 써가며 굳이 크레모나에 얼굴 비추기도 하고요. 우정이라기보다는 자기를 위한 선물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점이 심각하게 글러 먹었지만요. 거기에 선겸이에게는 성애적 관심 한 스푼, 재희에게는 음악적 관심 한 스푼이 더 들어간 정도예요. 근데 그건 선겸이랑 재희가 레미랑 거리두기를 열심히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둘 다 레미가 원하는 대로 해줬으면 곧 재미없어졌다며 떠나갔을 인간이에요.

레미는 아직도 악기 스캔들이 뭐 그렇게 나쁜 일이었는지 이해 못해요. 그리고 종종 재희와 선겸이를 그리워합니다. 재희랑 우연히 마주치면 원더보이 드립 치면서 포옹하려고 할 걸요ㅎㅎ아냐가 그런 레미를 알아서 재희와 마주치는 일 없도록 피셔 본사로 보낸 거고요. 이 부분에서 뚜렷한 권선징악이 드러나지 않아서 저도 고민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냥 레미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뒀습니다.



Q. 염도현과 선겸이의 관계

A. 처음부터 딱 이 정도 관계였습니다. 더 냉정하게는 염변이 선겸이에게 갖는 동정심+호기심+선겸이가 챙겨주는 염변의 노후 자금으로 지속되는 관계예요. 더 발전적인 관계가 애초에 불가능했던 게, 선겸이는 염변을 자기 삶의 깊은 곳까지 관여시킬 생각이 없고, 염변도 남의 골치 아픈 사정에 그렇게까지 마음 써가며 개입하고 싶지 않아 해서요. 그리고 재희가 선겸이와 사랑할 수 있게 된 데는 음악과 관련된 큰 세계를 공유한다는 이유도 결정적이거든요.

사족을 붙이면, 고등학생 선겸이를 선재나 도현이, 의사가 여러 방면으로 도와줬어도 전혀 나아지지 못하고 더 망가져만 갔던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얼마나 사랑했고 얼마나 좌절했는지 결코 이해해줄 수 없는 사람들이라서요. 사실 타인이 그걸 온전히 이해해주는 게 가능한 건 아닌데, 어리고 상황이 안 좋았던 선겸이가 그런 것까지 고려할 여유는 없었고요. 그리고 그 상실에 대한 가장 완벽에 가까운 이해는 시간이 지난 후에 재희가 하게 됩니다.



Q. 염도현의 연애사

A. 염변은 하루하루가 피곤하고 연애에 큰 에너지를 쓰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상형은 손이 많이 안 가고 같이 있으면 대화 없이도 편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은팔찌 찰 뻔한 이후로는 절대 얼굴(과 돈)만 보고 관심 갖지 않습니다. 짧은 연애는 여러 번 했지만 염변이 좋아하는 미지근한 연애를 상대방은 권태로 해석해 그 기간에 꼭 차이는 편이고요. 현재는 안정적인 노후 대비가 주된 목표인 싱글인데, 인생이 원래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듯… 골머리를 앓게 하는 또 다른 사랑이 나타날 것 같아요. 이선겸 치우고 나니 더 큰 게 굴러들어온다는 느낌으로요. 원하신다면 데려가셔도 좋지만 곧 뻥 차버리실 확률이 높을 거예요ㅎㅎ



Q. 염변이 선겸이 돈 떼먹을 확률

A. 걱정 마세요, 금전관계만큼은 깔끔합니다ㅎㅎ인센티브 계약이라 염변이 잘 굴려야 더 많이 가져가요. 사실 변호사 일보다 돈 굴리는 일이 더 적성에 맞습니다.



Q. 재희 내한 공연 오나요?

A. 아시아 투어가 잡히면 선겸이랑 같이 올 거예요.



Q. 재희나 선겸이 유퀴즈 나오나요?

유퀴즈… 제가 며칠 내내 유퀴즈 단어만 떠올려도 주저앉아서 웃었어요. 사실 이걸 쓰는 지금도 책상에 엎드려서 웃고 있습니다.

직업 특성상 왠지 선겸이가 나오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긴 한데, 막상 섭외가 왔을 때 승낙할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인터뷰 안 해본 건 아니지만 방송은 또 다른 일인데다가 한국 방송… 섭외 가능성이 뚝뚝 떨어집니다.

재희는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마 아시아 투어가 확정되면 프로모션으로 잡지 않을까요? 음반사와 매니지먼트 전부 다 한국 시장을 포기할 사람들이 아니라서요. 그렇지만 재희랑 선겸이 둘 다 예능을 잘 챙겨 보는 편은 아니니까, 선택지 몇 개 보여주면서 재희가 “자기야 나 이 중에 어디 나가?” 하고 물어보면 선겸이는 잠시 멍때리다가 “한식대첩은 없네….” 이런 소리나 할 것 같은데요…. 결국 아냐와 다른 직원들이 현지 모니터링 잘해서 프로그램 딱 하나만 고를 것 같아요. 아냐는 재희를 너무 친근감 있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거든요.



Q. 연령·배경 반전 AU

A. 재희가 부자 연상이고 선겸이는 그 반대인 경우라면, 하재희 마스터클래스를 돈도 안 내고 몰래 훔쳐 듣다가 걸린 당돌한 청소년 이선겸, 결국 하재희의 후원을 받아 무럭무럭 자라 성인이 되었는데… 같은 키잡 설정이 될까요? 재희가 연상이면 진짜 다정한 유죄 인간이라 선겸이 맨날 이불 걷어차면서 밤에 잠 못 이루겠네요ㅎㅎ선겸이가 동경과 사랑을 구분해내는 순간에 재희가 양심을 챙기면 조금 싸우다 잘 되겠고, 양심을 버리면 둘이 본편과 비교도 안 되게 빨리 이어질 것 같아요.



Q. 오메가버스·청게 AU

A. 그러고 보니 이런 게 있었죠… 존재를 잊고 있었어요. 이거 제가 장난삼아 조금만 써둔 거라 외전으로 될지 모르겠어요. 본격적으로 AU 외전을 쓸 생각은 아직 안 해봤지만 일단 기억해두겠습니다. 진짜 짧고 별 내용 없어서 민망하네요. 그래도 혹시 궁금하신 분들께서는 제 트위터에서 보실 수 있어요.



Q. 오프더레코드 AU

A. 선겸이는 아역배우 출신으로 필모 잘 쌓아온 배우, 재희는 햄버거 먹다 캐스팅돼서 갓 데뷔한 신인이요. 둘 다 크게 다른 성격은 아닐 것 같은데, 이 경우 선겸이는 더 능청스럽고 계산적이고요. 재희는 더 수줍음이 많지만 기본 성격은 캐릭터와 많이 비슷해서 얼결에 메소드 연기를 할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선겸이랑 조금씩 친해지는 게 너무 신나서 자기 SNS에 같이 찍은 셀카 많이 올려줄 것 같습니다. 키스신에서는 NG를 많이 내지만 그보다 수위 높은 신에서는 긴장했다면서도 NG 안 내서 선겸이가 내심 당황할 것 같고요ㅎㅎ재희는 분명 연기력이 아니라 이미지랑 바이올린 켤 수 있다는 이유로 캐스팅됐을 거라, 선겸이한테 악기 자연스럽게 잡는 법 같은 거 알려주면서 은근슬쩍 수작 걸 것 같아요. 선겸이는 알면서도 그냥 넘어가 줄 것 같습니다.



Q. 기억상실 AU

A. 재희의 경우: 일단 눈 떴을 때 너무 자기 취향인 남자가 안겨 와서 크게 당황할 것 같은데요. 그리고 본인이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보다 선겸이 때문에 더 놀랄 거예요. 이 경우 선겸이라면 절대 울지 않으면서 항상 울 준비가 된 사람 같은 얼굴을 하고 다닐 거라ㅎㅎ재희는 그게 더 신경 쓰일 거예요. 그래도 선겸이는 재희 사회화 시켜본 경험이 있으니 힘들어도 잘 버틸 것 같고요. 그런 건 재희가 좋아했던 선겸이의 면모 중 하나라, 재희가 두 번째로 사랑에 빠지는 것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아요.

선겸이의 경우: 이건 진짜 재희한테 못 할 짓이 될 것 같습니다…. 선겸이 기억 싹 잃고 백지상태로 남는 순간 재희가 옆에 없으면 진짜 최악으로 치달을 것 같아요. 눈앞에 있는 모든 것에 겁먹을 사람이라, 부디 재희가 옆에 잘 붙어있다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진정부터 시키기를 바랍니다. 제가 재희에게 줄 수 있는 조언은, 가급적 몸에 손대지 말고, 너는 무조건 악기를 잡아라… 선겸이한테는 얼굴보다 그게 잘 먹힌다….



Q. 둘이 동갑내기 학생일 경우

A. 선겸이 쪽의 일방적인 열폭과 동경, 약간의 동정으로 시작하지만 재희가 먼저 반해서 은근슬쩍 꼬시다가 선겸이가 가랑비에 옷 젖듯 홀라당 넘어가는 우당탕탕 예고 청게물입니다.



Q. 재희 앞에 선겸이가 갑자기 어려진다면

A. 재희가 충분히 놀라기도 전에 선겸이가 먼저 기절할 것 같아요. 그래서 재희는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아야 합니다. 하나라도 정신 잘 잡고 있어야 하거든요. 한정된 시간 동안 어려진다면 그 시간의 반 정도는 패닉 온 선겸이를 달래는 데 쓰겠고요, 나머지 반은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로 찍는 데 쓸 것 같아요. 아기 겸이 어릴 때 진짜진짜 똘망똘망 예뻤다는 설정이라 재희가 정신을 못 차릴 듯합니다. 그리고 선겸이 옛날 사진이 없어서 재희가 엄청 좋아할 거예요. 한 박자 늦게 그걸 깨닫고 나면 선겸이도 조금 진정하고 체념하지 않을까요ㅎㅎ재희 품에 쏙 안겨서는 억울하니까 다음에는 네가 어려져라, 어디 가서 이 사진 유출하면 아무리 너라도 고소한다, 이런 소리나 하겠죠.

그리고 재희가 선재한테 사진 몇 장 보내주면 이번에는 선재가 토마토 따다가 눈물 쏟아요(결국 유출함). 쪼끄만 게 연미복 입고 머리 싹 넘기고 콩쿠르 참가하곤 했던 기억이 나서, 선재 그날은 소주에 줄담배 예약입니다.



Q. 어느 날 둘의 몸이 바뀐다면

A. (1) 첫 반응

재희: 몸이 무겁고 피곤해. 이게 말로만 듣던 가위눌림인가 보다.

선겸: 몸이… 왜 이렇게 가벼워? 컨디션 왜 이렇게 좋지? 이럴 리가 없는데, 설마 모르는 사이 나 죽었나? 유체 이탈? 내가 아무리 쓰레기 몸이어도 예고 없이 요절이라니, 우리 콩나물 나 없으면 안 되는데….

(2) 적응 이후 반응

재희: 자기야, 원래 이렇게 손만 스쳐도 찌릿찌릿하게 느껴? Stabil… krass geil! (개미쳤다는 뜻+야하다는 중의적 의미)

선겸: 키 진짜 크다. 그리고 악기 연주할 때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큰 소리가 팡팡 나! (이 와중에 악기를 잡아본 지독한 사람)

(3) 바뀐 몸으로 해보고 싶은 것

재희: 신체의 민감도 체험

선겸: 면도



Q. 남친 갔어

A. 이거 하라고 하면 선겸이 차라리 오천 유로를 낸다며 절대 안 할 것 같긴 한데요ㅎㅎ그래도 해본다는 가정하에, 일단 재희 고개부터 기우뚱 떨어질 것 같아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국어로 문자 보내면서 오라고 할 만한 사람이 선겸이 주변에 몇 없거든요. 저런 식으로 집에 부를 만한 사람은 그냥 없고요. 소거법으로 뭔가 제게 원하는 반응이 있다는 추측만 남으면 재희는 또 어리둥절할걸요. 선겸이가 재희가 질투하는 모습 보고 기분 좋아지는 성격이 아니라ㅎㅎ보통은 민망해하죠…. 어쨌든 재희가 악보 방치해두고 잠깐 낑낑거리다가 [1해킹 2협박 3복붙실수 4어디서 유행하는 이상한 테스트] 이렇게 문자 보내면

[4시발]

[44444]

[ㅠㅠ]

[내가안하려고했는데!!!?!]

하고 문자 뿅뿅뿅 와서 웃고 넘어갈 거 같아요. 집에 들어오면서 “남친 왔어용 ٩(❛◡❛)۶” 한 번 해서 마지막으로 선겸이 속 한 번 뒤집어놓고 끝날 것 같습니다.



Q. 서로 가장 좋아하는 신체 부위

재희: 코, 보조개, 귀, 입술, 목덜미, 손, 발목, 그리고….

선겸: 가장, 이라고 가장.

재희: 고를 수가 없어. 당신은?

선겸: 손. 지금 갑자기 집 천장이 무너져도 내가 그건 반드시 지킨다.

재희: …….



Q. 좋아하는 체위

A. 하재희: 굴곡위, 좌위, 들박

이선겸: 후배위



Q. 제일 부끄러워하는 체위

A. 하재희: 탐구심이 많고 이런 상황에서 부끄러움은 없어서, 없습니다.

이선겸: 대면좌위



Q. 체모 관리

A. 하재희: 머리도 잔소리 들어야 겨우 자르러 가는 애라….

이선겸: 관리할 것이 없습니다. 많이 내려놨지만 아직도 가끔 좀 부끄러워하는 부분.



Q. 둘을 동물에 비유하면

A. 선겸이는 흰담비고요. 나란히 앉혀뒀을 때 어울리는 꼬리 달린 육지 동물이라면 재희는 툰드라 늑대입니다. 그렇지만 작중에서는 꾸준히 고래예요. 특정 종류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무리를 이루지 않고 혼자 다니는 아주 신비롭고 큰 고래로 상정했어요.



Q. 상징색

A. 재희는 붉은 기 빠져서 좀 창백해 보이는 베이지 계열이에요. 팬톤 컬러칩 기준 블리치드 샌드 언저리의 색들이고요, 선겸이는 흰색입니다.



Q. 체크리스트에서 변동되는 사항

A. 그거 작성했던 때가 연재분 76화 때더라고요. TMI 체크리스트에서 운전면허 부분이 바뀌었네요. 재희가 면허를 땄어요. 운전이 선겸이보다 낫습니다. 선겸이의 주량이 많이 줄었고요. 그래도 재희보다는 낫겠지만요. 그런데 선겸이가 원래 술을 엄청 잘 마시는 편은 아닙니다. 주당 수준은 아니고 그냥 적당히 마시는 정도예요. 그리고 선겸이가 스킨십을 더 좋아하게 됐고요. 19 체크리스트에서는 이제 둘 다 관계 중 사랑한다고 잘 말하게 됐어요.



Q. 염색 가능성

A. 재희는 머리 자르는 것도 귀찮아해서, 선겸이는 살면서 머리를 염색해야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안 해본 모범생 도련님이라 안 할 것 같습니다. 니나 남편 악셀이 머리를 묶고 다니는데, 미용실 안 가도 되고 제법 괜찮다는 말을 흘려서 재희가 잠시 혹해본 적이 있다는 내용을 써둔 적은 있는데요. 어쩌다 보니 빠졌네요. 선겸이가 재희 머리가 부스스해지는 걸 신경 써서 안 기를 것 같긴 해요.



Q. 그래도 갑자기 기분전환이라며 파격적인 컬러로 염색해 온다면?

A. 선겸이가 염색한 경우: 재희는 처음엔 좀 깜짝 놀라고 나중엔 좋아합니다. 머리색과 비슷한 동그랗고 예쁜 것들을 찾아 닮았다고 박박 우기며 귀여워할 거예요. 빨간색이면 체리, 노란색이면 폼폰국화, 보라색이면 블루베리… 선겸이가 민망해져서 다시 흑발로 덮으러 갈 정도로 할 것 같습니다.

재희가 염색한 경우: 선겸이는 ‘케이팝 스타 같기는 한데… 음악계 사람들이 너무 보수적이라 머리색 신경 쓰인다고 하면 어쩌지? 아니면 너무 얼굴만 보인다고 하면? 연주자인데 연주를 먼저 안 들어주면? 그렇지 않아도 그걸로 조금 손해 보는데…∙̆ .̯ ∙̆’ 같은 걱정을 무한 생성하다가 내려놓을 것 같아요. 근데 이 남자 까다로운 남자라 재희 머리 뿌리 티 나는 순간부터 정수리만 보고 다녀서 재희가 알아서 원상복구 하게 만들 듯….



Q. 재희야 선겸아, 카레 좋아해? 안에 당근 들어간 거.

A. 선겸: 좋아해! 뮌헨에선 그런 카레 파는 데 없어서 만들어야 하지만. 당근도 괜찮아. 근데 맛없는 카레는 용서가 안 돼. 식재료는 뭐든 상관없지만 맛있어야 해. 내가 하면 늘 살짝 부족한데 콩나물이 냄비에 뭘 하면 딱 맛있어져. 그리고 자꾸 감자가 냄비 바닥에 눌어붙는 건 좀 어떻게 안 되나?

재희: 아무거나 상관없지만 엄청 큰 당근이 씹힐 때 물컹한 느낌은 조금… 그래서 요리할 땐 당근을 감자보다 작게 써는 편이에요. 감자가 눌어붙는 건 졸일 때도 중불을 쓰는 사람 때문이고요. 그리고 뭘 한다기보다는… 마지막에 우유나 생크림 조금 넣어서 간을 맞추는 것뿐이에요.



Q. 선겸이가 재희와의 나이 차를 느낄 때

A. 재희가… 한국 민증이 없어요ㅠㅠㅎㅎ… 민증 나오기 전부터 나와서 살고 있고, 이후로 한국 올 때는 길어야 일이 주 머물다 가거든요. 그래서 재희가 민증 가져본 적 없다는 사실이 떠오를 때마다 선겸이가 소름끼쳐해요. 프리츠가 가끔 놀러 와서 재희랑 티격태격할 때는 꽤 딱딱하고 조금 저렴해지는 재희의 말투를 신기해하긴 합니다. 그러고 뒤돌아서면 자기야 있잖아(❛◡❛)✿하는 살랑콩나물이 되는 게 제일 신기한 점. 이 경우는 나이 차를 느끼기보다는 이중인격을 의심합니다.



Q. 필명은 왜 정가재

A. 여기서부터는 저에 대한 질문이네요. 재희나 선겸이가 아니라 저를 궁금해하실 줄 몰라서 조금 놀랐지만ㅎㅎ닉네임은 조아라 가입하려는데 당장 정하라고 하기에 잠깐 멍했다가, 눈앞에 ‘가재’와 ‘젊은(jung)’이라는 단어가 제목으로 들어간 책들이 있어서 그냥 합쳤어요. 사실 융이라고 읽어야 하는데 그냥 한국 성씨처럼 보이라고 정이라 썼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이렇게까지 의미가 없을 수 있나 싶네요. 근데 신경 쓰이지 않고 바꾸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내버려 두고 있어요.



Q. 크레모나 등 작중 배경이 된 곳들에 살아봤나요? 좋아하는 곳인가요?

A. 주 무대 중 제가 살아본 도시는 없습니다. 그랬다면 저도 더 편했을 텐데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놀랍도록 낯선 곳들만 나오고 경험을 써먹을 수 없더라고요. 다시 생각해도 슬프네요. 딱히 좋아하는 곳들은 아니고 그냥 설정하다 보니 나온 곳들입니다. 크레모나는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애초에 가볼 생각조차 안 해봤어요. 뮌헨도 놀러 가본 적만 있는데, 그나마 그 기억도 흐릿해서 나머지는 구글맵과 상상력으로 메웠습니다.

10부의 배경이 되는 곳은 스위스의 주 호수(Lac de Joux) 근처, 속세와 좀 떨어진 곳이라 당연히 가본 적 없습니다. 캐비노티에 관련 동영상들을 구경하다가 알게 된 곳이에요. 사족이지만 전에 한 독자님께서 홀리카우 버거 얘기 해주셨는데, 10부에서 선겸이가 먹고 싶다는 햄버거도 홀리카우입니다. 맛있어요.

잠깐 언급만 나오는 기타 유럽 도시들도 안 가본 곳이 더 많습니다. 연재 초반에는 당장 크레모나 한 번 다녀오면 잘 써지겠다 싶었는데, 구글맵이랑 유튜브로 하도 봤더니 후반에는 이미 크레모나 일년살이하고 온 기분이 들더라고요ㅎㅎ근데 완결 내니 가고 싶네요. 밀라노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면 좋을 것 같아요. 종탑 앞에서 마주치면 제가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Q. 전공자인가요? 제작자인가요?

A. 아마추어고 제작자도 아닙니다. 저도 가끔 제 악기 지판 드레싱하거나 활 털 갈 때 빼고는 공방 갈 일이 없어서 제작이나 수리 관련해서는 잘 몰랐어요. 그래서 온갖 자료를 많이 찾아봤고, 음대나 프로 연주자 관련해서는 제 레슨 선생님께 도움 많이 받았어요. 제 직업은 음악과는 요만큼도 접점이 없는 아주 삭막한 일입니다ㅎㅎ악기는 이것저것 어릴 때부터 했고 퍼석한 일상의 행복한 취미예요. 물론 음악 듣는 걸 더 잘하고 좋아합니다.



Q. 쓰면서 운 적은

A. 이 비슷한 질문을 연재하면서 여러 번 본 것 같은데ㅎㅎ왜일까요? 없습니다. 진짜진짜 없어요.



Q. 내용은 어느 정도로 정해두고 썼는지

A. 1부가 끝날 때쯤에 거의 모든 굵직한 전개와 소제목이 정해졌어요. 다만 마지막의 갈등 부분은 이런저런 이유로 변경해보려고 시뮬레이션을 많이, 꽤 오래 돌려봤는데요, 어떻게 해도 선겸이가 그런 결정밖에 내리지 않아서 결국 그대로 가기로 정했습니다. 내용은 제가 정했다기보다는… 제가 결정한 건 맞는데, 주어진 상황 속에서 재희나 선겸이가 제일 할 법한 선택지들을 모아서 엮다 보니 나온 것들이에요. 큰 틀에서는 별로 바뀐 게 없고요,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소소한 것들은 그때그때 나오는 것도 많았어요. 써먹으려고 미리 정해놨지만 버려지는 내용들도 물론 많았습니다.

니나의 젠가는 그냥 즉흥적으로 넣은 거예요. 토론으로 정하게 하려고 했는데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냥 독일에서 흔한 보드게임으로 골랐어요. 저한테 니나는 기개로 운도 휘어잡는 느낌을 주는 인물이라 그때 무슨 내기를 했어도 이겼을 것 같지만요. 공방 사람들의 술 내기는 미리 정해둔 거였습니다. 사실 그거 누가 봐도 선겸이 거라 뺏을 생각은 없었고요, 그 핑계로 간만에 술을 마시고 싶었던 로시의 계략입니다. 겸사겸사 인사불성이 된 선겸이도 쓸 수 있었고요. 당시의 선겸이라면 그 정도로 이성을 날려놔야 날것의 욕망이 드러날 것 같았어요.



Q. 계속 나오는 설정들은 처음부터 계획한 것인지, 즉흥적으로 쓰고 다음에 또 쓰는 것인지

A. 두 경우 다 있습니다. 제가 반복되거나 심화되는 요소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역키잡 쌍방 구원의 특성상 그런 게 많으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들도 있고, 일부는 쓰면서 동시에 나중에 또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도 있어요. 거꾸로 한참 뒤의 전개를 미리 다듬어두다가 그걸 앞부분으로 가져와 쓰는 경우도 있고요. 호흡이 긴 글인데다가 글을 조각조각 써두는 일이 많아서 가능했습니다. 좋은 방법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요.



Q. 의도한 떡밥을 독자들이 알아차린 경우

A. 저는 독자님들께서 어떻게 읽으셨는지를 댓글이나 따로 메시지 주실 때만 파악할 수가 있으니, 이건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게다가 이 이야기에는 아주 소소한 어휘나 아이템도 여러 번 수거되는 게 많아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떡밥이라 쳐야 할지 모르겠네요. 근데 선겸이가 자기 보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늘 만들어두는 틈과 재희가 틈새에서 태어난 것 같다고 말한 걸 연결해주셨을 때는 조금 들떴어요. 틈 메타포는 여기저기 조금 더 있습니다.



Q. 반대로 아무도 못 찾을 거라 생각했는데 찾은 경우

A. 아직 댓글이 남아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꽤 초반 회차에서 한 독자님께서 염변더러 선겸이 유서 갱신했냐고 댓글 남겨주셔서 뜨끔했어요. 제가 댓글을 몰아서 읽어서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재희가 덜 컸을 때쯤으로 기억하고 있으니 정말 초반이거든요. 염변이 상속 전문이라는 말 정도만 해뒀던 기억이 있어서 그땐 정말 놀랐습니다.



Q. 쓰고 나서 뿌듯했던 에피소드

A. 생각나는 게 없는 걸 보니 없나 봐요. 그리고 사실상 생각하고 쓰는 주체가 저는 맞는데 에피소드를 구체화하는 건 선겸이나 재희의 성격적 특징이라, 항상 쓴다기보다는 옮겨 적는다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뿌듯했던 건 잘 모르겠지만 적고 나서 가장 후련했던 부분은 9부의 마지막 장면요. 저는 백 화가 넘도록 선겸이가 밑바닥까지 싹 무너지기를 가장 고대했던 사람이라서요.



Q. 좋아하는 에피소드

A. 밀라노에서의 에피소드는 선겸이가 안중에도 안 뒀던 성애를 느끼는 부분이라 좋아해요. 그리고 낭트의 풀밭에 누워 유성우를 보는 재희요. 어쩌면 세상을 새장처럼 느꼈을 수도 있었던 애가 안 그렇게 자라난 게 대견해서입니다. 이 시기 에피소드들이 속 편한 느낌이라 좋아요.



Q. 가장 마음에 드는 대사나 독백

A. 달리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냥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걸로 고르면, 재희의 대사는 밀라노에서의 “당신이 또 친절했겠지.” 재희가 선겸이를 원망하듯이 혹은 선겸이한테 책임전가하듯이 말하는 경우가 드물어서 그 점이 좋아요. 그땐 재희도 되게 절박해서 잘 못 참았거든요. 선겸이의 경우는 재희한테 악기 만들어서 주겠다고 하는 대사들이요. 자기가 뭘 주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면서, 사실은 줄 수 있는 건 전부 주고 싶다는 선겸이 식의 사랑이 겨우 악기를 만들어서 주겠다는 말로 새어 나오던 거라, 쓰면서도 계속 마음이 쓰였어요.



Q. 이북에 형광펜을 딱 한 군데만 칠 수 있다면

A. ‘왜냐하면 나는 엄마가 쟤보다 일찍 낳아줬으니까….’ 사유는 문득 떠올라서, 그리고 그냥 저런 생각을 하는 이선겸이 웃겨서입니다ㅎㅎ



Q. 제일 좋아하는 작곡가나 곡, 우주와 동물도 좋아하는지

A. 그때그때 상황 따라 기분 따라 바뀝니다. 클래식 말고 다른 음악들도 좋아해서요. 그래도 역시 언제 어디에서나 들어도 좋은 건 바흐죠. 우주와 동물도 정말 좋아합니다.



Q. 시즌2

A. ㅎㅎ아무래도 조금… 앞으로 얘네 인생에 사건이나 갈등이 크게 있을 것 같지는 않아서요. 갑자기 뮌헨 신시청사 위에 게이트가 열리고 거기서 몬스터가 쏟아지지 않는 한은….



Q. 차기작

A. 사실 프롤로그 한 편 올리고 습작한 게 있기는 한데요. 전작 커플들 친구가 주인공인 글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재희랑 선겸이가 장유유서 무시하고 새치기하는 바람에 일단 보류했습니다. 그리고 한 일 년 정도가 흐르는 사이 그 친구들에 대한 제 인상이 좀 바뀌어서, 그건 당장 연재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쓰고 싶다고 생각한 소재는 몇 개 있는데 아직 구체화한 건 없습니다. 그래도 다음에 뭔가 쓰게 된다면 이번보다는 조금 짧은 호흡으로 쓰고 싶어요.



Q. 사랑과 결혼

A. 저도 사랑합니다. 결혼은… 저를 아신다면 분명 도망가실걸요ㅎㅎ



※ 이 아래로는 제가 모종의 이유로 명확하게 답변드릴 수 없는 질문들이에요.

Q. 엠마에 대한 파비오의 짝사랑

A. 파비오의 짝사랑은 곧 끝이 납니… 더보기



Q. 선겸이와 지훈이가 만날까요?

A. 네. 선겸이는 이 사실을 어떻게든 끝까지 숨겨보려 했지만… 더보기



Q. 선겸이와 니나가 만날까요?

A. 네. 니나가 재희랑 성격은 달라도 근본적으로는 구성 물질이 제일 비슷한 사람이라는 설정이라서요. 그래서 아마 니나와 재희 사이에서 이런 대화가 흐를 건데요.

„정말 귀여워.“

„하….“

„헤어지면 저 참새는 우리 집으로 보내.“

„…….“

…더보기



Q. 둘이 결혼하나요?

A. 그 부분은… 더보기






정가재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