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욱-

하늘에서 준비도 없이 떨어지는 감각은 유쾌하지 않다. 아찔하고, 죽음을 목전에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감각이란. 헌터는 검붉게 경화한 제 손가락을 절벽에 박아넣었다.


콰드드득-


단단한 바윗덩어리가 아이든의 손가락을 따라 으깨지고 부서졌다. 속도가 반쯤 줄어들자, 아이든 헌터는 다시 손가락을 빼고 떨어지기 시작한다.


휘익- 하늘에서 공기를 가르며 떨어진다. 영하의 바람이 때려오는 뺨이 떨어져나갈 듯이 아려왔다. 붉게 물든 귓볼, 콧망울, 창백하게 질린 입술. 아이든 헌터는 절벽을 타고 수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달려간다. 아이든 헌터의 시야에, 저 아래에서 푸콱- 하는 무언가 추락하는 소리와 그 충격으로 솟아오른 눈더미가 잡혔다. 목에 핏대를 세운 헌터가 소리를 질렀다.


"버키!!"


제임스 뷰캐넌 반즈! 아이든 헌터가 그의 풀네임을 불렀다. 이름을 불러야 했다. 이름이야 말로 가장 잘 훈련된 명령어,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동 반사적으로 반응을 하게 되는 것.


타다닥- 탓-!


아이든 헌터가 마침내 눈쌓인 바닥으로 발을 디딘다. 얼굴이 한없이 냉정하다. 아이든의 발에 밀려 눈덩이들이 콰르르 밀려 공중으로 솟았다가 떨어졌다.

아이든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넓고, 촘촘하게 레이더를 펼쳤다. 다른 이들보다 비정상적으로 많은 기백을 가졌으니, 탐사할 수 있는 지역도 훨씬 넓다. 평소라면 냄새로 찾았겠지만 추워서 그런지 코가 얼어붙은 데다 냄새도 잘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버키를 찾는 것은 쉬웠다. 바닥에 점점히 떨어진 핏자국이, 그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새하얀 눈 위로 붉은 피가 물든다. 차가운 온도에 피가 검붉게 죽어간다. 아이든 헌터는 제 무릎까지 오는 눈을 아랑곳하지 않고 헤치며 핏자국을 따라갔다. 붉은 눈이 섬뜩하다.


피가 흥건한 곳으로 가면 갈수록 피비린내가 짙어진다. 이제 바람이 냄새를 날려버릴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다. 익숙한 비린내에 헌터가 코를 찡그린다.


검붉은 피, 아이든은 몸에 입은 군복이 눈과 피에 젖는 것을 알았다. 군화사이로 눈이 새어들어왔다. 아이든 헌터는 조금의 지체도 없이 앞으로 향했다.


"버키! 버키 반즈!"


청년의 이름을 부른다. 소년의 이름을 부른다. 난 지금 너의 이름을 부르고 있어. 정신 차려, 망할 꼬맹이.


저 앞, 눈이 가득히 패인 곳에서 피가 흐른다. 아이든 헌터는 달렸다. 그곳에 쓰러진 청년이 있다.


"제임스 뷰캐넌 반즈. 버키, 정신차려."

"..아..ㅇ드.."

"잠들지 마, 나한테 뒤지기 싫으면."


아이든 헌터는 일부로 말을 험악하게 하며 반쯤 눈에 파묻힌 버키 반즈를 억지로 들어올렸다. 청년이 굳은 혀로 겨우겨우 소녀의 이름을 부른다. 가물거리는 푸른 눈동자에 소녀의 형상이 잡히다가도 사라진다.


아이든은 초점이 가물거리는 버키 반즈의 뺨을 때렸다.


짝-!

매서운 고통이 버키의 뺨에 남았다.


"...으윽.."


정신이 번쩍 들었다. 뺨이 아리고 시려서 떨어져 나갈것만 같았다. 아이든이 냉정한 얼굴로 버키에게 말했다.


"정신 붙들어, 죽고 싶지 않으면."

"아.."


정신을 차리자 마자 몰려오는 격통, 버키 반즈는 얼굴을 찡그린다. 아이든 헌터는 버키가 차고 있던 낙하산의 고정 끈을 힘으로 끊어서 근처에 내버려 둔채로 상처를 살폈다.


"시발."


아이든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버키에게 주었던 낙하산을 끄집어냈다. 왼팔이 느리게 녹아내리고 있다. 새파란 마법적 기운이 청년의 팔에 끈덕지게 달라붙어있었다. 아이든이 다시 한번 버키의 이름을 불렀다.


"버키, 꼬맹이."

"아-ㄷ.."


굳은 혀, 아이든은 버키의 머리카락을 느리게 쓸어주었다. 식은 땀이 헌터의 장갑에 스몄다. 아이든은 바로 장갑을 벗어 던지고 버키의 상처를 살폈다. 차가운 칼바람이 순식간에 헌터의 손가락 마디마디를 빨갛게 물들였다.


"버키, 버키, 정신 놓지 마. 나 여기 있어."

"-나 아파아...!"


흐윽- 버키 반즈의 목소리에 고통이 서려 있다. 아윽, 청년의 신음소리가 칼바람을 뚫고 헌터의 귀에 닿았다. 아이든이 삽으로 눈을 대충 치우곤 찢어진 낙하산의 천조각을 펼쳐 눈 위에 깔았다. 방수니까 눈 위에 누워있는 것보단 나으리라 믿었다.


"버키 반즈, 나 여기 있어. 다 잘 될 거다."

"나... 나, 죽어..?"


거의 놓아버린 정신으로, 오락가락한 가운데 버키가 묻는다. 아이든이 버키를 조심스레 들어 낙하산의 천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아니. 죽겠냐. 내가 여기 있는데."

"나, 죽고 싶지 않은데. 난-."


녹아내리는 팔은 멈추지 않고, 푸르게 응결된 에너지는 여전히 청년의 팔을 녹인다. 아악..! 버키가 흐리게 뭉개진 목소리로 울음섞인 신음을 내뱉었다. 아이든은 하얗게 드러난 뼈를 보며 이를 악문다.


"꼬맹이, 버키, 벜. 꼬맹이. 너 안죽어. 내가 여기 있어. 네 옆에 있다고. 안죽게 만들어."

"..아파-."


소녀는 청년에게 지속적으로 말을 걸었다. 하얀 김이 아이든의 잇새로 올라왔다. 이대로 기백을 사용할까? 아이든은 고뇌했다. 하지만, 하지만.


"내가, 널 살려."


푸르게 응결된 에너지는 헌터의 기백과 상극, 이대로 강제로 기를 주입해 치료 시키려고 했다간,


폭사. 이 왼팔을 매개로 버키 반즈는 폭사하겠지. 부작용, 맞지 않는 파장 따위를 생각할 틈도 없이 곧장 폭사. 하지만 이 팔은 회생불가능, 이대로라면 계속 녹아내리다 폐마저도 녹일 것이다. 그 꼴은 볼 수 없어.


아이든 헌터는 부드럽고 느릿한 손길로 버키 반즈의 이마를 쓸어주었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치워주고, 이마를 마주대어준 아이든이 청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미안해."


답은 하나뿐이야. 난 의사가 아니고, 지금 내가 널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니까.


비난을 수용할 준비는 언제나 되어 있으니,

그러니,

그러니까,


차갑게 질린 얼굴이 아이든 헌터를 가물가물한 눈으로 응시한다. 아이든 헌터의 도톰한 속눈썹과, 그 심연과 같이 검은 눈. 아이든 헌터의 새카만 눈이 청년의 푸른 눈을 담는다.


"미안해."


날 증오해도 괜찮아. 귓가에, 소녀가 속삭인다. 버키의 입에 제 손을 물려준 아이든 헌터는 삽에 기백을 불어넣어 경화시켰다.


검붉은 삽날이, 반짝이는 눈에 반사되어 빛난다.


콰득-


"크아아악!!"



새빨간 피가 하늘로 솟구쳤다.


청년이 고통에 소리 지른다. 그의 이빨이 아이든 헌터의 손날을 짓씹었고, 뜨거운 피가 그 이빨에 잘린 핏줄에서 흘러내렸다.


우득, 버키의 이빨이 고통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헌터의 피부를 찢고, 뚫고 씹었다. 왼팔에서 격통이 몰려왔다. 아파, 아파, 아프다고, 아파-


"아파-"

"괜찮아. 아직 죽지 않았어."


헌터는 피가 흘러내리는 제 손을 여전히 청년의 입에 물려준 채로 그를 안아주었다. 외팔이가 된 청년이 고통에 허덕이며 멀쩡한 오른손을 더듬다, 헌터의 목에 감았다.


아파, 아파, 아파서 죽을 것 같아. 죽고 녹아버린 신경이 사라지고, 생생한 어깨죽지의 신경이 비명을 질렀다. 갈곳 없는 고통이 손끝까지 전해졌다. 제임스 뷰캐넌 반즈는 없는 정신 속에서 그나마 곁에 있는 온기를 끌어당겼다.


아이든 헌터는 버키 반즈가 자신의 손을 마구 집씹고, 제 등을 벅벅 긁으며 고통에 허덕이는 것을 느끼며, 자유로운 한 손으로 그를 안아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아프지 않아."


아프지 않을 리가 없다. 아이든 헌터는 진통제를 챙겨오지 않은 자신의 어리석음에 경탄하며, 버키 반즈를 달랬다.


고통에 덜덜 떨리던 몸이 잦아든다. 아이든은 완전히 늘어져 거칠게 숨만 색색 내쉬는 버키의 입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을 빼고, 그 입에 손수건을 하나 물려주었다.


지익-

대충 낙하산을 찢어 붕대를 준비하고, 어깨죽지를 강제로 압박하며 지혈한다. 으윽! 버키의 신음을 무시한 채, 아이든 헌터는 냉정한 눈으로 버키의 상처를 낙하산의 천조각을 겹쳐 감싸대었다.


'이후엔 사지를 높게 올려야 하지만..'


일단 이놈을 열차에 데리고 가는 게 먼저겠지. 아이든은 고통에 온 몸의 근육이 긴장한 버키를 조심스럽게 안아 달래주었다.


"..아파..."

"-괜찮을거야."


아이든이 확신하듯 말했다. 넌 날 어떻게 생각할까, 날 죽일까? 아이든 헌터는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

잘려나간 팔은 여전히 녹아내리고 있어 가망이 없어보였다.


'붙일 수 없겠지.'


아이든 헌터는 냉정하게 결정을 내렸다. 남은 낙하산의 속천으로 버키 반즈를 감싸준 아이든은 제 군복의 겉옷을 벗어 잘려나간 어깨죽지를 꽉 압박하듯이 묶었다. 


"하아."


느리게  한숨을 내쉰 헌터가 자신의 얼어붙은 손가락을 어깨 위에 올린다. 뱃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기를 끌어올려 팔끝으로 보낸다. 차가운 바람에 온기를 빼앗긴 피부가 혈관속에서 흘러가는 기백에 의해 다시 느리게 온기를 찾았다가도 다시 바람에 빼앗긴다. 냉랭한 공기가 숨결을 얼린다.


무형의 기운이 그 팔목을 지난다. 아이든 헌터의 손끝을 타고 온 기백이 이내 버키 반즈의 피부에 스몄다.


"크윽..."

"쉬이..."


무언가 제 몸을 침투하는걸 느끼기라도 한 듯, 버키 반즈는 고통에 신음한다. 아이든은 나직하게 그를 달래주며 제 기를 버키의 혈관 속으로 들이부었다.


"크악..!"

"괜찮아, 괜찮아."


아이든은 반사적으로 청년을 달래며 혈관속을 헤집었다. 압력에 의해 어깨죽지에서 허공으로 달려나가는 핏줄기를 강제로 잡아누른 헌터는 그것들을 느리게 압박했다. 청년의 몸 속 파장이 아이든을 거부하다가도 결국 그 기백을 받아들이고야 만다.




그리고 이내, 피가 멈춘다. 급한대로 기백을 써서 상처를 지혈한 아이든 헌터는 뱃속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토기에 잠깐 인상을 찌푸렸다.


사라에게 기백을 사용했을 땐 이렇게 바로 반응이 오지 않았다. 메레디스와의 일이 기폭제가 된 모양이지. 아니면 저 지긋지긋한 푸른 광선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고통에 겨울 시간이 없었기에, 헌터는 뜨겁게 올라오는 덩어리를 목구멍 속으로 삼켜버린다.


"아파.."


파리한 안색으로 끙끙거리는 버키 반즈에게 아이든 헌터가 속삭였다.


"우린 이제 다시 위로 돌아갈 거야."


버텨, 꼬맹이.






대충 점프해서 갈수도 있지만, 버키 반즈는 현재 중환자실에 박혀 색색대고 있어야 정상일 상태였다. 아이든은 버키를 안아 자신의 몸에 고정했다. 축 늘어진 몸이 아이든 헌터의 등에 매달렸다.


겉옷을 버키의 상처를 압박하는데 사용하여 반팔만 입게 된 아이든 헌터의 창백하게 드러난 팔이 손끝에서 팔뚝까지 검붉게 물들었다. 여전히, 버키 반즈가 집씹었던 손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으나 아이든 헌터는 신경쓰지 않았다.





턱!


아이든 헌터의 팔이 거대하게 건설된 철로의 얼기설기 엮인 다리를 붙잡았다. 


팔꿈치가 새빨갛게 얼어있다. 아이든은 추위에 감각이 거의 사라진 손끝으로 다시 철골을 꽉 붙잡았다. 덜덜 떨리는 몸에 다시 한번 기백을 퍼뜨려 온도를 높인 아이든이 버키에게 말을 건다.


"꼬맹이, 정신 차려. 좀 나아졌냐?"

"....아, 이든."

"살아있냐. 그럼 됐다."


턱, 아이든이 다시 한번 손으로 철골을 잡아 기어올랐다. 버키 반즈는 가물거리는 눈으로,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아내려 애썼다.


'...떨어졌어. 죽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팔을..'


소름끼치도록 차갑다. 몸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얼어서 움직이면 아팠다. 허전한 왼팔에 가슴이 시렸다. 혼란스러워.


"정신 차렸으면 계속 붙들고 있어."


동사하기 싫으면. 아이든이 말했다. 하지만 그건, 정말이지 힘든 부탁이 아닐 수 없었다. 부족한 피와, 차가운 공기가 버키 반즈의 정신을 시시각각으로 얼려버리고 있었다. 버키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졸려.."

"자지마, 미친놈아!!!"


아이든이 빽 소리를 질렀다.


"여기서 자면 동사야, 도른자야! 참아!"

"졸려.."

"아니 시발!"


아이든이 분노로 소리쳤다.


"에이, 씨발.. 그럼 노래라도 불러!"

"...."

"야, 야!!"


버키 반즈는 멀어지는 정신 속에 절박하게 자신을 부르는 소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대로 자면, 잠깐만 자면, 아주 잠시만...


"허억-"

"이 개새끼야 넌 나중에 뒤졌어..."


버키 반즈는 숨을 들이켰다. 순간 몸에 뜨거운 기운이 훅 들어왔다가 빠져나온 것도 같다. 방금 무슨,


"아이든..?"

"너, 너 이 시발. 빨리 나 하는 거 따라해."

"방금 네가."

"똑바로 따라 불러라."


방금 분명, 하지만 버키 반즈의 의문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이든 헌터가 노래를 하나 부르기 시작한 탓이다.


"In a carvern, in a canyon, Excavating for a mine-"

(협곡 안의 동굴 안에, 광산을 찾아 땅굴을 파는-)


아이든 헌터의 목소리는 덜덜 떨렸고, 쇠로 억지로 목을 긁어 내는 소리 같았다. 버키는 조금이나마 돌아온 정신 속에서 아이든 헌터의 붉게 얼어 핏대가 선 목덜미를 본다.


"빨리 따라 안해!!"


아이든이 쇳소리를 내며 소리질렀다. 버키는 얼얼한 귀를 아이든의 등에 기대고 색색거리며 노래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숨이 가쁘다. 헉헉거리며 노랫말을 따라한다.


"in a carvern, in a.. canyon... excavating for a, mine..."

"Lived a miner, forty-niner and his daughter Clementine."

(한 포티나이너와 그의 딸 클레멘타인이 살았네.)


아이든 헌터의 목소리는 전처럼 가볍거나 부드럽지 않았다. 오히려 힘있고, 발음을 또박또박 하려고 애쓴 전체적으로 강한 어조의 노래였다. 하지만 그래서 버키의 귀에도 잘 들어왔다.


"lived, a miner, forty..niner and his daughter, ..clementine..."


버키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어물거리며 노래를 따라했다. 숨이차서 큰 소리로 부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최소한, 정신을 잃지는 않겠지.

아이든이 다시 다음 구절을 읊었다.


"Oh my darling, oh my darling, Oh my darling Clementine-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You are lost and gone forever, Dreadful sorry, Clementine."

(네가 이제 영원히 사라졌으니 정말로 슬프구나, 클레멘타인.)


"..하아.."

"어서."


버키는 축 늘어져 아이든의 목덜미에 얼굴을 기대었다. 이 차가운 공기 속에서 어쩐지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온기에 기대어, 버키가 더듬더듬 아이든의 노래를 따라불렀다.


"oh... my darling, oh my.. darling, oh my darling... clementine-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you, are, lost and.. gone forever, dreadful, sorry.. clementine.."

(네가 이제 영원히 사라졌으니 정말로 슬프구나, 클레멘타인..)


왜일까, 다시 느릿하게 몸에 온기가 퍼지는 느낌이 든다. 버키는 잠에 들지 않으려 애쓰며 입술을 움직였다. 죽지 않으려면 노래해야한다는 것이 어쩐지 낭만적일정도로 잔인했다.


다음 구절은 알고 있다. 미국의 동요, 가장 유명한 것이니까. 아이든 헌터는 버키 반즈가 꿋꿋하게 혼자서 노래를 끝맺는 것을 들으며 몸 속에서 날뛰는 기백을 강제로 억눌렀다.


눈과 코에서 흘러내리는 핏줄기는, 무시한 채였다. 아마 버키 반즈는 볼 수 없을 것이기에 그랬다. 아, 정말이지 지독하게 배가 고팠다.



지구가 망해도 밥은 먹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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